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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9편 - 호구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1-24 01:30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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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호구란 무엇인가. 본래 서로 신체나 무기를 맞부딪쳐 강함을 겨루는 투기 종목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이 호구였다. 그것이야 그저 사전에나 싣기 위해 쓰는 뜻이었고, 입는 사람의 입장에서야 통용되는 의미였다. 실상 호구는 그저 맞기 위해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 실로 호구는 맞으려고 태어난 존재였다. 서로 때리는 싸움이 있자면, 맞는 쪽이 있어야 하는데 목숨을 판돈으로 걸어 놓으면 싸움이 금방 끝이 나고 만다. 그렇기에 싸움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그 구경꾼도 볼거리를 오래도록 잃지 않도록 할 때에 호구가 호구로서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

 

  작은 배를 타고 키세 섬 선착장에 도착해, 정박비로 20골드를 지출하고 걷다가 실수로 어깨를 한 번 부딪친 것을 가지고 치료비 명목으로 10골드를 지출한 엘리제와 베이커는 지금껏 얘기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상적이고 그야말로 완벽한 호구의 자질을 갖춘 셈이었다.

 

  북적이는 거리, 소란스러운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통에 엘리제와 베이커는 가까이 붙어서 걸으면서도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베이커는 왕립 용사학교에 다니면서, 외출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처음 세상에 나온 귀족 자제와 같은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하게만 보이는 기분을 느끼고 있으니, 적당한 호구를 찾던 사람들의 눈길에 그가 바로 들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자꾸 두리번거리지 마. 시골에서 놀러온 것처럼 보이잖아.”

 

  엘리제가 그런 베이커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베이커는 내심, 엘리제가 말한 대로 닷슈 섬에서 키세 섬으로 왔으면 시골에서 놀러온 것이 맞지 않은가 생각했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그런 소리를 낼 수는 없는 일이어서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저거 예쁘다!”

 

  베이커가 영 미덥지 않다며 투덜대던 엘리제는 일순간 그를 내팽개치고 달렸다. 그가 인파를 뚫고 노점상에게 다가가니 베이커가 당황해 그를 쫓았다. 엘리제는 허리를 굽혀 물건들을 보면서 눈을 번쩍였다.

 

  “아가씨, 지금 사면 특별히 하나를 더 줄게.”

  “정말? 이건 얼마야?”

 

  나이로 따지면 저보다 훨씬 어린 엘리제가 반말을 하며 목걸이 하나를 가리켰다. 그럼에도 상인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키세 섬에는 본토에서부터 오는 관광객이 많았고, 그 가운데에는 버릇없이 자란 귀족 자제들도 많았으며 일일이 상대하기보다는 그냥 비위나 맞춰주는 게 편한 치가 많은 탓이었다.

 

  “원래는 40골드인데... 아가씨가 예쁘니까 특별히 30골드에 줄게.”

 

  상인은 주변 눈치를 살피듯이 눈을 굴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 즈음에 베이커가 인파 사이를 간신히 지나, 엘리제에게 다다랐다. 엘리제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뭐? 고작 이딴 걸 30골드나 받고 팔겠다고? 미친 거 아니야?”

 

  엘리제가 당장 침이라도 뱉을 자세를 취하니, 앉아있던 상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놀란 베이커가 엘리제와 상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섰다. 체구로 따지자면, 상인에 비해 베이커가 조금 작은 편이었다. 그러나 베이커로서는 그런 차이에 기세가 꺾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섣불리 소란을 피웠다간, 뒷일이 어찌 될 것인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저기, 영주님. 섬에 도착했을 때부터 지출이 너무 크지 않아요? 괜히 싸우지 마시고...”

  “그렇지만!”

 

  말리는 베이커를 두고 엘리제가 길길이 날뛰었다. 끝내 몇 번이나 허리를 숙이며 사과한 끝에야 베이커는 엘리제를 데리고 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뒤로, 그들은 엘리제가 닷슈 섬에서부터 가져 온 안내 책자를 보며 공연장을 찾아다녔다. 그렇다고 당장 길을 찾은 것은 아니었고, 지도에 그려진 것과 영 다른 가게나 길을 보며 엘리제가 혼란에 빠질 뿐이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다 못한 베이커가 말을 꺼냈다.

 

  “영주님, 그 지도 맞는 거예요?”

  “맞아, 멍청아. 괜히 시비 걸지 마. 기분 안 좋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실제 길이 많이 바뀐 것 같은데요.”

 

  엘리제는 마음속으로는 베이커의 말에 동의했으나, 선뜻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자면, 몇 년이나 지난 안내 책자를 갖고 키세 섬에 온 것이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한 탓이었다. 엘리제가 그런 생각을 품고 발만 구르고 있으니, 베이커가 말을 이었다.

 

  “전에도 키세 섬에 여러 번 오셨어요?”

  “그, 그럼! 고작 키세 섬 정도야 지겨울 정도로 다녔지.”

  “흐음, 하긴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변하는 것도 빠르겠죠. 영주님, 근처에 최신 지도를 구할 곳이 있나 알아보고 올게요.”

 

  엘리제는 딱히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베이커로서는 불안한 감이 있기야 했으나, 암묵적으로 제 영주에게서 허락을 받았다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분수에 앉아있는 엘리제에게 말했다.

 

  “영주님, 다녀올 테니까 여기 꼼짝 말고 계세요. 아셨죠?”

  “애 취급하지 말고 빨리 가져오기나 해. 늦어서 연극 못 보면 월급 깎을 거야.”

 

  영주라고 해도 그런 이유로 월급을 삭감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생각하며 베이커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제와 베이커가 키세 섬에 들어와 호구 노릇을 했던 것처럼, 용사인 베이커가 영주인 엘리제에게 있어 호구인 것은 따로 따질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베이커는 엘리제를 두고서 길을 헤맸다. 돌려 표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헤맸다. 애초에 지도를 찾기 위해 떠난 길이었으나, 지도가 없으니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러고 있으니, 전부터 그를 노리고 있던 시선 중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어째 불길한 기분이 들어 바짝 긴장하고 있던 베이커는 제 어깨를 붙드는 손에 빠르게 몸을 돌렸다.

 

  “진정해, 형씨.”

 

  베이커 앞에는 날씬한 체형의 남자가 있었다. 드물게도 머리카락이 녹색이어서 베이커의 시선이 자연스레 거기로 향했고, 그걸 의식했는지 남자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기하지? 염색한 거야. 키세 섬에는 별의별 물건이 다 있으니까.”

  “아, 네...”

 

  남자가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음에도 베이커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니, 남자가 다시금 말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이게 필요할까 싶어서 말을 걸려던 거야.”

 

  남자가 제 품에서 책자를 하나 꺼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엘리제가 갖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방금 엮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남자가 그대로 건네니, 베이커는 저도 모르게 그 책자를 받아들었다.

 

  “키세 섬 관광을 위한 안내 지도야. 이게 필요한 거 맞지?”

  “그걸 어떻게...”

 

  베이커는 남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으나, 점을 치는 사람처럼 보이는 구석이 없었다. 그가 그러고 있으니,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키세 섬에서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다니면 대부분 다 길 잃은 관광객이거든. 즐거운 게 많고 화려한 곳이지만, 그만큼 손버릇이 나쁜 녀석들도 많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감사합니다.”

  “아하하, 감사하다고 얘기할 것까지는 없어.”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손을 흔들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베이커는 책자를 들고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후로, 줄곧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대부분 그에게 상처를 주었던 탓인지 베이커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 상처가 몸에 나기도 했고, 마음에도 났으며 앞으로도 상처투성이가 되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멀리 키세 섬까지 와서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베이커는 얼굴에 계속 미소를 띠고 걸었다.

 

  그 미소는 북적이는 길에서 겨우겨우 발을 내딛으며, 엘리제에게 돌아갈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니까, 그 후로는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니까 가방은 어디 갔냐고?”

 

  엘리제는 멍하니 서있는 베이커를 두고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쉬었다. 베이커는 닷슈 섬을 떠날 때부터 줄곧 몸에 두르고 있던 가방을 만지려고 제 몸을 더듬었다. 그러나 잡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그가 마른침을 삼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손에 쥔 것은 얇은 책자가 전부였고 남은 여비와 도시락 따위를 전부 넣어 두었던 가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못 살겠다, 진짜.”

 

  엘리제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베이커는 혼란스러워 손을 떨며 책자를 열었다. 책자에는 지도는커녕 제대로 된 그림조차 그려진 게 없었다. 베이커는 책자를 떨어뜨리고 남자의 녹색 머리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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