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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외순찰 십삼조2
작성일 : 17-11-24 21:25     조회 : 380     추천 : 0     분량 : 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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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

 

 “왜 그러시오, 조장?”

 

 동혈 저편에서 걸어오던 백현(伯玄)이 별일이라는 듯 입을 비죽거렸다.

 

 백현은 삼십대 후반으로, 왕고참에 속했다. 어려서 가난한 부모에게 내다팔린 이후로, 상가에서 죽도록 일만 하다가, 녹림패에 끌려가 얻어맞으면서 칼질을 배웠다는 그는, 성정이 불같긴 해도 뒤끝은 없었다. 고생을 한 탓인지, 남을 챙기는 면이 있었지만, 자신의 마음씀씀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사중혁, 봤어?”

 

 척유한이 담담하게 물었다. 이번이 대체 몇 번째일까. 같은 말을 지겹게도 되풀이했다는 것 뿐, 횟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십만 팔천 구백 이십 오번 째!

 

 척유한에게 주어진 생(生)의 반복은 어느덧... 일이 만 번을 훌쩍 넘어, 백십만 번째를 넘어섰다. 그 때마다, 각양각색의 일들이 펼쳐졌다.

 

 동굴이 새롭게 모습을 바꾸면서, 다른 구결을 얻기도 했다. 십만 번을 넘나드는 동안에는, 전혀 다른 곳에서 눈뜬 적도 많았다. 그때까지 얻은 구결들을 새롭게 조합하려 애써보기도 한 때였다.

 

 척유한의 무공도 가파르게 향상을 거듭했다. 터무니없게도 그것은 동혈 벽면에서 얻게 된 구결 덕분이었다.

 

 사실, 순찰 십삼조의 무공은 그다지 강맹하지 못했다.

 

 맹에서 얻은 무공은, 태산파의 분광검법(分光劍法)이었는데, 전반부 십팔수는 온전했지만, 후반부 십이수는 아예 전수받지 못했다. 핵심이라 할 알맹이가 쏙 빠져버린 것이다. 순찰조의 업무 특성 상,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맹의 방침 때문이었다.

 

 질풍대나 창룡검대와 같은 정예 타격대나, 맹주 수호대, 창궁수호대처럼 호위를 전문으로 하는 무위대(武偉隊)가 아닌 이상, 구파일방의 핵심 무공을 전수해줄 리는 만무했다.

 

 더구나, 십삼 조는 구성원들의 출신조차 잡다하고 불분명했다. 입 밖에 드러내어 말하진 않았어도, 조원들조차 한 가지 사실을 짐작했던 것이다.

 

 자신들은 일정기간 쓰고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맹에서 받은 무공으로 이름을 떨치기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랬거늘...

 사이하기 짝이 없는 동혈과 터무니없는 연(緣)을 맺게 된 것이다.

 

 암동구결!

 그 내용은 무척이나 독특했다.

 언젠가 사중혁이 해줬던 말이 있다.

 

 ‘어쩌면 이 동굴은... 인간의 심부(心部)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 있는... 증오악심과 같은 것을 연료삼아서 기동하는지도 모릅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떠올린 덕분에, 척유한은 비로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타 무공의 경우에도, 비급을 통해 구결을 얻었다 쳐도, 핵심 요결을 깨닫지 못하면 빈껍데기로 그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초식은 흉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내면의 의미를 수반하지 못하면, 실전에서 그 무공을 써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경지로 올라설수록, 깨달음이 중요한 법.

 좋은 스승의 가르침이 절실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척유한은 참으로 괴악한 인연을 만난 셈이었다.

 동굴에 적힌 구결이 무엇이건... 그것만으로는 무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운 좋게 한두 번은 되살아났을지 몰라도, 결국은 심장을 빼앗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삶이 반복되는 기사(奇事)도, 허무하게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원수일 수밖에 없는 사중혁이 내뱉었던 말이야말로 골수(骨髓)에 스며들 듯이 도움이 되었다.

 

 또 한 가지!

 공력이 증진하는 동안, 사중혁과의 반복되는 혈투 역시 척수(脊髓)와 근골(筋骨)을 기본부터 뒤바꿔 놓는 무한 제련의 역할을 했다. 초식의 정묘함을 극한으로 갈고 닦을 수 있던 것도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예컨대... 이전 생의 죽음을 돌아보며, 반복 시에는 약점의 보완을 꾀할 수 있었고,

 

 그뿐인가.

 

 누구도 생각 못할, 지나칠 정도로 대담한 출수조차 시도해볼 수 있었다. 어차피 다음 생이 올 것이기에, 이번 삶을 내어주는 셈치고 도박 같은 도전을 감행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적대자인 사중혁이 강맹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눈을 뜬 척유한이 매번 강해졌다고 자부해 보아도, 믿기 어려울 만큼, 사중혁은 언제나 두세 수 우위에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어우러지며, 암동 내부를 무한수련의 장으로 만들었다. 어느새, 동굴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까맣게 잊고 있는 척유한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견딜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단 한 가지!

 어떤 경우에도... 조원들을 구할 수가 없었다.

 

 물론 척유한 본인도 수없이 죽어야 했지만, 깨어날 때는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조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쩌면 죽을 때 심장을 빼앗겨서 그런 것일까. 암동의 교묘하고 독랄한 안배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척유한이 광분하여 사중혁을 잡으려 들 때마다,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어오는 조원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중혁이가 그럴 리 없다’며 감쌌고, 심지어 척유한을 말리려 들기도 했다.

 

 설명할 시간도 없었거니와, 말해준다고 해도 쉽사리 믿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결국... 매번 눈을 부라리며 명령했다. 차라리 그러는 편이 속편했다.

 

 하지만, 사중혁을 보는대로 죽이라고 명해봤자 소용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빌어먹게도 생명체처럼 살아 꿈틀거리는 동혈의 작용 때문이었다. 조원들은 반드시... 척유한과 헤어지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암동에서 독무(毒霧)가 뿜어져 나오기도 했고, 때론 도검이 불쑥 튀어나왔다.

 

 구결을 전해주기도 했고, 자신의 뒤만 따르게 해 본 적도 있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동굴 안의 준엄한 규칙이라는 듯, 그것만은 조금도 거스를 수 없었다.

 

 

 “중혁이 녀석이라면 아까 전에...”

 

 백현이 가뜩이나 큰 눈을 멀뚱거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하는 얼굴이었다.

 

 “책자를 들고 달려 나간 뒤로 못 봤소이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저벅!

 

 “......”

 

 척유한은 백현에게 다가갔다. 머릿속에는 무수한 기억과 함께 만감이 교차했다. 이 순간, 척유한은 이들을 살리려는 노력들이 소용없다는 것을, 비로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조... 조장...?”

 

 “생각해봐.”

 

 척유한이 물었다. 심드렁한 얼굴. 맹 한구석, 잡초들만 무성한 순찰조 휴식 구역에서, 식사 후 농이라도 건네는 말투였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도리어 각을 잡는 백현이었다. 경험 많은 사내답게, 척유한의 나직한 말투에서 도리어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말해봐, 아무거나 다.”

 

 척유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직전의 생이 떠올라서였다. 그때 백현은 척유한과 칼부림을 벌였다. 척유한 때문이었다. 자제하던 참을성이 뚝 끊기며 폭발을 했었다. 분을 못 참고, 살기 띤 얼굴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눈을 뜨자마자 애먼 조원들을 후려치며, 살고 싶으면 사중혁을 죽여버리라고 광소를 터뜨렸다. 그뿐이었다면 좋으련만, 차라리 내 손에 죽으라며 검까지 뽑았던 것이다.

 

 백현은 다른 조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도를 뽑아들 수밖에 없었다.

 

 “백현...”

 

 “네, 조장.”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조장.”

 

 “뭘 아는데?”

 

 “그러니까, 뭐가 됐든 말입니다.”

 

 “웃기는 소리.”

 

 “조장은 수색 심삼조의 하늘 아닙니까. 그러니 뭐가 됐든 간에...”

 

 “죽였었다, 널.”

 

 “네......?”

 

 “똑똑히 들어라.”

 

 “조...조장...”

 

 “내가 널 베었단 말이다, 알아듣겠어?”

 

 “그러...셨습니까?”

 

 “못 믿겠나?”

 

 “믿겠습니다.”

 

 “잘나빠진 네 만악도(萬惡刀)도...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더군.”

 

 “조장의 분광검법이라면, 능히 그럴 만...”

 

 와락!

 

 척유한이 백현의 멱살을 틀어쥐고 말했다.

 

 “목을 베었을 뿐이다. 네 심장은,”

 

 척유한보다 머리통 두엇은 커다란, 육중한 사내가 순식간에 지면에서 발이 떨어져 허공에 매달렸다.

 

 “...건드리지 않았다.”

 

 척유한이 자신의 팔뚝 위에 매달린 백현에게 토해내듯 빠르게 말했다.

 

 “커...커흡!”

 

 백현의 숨이 턱에 차 올랐다. 하지만 표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백현이 희미한 숨과 함께 답했다. 벌개진 얼굴이 차라리 편안해 보였다.

 

 “젠장!”

 

 휘익!

 

 척유한이 내팽개치듯 백현을 밀쳐내며 외쳤다.

 

 “목을 베었을 뿐이란 말이다!”

 

 “커허어억...!”

 

 백현은 땅 위에 주저앉아 시뻘게진 목덜미를 움켜잡고 숨을 쉬었다. 무슨 말인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네 심장만큼은... 안전하게 남겨뒀었다. 털끝하나 안 건드리고.”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 척유한은 중얼거렸다.

 

 “너 말야...!”

 

 거친 숨을 토하는 옆을 지나쳐 걸으면서, 척유한이 내뱉었다.

 

 “앞으론 그렇게 살지 마라.”

 

 “...무... 무엇을...?”

 

 “무슨 잘난 도덕군자라고! 좋은 일 하면 남들한테 생색도 좀 낼 것이지!”

 

 백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잠시 생각한 백현이 답했을 때.

 

 “다 늦었어.”

 

 어리둥절해 하는 백현을 뒤로 한 채, 척유한이 한 손을 휘휘 내저으며 걸어가면서 말했다.

 

 “네...?”

 

 척유한은 백현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라는 건... 없을 테니까.’라고, 눈빛으로만 말했다.

 

 아울러서,

 

 ‘일격이었으니까, 그래도... 죽을 만은 했을 거다.’

 

 그 말은 입 안에 삼켜 버렸다. 입맛이 썼다.

 

 자신의 손으로 백현을 베었다!

 

 그것은 사중혁에게 심장을 꿰뚫리지 않게 하려는 특단의 조치였다. 극단적이긴 해도, 이렇게라도 하면 전생의 경험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미뤄뒀었다.

 

 이 순간, 목 안에 느껴지는 구역감.

 바로 이 더러운 기분을 느낄 것 같아서, 계속하여 망설였던 것이다.

 

 ‘빌어먹게도 내 생각대로구만.’

 

 하지만 마음이 정리됐다. 최후의 수단조차 무위로 돌아갔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홀가분해졌다.

 

 “그런데 조장...”

 

 “왜?”

 

 “심장에도 털이난다는 얘긴 첨 듣습니다, 흐흐흐...”

 

 그 상황에도 너털웃음을 짓는 백현이었다.

 

 “대강 알아들어.”

 

 퉁명스레 한 마딜 뱉고, 내처 걸어가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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