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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외순찰 십삼조1
작성일 : 17-11-23 22:03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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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일점간 휴식한다.”

 

 척유한이 지시했다. 이런 때일수록, 조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사기를 좌우하는 법. 경거망동해서는 안 됐다. 상황이 나쁜 걸 감출 수야 없겠지만,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장은 철저히 혼자였다.

 

 ‘...!’

 

 다만 그때, 척유한의 곁에 서 있는 멀대같은 조원 하나만은 슬쩍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에, 척유한도 눈짓을 했다.

 

 사중혁이었다.

 

 -중혁, 네 생각은 어떠냐?

 

 -이 동굴, 아주 불길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것 때문에?

 

 -그보다도 전...

 

 -말해봐.

 

 사적으로, 또 공적으로, 사중혁은 척유한과 각별했다. 평상시엔 친동생과 같았다면, 임무 중에는, 참모 역할을 했다.

 

 -글귀가 신경 쓰입니다.

 

 -흩어져있던 조각글자들?

 

 -오면서 얼핏 훑어봤는데, 겉으론 각각이 상관없는 낱글자 같았지만...

 

 -연결이 된다, 이거냐?

 

 -확실친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테면,

 

 사중혁이 전음으로, 자신이 보았던 글자들을 주욱 열거해 보았다.

 

 -령(靈)... 기(奇)... 증(憎)... 창(蒼)... 조(爪)... 화(火)... 혈(血)... 분(忿)... 천(天)... 극(極)... 원(怨)... 산(散)... 암(暗)... 진(陣)...

 

 -그래서?

 

 척유한이 전음으로 물었다. 대개 조직의 수장들은, 이런 때일수록 핵심만을 원한다. 사중혁도 이 점을 잘 알기에 결과를 빠르게 말했다.

 

 -진법의 원리를 적어놓은 구결 같습니다.

 

 -......

 

 -헌데, 특이합니다.

 

 -뭐가?

 

 -이곳의 진법... 인간의 분노와 원한, 증오심 같은 것을 재료로써 기동하는 것은 아닐런지...

 

 -혈교!

 

 -네?

 

 -이 지역 말야. 오래 전, 혈교의 대혈겁의 발원지라잖아.

 

 -그건... 전설일 뿐이잖습니까?

 

 사중혁이 그리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혈교의 존재는 오리무중인 측면이 있었다. 수백 년간 악명이 전해 내려왔지만, 어찌 보면, 뚜렷이 잡히는 실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혈교와 마교의 차이점이었다.

 

 마교의 경우, 오랜 세월에 한 번씩 대마두들의 족적이 새겨져왔다면.

 혈교는 다소 극과 극의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기괴함과 잔혹함이 극단적으로 강조되어, 두려워하는 민간의 반응과, 다른 한 편으로, 악랄한 이름값에 비해서, 전혀 보잘 것 없다는... 멸시의 반응.

 

 악랄한 혈마로 전해지는 존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전해지는 악명에 비해서, 언제나 싱겁게 죽어갔다.

 

 소림의 십팔 나한,

 화산의 매화 검진,

 형산의 창궁 무애진,

 청성파, 해룡파, 현검문,

 심지어 이름 없는 군소 정파출신의 영웅담에 이르기까지...

 

 혈마라는 두 글자는, 마치 정파의 위명을 높여주는 것이 소임이라는 듯, 제일 먼저 척살되는, 보잘 것 없는 악인의 대명사로 전해지고 있었다. 무가(武家)에서는 아이들조차 비웃는, 영웅담 속의 비루한 악적. 뒷골목의 삼류 사파 나부랭이보다 못한 쪼그라든 존재나 다름없었다.

 

 -뭐, 맹의 늙은이들이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데는 이유야 있겠지.

 

 벅벅!

 

 척유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쨌거나, 경황 중에도 자구들을 챙기고 기억해뒀던 사중혁이 기특하다고 여길 때. 쉬고 있던 조원들이 다시금 수군거리고 있었다. 출구조차 없어진 동굴에 대해 불길함을 토로하는 거였다.

 

 “미로진(迷路陣) 인가?”

 

 “말로만 듣던... 환상마라궁(幻像魔羅宮) 아냐?”

 

 “한 번 빠지면 죽을 때까지 못나온다고 해서 죽음의 미궁이라 부르는, 서해 귀독문의 마궁 말이야?”

 

 “시끄러!”

 

 척유한이 소리쳤다.

 

 “미로진이라고 해도, 파훼법이 있을 터! 잘만 대처하면 그만이다!”

 

 분위기라는 건, 한 번 흐트러지면 되돌리기가 배로 수고스러운 법이다.

 

 “뭐야, 그 표정들은?”

 

 “아, 아닙니다!”

 

 척유한이 눈을 부라리자, 조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일 째 헤매는 중이었다. 내심 반신반의했지만... 최소한 믿는 시늉이라도 해야, 나중에 갈굼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들 알아서 기는 것이다.

 

 “네 개 조로 나눈다.”

 

 “뭣 땜에... 말입니까?”

 

 “동굴 벽면에 적힌 글자들을 모아온다.”

 

 “아아, 그 재수 없는 글자를 말입니...”

 

 “쓰읍!”

 

 “아, 알겠씀다!”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사실, 그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기도 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출구도 계속해서 찾는다.”

 

 동, 서, 남, 북 각각 네 개의 방향을 훑으면서 조원들이 글귀를 알아오면, 중앙에서 취합하여 묵지에 옮겨 적은 후 해석할 것이다.

 

 “뭣들 해?”

 

 척유한이 지시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추웅...!”

 

 이렇게 된 것, 누군가가 시간이 남아 끄적인 헛소리가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중혁.”

 

 “네, 조장.”

 

 “여기 남아서 적어라.”

 

 “하지만...”

 

 사중혁이 자신도 떠나겠다는 듯, 입을 열려고 할 때,

 

 “시끄러, 인마!”

 

 조원들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다.

 사중혁은 십삼 조에서 가장 머리가 좋았다. 달리 말하자면, 십삼 조의 희귀한 명물이었던 것이다.

 

 십삼 조원들은 검이나 도, 각종 병장기들, 혹은 경공과 은신 같은 순찰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지만, 단순한 독도법(讀圖法: 지도 보는 법)이라면 모를까, 하나같이 머리 쓰는 걸 귀찮아했다.

 

 외부에서 조장으로 부임됐다지만, 척유한도 나을 건 쥐뿔도 없었다. 머리 쓰기 싫어한다는 점에선 기존의 조원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척유한이 데려온 사중혁은 정반대였다.

 

 과거에 두 사람이 어떤 인연이었는지는, 조원들도 몰랐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사실, 조원들도 굳이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흠결이 있는 이들이 잡다하게 섞여 있는 십삼 조였다.

 

 누구도 자신의 과거를 떠벌이지도 않았고, 남의 사정에 대해서 캐물으려 들지도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암묵된 약속이었고, 이들 나름대로의 의리이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막연하게나마 둘 모두 이족(異族) 출신일 거라고 추측했다. 두 사람이 대화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튀어나오는 몇 마디 말들 때문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몇 가지 단어들도 있었는데, 경험 많은 조원 중 하나는, 그것이 동쪽에서 쓰이는 말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그들 두 사람 중에서는 사중혁 쪽이 여러 모로 특이했다.

 

 우선, 머리가 비상하여 무엇이든 빨리 익혔다. 척유한이야 성질은 좀 지랄 맞아도, 오히려 그 점이 십삼 조와 어울렸다면, 사중혁은 어딘가 고상해 보이는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원들과 어울리지 못했느냐 하면, 사실은 정반대였다. 척유한이 부임 초기에 조원들과 한바탕 대거리를 치르면서 가까워졌다면, 사중혁은 처음부터 조원들 속에 너무나 쉽게 녹아들었던 것이다.

 

 신기한 일이었다.

 말투가 매끄럽거나 아부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무용을 과장되게 자랑하지 않았고, 도리어 겸손했다.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는 사중혁이었다.

 

 “적어오면, 풀어라.”

 

 “해보겠습니다.”

 

 “할 수 있다고 해라.”

 

 척유한의 말에, 출발하는 조원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중혁아!”

 

 “너만 믿는다!”

 

 “어이, 똑똑이. 서둘러라, 비상식량도 떨어져가니깐.”

 

 “얀마, 사중혁! 내 요것, 앵앵이가 눈이 빠져라 기다린다. 고것을 생각해서라도, 잘 좀 해봐!”

 

 사중혁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할 수 있습니다!”

 

 큰소리로, 그가 말했다.

 

 척유한이 끄덕였다. 조원들도 새애끼, 중얼거리며 씨익 웃었다.

 

 “출발!”

 

 척유한의 명에,

 

 “네 알겠...씀다!”

 

 조원들이 힘차게 외치며 흩어져갔다.

 

 동, 서, 남, 북... 네 개의 방향에서 제각각 글자들을 모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귀들이 쌓여가던 중, 언제부턴가 암동 내의 공기가 바뀌었다.

 음산하고 불쾌한, 으스스한 기운이 불어 닥쳤다.

 

 사중혁이 사라졌다!

 자구를 적은 책자를 지닌 채!

 

 그때부터였다. 조원들이 하나둘씩... 얼굴이 뭉개지고 심장이 뜯겨나간 채, 핏물마저 말라버린 처참한 시신으로 동굴의 곳곳에서 발견된 것은.

 

 사중혁의 모습은 더 이상 발견할 수가 없었다. 책자 속의 구결로 인해, 무시무시한 조법(爪法)을 얻은 후 스스로 모습을 감췄다.

 

 그것이 어떤 무공인지, 척유한으로서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미쳐 날뛰는 것을 보면 무공을 대성(大成)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제 사중혁은... 어둠속에서 팔을 뻗어 동료의 심장을 취하는 악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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