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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로몬
작가 : ㄲㄲㄲㄲ
작품등록일 : 2017.11.22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한테서 풍겨나오는 페로몬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먹이로 찾아 사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해가는 사회속에서.
그 중간에 위치한 한 사람의 이야기.

 
2
작성일 : 17-11-22 02:13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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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경쓰이는 일은 접어두고 다시 현실로.

 

 

 명문 사립 한국대학교, 최고의 대학까지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답게 학교의 입구부터 열정이 가득함이 느껴졌다.

 

 넓고 거대한 하얀 건물들 사이의 나는 한없이 작아졌지만,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족히 수백은 되어 보임에 안심하며 어깨를 폈다.

 

 알록달록한 팜플렛과 판넬을 들고있는 선배들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할 신입생들을 자신들의 동아리로 끌고오려 유혹해댔고, 단순히 신입생을 구경하는 사람들. 또 아름다운 여학우들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다소 다른 이유가 있는 구경꾼들도 있었다.

 

 한참을 정신없고 시끄럽게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 안에서, 힘겹게 신입생들을 위해주는 안내요원들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안내를 받아 이동한 드넓은 체육관 앞에서는 아까보다 더 많은 수의 인파들이 몰려있었고, 개중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나에게로까지 다가와 휴대전화 번호를 묻는 이들도 있었다.

 

 정신없는 와중이기 때문인지, 나는 내 전화번호를 묻는 그 여학생을 상대하던 중, 강한 식욕을 느꼈다. 아마 남중 남고를 벗어나 새로운 대학교에 적응하고자 필요한 뱃심이 오늘따라 설익었던 맨밥으로는 많이 부족하였던 것 같다.

 

 일단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린 나이부터 배워온 사회에서의 가르침대로, 나는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뿌리쳤다. 그 즉시 뒤에 들려오는 씁쓸한 험담을 애써 무시한 채 입학식장 내로 이동했다.

 결국 식욕은 정신 없는 와중에 사라져버렸지만, 가끔 사라지지 않고 옅은 출출함에 가까운 식욕이 드는 것을 느껴 입구에서 받은 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목구멍으로 넘겨보았지만, 이상하리만큼 애매모호하게 식욕은 사라지지 않았다.

 

 

 와글와글

 

 대강당대신에 쓰이는 대 운동장에서는 수없이 많은, 정신 없이 서로를 묻고, 반가움을 표현하는 학생들의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밝은 표정으로 나를 대하는 여성은 쑥맥인 나에게 쉽지 않은 경험이기에, 이젠 오히려 대놓고 꼬르륵거리는 뱃속을 애써 핑계로 삼으며 시선을 6년된 낡은 스마트폰에 맞추고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이런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주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했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누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이쪽이면 예술대학인데, 혹시 어떤 과세요?”

 

 정신을 차리게 하는 한 머리가 샛노란 여학생의 질문에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고, 신기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사람들이 잠시 나에게 시선을 두는 것을 느꼈다.

 

 “아.. 제가 잘못앉았나봐요!”

 

 당황스러워 머릿속이 하얘졌다. 저 멀리 외국어대학임을 알리는 푯말이 눈에 보였고, 나는 죄송하다는 말만을 연신 내뱉으며 짐을 챙겨 달아나듯이 자리를 옮겼다.

 

 그 짧은 사이에 수많은 시선들이 나를 거쳐갔고, 빨개질대로 빨개진 내 양볼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벼운 웃음과 함께 대화를 이어가는 주제들이 되었을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네!”

 

 또 실수, 아직 볼륨조절이 되지 않는 입을 원망하며 민망하게 볼을 붉히고 앉았다.

 

 예상치 못한 하이톤에 놀란 표정을 짓던 여학생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고, 무언가 입을 떼려는 순간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자, 집중!”

 

 고등학교로 따지면 교감정도 되어보이는 나이많은 교수가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를 내뱉자, 소음으로 가득차있던 대운동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후로는 설렘을 누르는 생각보다 지루하고 형식적인 교수인사와, 각 대학별 소개등이 이어졌고, 주변엔 조금 낮아진 소리로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아, 저는 수연이라고해요.”

 

 옆자리에 앉았던 과 잠바를 입은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얼굴에 나는 잠시 당황하다가, 간신히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아, 전 정우라고 합니다, 강 정우에요!”

 

 또다시 높아진 볼륨에 주변의 시선을 모으는 결과를 내버렸지만, 이제 적응한 듯 수연이라는 여성은 얼굴에 밝은 웃음을 띄우며 나에게 다시 말했다.

 

 “엄청 긴장했나봐요.”

 

 잠시 그녀는 참지 못한 웃음을 내보이며 나에게 말했다.

 

 “저는 여기 외국어대학 부학회장이구요, 원래 맨 앞자리는 외대 학생회들이 앉는 자리인데 너무 급하게 오시길래 그냥 앉으시라고 했어요.”

 

 웃음기 머금고 말하는 내용에, 나는 다시금 실수했음을 알고 얼굴을 붉혔지만,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등을 툭툭 치며 말하는 부학회장의 말에 다시금 귀 기울였다.

 

 “원래 여기, 총무맡은 남자애가 앉던 자리인데, 그냥 앉으시라고 하니까 저 뒤에서 삐져있는 것 좀 보세요.”

 

 뒤를 돌아보니 과연 나를 노려보고 있는 키 큰 남자의 시선이 느껴졌고, 약간 고개를 숙여 인사 겸 사과를 드리고나니 그 남자도 밝게 웃었다.

 

 한참을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교수의 시선이 신경쓰였고, 그렇다고 교수에 집중을 하자니 너무 지루했으며, 옆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웃으며 나누는 대화는 그에 비해 너무 흥미로웠다.

 

 여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는 외국어대학이라 그런지, 여학생들은 금새 친해져 수다를 떨었고, 옆에 굳어있던 나도 어느샌가 그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시작한 사람이 바르고 있는 립스틱의 발색이 좋다는 말이 나오면 한참을 화장품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고, 또 교수가 잠시 주의를 주면 목소리를 낮춰 교수에 대한 설명과 뒷말이 오가기 바빴다.

  그 흐름에 적응하는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어느새 화장품이나 의류에 대한 여학생들의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해버리는 나를 보고 상당히 놀라웠다.

 

 그 와중에 이 식욕은 다시금 스멀스멀 기어와 요동을 쳤고, 타이밍 좋게 입학식이 끝난다는 멘트에 맞춰 꼬르륵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다. 아니 나는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 아까 엄청 크게 꼬르륵소리 내시던데 혹시 배고파요?”

 

 뒷자리에 앉아있던 혜린이라는 이름의 신입생이 말을 꺼냈다.

 

 “아, 아뇨 오늘 밥 먹고나왔는데..”

 

 꼬르륵-!

 

 대화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한번 우렁차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허기가 내 원망을 가득 안고 과별로 모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저 사람 되게 재밌다. 는 슬프지만 헛웃음 나오는 말에 나는 또 한번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얘가 미쳤나봐요..”

 

 배를 가리키며 체념한 나의 말에 혜린이라는 여학생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 이 분 진짜 웃기네. 이거 안먹은건데 먹어요. 나는 딸기우유가 좋은데 하필 초코우유를 줘서.”

 

 운동장에 들어가기 전에 나눠준 빵과 우유를 조그만 손으로 내미는 모습에 나는 이게 대학생의 설렘인가 하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주변에서 내 우렁찬 존재감을 들은 사람이 혜린뿐만은 아니었는지, 어느새 내 가방은 빵과 우유로 가득찼고, 어느새 체념하고 빵을 입에 한가득 씹으며 나는 학생회의 통솔에 따랐다.

 

 “자, 여기는 아티너스 홀이라는 건물인데~ 나 입학할 때 즈음 생긴거니까 저기 벽돌 몇 개정돈 내 등록금으로 만들어진걸 거야. 졸업할 때 떼어가려구.”

 

 입담좋은 학생회 남자가 건물 소개를 시작할때마다 주변의 학생들이 웃음을 빵빵 터뜨렸고, 그에 힘입어 몸짓까지 곁들이자 웃음에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하는 학생들까지 생겼다.

 

 부학생회장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가와 짝 소리나게 남자의 등을 때렸고, 그의 억울한 표정에 나 또한 마음껏 웃으며 입학식을 끝낼 수 있었다.

 

 

 “혜린이. 이 혜린이구 머리를 염색했고, 나한테 빵줬구..”

 

 칙칙한 고시원에 학교에서 나누어준 향초에 불을 붙이고 정말 두근거렸던 하루를 곰씹었다.

 

 그 몇 달동안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의 사장님 말고는 채워지지 않던 전화번호부가 다시금 일을 하기 시작했고, 물론 이런 휴대폰을 아직까지 쓰고있냐는 장난스런 말들을 들어가며 전화번호부가 꽉 채워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때의 암기과목을 외우는 집중력보다 더 열심히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기 시작했으며, 무릇 남자들이 그러하듯 이쁜 여학생들의 번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채린이, 초록머리.”

 

 무언가 특징이 있으면 단번에 기억하기 좋으련만, 한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자니. 이 것도 일이었다. 가장 쉽게 이름을 외운 애들은 대부분이 염색을 했거나, 예쁘거나, 키가 큰 여학생들이었다.

 

 물론 몇 안되는 남학생들과는 벌써 술 한잔 나누고 왔을 정도로 친해졌지만 말이다.

 

 아직 개강까지는 약간 시간이 남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생각에 두근거렸다.

 

 굿모닝- 링딩딩- 빠빠빠 빠빠 빠빠빠빠~

 

 한참을 달콤한 상상을 하며 이어질 학교생활을 기대하던 중에, 고시원을 가득 채울 듯 우렁찬 알람소리가 정신을 차리게 했다.

 

 “이름표.. 이름표, 지갑..이랑 휴대폰, 아 휴대폰 어딨지?”

 

 알람을 끄려 들었던 휴대폰이 손 위에 있음을 깨닫고, 낡은 패딩을 걸치고 바쁘게 문밖으로 튀어나왔다.

 

 “아 춥다, 추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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