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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을 부탁해
작가 : 안작가
작품등록일 : 2017.11.24

배우 황건우와, 동화작가 임아영의 로맨스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4)
작성일 : 17-11-25 21:31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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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혼자 계실 수 있으시겠어요?”

 

 물가에 어린아이를 홀로 둔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운전석에 올라탄 현석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건우를 바라봤다.

 

 “내가 애야? 내 걱정은 말고 한 대표 만나면 내가 전하라던 말이나 잊지 말고 전해.”

 “그 말... 진심이셨어요?”

 

 건우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그 상황에서 농담을 했겠어?’ 그의 눈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서울 상황 봐서 되도록 빨리 내려올게요. 뭐 달리 필요하신 건 없으신 거죠?”

 “내 옷이랑 속옷 좀 챙겨와. 누군지도 모르는 집 주인 거 빌려 입기 찝찝하니까.”

 “엄연히 따지자면 빌려 입은 게 아니라 훔쳐 입으신 거죠. 집 주인 허락도 없이.”

 “빌려 입은 거야. 집 주인이 옷도 안 갈아입는 더러운 세입자가 본인 집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해봐. 나였으면 당장 내쫓았어.”

 “예. 예. 아무렴요. 그보다 되도록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지 마세요. 아무리 시골마을이라 하지만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요. 그리고 꽃밭, 그 분 오시면 영수증만 받아 놓으시고요. 절대 나서지 마시고 일체 대화도 나누지 마세요.”

 “알았으니까 그만 잔소리하고 얼른 가.”

 

 떠나는 자동차에 꽂혔던 시선이 자연스레 꼬리를 흔드는 보리에게로 향했다. 아니. 옥수수였나. 이름이야 어찌됐건 관리자가 아침형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텅 빈 밥그릇을 보며 애잔함을 느낀 그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느티나무 숲 속에 집이 있다고 했을 땐 집 주인이 상당히 폐쇄적인 성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쪽 방향으로 확 트인 마당과, 볕에 잘 들도록 설계된 커다란 유리창은 완전히 그 반대였다.

 

 또한 작은 시골마을에 집을 지은 점, 유실수 같은 나무나 꽃을 좋아하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은퇴를 앞둔 돈 꽤나 모은 중장년의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옷을 빌려 입기 위해 들어간 옷 방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옷이나 속옷의 사이즈가 180센티미터 장신인 건우의 몸에 꼭 맞았다. 게다가 옷의 브랜드도 확실히 젊은 층이 입을 만한 것들뿐이었다.

 

 침대만한 거실 소파에 누운 건우의 손이 절로 리모컨을 찾았다.

 

 “소음이 필요해.”

 

 보지도 않는 티비의 볼륨을 높였다. 서울에서 한 두 시간 자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죽을 맛이었지만 여기서 하릴 없이 누워있는 것도 따분해 죽을 맛이었다. 차라리 바쁘기라도 하면 생각이라도 덜 날 텐데, 서울의 일이 잘 해결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 외에는 별달리 생각할 만한 것도 없었다.

 

 왈왈- 거실의 커튼너머에서 강아지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까만 그림자가 오고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건우는 대답하지 않고 꼼짝없이 그 자리에 누워있었다.

 

 띵동- 띵동- 집요하게 초인종이 울렸다. 짜증 가득한 얼굴로 건우가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 위에 대충 던져둔 검은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찾아 썼다.

 

 “또 무슨 일로 찾아!”

 “안녕하세요!”

 “...온 겁니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다더니. 건우는 너무나도 밝은 아영의 얼굴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양손 가득 무언가를 잔뜩 들고 온 관리자를 보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같이 씨앗 심어요!”

 “이봐요. 내가 왜 그쪽이랑 씨앗을 심습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따로 말하라고 하셨고, 도와주실 일이 있으면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지은 죄가 있으니 모르는 척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건우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아영은 잽싸게 들고 있던 바구니 하나를 건넸다. 얼결에 바구니를 받아든 건우는 어쩔 수 없이 현관에서 나와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냥 모종 사다가 옮겨 심읍시다.”

 “안 돼요. 그건 제 손으로 키운 꽃이 아니잖아요.”

 

 아영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높이 올려 묶은 머리 때문이지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스트라이프 무늬의 반팔 티에 청색 멜빵바지를 입은 그녀는 금방이라도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기도 했다.

 

 “어련하겠어요.”

 

 건우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식물과 대화도 하는 마당에 저런 말들이야 놀랍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흙 밭에 쭈그려 앉아서 일할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 불러서 심으면 비용도 주겠다고 했고. 그런데 이 고생을 택한 사람은 바로 관리자 당신이니까 열심히 심어 봐요.”

 “엄청 한가해 보이시는데.”

 “누가요. 내가요?”

 

 건우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나중에 내가 누군지 알고 나면 얼마나 후회하려고? 건우가 생각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심어요. 하다보면 재미있다니까요?”

 “퍽이나요.”

 

 건우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뒤돌아섰다.

 

 “그럼 마을 분들한테 좀 도와달라고 해도 돼죠?”

 “그러시던...”

 

 건우가 걸음을 멈추었다. 마을 사람들이라고 하면... 지난번에 마주쳤던 그 이상한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 건우가 떨떠름한 얼굴로 다시 돌아섰다.

 

 “차라리 전문 인력을 불러요.”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쓸데없이 너무 비싸지잖아요. 그렇게 싫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죠. 알았어요. 혼자 슬슬하다보면 오늘 안에는 끝내겠죠.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들어가 보세요.”

 

 목장갑에 밀짚모자까지 쓰고 본격적으로 일 할 준비를 하는 관리자를 두고 건우는 끝내 발길을 돌렸다. 집 안으로 들어온 그는 나오기 전과 똑같이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저러다 말겠지. 뭐.”

 

 

 

 아영이 바구니에 들어있던 목장갑을 꺼내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멀리서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건우가 문을 닫고 들어가는 소리였다. 아영은 입술을 삐죽였다.

 

 “가란다고 진짜 가네. 그나저나 이 넓은 데를 언제 다 심지.”

 

 쭈그려 앉은 아영이 말라 죽은 꽃의 잔해를 뽑기 시작했다.

 

 “마음 아파. 내 손으로 심은 너희들을 다시 내 손으로 뽑을 줄 누가 알았겠어. 꽃도 못 핀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꽃들이 앞마당을 색색이 물들일 날만 고대하고 있었기에 실망감도 더욱 컸다.

 

 꽃이 제법 자라면 몇 송이 꺾어다 할머니의 산소에 놓아드릴 생각이었다. 유독 꽃을 좋아하셨던 할머니셨다. 그래서 할머니의 산소 근처에는 유독 더 산꽃들이 많이 자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또 이러네.”

 

 아영이 시큰해지는 코를 문지르며 눈물이 나려는 것을 참았다. 요즘따라 할머니가 더 보고 싶었다. 악몽이 다시 시작된 이후로는 더더욱.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아영은 이마에는 어느새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한창 꽃을 뽑는 아영의 앞에 까만 구두가 멈춰 섰다. 고개를 들어보니 세입자가 여전히 까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멀대처럼 서있었다.

 

 아영은 그녀의 얼굴 앞에 냅다 내밀고 있는 세입자의 커다란 손을 멀뚱히 바라봤다. 의도를 몰라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오른 손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장갑 달라고요.”

 

 모자 아래 드러난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 네!”

 

 아영은 냉큼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그에게 벗어주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갈 때에는 그렇게 매정할 수 없더니, 내심 마음에 걸렸던 것이 분명했다.

 

 “근데 바쁘다 하지 않으셨어요?”

 

 아영이 은근한 미소를 보내자 그의 미간 사이가 좁아졌다.

 

 “바쁩니다. 그런데 굳이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내가 또 굳이 없는 시간 쪼개가며 나온 거 아닙니까.”

 “왜요?”

 “나중에 뒷말이라도 나오면 내가 관리자님 그쪽보다 열 배는 더 곤란해질 테니까요.”

 “아하.”

 

 고개를 끄덕이는 아영에게 미심쩍은 건우의 시선이 날아들었다.

 

 “정말 이해한 거 맞아요?”

 “이해 못했다고 해서 더 얘기해주실 것도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인 건우가 대충 하연이 하는 것을 곁눈질하며 따라하기 시작했다. 둘이 같이 하니 처음보다 속도가 붙었다.

 

 딴 짓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그녀를 보자 ‘모종을 심자’는 것을 고려해보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죽은 꽃을 다 뽑고 나서는 씨앗을 받아들었다.

 

 “금낭화?”

 

 건우가 견출지에 붙은 씨앗의 이름을 읽었다.

 

 “이름 그대로 비단 주머니처럼 생긴 꽃이 줄기 하나에 포토처럼 주렁주렁 열려요. 핑크색 하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정말 사랑스러운 꽃들 중 하나예요.”

 

 이번에 아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씨앗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친구는 제라늄이고, 얘는 수국. 꽃잔디랑 패랭이꽃도 있어요.”

 

 신이 나서 떠들던 아영은 건우가 어설프게 씨앗을 심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막 싹을 틔운 녀석들이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요. 그렇게 꽉꽉 누르면 흙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고요.”

 

 아영이 엄지 한 마디 정도의 깊이로 손가락으로 구멍을 낸 뒤에 씨앗 서너개를 털어넣었다. 그런 뒤 흩뿌리듯 살살 흙을 덮어주었다.

 

 “왜 자꾸 식물한테 사람 대하듯 얘길 합니까?”

 “사람 대하듯이 한 게 아니라 정말 이 친구들한테 말을 건 거예요. 식물도 청각이 있어서 시끄러운 음악을 들려주면 시들어버리고, 좋은 말을 해주면 더 잘 자란데요. 내가 진심을 다해서 아껴주면 이 친구들도 진심을 다해 예쁜 꽃을 활짝 펴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아.”

 

 건우는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럼 저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무엇이든 골치 아픈 질문을 해 올 것이 눈에 선했기에 건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자랑 마스크는 왜 쓰고 계신 거예요?”

 

 아영이 알려준 방법 그대로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씨앗을 심는 그가 도리어 아영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관리자씨 이름이 뭐죠?”

 “아. 임아영이에요. 동화작가죠.”

 

 건우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풍부한 감수성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직업이었다.

 

 “임아영씨는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없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질문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답하죠?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이제 고작 얼굴 두 번 본 동네 주민에다 언제 또 볼지 모르는 사람이라면요.”

 “거짓말하기 싫으니 묻지 말라는 뜻이죠? 알겠어요. 그냥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더는 묻지 않을 게요. 그럼 이름만 이라도...!”

 

 건우의 냉담한 눈빛을 보자 아영은 꾹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앞으로도 그냥 세입자님이라고 부를 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 앞으로 우리가 딱히 대화를 나눌 일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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