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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광야에서
작가 : th쓰
작품등록일 : 2017.11.8

홀로 평원에 살아가던 사람이 평원을 가로지르는 낯선 일행을 만나 시작되는 이야기.

 
1-10. 마녀의 평원
작성일 : 17-11-22 12:54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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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벗어나자마자 바닥에 두 번 침을 뱉었다. 아그나가 더럽다고 학을 떼었지만 무시했다. 마물사냥꾼들은 숲을 보기만 해도 재수가 없다고 침을 뱉는다.

 

 마녀의 숲을 통과한 후 용의 영역을 벗어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했다는 기세로 마물이 다시 나타났다. 운 좋게도 우리가 들어간 뒤 숲의 이동이 도시로 향하는 방향을 따라가서 결과적으로 도시에는 가까워졌지만 마물사냥꾼들이 일반적으로 다니던 길은 아니었던 탓이다. 용만 아니었어도 더 안전한 길을 갈 수 있었을 텐데. 한숨을 쉰다.

 

 “야! 너 왜 놀아!”

 

 아그나가 연한 주홍빛 피가 묻은 검을 털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손을 들고 팔랑팔랑 흔들어주었다.

 

 “난 비전투 요원이야.”

 “전투 없이 나한테 맞고 싶어?”

 “그리고 내 이름은 야가 아니야.”

 

 이 자식이, 이를 갈며 내게 달려오려던 아그나는 자신을 덮쳐오는 마물의 앞발을 반 걸음 차이로 피했다. 한눈이나 팔고 있었으면서 몸은 잽싸군. 게다가 이 일행은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운다. 벌써 위그다 두 마리와 사투를 벌였으면서 지금도 비스무트를 상대로 꽤 선전하고 있다. 아그나와 그라프가 금화 열 개짜리 용병이라는 말에 신빙성이 생기려 한다. 특히 그라프는, 예상보다 기운차게 마물에게 공격을 가한다. 아니지, 아르마디아교에서는 신성력을 절대로 공격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정화라고 말하지. 어쨌거나 귀하신 신성력에 자비 없이 노출된 비스무트의 단단한 외피는 줄줄이 녹아버리고 오색 빛의 껍질이 흘러내린 속살에는 어김없이 아그나와 이슈트반의 날카롭고 빠른 검이 내리쳐진다. 케틀린은 뭘 하느냐면, 무지막지하게도 한 번 할버드를 휘두를 때마다 비스무트의 다리를 하나씩, 강철 같다는 외피 째로 잘라버리고 있다. 지금도 케틀린이 힘껏 할버드를 휘두르자 비스무트가 비명을 질렀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힘이 세?”

 

 날아온 비스무트의 다리를 피했다. 단단한 외피로 감싸인 몸통에 검을 찔렀다가 튕겨 나온 아그나가 소리친다.

 

 “야! 너 자꾸 놀고만 있을래!”

 “난 무기도 없다고.”

 “그럼 저리 좀 꺼져! 정신 사나워!”

 “이마를 찌르라고, 이마를.”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내게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다. 마물을 상대하기가 조금 성가시긴 해도 내가 부른 마물도 아닌데. 마찬가지로 내가 물러가게 할 수도 없다. 마물의 눈에 뜨인 이상 셋 중 한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죽거나 죽이거나 도망치거나. 물론 죽이는 방법을 선택한 일행과 함께 있으면서 동시에 도망치는 방법을 선택하자니 힘들긴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내 선택을 유지할 뿐이다.

 

 “뒤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개새끼야!”

 

 아그나가 폭발해 허리춤에서 너덜거리던 검집을 잡아 던졌다. 가죽끈이 헤져있던 검집은 내 쪽으로 날아왔고, 내가 피하자 땅에 처박혔다. 하긴 앞에서 죽어라고 싸우는데 뒤에서 혼자 몸만 피하면서 시야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면 속이 터지기는 하겠군. 그러나 나는 이 일행을 도울 생각이 없다. 당초에 계약은 길안내뿐이었고, 말했던대로 나는 단도 하나를 제외하고는 무기가 없다.

 

 한참을 두 손을 맞잡고 중얼거리던 그라프가 비스무트의 눈을 노려보며 기도를 하자, 비스무트의 얼굴 부분 외피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비스무트가 흉측한 비명을 지르며 앞발 두 개로 얼굴을 가리려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그나가 자신의 검을 던지듯 찔러넣었다. 대가리가 두 개로 갈라진 비스무트는 검에 찔린 이마 사이로 주홍색 액체를 줄줄 흘리며 쓰러졌다. 즉사했군.

 

 “레오스! 안 싸울 거면 좀 멀찌감치 꺼져! 성질 뻗쳐서 정말!”

 

 아그나는 내게 소리를 지르더니 씩씩거리며 비스무트의 두개골에 발을 딛고 이마에 박힌 검을 낑낑대며 뽑았다. 아, 뭔데 이렇게 단단해! 분노의 포효는 덤인 모양이다. 나는 말에서 내려 말의 머리에 씌웠던 차안대를 벗겨냈다.

 

 “기껏 급소를 가르쳐 줬더니만.”

 “진작 좀 가르쳐 줬으면 개고생은 안 했지요, 응?”

 

 아그나가 이를 갈며 검집을 집어간다. 맞는 말이군. 아직 흥분한 채로 고개를 흔드는 말에게 물을 조금 먹였다. 안장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냈다. 잘 갈린 날을 확인한다. 그립은 낡아 몇 번이나 가죽을 덧대었지만 아직 쓸 만하다. 단도를 가지고 비스무트의 사체로 다가간다. 눈 사이와 다리 몇 개의 외피가 녹아있지만 몸통의 외피는 아직 멀쩡하게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정수리 뒤쪽에 단도를 박자 외피 사이의 작은 틈으로 날이 들어간다. 외피 안쪽의 힘줄을 잘라내며 머리를 두 개로 가른다.

 

 “으악, 뭐하는 거야? 징그러워.”

 

 아그나가 옆으로 다가와 무릎을 짚고 내려다본다. 징그럽다면서 빤히 들여다보며 잘도 구경한다. 비스무트의 머리를 반쯤 떼어내자 몸통으로 내려가는 부분이 드러난다. 다시 칼을 박아 몸통의 외피를 분리한다.

 

 “잘 팔리거든.”

 “뭐가? 껍질이? 단단하긴 했지만 무기로 쓰기에는 너무 화려한데.”

 “단단한 것만 보면 다 무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단단하고 화려해서 이것저것 만들면 좋다더군”

 “진짜? 난 본 적 없어.”

 “이걸 잡아 팔 정도의 사람이 몇 없으니까.”

 “그래? 뭐, 예쁘긴 한데 내 취향은 아니네.”

 

 흥미가 떨어진 아그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이런 것까지 가져다 파느냐는 시선이었지만 무시했다. 돈은 좋다. 마녀의 평원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보존식품도 있어야하고 무기도 필요하다. 말을 타고 다니려면 유지비도 있어야 하고 가끔 도시에 들렀을 때 숙박비와 생필품 값도 내야한다. 특히나 평원에 들어온 어중이떠중이들을 계속 내보내고 싶다면 그럴듯한 옷차림과 깨끗한 몰골을 유지해야 한다.

 

 비스무트는 자주 나타나는 마물이 아니지만 여덟 개나 되는 다리와 단단한 외피 탓에 혼자 상대하기 성가신 마물이다. 그런 주제에 후각이 민감해서 상대를 발견하면 제 영역 밖으로 내쫓을 때까지 쫓아다닌다. 이 쪽에서야 비스무트의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니, 빠르게 도망칠 수 없다면 싸우는 수밖에 없다. 아그나의 일행에게 말이 있었다면 도망쳤을 테지만, 결국 죽였으니 이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아그나는 비스무트의 외피가 돈이 되던 되지 않던 관심이 없어 보인다.

 

 “왜 네가 그걸 가져가지?”

 

 묵직한 목소리. 케틀린이었다. 뜻밖의 사람이 불평을 해서 놀랐다.

 

 “그럼 네가 이걸 벗겨내서 도시까지 짊어지고 가져가 팔 건가?”

 

 비스무트의 몸통을 둘로 나누어 외피를 벗겨냈다. 외피 안쪽의 힘줄을 긁듯이 벗기고 살점과 주홍빛 피를 제거한다. 케틀린은 나를 노려보다가 뒤돌아 간다. 까칠하군. 대강의 처치를 끝낸 비스무트의 외피를 말안장 뒤쪽에 싣는다. 비스무트의 외피가 햇볕을 받아 반짝거린다. 오색으로 빛나는 강철, 비스무트의 외피는 아는 사람만 아는 사치품이다. 나는 비스무트의 외피를 거래소에 판 적은 많지만 외피로 만든 장신구는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마물의 몸에서 난 물건이라 마력을 담기에도 좋다지마 사물에 마력을 담을 정도로 내 주술 실력이 좋지도 않다. 내게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탐을 낼만큼 쓸모 있는 물건이 아니다. 게다가 제대로 가공하지 않으면 상당히 무겁다. 애초에, 도시가 가깝지 않다면 주워 담지 않았을 정도로.

 

 “세 시간 정도만 더 걸으면 도착한다.”

 “세 시간? 그렇게 가까워?”

 

 아그나가 반색한다. 말은 않지만 그라프와 이슈트반도 기뻐하는 눈치다. 케틀린은 아직도 고까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를 멀리해봤자 얻을 것도 없을 텐데.

 

 “마물을 더 마주치지 않는다면 세 시간.”

 “아~ 드디어 목욕할 수 있는 건가. 냄새나는 남자 넷이랑 붙어 다니자니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고.”

 “냄새?”

 “냄새. 땀 냄새, 흙 냄새, 기름 냄새.”

 

 아그나가 몸서리친다. 질색을 할 정도로 지저분했나?

 

 “아니, 왜 이걸 신경쓰는 사람이 나 뿐인데? 그라프! 너도 냄새 나거든?”

 

 가만히 있던 그라프가 화풀이를 당했다. 그라프는 제 몸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냄새가 나기는 하네요. 도시에 가자마자 숙소부터 잡아야겠어요.”

 “당연하지. 목욕하고 싶어. 그리고 한 숨 푹 잔 다음에 매운 양념을 한 오리 고기랑 맥주가 마시고 싶어. 과일 안주도! 사탕도 먹을래. 큰 통으로 하나 살 거야. 단 맛이 그리워.”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이슈트반이 웃으며 대꾸한다.

 

 “그걸 다 하려면 은행에 가서 돈부터 찾아야겠군.”

 “오오, 돈! 중요하지요. 음……. 일당 받으면 신발도 사야겠어요. 얼마나 걸었다고 다 헤져서. 아~ 마녀의 숲을 지날 때 바지도 한 번 찢어져서. 살게 많네요.”

 

 그라프가 소심하게 덧붙인다.

 

 “전 신전에 잠깐 들렀다 가고 싶어요.”

 “신전? 아, 너 신관이지. 그럼 난 대장간. 검을 좀 갈아야겠어. 케틀린, 같이 갈 거지?”

 “내가 왜…….”

 “같이 갈 거지?”

 “난 나중에,”

 “같이 갈 거지?”

 “…….”

 “같이 가자?”

 

 잠시 침묵하고, 케틀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걸 다 하려면 돈이 꽤나 들 텐데. 내 생각보다 일행에게 돈이 많은 모양이다. 딱 좋군. 케틀린은 기사를 하다가 때려 쳤다고 했으면서 용병인 아그나와 생각보다 잘 어울려 다니는 모양이다. 아그나가 너무 사교성이 좋은 탓인가. 저건 강요인가 사교인가.

 

 오랜만의 도시행이 기대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마침 마물사냥꾼들의 사냥철이 시작될 무렵이니 시기상으로는 딱 맞는다. 도시에 들어가도 일주일 이내로 다시 평원으로 돌아올 수 있겠군. 일하기 좋은 계절이다.

 

 “내가 자주 가는 여관을 안내해주지.”

 “왜? 좋은 곳이야?”

 “대욕탕이 있어.”

 “좋은 곳이네.”

 “통돼지 구이를 팔아.”

 “정말 좋은 곳이네.”

 “주조장과 직거래를 해서 맥주도 맛있어.”

 “최고네! 나 네가 점점 마음에 들어.”

 

 그리고 내가 여관 주인과 친하지. 아그나가 웃었다. 나도 따라 밝게 웃어주었다. 나도 너희가 점점 마음에 들어.

 

 세 시간을 더 걸었다. 우리는 도시에 도착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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