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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광야에서
작가 : th쓰
작품등록일 : 2017.11.8

홀로 평원에 살아가던 사람이 평원을 가로지르는 낯선 일행을 만나 시작되는 이야기.

 
1-12. 마녀의 평원
작성일 : 17-11-25 21:53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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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그럼 방해하지 말아야지.”

 

 네모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슈트반이 식사를 끝마쳤다. 수프는 한참 남아있었지만 네모의 덥수룩하고 지저분한 턱수염을 보고 입맛이 떨어진 나도 따라 일어났다. 이슈트반과 나는 여관을 나와 중심가로 걸었다.

 

 “역시 퍽 친해보이던걸.”

 “이슈트반님. 저는 도시에 올 때마다 저 여관에 묵습니다. 대화 정도는 해요.”

 “아그나가 말을 걸면 귀찮아하지 않나.”

 “네모가 더 귀찮습니다. 저 놈이 하는 말은 영양가가 없으니까.”

 “그런데 아그나에게 왜 그리 까칠하게 굴지? 아그나는 네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던데. 어젯밤도, 사실 그라프가 너를 잡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

 

 나는 슬슬 이 귀족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렸다. 그러나 내가 누구와 어디서 뭘 하고 살건, 곧 받을 돈만 받고 나면 이슈트반은 알 바 아니다. 계약서에 이슈트반의 동료들과 사이좋게 손잡고 소꿉놀이를 하라는 내용이 있지도 않고.

 

 “그런가요.”

 “그라프와 싸우기라도 했나?”

 “아닙니다.”

 “사실, 그라프가 사람을 피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 좀 재미있어.”

 “성격이 나쁜 귀족님이시군.”

 “비꼴 것 까지는 없잖아?”

 

 짜증을 내면서 반박했지만 이슈트반의 목소리가 즐거워하는 기색을 띄어서, 나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은행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중심가 입구 근처에 있는 은행에 들어가자마자 이슈트반은 직원을 불러 은행 등록 번호를 말하고 찾으려는 금액을 말했다. 꽤 큰 금액에 놀란 직원은 이슈트반의 신분등록증을 확인했다. 이슈트반이 귀족임을 알게 된 직원의 태도가 두 배는 더 공손해졌다. 그의 등 뒤에서 넘겨다보던 내가 물었다.

 

 “얼마나 찾는 거야?”

 “그냥. 적당히.”

 “부족해지면 어쩌려고?”

 “그럼 더 찾지, 뭐.”

 

 떠보는 식의 말에도 덤덤하게 대꾸하던 이슈트반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 올 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모른 척 어깨를 으쓱였다. 반말 정도야 어때.

 

 내가 친근한 척 이슈트반에게 장난을 걸고 웃는 모습을 보며 은행 등록 번호를 입력하던 직원은 이슈트반에게 찾을 금액과 잔액을 확인했다. 찾을 돈도 절대로 적은 편은 아닌데, 그걸 찾고도 은행에 비슷한 액수의 금액이 남아있었다. 자릿수는 달랐지만 금화 몇 개 차이였다.

 

 “마녀의 평원에 산다고 했지.”

 

 이슈트반이 물었다. 커다란 돈주머니를 들고 무표정하게 은행을 빠져나오는 모습에 나는 약간 질려 있었다.

 

 “예.”

 “왜, 계속 반말 하지?”

 “진심이십니까?”

 “아니.”

 “예에.”

 “평원에 살면 불편한 점이 많을 텐데?”

 “어디 사나 똑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네가 어떤 사람인데?”

 

 놀랍게도 이슈트반은 이 시답잖은 대화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듯 했다. 방금 전 이슈트반에게 친한 척 말을 걸기는 했지만 막상 이것저것 대꾸해주자니 성가셨다. 다시 볼 얼굴도 아닌데 무시해버릴까, 생각하기는 했지만 아직 그럴 때는 아니었다.

 

 “고아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꾸하다보면 아무리 뻔뻔한 귀족님이라도 알아서 입을 다물겠지.

 

 “아, 그래? 가족이 없다고 다 평원에 들어가 살지는 않잖아.”

 “예.”

 “평원에 연고라도 있나?”

 “지금 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

 “궁금한 것뿐이야. 마녀의 평원이 사람이 살 곳은 아니니. 게다가 나는 공작령에 살면서도 마녀의 평원에 길잡이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 평원에 인접한 도시에서 비정기적으로 평원에 마물 사냥을 나가는 무리가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길잡이 이야기는 없었거든. 헌데 여기서는 너를 알아보는 사람이 꽤 많단 말이지.”

 “그래서요?”

 “왜 내가 몰랐을까?”

 “하, 예. 공작령에 사는 귀족은 전부 이슈트반님처럼 공작령 이야기를 전부 꿰고 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사람들뿐입니까?”

 “설마. 하지만 난 궁금해. 왜 마녀의 평원은 공작령이면서도 공작가에서 손을 댈 수 없는 땅이 되었지? 오십년, 아니, 삼십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단 말이야.”

 “쉰 살이 넘으셨는지는 몰랐네요.”

 “기록에 따르면 공작가에서 공식적으로 마물 토벌 명을 내린 때는 삼십여 년 전이 마지막이다. 그 후로는 공작가에서 마녀의 평원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기록 자체가 지나치게 적어. 공작가 영토의 삼분지 일을 차지하는 땅인데도 수익을 낼 생각 따위 없고 공작가에서 평원의 존재 자체를 묻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

 “……공작가의 일원이십니까?”

 

 이슈트반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 예.”

 

 평원을 가로질러 여행한 사람들 치고는 엄청나게 긴박해보이지도 않다 싶었더니, 마녀의 평원에 지나치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순간 이슈트반도 평원에 대륙의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헛소리를 신봉하는 음모론자인가 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 대개는 신관, 가끔은 마법사. 혹은 이미 끊어진 소수민족의 핏줄에서 신비스럽거나 음험한 비밀을 찾는 사람들. 그들은 소수민족들의 혈통을 공공연히 배척하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힘을 찾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기루를 혐오의 정당성이라 들이대고 깔아내려 이기적인 열망을 휘두른다. 멍청한 놈들이다. 그들은 그저 소수민족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본인들의 발밑에 있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뿐이다.

 

 다 쓴 기름병을 채우고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을 사기 위해 잡화점으로 향했다. 이슈트반은 당연하다는 듯 내 뒤를 따라왔다. 거금이 든 돈주머니를 품에 대충 찔러 넣은 채였다.

 

 “언제까지 쫓아오실 겁니까?”

 “여관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 도시는 처음이라 구경을 하고 싶은데, 안내해달라고는 안 할 테니 갈 길 가.”

 “아, 갈 길이 겹치신다?”

 “어디 가는 길인데?”

 “…….”

 

 종착지를 말하면 뻔뻔한 얼굴로 나도 그 곳에 간다고 대답할 것 같았다. 내버려두자.

 

 “보수는 언제 줄 거죠?”

 “돌아가서.”

 

 어째 마음에 들지 않아 잠자코 서서 이슈트반을 노려본다. 이슈트반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인다. 하기야 대로에서 금화 서른다섯 개나 되는 돈을 셀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지만. 역시 재수 없군.

 

 “왜 평원에서 지내는지는 말 안 할 건가?”

 “말 할 의무가 없습니다만.”

 “돈을 주면?”

 “아, 그래요. 사실 저의 연인이 평원에 삽니다. 그 사람은 마물 사냥꾼이었는데 제가 열다섯 즈음에 처음 길잡이를 하다가 만났습니다. 어린 제가 말 붙일 사람을 찾아 친해졌지요. 스물 때부터 연애를 시작해 스물다섯에 함께 살기로 했고 그 사람이 절 따라 평원에 들어갔다가 아예 터를 잡았습니다. 곧 자식을 낳을 계획인데 애가 태어나면 도시로 들어와 좀 얌전한 일을 하고 살려고 합니다. 이제 돈 주시죠. 금화 하나만 받겠습니다.”

 

 이슈트반은 입을 다물고 손가락으로 제 턱을 쓰다듬었다.

 

 “그 중 거짓말이 아닌 부분이 있긴 한가?”

 “금화 하나만 받겠다는 부분이요.”

 

 곧 그의 돈주머니에서 나온 금화 한 개가 내 주머니로 들어왔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며 필요한 물건을 전부 구매했다. 이슈트반은 내 질문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적당히 비웃어 넘기면서도 나에게 질리지도 않고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에 관련된 질문을 했다. 주로 마녀의 평원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왜 길잡이 일을 하느냐, 별다른 연고는 없느냐, 평원을 안내하는 다른 사람은 있느냐 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적당히 거짓말을 하거나 귀찮다고 짜증을 냈다. 이슈트반도 딱히 성실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평민의 짜증에도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 짐은 대체 뭐였습니까?”

 

 문득 생각난 내가 물었다.

 

 “무슨 짐?”

 

 이슈트반은 알고도 모른 척 되물었다. 이슈트반이 다른 이야기를 끌고 올 기색이기에 나는 재차 질문했다.

 

 “용에게 쫓기면서까지 버리지 않으려 발버둥친 그 짐 덩어리요. 덕분에 같이 죽을 뻔 했던 사람으로서 묻고 싶은데요.”

 “아, 치사하게 그런 식으로 묻다니.”

 “치사? 그 놈의 짐 때문에 무슨 일을 당했는데.”

 “용 말인가? 짐 탓 만은 아니었을 텐데. 그래도 길을 잘 찾아서 다행이었지. 길잡이가 있어서 말이지.”

 “운 좋은 줄 아시죠.”

 “돈도 넉넉히 받아 갈 거잖아?”

 “솔직히 용을 만난 사실만으로도 돈을 두 배로 요구해도 할 말 없는 건 아세요?”

 “봐 줘. 거기까지 하면 은행에 가서 남은 돈도 다 찾아야 해.”

 

 찾으라지. 찾으나 안 찾으나 똑같을 텐데.

 

 양 손 가득 식료품이나 기름과 같은 장비를 사들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양이 많지 않아 감당하기 어렵지는 않았으나 이슈트반은 내가 여관 문을 몸으로 밀어 여는 모습을 보고도 손 한 번 내밀지 않았다. 어, 짐 이야기를 은근슬쩍 넘긴 것 같은데. 다시 말을 꺼내려던 차에 양 손에 든 장비를 누군가 채갔다.

 

 “레오스! 왜 이렇게 늦어?”

 “아작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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