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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척유한2
작성일 : 17-11-22 19:18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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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소리가 이어졌다.

 

 

 -만상수라동(萬像修羅洞)에 든 자...

 -시야는 환상(幻像)을 영원토록 벗지 못할 터이나...

 -환영(幻影)에서 벗어나서, 실체(實體)를 보려한다면...

 -가슴에 맺히는 심상(心想) 위로, 무한정한 피를 부어야 할 것이니...

 

 

 척유한은 깨달았다.

 이것은 사람의 음성이 아니라는 것을.

 귓속을 찔러대는 괴음의 정체는, 혈루에 물든 동혈(洞穴)이...

 

 분(忿)

 노(怒)

 증(憎)

 오(惡)

 원(怨)

 한(恨)

 망(妄)

 폭(暴)

 잔(殘)

 살(殺)

 

 ...암굴의 내부에, 악념이 극한에 이른 사람을 머금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만들어내는 소리라는 것을!

 

 ‘이것은...!’

 

 척유한의 눈가에 이채가 떴다. 자신의 내장이 묻어나와 걸쭉한 핏물을 질겅이며, 암동(巖洞) 전방에 시선을 내던진 순간이었다.

 

 이제껏 존재치 않았던 뭔가가 시야에 잡혔다.

 

 ‘글자...?’

 벽면 한구석에 음각된 자구(字句: 글자의 구절)들이 있었다.

 

 그때.

 

 쐐애애애액!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인, 최초의 장소에서 반대편에까지 와 있었건만, 벌써 찾아낸 것이다.

 

 “용서하십시오, 조장...”

 

 만년한철이나 금강철삭보다 강하고 날카로운 조법이 어둠을 찢고 날아왔다.

 

 “혈령조(血靈爪)를 대성하기 위해서는... 조장의 심부까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그것은 사중혁이었다.

 

 만 번의 다양한 장소에서, 만 번의 다른 방식으로 척유한을 찢어발겼던, 조수(爪手)!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갈수록 위맹을 더해가는 공세였다. 피를 탐하는 괴물이라고 할 큼의, 악랄함과 집요함을 지녔다.

 

 촤악!

 

 또 한 번... 척유한의 가슴이 꿰뚫렸다.

 일만 번째의 격통이 가슴 한복판을 쩌렁하게 울려 퍼져갔다.

 뼈와 살점이 눈송이처럼 튀어 오르고, 검붉은 피가 산개하여 흩뿌려졌다.

 

 하지만...

 

 ‘그, 그래도 심장만은...’

 

 내주지 않았다!

 

 척유한은 이제껏 한 번도, 심장을 빼앗긴 적이 없었다!

 

 흉곽이 으스러지고, 살점이 떡이 될 정도로 큼지막한 구멍이 뚫어졌을지라도!

 

 반 치도 안 되는 차이라 해도, 사중혁의 조수는 매번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비껴갔던 것이다!

 

 그리고...

 

 서걱!

 

 척유한은 최후까지 사중혁을 베려는 혼신의 노력을 못 다한 적이 없었다. 비록, 대부분은 사중혁을 베려던 검이 빗나가서 자신의 목을 찔렀지만. 혹은, 어쩔 수 없이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베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맥없이 심장을 내준 적은 없었다!

 

 적을 향해 휘두를 때도... 심지어 자신을 찌를 때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끊어졌던 목이 다시 붙고, 너덜거리던 혈맥이 이어지는... 회귀라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이끈 것인지도 몰랐다.

 

 ‘이런, 개...’

 

 척유한의 의식이 급속히 끊겨갔다. 그 순간에도, 한 가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웠던 것은 참으로 엉뚱한 데 있었다.

 

 ‘시이이이...’

 

 이번만큼은, 시원한 욕설조차 못 퍼붓고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기적처럼 눈에 들어온 자구(字句)!

 척유한은 나직하지만 필사적으로 이를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무어라... 하셨습니까... 조장?”

 

 시야가 시커멓게 덮이는 위로, 사중혁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울렸다.

 그에 뒤질세라, 척유한의 작은 음성이 뇌성벽력처럼 뇌리에 진동했다.

 

 수라현현(修羅顯顯)

 광신혈세(狂神血世)

 역천멸겁(逆天滅劫)

 폭혈평야(爆血平夜)...

 

 “쿠웨에엑!”

 

 만 번째 죽음의 순간.

 척유한은 등 뒤의 암벽에서 혈염의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 한 번째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결코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시이이이벌....!”

 

 ***

 

 “헉!”

 

 외마디 소릴 토하며, 척유한은 눈을 떴다.

 

 ‘가슴이 멀쩡하다!’

 

 피를 쏟고 있지 않았다. 처음으로 멀쩡한 상황에서 깨어난 것이다.

 

 척유한은 주위를 둘러봤다. 조원들 몇몇이 멀찍이 서 있었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확인했다.

 

 “책자는?”

 

 자신도 모르게, 척유한의 목소리에는 노기를 넘어서 살기까지 담겨 있었다.

 

 “책자라면, 구결을 모아놓은 것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조장께서 직접, 중혁에게 풀어보라고 건네주셨잖습니까?”

 

 영문을 모르는 조원들이 움찔하며 답했다.

 

 “젠장!”

 

 깨어난 시점은, 이미 책자를 내주고 난 뒤였다.

 

 척유한이 달려 나가며 외쳤다.

 

 “사중혁을 찾아!”

 

 

 

 십여 일 전.

 구조요청이 적힌 사령장이 날아들었을 때, 흥분했던 건 척유한 뿐만이 아니었다. 조원들 모두가 대동소이, 열을 내고 있었다.

 

 “이런, 니미...”

 

 “대체 뭐랍니까 조장?”

 

 “일조에서 십이조까지, 또 빠져나간 거지 말입니다.”

 

 “우리보고, 지들 분견(糞犬: 똥개) 노릇이나 하라는 거지 말입니다.”

 

 사령장에 적힌 임무.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

 

 과거, 혈교의 대혈겁이 있었던 발원지에서 날아온 첩지였지만, 평화로운 시기의 그 지역은 사막 북쪽의 오지에 불과했다.

 

 아무리 정신 나간 미친놈이라고 한들, 그런 곳에서 일을 벌이고 싶을까?

 

 실제로, 이와 유사한 오보(誤報: 잘못된 정보)로 고생한 경험이 허다했기에, 십삼 조는 이제 ‘사막’이나 ‘북해’, ‘열대’ 같은 글자만 봐도 경기를 일으켰다.

 

 그랬건만...

 

 “어라?”

 

 “이거 뭐야?”

 

 “사막에 웬 동굴이야?”

 

 도착해 보니,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 한구석에, 신기루처럼 작은 암동이 있었다. 지도에도 없는, 작고 볼품없는 동굴이었다.

 

 “들어가 봐야하는 겁니까?”

 

 “대충 그냥 한 바퀴 돌지 말입니다!”

 

 “빨리 끝내고 화주(火主)나 한 잔 시원하게 들이켜지 말입니다!”

 

 하지만 동굴에 발을 들여놓고 얼마 후, 호기로운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불만과 큰소리로 뒤섞였던 반응들은, 이내 불길한 의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막다른 끝이... 아닌 겁니까?”

 

 “코딱지만 한 동굴이었지 말입니다.”

 

 “반 시진 전이랑 통로가... 또 달라졌습니다.”

 

 동혈에 들어선 이후로, 연달아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손바닥만 했건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끝도 없이 넓어져 있었다. 동굴은 생명체처럼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둠속 저편에서, 바위들이 육중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가 보면 통로가 바뀌어 있었다.

 

 없었던 통로가 나타나는가 하면, 멀쩡하던 길이 막혀 있기도 했다. 뜻밖의 곳에 샛길이 뚫려 있었다.

 

 마치, 일행을 유인이라도 하듯이 동혈 내부의 통로는... 움직였다.

 

 “출구가... 대체...?”

 

 길을 잃어버렸다. 작은 암동에 불과했던 곳이, 언제부턴가 구절양장(九折羊腸: 양의 창자처럼 험한 길)처럼 복잡해져 있었다.

 

 밖으로 나갈 방도를 찾을 수가 없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었다.

 

 언제부턴가 벽면에, 괴상하게 음각된 글자들이 삼삼오오 나타났다. 동굴이 꿈틀대면서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혈(血), 정(精), 취(取), 화(和)... 낱글자만으로는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글자들이었다. 새로운 글자가 나타날 때마다, 귀신에게 홀린 것 같다며 한두 마디씩 투덜거렸다.

 

 조원들이 조금씩 예민해져갔다.

 

 “이러다 영영 못나가는 거 아냐?”

 

 “뭔 개소리야?”

 

 “뭐!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냐?”

 

 폭발할 듯 팽팽해진 분위기.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조용히들 해.”

 

 척유한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허공에 한마디를 툭 던졌다.

 

 “별 것도 아닌 걸로 호들갑은.”

 

 “하, 하지만, 조장...!”

 

 “뭐?”

 

 “아니, 그게...”

 

 “순찰 첨 돌아?”

 

 “그, 그러니깐 말입니다...”

 

 너무나 무심한 척유한의 반응에, 곤두섰던 조원이 도리어 뻘쭘해졌다. 다른 조원들이, 자신은 긴장하지 않았다는 양, 이 때다 놀려댔다.

 

 “그러게 말입니다, 조장.”

 

 “쯧쯧, 덩치 값도 못해서는...”

 

 “시, 시끄러! 이 인간들이... 자기들도 똑같이 말해놓고...!”

 

 애초에 성을 냈던 조원이 동료들에게 한바탕 소리를 내지른 후, 척유한을 쳐다봤다.

 

 “흐흐흐, 소란 떨어서 죄송합니다.”

 

 머쓱한 얼굴로 씨익 웃었다. 더 했다간 조장을 열 받게 할 거라는 직감이, 그를 제깍 멈추게 만든 것이다.

 

 ‘휴우!’

 

 조원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들 개념 없이 나대는 것 같아도, 눈치 하난 귀신이었던 것이다.

 

 조원들이 슬그머니 척유한을 쳐다봤다.

 

 “......”

 

 무표정한 얼굴.

 나이는 어렸지만 척유한은 수색대의 분위기를 꽉 잡고 있었다. 독종 조장들이 보통, ‘광견(狂犬)’이나 ‘철견(鐵犬)’ 혹은 ‘쌍두견(雙頭犬)’처럼 욕설 비스무리한 별명을 얻는다면, 척유한도 이런 식의 전통을 이어받아 별명이 하나 있었다.

 

 애무견(愛無犬)!

 듣기에 어감이 영 이상했지만, 일단 이유는 이랬다.

 처음엔 그 역시도, 광견자, 독광견, 야차철두... 등등의 독살스런 별명만 수두룩했다.

 

 너무 많아서, 아예 ‘무제한견(無制限犬)’이 됐다. 그런데 조원들은 그를 인정하게 됐고, 무제한의 견이되... 한편으론 사랑(愛)할 만한 견이다, 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여 애무견이 됐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조원들끼리서만 은밀히 부르는 것이지만. 아무튼 척유한의 명령 한마디에 십삼 조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물론 그것은 공연히 성깔이나 부려서 얻은 신뢰가 아니었다.

 

 척유한은,

 사태를 냉정하게 돌보는 힘과,

 부분이 아닌 전체를 조망하는 감각,

 위기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동물적인 대응력,

 일순간, 분위기를 다잡는 통솔력까지,

 

 ...고르게 지니고 있었기에, 조원들은 그의 능력을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 이순간만은...

 

 ‘젠장!’

 

 척유한의 목덜미에는 미세한 솜털 한 올까지 곤두서 있었다.

 

 바로 그 본능적인 감각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불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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