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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뜩이나 힘든 세상, 오지랖까지 넓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하는 수호.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상, 사람과 깊게 엮이는 것 자체가 질색인 재인. 완전 반대성향인 이 둘의 유쾌한 로맨스.

 
7화 - 혼란의 연속(4)
작성일 : 17-11-24 14:37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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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자 워킹맘의 삶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아직 결혼도 안한 수호가 이런 체험을 하는 것도 아이러니 하지만 상당히 노련한 모습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다인아. 코트입어! 신발 신고 얼른 나가자!"

 

 "응! 다 신었어!"

 

 

 다인의 가방을 챙겨서 엘리베이터를 잡자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제길.. 56층에서 내려온 거였나? 손목시계를 쳐다보던 재인은 수호와 눈이 마주치자 약간 고개를 숙이더니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또 보네요."

 

 "...그러네요."

 

 

 좁은 엘리베이터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이 민망해서 다인이를 쳐다보자 아이의 옷이 시선을 끌었다.

 

 

 "오늘부터 꽃샘추위라 감기 걸려. 옷 단단히 입고 가."

 

 

 단추를 꼼꼼히 잠가주자 아이는 좋다고 싱글벙글 거렸다.

 

 

 "가방도 메야지."

 

 "웅.. 가방은 고모가 들어주면 안 돼?"

 

 "다인이 몇 살인데 아직도 가방을 못 들어? 다인이보다 더 조그만 아이도 씩씩하게 잘 메고 다니던데 다인이는 못해?"

 

 "아니야!! 다인이도 잘 들어! 이리 줘."

 

 "어휴 잘 하네~ 우리 다인이."

 

 

 씩씩하게 가방을 메는 아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무표정의 재인이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좀 시끄러웠죠?"

 

 "괜찮습니다. 이렇게 차려입으니 이 아래층 아이는 가끔 마주친 기억이 나네요. 어머니가 아마도 키가 크시고 머리가 길지 않나요?"

 

 "맞아요. 저희 새언니에요."

 

 "음.. 조카가 맞았군요."

 

 "조카 당연히 맞죠! 어제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아직까지 의심하고 계셨어요?"

 

 "뭐.. 장바구니를 들고 아이 손을 잡고 있던 모습이 영락없는 엄마였으니까요. 아이도 엄마라고 부르고.."

 

 "오해할 상황이었던 건 아는데 그래도 결혼도 안한 아가씨한테 애엄마냐고 묻는 건 실례라고요."

 

 "본의 아니게 실례를 했군요. 흠...그나저나 아이가 고모를 참 잘 따르네요. 제가 봤었던 친엄마보다 훨씬 잘 따르는 것 같은데.. 누가 보면 그쪽이 친엄마라고 생각하겠어요."

 

 

 그게 안 좋은건데.. 하아.. 친척들한테는 이미 몇 번이나 들은 소리라 낯설지 않았다.

 

 

 얕은 한숨을 내쉬는 수호를 보며 재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건물 안에서 수호를 다시 봤을 땐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동성애자 인지도 모르던 여자가 자신의 회사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흥분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알고 보니 그 여자도 애가 딸린 사람이라..

 

 크리스도 크리스지만 이여자도 인생이 참 꼬였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며 수호가 반론을 제시했고 옆에 있던 아이는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 저런 눈을 하고 있는데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저번 회사일이 창피해서 아이의 존재를 숨기려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이기적인 발상이라 눈 앞의 여자한테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재인은 옛날부터 여자들이 싫었다.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여자, 피가 섞인 어머니한테조차 분노와 짜증을 갖고 있는데 타인일 뿐인 다른 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오늘 아침에 그 아이가 조카라는 게 확실해졌지만 워낙에 여자에게 색안경을 끼고 살기 때문에 수호의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회사에 출근한 재인은 오전회의를 마치고 오후일정 중 하나인 크리스와의 오찬을 하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크리스 디자인들을 백화점 내에 단독 입점하여 오픈준비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리스와의 만남이 잦은 편이였는데 요즘 그것도 서서히 짜증이 나고 있었다.

 

 

 "그럼 저번에 받았던 디자인들하고 오늘 받은 디자인까지 해서 입점을 한다는 거군요. 디자인들이 다 훌륭합니다."

 

 "재인씨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쑥스럽네요."

 

 "해외에서 인정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죠. 의외로 한식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이곳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식사는 입에 맞으십니까?"

 

 "그럼요.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고....그래서 말인데 혹시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제가 분위기 좋은 바를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 저도 한번 대접하고 싶거든요."

 

 "아네.. 요즘은 입점 건도 그렇고 일이 쌓여서..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가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시구나.. 오붓하게 한잔 하려고 했는데.."

 

 

 정중한 거절에 경복은 살짝 서운해하는 기색을 내비췄다. 저런 눈빛이 재인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공과 사 구분하지 못하고 저렇게 끈적한 눈길을 보내며 접근하니 한두 번도 아니고 재인의 성격상 짜증이 날 만도 했다. 평소 성격이라면 자신의 취향도 아닌 사람이 매달려오면 강하게 내쳤겠지만 일이 관련되어 있는지라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뿌리치는 게 좋을까...아! 순간 아침에 보았던 수호의 얼굴이 떠오르더니 재인은 한쪽 입꼬리를 짓궂게 말아 올렸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어떤 여성분이 저희 회사에 찾아왔더군요. 크리스씨와 아는 사이라며.."

 

 "저랑 아는 사이라고요? 누구..."

 

 "이름이...아. 진수호씨라고 크리스씨와 1년간 사귀던 여자였다고 하던데.. 그쪽에서는 저 때문에 헤어진 걸로 알고 있더군요."

 

 "걔..걔가 재인씨를 찾아왔습니까? 하!..저기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크리스씨가 이반이라는 건 그 계열 사람들이라면 은연중 알고 있던 일이지만 여자도 만날 수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어쨌든 축하할 일 아닙니까? 일반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건데."

 

 "그 수호의 경우는..좀 특이 케이스라.."

 

 "특별한 사람이었나 보군요. 저번에 만났을 때 제가 우린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했지만 그 여자 분과 만나서 잘 얘기해보세요. 자신의 성향을 바꾸게 할 정도의 여자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

 

 

 경복은 자신이 현재 좋아하는 사람은 재인이라고 말하고 싶은걸 참는 눈치였다. 평소에도 철벽같이 굴던 남자인데 1년이나 사귀던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지금 다시 고백한다 해도 들어 줄 리가 만무하고 오히려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당분간은 잠자코 있어야겠다 생각하는 경복과 동시에, 귀찮은 게 나가떨어져 기분이 좋아진 재인은 입가의 미소를 손으로 조용히 가리고 있었다.

 

 

 "하아..진수호 이걸 진짜!!"

 

 

 재인과 헤어지고 난 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경복은 핸드폰 연락처를 뒤져 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더니 1년간 익숙하게 들었던 음성이 들린다.

 

 

 [여보세요?]

 

 "야!! 너 재인씨 회사에 가서 도대체 뭐라 말하고 다닌 거야?!! 미쳤어?"

 

 [누구..? 김경복?]

 

 "그래. 나니까 얼른 말해.. 도대체 재인씨 회사는 어떻게 알고 찾아 간거고 무슨 말을 한 건데?!"

 

 [....하아.. 그 남자가 그래? 나 만났다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야! 사귀다 헤어지는 게 흔한 일이지. 그냥 너랑 나랑 얘기하고 끝나면 될 일을 구질구질하게 재인씨 회사에 찾아가서 말하고 다닌 건 뭐냐고! 너 그것밖에 안 되는 애였어?!"

 

 [니가 남자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지. 나보다 멋지고 능력 좋은 사람이라길래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지 한번 보려고 너 따라 나섰다! 근데 ..하..남자더라? 네 성향에 편견 갖고 욕할 생각은 없는데 솔직히 나도 자존심 상한 건 사실이야. 그 와중에 그 남자가 하는 말이 더 열 받아서 사실대로 말한거고. 나도 남의 회사 찾아가서 그런 말 해댄 건 자랑이 아니지만 너는 뭘 잘했다고 나한테 큰소리인데?]

 

 "사람은 끝까지 겪어봐야 안다고.. 네가 이렇게 집요한 애 일 줄은 몰랐네. 아무튼 다시 한 번 재인씨한테 접근해봐... 그땐 너 가만 안 둘 줄 알아."

 

 [가만 안두면..뚜둑-]

 

 

 열 받은 나머지 수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끊어버렸다. 그 상황에 더욱 열 받을 사람은 보건실에 있는 수호였다.

 

 

 "가만 안두면.."

 

 -뚜둑

 

 "어쩔..껀데..하!! 끊어?! 아오.. 열 받아!! 이 김경복 새끼!!"

 

 

 헤어지고 난 뒤에 쓸데없는 미련 갖을까봐 전화번호도 지워버렸다. 핸드폰 진동이 울려 수취인을 확인했더니 번호로 확인되어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시작부터 화를 내는 남자의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라 금방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남자는 어떻게 말했길래 김경복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

 

 

 접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만 안 둘지 궁금해지는 수호였다. 이미 위 아래층에 살고 있는 사이라 본의 아니게 접근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부디!!추천과 코멘트 부탁드려요♥♥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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