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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6
작성일 : 17-11-20 23:31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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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상천외한 연애를 시작하기로 하고 우리는 서로의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그러고는 방과 후에 약속을 잡고 각자의 반으로 돌아갔다. 병의 호전을 위해 드디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 들어 기분이 매우 좋았으나 반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혜린이 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기분이 죄책감과 일말의 불안으로 내려갔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니 그녀가 매섭게 나를 째려봤다. 요즘 들어 부쩍 째려보는 시선을 많이 받는 느낌이다.

  “너, 저기 벤치에서 뭐하고 있었어?”

  오, 맙소사. 그녀의 주위 친구들이 한 말 때문에 나에게 일종의 의구심 같은 것이 솟았을 텐데 방금 그 장면을 봤나보다. 윤영과 내가 나란히 앉아있는 그 장면을. 설상가상이란 말은 이런 데에서 쓰는 것일까? 고개를 돌리고 어떻게 대답을 할까 생각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면서 잡아뗄까, 아니면 미안하다며 사실 그런 것이라고 대답할까. 앞서 생각한 것을 말한다면 윤영과 나의 약간은 비즈니스적인 연애는 비밀연애로 바뀌어버린다. 그녀가 지금 나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말할까를 생각해보고 그것이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얼마 안 가 그것이 옳다는 결론이 났다.

  “뭐긴, 네가 생각하는 그거지.”

  옳다고 해서 행동했지만 그래도 죄책감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욕을 먹어도 절대 반문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나의 대답을 듣고 그녀는 헤어짐을 통보받은 첫 표정과 엇비슷하게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아마도 그녀의 뇌는 최대한 빠르게 내가 한 말에 대해 생각하고 있겠지.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녀의 얼굴은 꽤나 일그러졌다. 원망, 분노, 경멸 등 꽤나 어두운 색의 감정들이 그녀의 낯빛을 색칠해나갔다. 그리고 그 색을 이어받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눈이 충혈 되기 시작했다. 아마 슬픔으로 인한 충혈이라기 보단, 분노로 인한 충혈로.

  “개새끼... 너는 진짜 쓰레기 개새끼야!”

  반문하지 않기로 했기에 묵묵히 있었다. 내 나름대로 미안함을 표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몸을 돌려 내 반으로 들어가니 모두의 시선이 내가 서있던 곳으로 쏠려있었다. 욕 소리가 좀 크게 났는지 반에 있는 그들의 눈에도 혜린이 한 표정에 있던 감정이 담겨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호기심과 경멸이 지나치게 들어가 있다는 정도다. 그들은 내 병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내 심정을 모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조용히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내 자리로 돌아가 엎드렸다. 이제 혜린의 입을 통해 연애가 알려질 터이고 무시로 일관하던 그들의 태도가 다시 참견으로 돌아갈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아니, 참견이라기 보단 비난이겠지.

 

  “일어나.”

  책상을 가볍게 툭툭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런 소문 안 좋은 나한테 관심을 주는 이가 누군가 봤더니 윤영이 가방을 메고 내 앞에 서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남은 애들은 하나도 없었고 옅은 주황색의 하늘이 창문 밖으로 보이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늦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가 여기 있는 이유는 그럼...

  “방과 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기다려도 안 오기에 무슨 일인가 했지.”

  “아... 애들이 나불대는 거 안 들으려고 잤더니 안 깨우고 그냥 다 갔나보네.”

  “흐음, 왕따네.”

  “글쎄다... 일단은 미안, 나 때문에 기다렸네.”

  “아니 뭐 별로? 어차피 집 가서 할 것도 없어.”

  “학원 같은 곳은 안 다니냐.”

  “당연하지. 그런 곳에 가도 난 공부를 별로 안 해서.”

  “그건 음... 나도 그러니까 인정.”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책상 옆에 걸린 가방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봤다가 문 쪽으로 고개를 까딱했더니 어깨를 으쓱이곤 밖으로 먼저 나갔다. 나는 교탁 아래를 뒤적거리며 반 열쇠를 찾아내고 밖으로 나가 문을 잠그고 교무실을 들렀다가 나왔다. 나중에 이래놓고 문을 안 잠갔다가 분실물이라도 생기는 날엔 난 현재의 내 평판에 도둑놈이라는 평가까지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교문 쪽으로 내려가니 윤영이 핸드폰을 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몸에 힘이 안 들어가네. 그래서 왜 약속을 잡은 거야?”

  “왜냐고...? 당연한 거 아니야? 데이트잖아.”

  “...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 연인 사이인데 데이트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비즈니스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단어가 튀어나오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옅게나마 아직 잠의 기운이 있던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보여주기 식의 느낌이 크지만 말이지.”

  아. 그렇구나. 보통 학생들의 데이트 코스는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그리고 그 데이트 코스들은 대부분이 학생들이 다니는 루트이고 그러면 당연히 예를 들어 손을 잡고 걷는다던지 하는 행동을 한다면 다른 학생들의 눈에 띄게 되어있다. 그것이 특히나 이 학교 주변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어차피 너나 나나 할 것도 없잖아. 시간 보내기에도 좋지.”

  “인정~”

  동의의 표시를 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항복한다는 느낌에 한 손을 들었는데 윤영이 그 손을 덥석 낚아챘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굳어있는데 그녀는 빠르게 내 교복 호주머니에 마주 잡은 두 손을 넣었다.

  “이제 가볼까?”

  “일단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하고 나서 움직이자...”

  일단 놀란 거 진정부터 시키고 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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