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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을 부탁해
작가 : 안작가
작품등록일 : 2017.11.24

배우 황건우와, 동화작가 임아영의 로맨스

 
수상한 마을의 이상한 여자(2)
작성일 : 17-11-25 21:27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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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로 부쳐주겠다니까. 뭘 수고스럽게 서울까지 올라왔어요.”

 “제 손으로 직접 받고 싶어서요. 제 첫 작품이잖아요.”

 

 버스에서 기차로, 기차에서 지하철로 환승하면서 까지 서울에 올라온 아영을 담당편집자가 반겼다. 출판사가 들어선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아영이 들고 있던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제가 담근 레몬청이에요.”

 “어머. 선물은 내가 드려야 하는데!”

 “아니에요. 그리 비싼 것도 아니라서 부담 가지시면 제가 민망해요. 제 첫 출간 맡아주신 담당자님이신데 뭐라도 드리고 싶어서...”

 

 아영이 화장기 없이도 예쁘장한 얼굴 위로 수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부담 없이 고맙게 받고, 맛있게 잘 먹을게요.”

 

 아영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편집자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13층으로 향하는 버튼과 문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

 

 “책은 내가 꼼꼼히 확인했어요. 오탈자도 없고 색감도 아주 잘 나왔어요. 아마 아영씨 마음에도 쏙 들 거예요.”

 “정말요?”

 “그리고 무엇보다 책 내용이 정말 좋아요. 열과 성을 다해서 아무리 그럴 듯한 책을 만들어내도 내용이 부실하면 나는 그건 좋은 책이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영씨 책은 정말 최고예요.”

 

 편집자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보였다. 아영의 입이 찢어질 것처럼 벌어졌다. 어느 작가에게나 다 하는 입에 발린 말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아영이 지금 자신의 첫 작품과의 대면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 책을 받아보기도 전인데 설렘과 긴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누가 보면 대단한 상이라도 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편집자는 본인의 책상 옆, 높게 쌓인 수많은 책들 중 가장 위에 놓여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아영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저게 정말 내 책이라고?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받아요.”

 

 하지만 딱딱하고 반들거리는 하드표지가 손에 닿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자신이 쓴 글이 정말 책으로 만들어 지다니. 아영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정말 제 책인 거죠?”

 

 아영의 광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 미소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아영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편집자도 오랜만에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가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동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중에 차기작 나오면 꼭 나한테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해요?”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책을 품에 꼭 끌어안은 아영이 웃으며 또 한 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출판사에서 나온 아영이 지하철역을 찾아 들어갔다. 코앞에 타고 내려가야 할 에스컬레이터가 있건만 그녀는 그곳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여기 어디쯤이라고 했는데.”

 

  그리곤 입구와 이어진 길목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마침내 원하던 것을 찾은 듯 걸음을 멈추었다.

 

 “찾았다.”

 

 ‘1022. 하진석 생일 축하해.’

 ‘진석아 Happy Birthday. 꽃길만 걷자.'

 

 그곳에는 배우 하진석의 생일을 맞아 그의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제작한 커다란 생일광고판이 있었다. 아영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찰칵. 찰칵. 사람들의 시선 따위야 어찌됐건 다양한 각도에서 원하는 만큼의 사진을 찍고나서야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떴다.

 

 

 *

 

 

 현석이 운전대 앞으로 빼꼼이 고개를 내밀어 보았지만 이러나저러나 쏟아지는 폭으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이상하다. 이 근처인 게 분명한데... 그쪽엔 뭐가 보이십니까?”

 눈까지 모자를 푹 눌러쓴 건우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몇 번이나 타박이 날아오고도 남았을 텐데 오늘의 그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혹여나 건우가 사람들의 비난에 크나큰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닌가 문득 걱정이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된 건, 한 대표 그 인간 잘못이지 형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고개 숙이지 마십쇼. 어깨 당당히 피시고... 예? 뭐라고요?”

 

 분명 건우가 뭐라 중얼 거린 거 같은데. 현석이 건우의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되물었다.

 

 “뭐라 하셨는지 못 들었습니다. 한 번만 다시... 엥?”

 

 현석이 무심코 들여다 본 모자 아래의 건우는 눈을 감고 있었다.

 

 “형님! 설마 여태 주무시고 계셨던 거예요?!”

 

 현석의 외침에 건우가 그제야 몸을 뒤척이며 눈을 떴다. 태평하게 기지개까지 켜고 나서야 그는 주변을 둘러볼 정신이 생긴 건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도착했어?”

 “도착은 진작했죠. 그런데 비도 오고 너무 어두워서 어디가 어디인지 도통 감도 못 잡겠어요. 계속 똑같은 자리만 빙빙 돌고 있는 것 같고.”

 “네가 잘못 찾아와 놓고 엉뚱한 데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절대 아닙니다.”

 

 현석이 바득바득 이를 갈며 건우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그런 작은 발악이 건우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건우가 ‘뭐.’하고 눈 도리어 차갑게 쳐다보자 현석은 발에 채인 강아지 마냥 깨갱하고 물러서야 했다.

 

 “그런데 이 동네, 비가 와서 그런지 좀 으스스하지 않습니까?”

 

 현석이 재빨리 말을 돌렸다.

 

 “사람이 살긴 하는지 여태 사람이 지나가는 걸 한 명도 못 봤어요.”

 “그럼 저기 앞에서 걸어오는 저 사람은 귀신이란 얘기냐.”

 “예? 어디요?”

 

 건우의 말 그대로였다. 헤드라이트가 닿지 않는 곳 멀리서 흐릿한 사람의 형체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왼손에는 기다란 장우산을 들고 오른손에는 개의 목줄을 잡고 있는,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가 그들의 헤드라이트를 피해 길 가양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현석은 남자가 그냥 지나쳐 갈 새라 재빨리 창문을 내려 그에게 말을 걸었다.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저희가 길을 잃어 그런데 혹시 여기 이 주소...”

 

 그러나 현석은 사내에게 끝까지 질문을 할 수 없었다. 한 번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그가 유유히 차를 지나쳐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저... 무시당한 건가요?”

 

 현석이 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꽤나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건우는 얄미운 미소를 얼굴에 띠운 채 어깨를 으쓱이는 게 고작이었다.

 

 저 인간한테 뭘 바래. 현석이 다시 차를 출발 시켰다. 그러다 얼마 못가 또 다른 사람이 이번에는 제법 빠른 속도로 그들의 차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한 쪽이 부러져 제 기능을 반 밖에 하지 못하는 우산을 쓴 어떤 중년의 여자가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곤 경보하듯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알아내겠어. 현석이 또 다시 열린 창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며 그녀를 불렀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현석의 목소리에 필요 이상으로 화들짝 놀란 그녀는, 두려움에 찬 얼굴로 제자리에 가만히 뒷걸음질 하다 걸어왔던 그곳으로 냅다 줄행랑을 쳤다. 망가진 우산까지 땅에 내팽겨 질 정도로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하! 이번에는 완전히 흉악범 취급인데요?”

 

 현석이 상처받을 표정을 지으며 위로가 필요하단 눈빛을 건우에게 보냈다. 그러자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그를 외면했다.

 

 “아이, 참! 너무 하신 거...”

 

 현석이 그런 그를 보며 투덜거리는 데 문득 전방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누군가 그들을 훔쳐보고 있는 느낌. 그리고 그건 비단 현석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건우와 현석이 두려움에 찬 얼굴로 천천히 앞 유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도 같이 가!”

 

 우르르 쾅쾅!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번쩍였다. 그러더니 백발의 노인 하나가 자동차 보닛에 몸을 던지며 마구 앞 유리를 두들겼다.

 

 “흐익!”

 “으아악!”

 

 현석이 기겁을 하며 손에 잡히는 휴지를 집어던졌다. 건우 역시 새파래진 안색으로 안전벨트가 무슨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꽉 붙들었다.

 

 “문 열어! 문 열어! 나도 데려가! 나도 갈 거야!”

 

 손바닥으로 마구 앞 유리를 두드리는 노인의 힘은 차가 흔들릴 정도로 강했다. 건우와 현석이 서로를 마주봤다. 마치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듯이 말이다.

 

 “나가봐.”

 “제, 제가요?”

 “그럼 내가 나가리?”

 

 그러나 역시 의미 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현석이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려던 그 순간, 이번에는 험상궂은 얼굴의 중년의 남자가 등장했다. 잔뜩 성이 난 것 같은 얼굴. 씨익- 씨익- 거친 숨을 내뱉는 남자가 노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이 무언가 잘못 됐음을 느끼고 건우가 슬며시 핸드폰을 집어든 그 순간.

 

 “아이고! 어머니. 비가 이리 오는데 우산도 없이 어쩌려고 혼자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습니까!”

 

 어머니? 건우와 현석의 얼굴에 그제야 안도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얼른 내려오세요! 남의 차에서 이게 무슨 민폐예요.”

 

 남자가 자신의 우산 안으로 그의 어머니를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주먹 쥔 손으로 운전석 창문을 툭툭 두드렸다. 현석이 재빨리 창문을 열었고 건우는 쓰고 있던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비가 오시는 날이면 몰래 나와 돌아다니시는 버릇이 있으셔서...”

 “저흰 괜찮습니다.”

 

 현석은 남자가 떠나기라도 할까 얼른 건우의 손에 들린 핸드폰을 빼앗아 남자의 얼굴에 빠짝 들이밀었다. 그 안에는 이층짜리 단독 주택의 사진이 있었는데 남자는 난시가 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멀찍이 떨어져서야 그 집을 알아봤다.

 

 “아. 이 집? 잘 알죠. 그런데 이 집 주인이 집만 지어놓고 몇 년째 두문분출 한 다던데. 외국인 갑부라는 소리도 있고, 집에 들어오기 전 날 사고가 나서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그 쪽이 주인이었소?”

 “아... 그건 아니고...”

 

 현석이 난감해 하는 얼굴 표정은 짓자 남자는 어느 쪽이든 딱히 상관없다는 듯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바로 앞에서 헤맸네요. 바로 저 앞이올시다.”

 

 그가 가리킨 곳엔 울창한 나무들 밖에는 없었다. 숲으로 향하는 길인 줄 알고 여태 몇 번이나 그냥 지나쳤던 곳이었다.

 

 “저기라고요?”

 “숨어 살고 싶었는지 어쨌는지 주인 양반이 집 주변으로 나무를 엄청나게 옮겨와 심었어요. 뭐, 그래도 우린 매년 열리는 열매를 나눠주니까 좋긴 한지만. 무튼 실례했어요. 어머니 감기 들기 전에 빨리 가봐야 해서.”

 

 그는 인사를 하고 떠났다. 건우는 얼른 들어가서 따끈한 욕조에서 몸을 녹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한편 현석은 무언가 걸리는 게 있는 지 선뜻 차를 출발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얼른 안 가고 뭐해. 저 앞이라잖아.”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하긴, 뭐가.”

 “저 할머니 말입니다. 혹시 저희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 까요?”

 “무슨 소리야. 그게.”

 “생각해 보십쇼. 분명 ‘같이 가자고. 데려가 달라고’ 했어요. 그 말이 무슨 뜻이겠냔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노인이 홀로 빗길을 헤매고 있도록 놔 두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요.”

 

 현석의 말에 건우와 그는 동시에 뒤를 돌았다. 노인의 팔을 단단히 잡은 남자가 벗어나려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확실하지도 않은 걸로 사람 오해하고 그럼 못 써. 정말 그랬다면 마을 사람 누군가가 진작 신고했겠지.”

 

 건우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날카로운 한 마디를 던졌다.

 

 “역시 그렇겠죠?”

 

 마음 한 켠이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건우의 말에 위안을 삼은 현석이 애서 멀어지는 그들을 외면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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