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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페로몬
작가 : ㄲㄲㄲㄲ
작품등록일 : 2017.11.22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한테서 풍겨나오는 페로몬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먹이로 찾아 사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공존해가는 사회속에서.
그 중간에 위치한 한 사람의 이야기.

 
1
작성일 : 17-11-22 02:12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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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실 가난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어린 날의 나조차.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무언가, 물질적인 것이 부족하게 자라왔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고아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날 보살펴주시던 노숙자 아저씨의 품에서, 길거리에 보이는 박스들을 줍고, 어떤 날에는 누군가가 쥐어준 알록달록한 껌들을 팔며 그 작은 달콤함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 즐거움 속에서도 난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길거리에 보이는 내 또래의 아이들은 나와 같은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 담긴 단어는 동정이었다. 가끔 나에게 건내주는 꿈과 같은 몇장의 지폐와 동전푼은 모두 측은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었고. 옆에 계시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아저씨는 모든 것들을 그들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나에게 전해주었다.

 

 어느 비가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내려오던 날, 노숙자아저씨는 몹시 떨면서도, 추워하는 내게 몇벌 되지 않는 옷과 침낭을 덮어주었다.

 당연하게 사랑을 받아온 나라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나는 노숙자아저씨의 기침이 점점 더 커지고, 내 손을 잡고 그 야윈 몸에서 끈질기게 잡아왔던 얕은 생명의 끈을 놓을 때 까지 그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곳에서 아저씨가 없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지내다. 폐지를 나누어주시던 어느 아주머니의 손에 구출되어 성당에서 운영하는 한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고아원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이야기들은 넘쳐있었지만, 원장수녀님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난 고등학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도 처음 버려진 나에게 사랑을 베풀어준 아저씨의 이름을 모른다.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삑-

 

 투플러스, 원! 행사상품 받아가세요!

 

 “6,500원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절레절레

 

 기계음마저도 딱딱한 분위기를 깨려 밝은 분위기로 말을 걸어왔지만, 손님은 무감각하게 물건을 챙겨 나갔고. 나 또한 어느새 그런 침묵에 익숙해져있었다.

 

 오전엔 편의점, 후에 잠시 잠을 자고 밤엔 호프집 알바를 간다.

 

 처음 시작은 면허도 없이 시작한 배달 알바였지만, 한번의 사고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며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도 거의 다 써버리고, 회복이 된 후에 다시 찾아간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한번 사고를 낸 나를 다시 받아주지 않았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쓰며 모아둔 돈들이 어느새 작은 소망에서 필요가 되어 나에게 부담감을 주었다.

 

 ‘한국대학교 등록금.’

 

 이 여덟글자를 낡은 노트북으로 검색창에 올리는데엔, 바윗돌 하나를 심장에 얹어놓은 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결과가 뜰 때 즈음에, 내 머릿속은 온통 후회로 가득찼다.

 

 무엇을 원했기에?

 

 공부를 퍽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고교에서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남들보다 열심히, 더 오랜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였다.

 고아원에서 나와 살 곳은 침대 하나, 책상 하나가 전부인 낡아빠진 고시원이었지만, 그곳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조리실에서 제공되는 맨밥을 한 손에는 단어장을 들고 단어와 함께 꾸역꾸역 욱여넣던 결과는 그렇게까지 비극은 아니었다.

 

 하지만, 원장수녀님이 마지막으로 선물해주신 손 때묻은 pmp속의 뿌연 화면이 보여주는 강사의 흐릿한 얼굴과 음성보단, 비싼 돈을 요구하는 학원들의 가르침이 더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배출해 내긴 좋았고,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공부하여도 그 차이는 그렇게 쉽게 메꾸어지지는 않았다.

 

 다행히, 소위 말하는 몇,몇 개의 지방의 거점대학에서는 전액장학금으로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끔 먼저 손을 뻗어주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꿈에 부풀어 현실적인 문제와는 조금 동떨어져있었던 것 같다.

 

 서울의 명문 대학. 비록 장학금은 쌀 한 톨만큼도 주지 않았지만, 그곳에서도 나에게 합격장이라는 기대치 못하던 결과를 주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과, 다른 반의 선생님들은 뒤도 볼 것 없이 한국 대학교에 가는 것이 맞다며. 축하한다느니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나와 나의 사정을 아시는 담임선생님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만은 못했다.

 

 “넌 어떻게 하고싶니?”

 

 본인이 생활했던 고시원을 소개해 줄 정도로, 나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담임선생님의 첫 말이었다.

  그 대답에 나는 평소처럼 웃음지을지, 아니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게 첫 말을 꺼내게 되었다.

 

 “저도.. 가고싶죠.”

 

 그게 정말 나의 생각인가 싶을정도로 짧은 사이에 내뱉어진 말은. 다신 주워담을 수 없게 되었고. 푹 숙인 담임선생님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만큼 나는 그 대답을 후회하였다.

 

 ‘당연히 장학금 받고 가야죠.’

 

 미처 말하지 못한 현실적인 답변이 내 입 속에서 우물거렸다.

 선생님께서도 잠깐의 아쉬움은 있었겠지만. 내가 국립대학에 가서 장학금을 받으며 생활하면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난 제자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거점의 국립대를 나온다해도 충분히 취업에는 문제가 없고. 그 대학들도 서울의 하위권대학 수준 정도는 되니, 그렇게 큰 차이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래, 사실 모범답안이 정해진 문제와 같은 것이었다.

 

 평소와 같이 고민 없이 풀어야 할 문제를, 나는 헷갈리는 선택지에 망설여가며 내 펜을 뻗었을 뿐이다.

 

 “아.. “

 

 다시금 입을 열려는 내 말 앞에, 선생님의 결정을 내린 눈이 멈춰섰다.

 

 학비는 도와주겠다.

 정말로 큰 돈이었다. 내가 살면서 이런 액수를 제대로 쳐다본 적은 있나 싶을 정도로.

 명문 사립대 한국대학교는,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충분히 부담이 클 정도의 등록금과 학비를 요구했고. 단지 1년간 나를 봐주었던 담임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그 큰 부담을 지불해주었다.

 

 나라와 시에서 주는 장학금,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만들어보겠다는 나의 말에, 선생님은 나에게 미래를 건다는. 다소 오글거리는 말을 하셨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로인해 어느 것보다 큰 감동을 받았었다.

 

 비록, 첫 등록금의 부담은 조금 가시고, 대학 신입생의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전에, 나는 내가 처한 현실을 한번 더 깨닫게 된다.

 

 

 “아 그거 달라고 그거!”

 

 “아, 더 원이요?”

 

 “아니이-!”

 

 취기를 풍기는 손님의 손가락이 향하는 대로, 내 눈을 맞춰보려 하였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래된 손님이라면 모를까, 풀 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조차 얼굴을 모르는 손님이 연신 자신이 찾는 담배를 주지 않는다며 불평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늘 비슷한 패턴으로 이런 경우, 가벼운 불평에서 사장님을 찾는 이들까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이것도 경력일까, 대부분 알바인 나의 손에서 해결되어 주었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아이! 답답하게!”

 

 당당하게 계산대를 밟고 올라서 매대의 담배를 집으려 하는 손님.

 

 10년 가까이 해온 아르바이트이지만 이러한 상황은 나 또한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하였고, 자신이 찾던 반짝이는 푸른색 포장의 담배를 향해 손을 뻗다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렸다.

 

 우당탕-

 

 큰 소리와 함께 내 앞의 남자는 담배 매대를 그대로 부숴엎으며 앞으로 넘어졌고, 코가 깨진 듯이 코에선 연신 붉은 피가 멈출 줄을 몰랐다.

 

 “아, 손님!”

 

 약간의 짜증과 걱정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손님을 일으켜보았지만, 정신을 잃었는지 끄윽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 손님의 눈동자위는 제 자리를 찾을 생각을 못했다.

 

 그때 내 코를 휘감는 강한 술 냄새 섞인 악취에, 이 손님에게 용기를 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하지만 알았다고 도움이 되지는 않을 터, 경찰을 불러야 할지, 구급차를 불러야 할지 잠시간 고민하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119에 연결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고, 그 느린 와중에도 땀 범벅의 구급대원들은 요란하고 급하게 달려와 이제는 환자가 된 손님을 실어가는 데에 열중했다.

 

 

 상황이 종료되고, 점장님께 담배 매대가 망가졌음을 알린 후, 이런 상태로 손님을 맞을 수는 없기에, 문을 걸어잠구고 청소를 시작했다.

 

 담배 매대는 물론이거와, 잠시 정신을 차린 그가 부리는 행패에 쓰러져버린 앞 매대의 물건들을 잠시간 멍하니 쳐다본 후, 판매할 수 없게 된 물건을 따로 빼놓고 매대를 다시 정리하는 일에 집중했다.

 

 인생 살기 참 어렵다.

 

 청소를 하는 내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혼란스런 상황들과 지금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가까운 미래가 두려웠다.

 

 상품에 대한 손해는 점장님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지만, 아마 아까의 그 손님을 볼 일이 얼마지나지 않아 생길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기에 불안해졌다.

 

 
작가의 말
 

 페로몬은,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내용입니다. 사랑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자극적이기에, 그것을 보면서 군침흘리는 또 다른 부류의 인간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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