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을 부탁해
작가 : 안작가
작품등록일 : 2017.11.24

배우 황건우와, 동화작가 임아영의 로맨스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3)
작성일 : 17-11-25 21:29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3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창밖에서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다섯 살의 아영은 괴물의 눈을 피해 식탁 밑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숨어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사람의 고함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우르르쾅쾅! 천둥번개가 쳤다. 흘러내린 눈물 자국 위로 또 다른 눈물이 길을 내고 있었다. 어느새 아영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 되었다.

 

 ‘괴물이 날 찾아내진 않을까?’

 ‘찾아내서 한 입에 삼켜버리면 어떡하지?’

 

 공포 가득한 얼굴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누군가 나타나 저 못된 괴물을 물리쳐 주길. 만화 속에선 누군가 위험에 처하면 나타나는 영웅이 있었고, 친구를 괴롭히는 악당들의 끝은 언제나 초라했다.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싸움은 길어지고 비명은 더욱 처절해져만 간다.

 

 

 *

 

 

 “허억!”

 

 번뜩- 눈을 뜬 아영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끔찍한 악몽이라도 꾼 것인지 그녀의 몸은 온통 땀범벅이었다. 반쯤 몸을 일으켜 보니 따가운 햇빛이 오래된 레이스 커튼을 지나 거실 바닥까지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아영은 다시 몸에 힘을 빼고 누웠다. 수십 번쯤 곱씹어 읽은 자신의 책은 테이블 위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고, 거실의 형광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몸을 뒤척이며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로 눈을 돌렸다.

 

 “두 시?”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아영이 다시 한 번 시계를 빤히 바라봤다.

 

 “두 시!”

 

 튕기듯 몸을 일으킨 아영은 재빨리 갈아입을 옷을 챙겼다. 녹차 밥도 줘야하고 목장에 우유도 받으러 가야했다. 하지만 그 전에 땀에 절인 끔찍한 몰골을 씻어내는 게 우선이었다. 허겁지겁 옷을 안고 들어간 욕실에서 물줄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젖은 땅이 완전히 마른 것은 아니었다. 아영은 목장에 가기 전, 녹차의 밥을 챙기기 위해 마을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흥얼흥얼. 따사로운 햇살이 머리 위로 떨어지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밤의 악몽은 하늘의 먹구름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걷혀 버린지 오래였다.

 

 집에서 오 분 정도를 더 걸어가면 커다란 느티나무 숲 속에 숨은 이층 저택이 나타난다. 원래는 아영의 집이 마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지어진 이 저택 덕에 ‘끝에서 두 번째 집’이 되었다.

 

 “집 주인이 왔나?”

 

 저택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짧은 오솔길에 바퀴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영의 얼굴이 한 층 더 밝아졌다. 오솔길을 지나자 북유럽의 푸른 초원을 연상케 하는 드넓은 마당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살구나무와 매실나무 같은 유실수가 심어져 있었고 마당 한 편에는 제법 커다란 꽃밭이 만들어져 있었다.

 

 멀리서 아영을 알아 본 녹차가 반갑게 짖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녹차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오솔길에 바큇자국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 장소가 조금 난감했다. 봄부터 아영이 직접 가꾸어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던 그 꽃밭이었다.

 

 “내 새끼들!”

 

 가까이서 바라본 텃밭은 더욱 처참했다. 바퀴에 치이고 짓눌려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였다. 아영은 그 길로 현관으로가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반응 없는 초인종을 몇 번이나 더 누르고 나서야 안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는 상태였다. 누구냐니. 그건 바로 아영이 물어야 할 질문이었다. 아영은 잠시 자신을 무어라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다.

 

 “저는 집 관리하는 사람인데요.”

 “그런데요.”

 

 아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았고, 아영은 홀로 문을 바라보며 얘기하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주차를 잘못하신 것 같은데. 안에 계신 분께서 주차하신 곳은 꽃밭이 있는 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남자가 아영의 말을 끊고 도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속삭한 마음에 아영은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턱을 괸 아영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망가져 버린 꽃밭을 보며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에 도움이 안 된다니까.”

 

 건우는 하필 이런 순간에 큰일을 보고 있는 현석을 탓하며 문을 열었다.

 

 “으악!”

 

 현관이 무겁게 밀린다 싶었다. 반쯤 열린 문 앞에 관리자라는 여자가 큰 절을 하듯 엎드려 있었다.

 

 “자동차가 뭐 어쨌다는 말씀이죠?”

 

 건우는 넘어진 여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재차 용건만을 확인했다. 씩씩하게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가 손을 털었다.

 

 “그러니까 자동차가 제가 가꾼 꽃밭을... 망쳐놨다고요.”

 

 여자는 모자에 마스크, 옵션으로 선글라스까지 장착한 건우를 보곤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다. 건우 역시도 건물 관리자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여자를 보며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스물 초반 쯤 되었으려나. 스물 중반의 현석보다도 앳된 얼굴이었다.

 

 “저긴 주차하는 곳이 아니에요. 이제 막 핀 꽃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덕분에 다 죽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차를 빼달라 이 말인 거죠?”

 

 건우의 물음에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빼기 위해 다가간 꽃밭은 정말 심각했다. 어찌나 잘 즈려밟아 놨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일부러 그랬다고 의심한다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건우가 차를 빼는 동안 여자는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무슨 짓을 해도 소생 불가능한 꽃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내가 너희들은 어떤 마음으로 심고 길렀는데 이렇게 인사도 없이 황망하게 가버릴 수가 있니. 인생 참 허무하다. 그치? 울지마. 나도 너희들만큼 속상하다고.”

 

 식물에게 말을 거는 여자를 보며 건우는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중에 비슷한 배역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극중에서는 재개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추격전이었다. 천안의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건우는 자신을 쫓는 무리들을 피해 열린 아파트 문 안으로 몰래 숨어들었었다. 그 안에는 몰래 작은 방의 문 뒤에 숨어 문 밖의 발자국 소리에 집중한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흘러 발자국이 멀어지면 계속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집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가 그제야 귀에 들어온다. 거실이며 베란다며 온통 크고 작은 식물로 가득했다. 분무기를 들고 열심히 물을 주며 할머니는 끊임없이 식물들에게 말을 걸었었다.

 

 ‘흙이 바짝 말라버렸네. 아무래도 내가 자꾸 너를 잊어버리는 이유는 네가 너무 그 안쪽에 있어서 같다. 자. 이리로 나어렴. 다시는 널 잊어버리고 물을 안 주는 일은 없을 거야. 어제는 미안했다.’

 

 대충 이런 대사였던 것 같은데. 그리고 건우가 들어왔던 길을 몰래 빠져나갈 때가 되어서야 인기척을 느낀 할머니가 고개를 돌리지만, 이미 방 안에는 그녀 혼자다. 아니. 물론 식물에게 말을 거는 노인의 입장에서는 혼자가 아니었겠지만.

 

 “내가 집주인한테 보여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너희들은 알지? 매일 와서 가꾸고 또 가꾸고, 영양제도 사서 먹여주고. 이런 내 노력을 이젠 누가 알아주려나.”

 “제 매... 아니. 운전기사가 실수를 한 거 같습니다. 어제는 날도 어두웠고 또 비까지 와서 앞뒤 분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절대 고의는 아니었을 겁니다.”

 

 건우는 절대로 자신이 운전대를 잡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그래도 저희 차로 피해를 본 건 명백한 사실이니 꽃밭을 처음과 같은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보상...이요?”

 

 보상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얼굴이다. 물론 보상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척’이라 한들 상관없었다. 그녀가 받지 않는다 해도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손에 쥐어주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꽃 심으신 뒤에 영수증 가지고 오시면 복구비용은 다 저희 쪽에서 지불하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필요한 게 있으시면 따로 말씀해 주세요.”

 “그 외의 필요한 다른 것도 모두 그쪽에서 도와주시는 거예요?”

 

 그럼 그렇지. 이제야 본심이 나오는 모양이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근데 이 집에서 오래 머무르시나 봐요.”

 “네, 뭐.”

 “저는 매일 아침마다 녹차랑... 아, 저 강아지 이름이 녹차예요. 임녹차.”

 

 어련하시겠어요. 건우가 삐딱하게 자세를 고쳐 잡았다. 얼른 용건만 간단히 하라는 듯이.

 

 “제가 녹차 밥을 챙겨주러 매일 여기 오거든요.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뭐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저는 요 아래 담장에 호박넝쿨 있는 집에 살거든요.”

 “할 말 다 끝나셨나요?”

 “예? 아... 실례지만 그럼 하나만 더 물어도 될까요?”

 

 선글라스 안에서 건우의 한 쪽 눈썹이 휘어올라갔다. 그녀는 보이지 않을 테지만, 더 할 말이 남았어? 하는 얼굴이었다.

 

 “이 집이요. 어떻게 들어가신 거예요? 그러니까, 집주인이 허락한 거죠?”

 “그럼 집 주인 허락도 없이 들어와 살겠습니까.”

 “그, 그렇죠.”

 “용건 끝나셨으면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고개를 끄덕인 건우가 여자를 등지고 돌아섰다. 속으로 왕재수라 엄청 욕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뒤에서 의외로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히 가세요! 저는 녹차 밥만 주고 돌아갈 게요!”

 

 뭐 저런 여자가 다 있담. 혹시 내가 누군지 알아본 거 아니야? 고개를 갸웃거린 건우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줌마. 저 왔어요!”

 

 녹차 밥을 챙겨준 아영이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마을의 유일한 목장이었다.

 

 “아줌마?”

 “어, 어. 아영이 왔구나. 오늘은 조금 늦었네?”

 “네. 늦잠을 잤거든요.”

 

 아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아줌마께선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

 

 업소용 냉장고에서 하얀 우유를 꺼내든 박정숙이 제법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말이다. 어제 녹차 집을 확인하고 내려오는 길에 범인을 본 거 같아.”

 “범인이요?”

 “왜, 있잖니. 요즘 우리 동네에 자주 출몰하는 속옷도둑!”

 “정말이에요? 어떻게 생겼는데요?”

 “하아. 바로 그게 문제야. 너무 급하게 도망치느라 얼굴이 기억이 안 나거든.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영이 너 문단속 잘하고 자야 한다.”

 

 아영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있던 삼 천원 지폐를 내밀었다. 박정숙은 되었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아영은 억지로 그녀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었다. 우유를 살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그들만의 실랑이었다.

 

 “하여간에. 고집도 세다니까.”

 “이래야지 제가 부담없이 우유 사먹으러 오지요. 만날 공짜로 받아먹으면 죄송스러워서 어떻게 오겠어요.”

 “하기사. 그것도 맞는 말이라 할 말은 없다만... 그나저나 어제 서울은 왜 간 거야?”

 “아 맞다.”

 

 아영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어보였다.

 

 “저 드디어 작가됐어요. 동화책 작가!”

 “어머! 저번에 말했던 그?! 책이 벌써 나온 거야?”

 

 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정숙은 어제의 아영처럼 흥분해서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다.

 

 “책은 어디있어?”

 “집에 있어요. 늦잠 자느라 챙겨올 겨를이 없었거든요. 내일쯤 책 많이 보내준다고 했으니까, 그거 도착하면 정식으로 선물해 드릴게요.”

 “어머.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여하튼 너무 잘됐다. 얘. 호박할머니가 네 책이나 보고 가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게 말이에요.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서둘러 가셨는지. 아영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웃어보이는 것 뿐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4) 2017 / 11 / 25 211 0 4864   
3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3) 2017 / 11 / 25 207 0 5362   
2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2) 2017 / 11 / 25 211 0 5383   
1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1) 2017 / 11 / 25 335 0 564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