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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대군주
작가 :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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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악룡 크로크슈가 지배하는 하늘산은 발 붙인 자는 있어도 생환한 자는 없는 금지된 곳으로 크로크슈에 맞서기 위해 한 기사가 걸음을 들였다. 그리고 그가 하늘산을 내려왔을 때 그의 영혼은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수하들을 위해 목숨마저 내걸었던 중원 천년신교의 2공자, 소군악의 영혼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거짓 정의와 거짓 평화는 진실인 척 가증스럽다. 위선 가득한 자들의 비열한 구원, 부패한 자들의 그릇된 자비로 인해 세상은 이미 지옥과 다름이 없으니, 내 친히 명왕이 되리라. 세상을 송두리째 갈아 치울 검은 기사의 행보가 펼쳐진다.

 
9화
작성일 : 16-06-08 16:39     조회 : 644     추천 : 0     분량 : 8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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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긴 소피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왜 돌아왔나요.’

 제이미는 기사의 명예를 저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소피아였다. 그녀가 아는 제이미라면 그 끝에 죽음이 있다 하더라도 라일의 검을 찾으러 갔을 것이다.

 ‘죽음이 두려웠던 건가요.’

 부질없는 물음이다. 그는 죽음 따위를 두려워하는 기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한 가지뿐.

 ‘아……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하죠?’

 소피아는 눈을 꼭 감았다.

 제이미는 영주의 명을 저버리고 되돌아 왔다. 똑똑한 그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사의 명예를 저버렸으니 그녀와 다시 만날 수도 없다.

 제이미는 그와 소피아, 둘 모두에게 힘겨운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끝에 검붉은 피만 남을 뿐인 선택을 말이다.

 “이익, 내 저놈을! 당장 마일드 경을 불러오게. 당장 모든 기사들을 불러와!”

 윌리스 남작은 잔뜩 화가 나 소피아의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소피아의 두 눈이 떠졌다. 평소의 온화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녀의 고운 손이 화장대 위의 꽃병을 쥐었다.

 파아앙!

 휙 집어 던진 꽃병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왜, 왜, 왜! 대체 왜 돌아왔어!”

 악에 바친 소피아의 비명이 방을 울렸다.

 

 *

 

 언덕 위에 작은 성이 지어져 있었다.

 성벽에 나부끼는 깃발의 문양이 제이미가 처음 입고 있었던 옷에 새겨져 있던 문양과 똑같았다.

 “저기가 윌리스성이군.”

 소군악은 말을 몰아 언덕 아래에 있는 큰 마을로 향했다.

 윌리스 남작령에서 가장 발달한 곳인 카렘 도시였다. 이곳에 도착한 건 소군악이 치라토 마을을 떠난 지 꼬박 열흘 만이었다.

 오는 길에 두 번 작은 마을을 지나치긴 했지만 나머지는 노숙을 했기에 몸이 피곤했다.

 오랜만에 여관에서 배부르게 식사를 한 그는 곧장 상가로 향했다.

 실력 좋은 대장간이라도 있을까 싶어 돌아다녀 봤지만, 소군악의 눈에 차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말이 도시이지 그저 큰 마을이라 불릴 만한 수준이었다.

 “토둔 도시로 가야 하나?”

 토둔 도시는 윌리스 남작령의 이웃 영지인 잠비 자작령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잠비 자작령은 소유한 광산이 두 개에 이를 정도로 광산업이 발달했는데, 그 덕택에 토둔 도시에는 실력 좋은 대장장이들이 많았다고 랄프에게서 전해 들은 일이 있었다.

 “이걸 얼른 돌려주고 토둔으로 가야겠군.”

 소군악이 품속에 있는 라일의 검을 매만졌다.

 이곳에서 더 이상 볼일이 없으니 검을 돌려주고 토둔 도시로 갈 요량이었다.

 문제는 소군악의 모습이 영락없는 제이미의 모습이라는 데 있었다. 만약 윌리스 영지에서 자신을 제이미라고 생각하게 되면, 골치 아플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쌍둥이 형이라 해야겠군.”

 이미 제이미의 기억은 스무 살까지는 모두 알고 있는 소군악이었다. 고아로 자란 제이미에게 형은 없었으나 상관없는 일이다.

 바람의 정령과 계약하고는 떠돌이 용병처럼 지내던 제이미가 어린 나이에 바람의 기사로 명성을 쌓고 막 윌리스 남작가에 정착한 것이 스무 살이었다.

 소피아와 사랑에 빠져 그의 기사가 되겠노라 맹세한 뒤, 윌리스 가문에 충성을 바치고 기사 서임을 받은 것이다.

 스무 살 이전까지의 일은 윌리스 가문의 사람들도 자세히 모르는 일이니 쌍둥이 형이 있다고 하더라도 속일 수 있을 듯싶었다.

 머리색이 바뀐 데다 그간 얼굴도 조금은 달라졌기에 쌍둥이라 하면 될 것 같았다.

 인피면구를 쓰자니 그 재료를 구하기가 껄끄러웠고, 역용술을 쓰는 것도 겨우 검 하나 돌려주는 이런 일에 그리 거창한 준비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들킨다고 해도 설마 다른 이의 영혼이 제이미의 몸을 차지한 것이라고 생각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소군악은 곧장 말을 몰아 영주성으로 향했다.

 

 *

 

 윌리스성의 정문 경비를 맡은 기사 발드롱은 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는 한 기의 기마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갈색 말 위에는 검은색 일색의 기수가 타고 있었다.

 기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의 정문 앞에 섰다.

 “멈추어라!”

 발드롱의 자우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이 창을 쥐고는 앞으로 나섰다.

 “말에서 내려라!”

 발드롱의 호통에 소군악은 순순히 말에서 내렸다.

 “전해 줄 물건이 있으니, 영주를 만나야겠다.”

 소군악의 짧은 말에 발드롱은 화가나 검을 뽑으려다가 흠칫 놀라며 토끼눈이 되었다.

 “제, 제이미 경이 아니십니까?”

 소군악은 경비를 서던 기사가 자신을 알아보자 암울한 얼굴을 하였다. 귀찮은 일을 피하겠다는 데 어느 정도 연기가 대수일까?

 “제이미는 나의 동생이다. 나는 그의 쌍둥이 형이다.”

 소군악의 말에 발드롱은 어쩔 줄을 몰랐다.

 생김새는 영락없이 제이미인데 머리색과 분위기는 영 딴판이었다.

 지금 남작성의 사정을 뻔히 아는 발드롱이다.

 라일의 검을 찾으러 갔던 제이미가 두 달 만에 나타났다. 애초에 불가능한 임무이니 죽지 않고 돌아왔음은 제이미가 영주의 명을 어겼다는 말이었다.

 왜 돌아왔겠는가? 누구라도 억울할 만한 상황이 아닌가.

 “제이미, 자네 마음을 잘 아네만. 이제 와서 어쩌잔 말인가? 이러면 아가씨만 더 힘들어질 뿐이야.”

 소군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이미는 이미 죽었다. 영주를 만나 모든 이야기를 전하겠다.”

 발드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상대가 정말 제이미의 형인지, 어설프게 변장하고 나타난 제이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원을 정비하던 집사 코웬이 저 멀리 뛰어가는 게 보인다. 곧 있으면 기사들이 나올 것이다.

 발드롱으로서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눈앞의 흑기사가 제이미의 형이라도 위험했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려 들면 어찌한단 말인가?

 잠시 후, 기사들과 함께 윌리스 남작이 나타났다. 제이미와 함께 윌리스 남작가의 수위를 다투던 기사인 마일드 경도 함께였다.

 마일드와 동료 기사 아홉이라면 제이미가 아무리 엄한 마음을 먹었더라도 영주님을 지킬 수 있었다.

 “제이미, 네놈이 어찌하여 돌아왔단 말이냐!”

 소군악은 잔뜩 화가 난 윌리스 남작을 무심히 보았다.

 “제이미는 죽었소.”

 “무어라? 이놈이 어디서 어설픈 연극을 하려 드느냐?”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 소군악은 품에서 라일의 검을 꺼냈다. 가까이 있던 발드롱이 검을 받아 윌리스 남작에게 전했다.

 “라일의 검이요.”

 “뭐, 뭐라?”

 윌리스 남작은 제이미가 나타났을 때보다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 잃어버린 가보가 나타난 것이다. 라일의 검을 살펴보던 윌리스 남작은 침을 꿀꺾 삼켰다.

 ‘지, 진짜다.’

 설마 제이미가 임무를 성공할 줄이야. 분명 자신의 입으로 라일의 검을 되찾아 오면 소피아와의 혼례를 허락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미 디엘 가문과의 혼약이 약속된 상황에서 파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이놈이 어디서 사기를!”

 소군악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나는 제이미의 쌍둥이 형이요. 동생의 부탁으로 그 검을 전해 주러 온 것이오.”

 “이놈이 어디서 감히! 제이미에게 형이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소군악은 무심히 말문을 열었다. 올라오는 길에 생각한 짧은 핑곗거리였다.

 “나는 제이미와 함께 고아원을 나섰소. 각자 세상을 떠돌며 실력을 쌓은 뒤 다시 만나자고 맹세했지. 몇 해 전 제이미가 이곳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들었소. 그리고 세 달 전 내게 연락을 해 오더군.”

 어느새 모두가 침묵한 채 소군악의 입술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라일의 검을 찾아야 한다며 같이 크로크슈산으로 가자고 말이오.”

 어느 병사가 꿀꺽 삼키는 침 넘기는 소리가 더없이 크게 들렸다.

 모두가 소군악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나는 흔쾌히 따라나섰소. 그리고 우리는 한 달간 크로크슈산을 올랐지.”

 “바, 봤는가? 화이트 드래곤을?”

 발드롱이 지금의 상황을 잊어버리고 이야기에 몰입하여 물었다.

 소군악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변에 있는 모두가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데 어찌 네놈은 살아 돌아왔단 말이냐?”

 영주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의심을 지우지 않은 채 물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소군악의 말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다.

 소군악이 가져온 라일의 검이 진품이니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물이 있는 셈이었다.

 소군악은 마치 떠올리기 싫은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질질 끌듯이 이야기를 이어 갔다.

 “우린 크로크슈에 맞서 보려 했소. 하지만, 막상 그 앞에 서는 순간, 감히 맞설 생각 따윈 할 수조차 없었소. 제이미는 살아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는지, 크로크슈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 줄 테니 라일의 검을 달라 하였소. 그것으로 자신의 사랑이나마 증명하겠다면서. 그리고 크로크슈가 대답도 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었소.”

 “허어…….”

 제이미와 친하게 지내던 기사가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그가 용기 있는 자라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새삼 가슴이 울컥하고 치밀었던 것이다.

 소군악은 끝내 부들부들 떨며 비통하게 외쳤다.

 “그 후에 크로크슈는 별말 없이 내게 검을 내주었소. 동생의 부탁으로 이 검을 전해 주러 온 것이오.”

 소군악의 말이 끝났으나 누구 하나 쉬이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영주인 윌리스 남작도 침묵하고 있었다. 그의 눈매는 소군악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복색이 다르고 머리색이 다르긴 하나 그 생김새가 제이미와 똑같았다. 게다가 뜬금없이 나타나 쌍둥이 형이라고 하는데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할 말을 다했으니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소.”

 그 말과 함께 소군악은 제이미의 창을 바닥에 꽂았다.

 “동생의 시신은 수습하지 못했소……. 여기 동생의 창이 있으니 대신하여 장례해 주시길 바라오.”

 소군악은 그것을 끝으로 말에 다시 올라타 길을 따라 내려갔다.

 “여, 영주님, 어찌할까요?”

 집사의 물음에 윌리스 남작은 복잡한 얼굴이 되었다.

 “마일드.”

 “네.”

 “일단 믿을 만한 병사들을 시켜 놈을 은밀히 감시케 하게.”

 “네.”

 발드롱은 제이미의 창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진심으로 동료 기사였던 제이미를 존경하게 되었다. 자신의 죽음으로써 끝내 임무를 완수하다니…….

 이 얼마나 멋지고 용감한 기사의 표본이란 말인가? 영웅으로 추앙해도 모자람이 없는 무용담이었다.

 “영주님, 제이미의 장례는 어찌해야 할지요?”

 “장례라니 그 무슨…….”

 영주는 말꼬리를 흘리며 눈치를 보았다.

 기사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말을 잘못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발드롱이 그중 제일 심하기는 했으나 다른 기사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모두가 감격한 듯보였다. 만약 제이미의 장례를 제대로 치러 주지 않으면 충성의 맹세를 거두는 기사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제, 제이미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를 것이야. 하지만 코모라 공자가 오기로 한 날짜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네. 결혼식을 앞두고 장례부터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기사들도 그제야 이해하는 얼굴이었다.

 제이미가 기사들의 귀감이 되었다고는 하나 소피아 아가씨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최대한 코모라 공자에게 숨겨야 할 인물이었다.

 “그리고 누가 제이미에게 쌍둥이 형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

 기사들이 모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혹시 말일세. 제이미가 염색하고 나타나 연기하는 것이라면 어쩔 텐가? 제이미의 죽음이 좀 더 확실해지면 그때에 가서 성대히 장례를 치러 줘도 늦지 않아. 그러니 제이미의 쌍둥이 형이라는 그놈의 동태를 잘 파악하게.”

 “네.”

 “혹여 놈이 제이미라면……. 그리고 숨겨 둔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면 코모라 공자가 당도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으음.”

 소피아와 제이미의 관계는 성의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들이 없다.

 다행히 카렘시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니 성내의 사람들이 입단속만 잘하면 될 일이었다.

 결혼이 코앞인데 옛 연인이 등장한다면 코모라 공자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으리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일드의 복명에 윌리스 남작이 신뢰의 표시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믿고 가 보지.”

 손에 라일의 검을 꼭 쥔 윌리스 남작이 서둘러 저택으로 향했다.

 어서 빨리 라일의 검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얼핏 보기에 진검이 확실했으나 혹여 정밀한 모조품일 수도 있지 않은가.

 ‘네놈의 말이 사실이어야. 네놈이 살 것이다.’

 윌리스 남작은 눈매를 좁혔다.

 만약 제이미가 연기한 것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했고, 정말 놈이 그의 쌍둥이 형이라면 제이미는 윌리스 가문의 영웅이 될 것이다.

 윌리스 남작에게 있어 라일의 검의 등장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다.

 

 *

 

 “지, 진짜입니다.”

 “정말인가?”

 윌리스 남작이 채근하여 물었다.

 “정말입니다. 10년 전 사라진 라일의 검이 확실합니다.”

 창고 담당 하인의 확신에 집사 코웬이 눈물을 흘렸다.

 “감축드립니다, 영주님.”

 눈물을 흘리기는 영주도 마찬가지였다.

 “아, 이제야 조상님들을 뵐 면목이 생기는구나.”

 윌리스 남작은 자신의 불찰로 가문의 가보를 빼앗긴 데 대한 마음의 짐을 오늘에서야 털어 낼 수 있었다.

 “정말 제이미 경이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그만큼 기사도를 수행할 줄 아는 기사가 드물지요.”

 창고지기와 집사가 서로 맞장구 쳐 가며 대화하다가 썩 밝은 안색이 아닌 남작의 얼굴을 살피고는 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윌리스 남작 또한 제이미를 생각하자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이것이 잘하는 짓일까?’

 본래 제이미를 탐낸 것은 남작 자신이었다.

 소피아와 연인 관계로 발전했을 때 모르는 척 눈감았던 것도 남작이다.

 제이미는 젊고 능력이 있었다. 기실 그만한 기사라면 사위로서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제이미는 어떤 명이든 완수해 내지 않았는가? 더욱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여긴 마지막 임무도 완수해 냈다.

 하지만, 이미 제이미는 죽어 버린 후였다. 후회하긴 늦었고, 후회한들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다.

 ‘그의 형에게 사례라도 해야겠군.’

 라일의 검이 진품이니 그 형이라며 찾아온 이의 말도 사실일 것이다.

 아직 그가 제이미의 죽음에 대한 앙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잘 달래어 코모라 공자가 오기 전에 영지를 떠나게 할 참이었다.

 ‘그래, 모든 것은 가문의 부흥을 위해서다.’

 죽은 제이미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막 생각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서려는데 소피아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으음, 자네들은 나가 보게.”

 집사와 창고지기가 방을 나서려는데 소피아가 그들에게 말했다.

 “두 분께서는 라일의 검에 대해 함구해 주세요.”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라일의 검은 진품이 아니에요.”

 “네에? 제가 분명 확인해 봤지만…….”

 소피아는 창고지기의 말을 끊었다.

 “아니요. 검은 진품이 아닙니다. 알아 들으셨을 거라 믿어요.”

 윌리스 남작이 서둘러 명했다.

 “라일의 검에 대해서는 함구하게나.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에, 그리합지요.”

 창고지기와 코웬은 심상찮은 분위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하고는 방을 나섰다.

 윌리스 남작은 소피아가 갑자기 이러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채근하듯 물었다.

 “그래. 할 말이 무엇이냐?”

 “그 검은 가짜예요.”

 “네가 어찌 안다는 말이냐?”

 물끄러미 딸아이를 내려다보던 윌리스 남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소피아는 생떼를 쓰는 아이가 아니다. 그리고 사내아이 못지않게 영특한 아이였다. 그런 그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 보려무나.”

 “그 검이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어요.”

 “어허!”

 “제이미가 가짜 검을 가져와 아버지를 기만했다 알려, 기사들로 하여금 그를 잡아들이도록 하세요.”

 “으음? 그는 제이미의 형으…….”

 “아버지! 그는 제이미의 형이 아니에요.”

 윌리스 남작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무슨 말이냐 그게?”

 “그의 여자로 3년을 지냈어요. 그는 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아요. 머리를 염색하고 왔지만 그는 분명 제이미예요.”

 영주는 딸의 말에 아찔한 기분이었다.

 이토록 집요히 제이미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딸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연인이 아닌가?

 물론 그 말을 곧이곧대로 할 수는 없었다. 딸을 이렇게 냉혈한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괜찮겠느냐?”

 “이제 그는 제게 방해물에 불과해요.”

 소피아의 말에 윌리스 남작은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결심을 굳혔다.

 그가 제이미든, 정말 제이미의 쌍둥이 형이든 상관없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위험한 불씨는 남겨 두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알아서 처리하마.”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미는 소피아에게 거짓이 없었다. 그는 모든 과거를 자신에게 털어 놓았었다.

 고아원에서의 생활과 정령의 선택을 받은 일부터, 세상을 두루두루 떠돈 모험담까지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쌍둥이 형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소피아는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감히 내게 거짓말을 해?”

 그녀는 제이미가 살아 돌아온 사실보다 그녀에게 숨기는 것이 있었다는 게 더 괘씸했다.

 제이미는 왜 돌아왔단 말인가?

 도무지 제이미의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라일의 검을 찾아왔다면 당당히 임무 완수를 보고하고 자신과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며 요청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제이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치 다른 사람인 척 연기를 했다.

 그것이 소피아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제이미의 목적은 자신과의 사랑이 아니었던가?

 디엘 백작가와의 혼사는 이미 진행 중인 일이다. 제이미는 자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모르는 척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참으로 멍청한 결정이다.

 그러나 소피아에게는 박수를 치고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결국 죽을 목숨…….”

 임무를 완수했노라고 자신과의 결혼을 성사시켜 달라 졸랐다면 소피아도 남작도 아주 곤란해졌을 것이다.

 한데 그가 형이라고 연기를 했기 때문에 가짜 라일의 검을 가져왔다는 빌미로 그를 다시 한 번 모함하여 죽일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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