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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녀를 부탁해!
작가 : 윤하라
작품등록일 : 2017.11.24

몰락한 왕국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핏줄, 하원. 목숨을 걸어가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하원을 주운 카넬리안. "죽고 싶지 않습니다." 황실에 맞서서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카넬리안과 하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걸 바치려는 카넬과, 기꺼이 마녀가 되기로 한 하원의, 목숨을 건 로맨스!
[ha0ra0yoon@gmail.com / twitter.com/Hara_yn]

 
4화. 소문의 목적
작성일 : 17-11-25 14:19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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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부터 시레네 출신이라면 황궁으로 끌고 간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아, 쓰러져 계신 동안이라 모르셨군요.”

  “…왜죠?”

  “그거야, 황실이 하시겠다는데 저희 같은 평민이 알겠습니까.”

 

  카넬리안의 어조에는 비아냥거림이 섞여있었다.

 하원은 곧바로 이틀 전을 떠올렸다.

 그 남자가 황실과 가까운 귀족이었나, 하고 생각했다.

 하원이 아는 제국의 황실이란 피의 축제를 즐기는 집단이었다.

 하원은 또다시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혹시, 제국신문이 있나요?”

  “아. 네. 어제와 그저께 신문이 있습니다.”

 

  카넬리안이 찬장을 열어 신문을 꺼내는 동안, 하원은 손을 쥐었다 펴며 긴장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동지들은 괜찮을 것이고, 모두들 멀쩡할 것이다.

 황실에서 퍼뜨린 헛소문일 것이다.

 모두 무사할 것이다.

 

  “여기, 신문입니다.”

 

  하원은 앞면부터 기사를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시레네와 관련된 기사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하원은 어제 신문에서 꽤 쓸모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수도의, 보델로 자작 영식, 치명상…….”

  “아는 사람입니까?”

  “아뇨. 짐승에게 공격당했다기에.”

 

  하원은 피식, 하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보델로 가였구나, 나를 짐승으로 만들어준 집안이.

 

  황실과 부딪힐 기미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하원의 유민들 중 일부는 신의 종이 되기도, 황제의 개가 되기도 했다.

 하원은 모두를 지킬 수 없었고, 그들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짐승으로 죽는 삶을 피하기 위해 택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발버둥 치면 뭐하나. 이렇게 파리 목숨인 삶인걸.’

 

  홍등가는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원은 홍등가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예명이 대부분 시레네의 이름이었음을 기억했다.

 왕국이 멸망한 후부터, 시레네 출신이라는 여자들이 잘 팔렸기 때문이다.

 마녀의 자손이라는, 시레네의 여자를 함락시키고 싶었던 남자들 덕택이었다.

 

  “그런 소문이 돈 건, 일주일 쯤 된 것 같습니다. 시장을 돌면 다들 그 얘기를 하더군요.”

  “일주일…, 그래요?”

 

  다행이었다. 최소한 하원 때문에 하원의 사람들이 잡혀가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황실에서, 왜 갑자기 동지들을 괴롭히는지 알아봐야 했다.

 

  “좀 더 자세한 얘기는 없었나요?”

  “아, 음…, 네. 아무래도 시레네 난민들은 숨어 다니니, 주위에 누가 잡혔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하원의 동지들은 생각보다 수도에 꽤 많았다.

 지방보다 수도에서 살아가는 편이, 몸을 숨기기 쉬웠고 잡히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부는 대놓고 시레네의 이름을 쓰며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카넬리안은 누군가가 잡혔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황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하원의 종속들을 실제로 잡고 있다면, 황실에서는 제국신문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을 것이다.

 제국을 더럽히는 마귀의 그림자, 드디어 잡아내다. 와 같은 온갖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가며.

 하지만 소문만 돌고 있다면, 그것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임이 틀림없었다.

 

  “혹시 담배 피우시나요?”

  “아뇨. 집에 있긴 합니다.”

 

  카넬리안이 갖다 준 담배는 다행히 하원이 즐겨 피우는 독한 종류였다.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내며, 멍하니 담배 연기를 바라보았다.

 

  “혹시…, 시레네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까?”

  “그렇진 않아요. 다들 먹고 살기 바쁘죠. 왜죠?”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하원을 중심으로 음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중이었다.

 황실이 제국신문을 통해 종종 터뜨리는 ‘마귀의 그림자’ 소식은 과장이 있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위험에 처한 동지를 구하기 위해, 맞서 살아남을 힘을 얻기 위해, 모두가 목숨을 걸고 있었으므로.

 

  “그림자들이 실제로 활동한다면, 의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원은 소파에 앉아 담배를 빨아내며, 연기 사이로 흔들리는 카넬리안의 눈동자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황실 기사에게 도망 다니는 처지라, 복수라도 하고 싶은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원은 그대로 이용해줄 생각이 없었다.

 

  “저도 그림자들이 진짜 활동하고 있다면, 참 좋겠다고 바라고 있어요.”

  “그렇습니까…….”

 

  왠지 아쉬워 보이는 카넬리안을 보며, 하원은 고개를 돌렸다.

 오늘 저녁에 유곽에 들어가 자화를 찾아야 했다.

 카넬리안을 떼어 두고, 아무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었다.

 새로운 옷을 입어야겠구나.

 하원은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푹, 내쉬며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친구가 무사한지, 친구를 찾아야겠어요.”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음……, 괜찮아요.”

  “혹시, 친우께서 시레네 사람이라면, 저에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하원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제국의 사람이 그림자를 찾는 일은 드물었다.

 그림자를 찾는다면, 대부분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다른 이의 복수를 요구하는 의뢰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그림자란, 일원 모두가 무장한 집단이며 위험한 단체였다.

 

  “소개는 해드릴 수 있지만, 이후의 일은 장담할 수 없어요.”

  “감사합니다.”

 

  하원의 말에, 그림자가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 담긴 것을 눈치 챘는지 카넬리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웃어보였다.

 하원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식사할 만 한 거리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하원은 이제 뻔뻔하게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카넬리안이 그림자의 힘을 원하고 있다면 하원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줄 것이고, 하원은 그 도움을 최대한 받는 것이 유리했다.

 지금처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판국이라면 더더욱.

 

  “식사하세요, 하원.”

 

  카넬리안이 차려준 식사는 간단한 요깃거리였다.

 따뜻하게 데운 빵 한 조각을 베어 물며, 하원은 부엌의 창밖을 보았다.

 다행히 해가 지기엔 조금 일렀다.

 대충 허기를 채우고 나가서 자화를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

 

  “챙겨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

 

  카넬리안은 하원의 맞은편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를 음미하는 카넬리안에서 귀족적인 태가 났다.

 분명 성은 없다고 했는데.

 커피 잔을 감싼 카넬리안의 손을 찬찬히 살폈다.

 검을 사용하는 기사의 손이었다.

 

  “손이 예쁘네요.”

  “굳은살투성이 손일뿐입니다.”

 

  쑥스러워하는지, 카넬리안이 고개를 푹 숙였다.

 카넬리안의 얼굴에선 부끄러움과 회한이 섞여 있었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구나.

 하원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친구 분은, 어디에 사십니까?”

  “어디겠어요. 홍등가의 중심이죠.”

 

  고개를 푹 숙이는 카넬리안의 귀는 시뻘게져 있었다.

 이 거리에서 살기에 여자를 많이 사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생각보다 귀하게 자란 사람인가보네.

 하원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카넬리안을 보며 성긴 웃음을 지었다.

 

  “…그렇군요.”

  “네. 영업시간에 맞춰 가는 편이 나으니까, 가장 어두울 때 갈 거예요.”

 

  달이 가장 높이 뜬 시간은 해당화의 거리가 가장 붐빌 때이다.

 함부로 꺾어도 되는 여자들이 거리를 나다니며 손님들에게 손을 내미는 시간.

 분명 이 남자는 그 시간에 한 번도 집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제 뒤에 붙어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쓸려갈 거예요.”

  “…네.”

 

  하원은 카넬리안이 대접한 빵과 커피를 모두 먹었다.

 해가 지는 틈을 타, 하원은 시장에 들러 가장 노출이 심한 옷을 샀다.

 가슴과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속옷과 살갗이 비치는 커다란 천.

 거리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살고 싶어 할수록 살을 드러냈다.

 

  “제 손을 잡으세요. 다른 곳으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거리의 여자처럼 옷을 갈아입은 하원은 카넬리안의 손을 꼭 잡아끌며 거리의 중앙으로 향했다.

 흰 달이 휘영청 떠 있는 거리에 떠오른 수많은 붉은 등.

 간드러지는 웃음소리와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카넬리안은 정신을 못 차리는지 하원이 잡아끄는 대로 끌려오고 있었다.

 

  “여기, 자화가 어디에 있지요? 여기 자화를 찾는 손님이라.”

  “자화는 여기의 가장 안쪽 방에 있어요. 영업 시작시간에 맞춰 오다니, 많이 고픈 손님인가 보네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갈색 눈을 접어 웃으며 하원에게 길을 안내했다.

 

  “어머, 오랜만이네요.”

  “무사해서 다행이야, 자화. 소문을 듣고 걱정했어.”

  “저는 멀쩡해요. 근데 뒤에 계신 분은 누구지요?”

 

  자화는 하원의 언니 같은 사람이었다.

 하원이 왕궁을 탈출한 뒤 구석에서 웅크려 있을 때, 하원을 보살펴 준 고마운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자화는 금갈색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의자에 걸쳐진 숄을 몸에 둘렀다.

 

  “카넬리안입니다. 그림자에서 활동하시는 분입니까?”

  “어머나.”

 

  자화는 재밌는지 입을 가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 남자가 그림자를 찾는 것도, 하원이 이 남자를 데려왔다는 것도 자화에겐 무척이나 재밋거리일 것이다.

 하원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저를 왜 찾아왔는지 이유를 들어볼까요?”

  “수도에 퍼지는 소문을 아실 겁니다.”

 

  카넬리안은 침을 삼키며 하원을 응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자화를 찾아왔다고 했는데 왜 나를 보는 걸까.

 하원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카넬리안의 눈빛을 피했다.

 

  “저를 그림자의 일원으로 받아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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