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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고물상의 현자
작가 : 아브
작품등록일 : 2017.11.20

고물상 주인 성한이 이세계로 가다! 폐품이 황금이 되는 기적이 펼쳐집니다.

 
그늘숲의 마법사
작성일 : 17-11-20 22:25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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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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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은 언제나 라면이다. 언제부턴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고물상을 시작한 이후론 쭉 그래왔다. 김씨 아저씨와 함께 아침을 먹고 노인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폐품을 정리하면 어느덧 10시 정도. 정신없이 바쁘던 일상도 이시간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해진다.

 

 나는 이시간에 보통 낮잠을 자는 편이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정신이 또렷했다. 날이 추워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리어카 한 대가 업장에 들어섰다. 목재와 폐지 그리고 잡동사니가 실려있다.

 

 “어서오세요. 뭐 파시려고요?”

 

 힘겹게 리어카를 내 앞에 내려놓은 영감님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싱글거리는 미소로 영감님이 대답했다.

 

 “어, 여기 문짝을 좀 처분하려고요. 사장님이요?”

 

 저리 힘들게 끌고 왔는데 이런 말을 해야하다니. 역시다. 리어카에 실린 것이 전부 목재는 아니건만, 하필이면 딱 목재만을 처분하러 왔다는 건가. 나는 인상을 최대한 찡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이고 영감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목재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목재를 취급하는 재활용센터 명함을 드릴테니 그 쪽에서 판매하시죠.”

 

 “아 그게 이미 알아봤는데, 돈은 거의 안되고 가는 비용도 많이 들고 해서 그냥 버릴려고 하는 거에요. 혹시나 고물상에서 받아주면 버리고 가려고.”

 

 영감의 말에 성한은 슬쩍 문짝을 흘겨 보았다. 특별할 것도 없는 90년대 주택 안방에 사용되던 문짝이다. 재활용될 가능성도 낮고 딱 불쏘시개나 하면 맞을 정돈데… 불쏘시개?!

 

 “네 그럼 제가 처리하죠. 다른 건 파실 것 없으세요? 저건 그냥 처리하는 거니까 돈은 못드려요.”

 

 “같이 처분하면 나는 좋지. 폐지 조금하고 박스 있는데 잘 쳐줘요 총각.”

 

 “네,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이동네에선 제일 값을 잘 쳐드려요. 정말입니다.”

 

 

 보통은 입으로만 하는 말인데, 실제로 꽤 후하게 값을 치러줬다. 힘들게 여기까지 끌고 온 영감님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었다. 영감님이 돌아가고 나는 문짝을 집어들어 컨테이너 벽에 기대 세웠다. 처음 봤을 때보다는 꽤 고풍적인 문이었다. 90년대 부잣집 안방문 같은 느낌이었다.

 

 난로 대신 태워버리기는 조금 아깝나. 응…? 이건 뭐지.

 

 문 중앙에 무언가 작은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

 

 “이거… 성경에 나온 구절이잖아. 주인이 교회를 다녔나 보네.”

 

 어느새 김씨 아저씨가 옆에 와 있었다.

 

 “아 이게 성경 구절이에요? “

 

 “응. 그 뭐지 마태복음인가. 예수가 말한 내용인데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라는 내용이야. 별거 없어.”

 

 나는 묘하게 그 글귀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불쏘시개로 쓰려고 했던 마음을 지우고 컨테이너안의 침대 옆에 문짝을 가져다 두었다. 이렇게 또 쓸모없는 잡동사니가 늘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고했어. 새벽에 봄세.”

 

 “네 들어가세요.”

 

 저녁이 되고 김씨가 퇴근하자 가뜩이나 한적한 고물상은 완전히 어둠에 묻혀버렸다. 나는 고독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시간 대에 느껴지는 외로움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항상 그렇듯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한이니. 밥은 먹었고?”

 

 매일 같이 듣는 어머니의 목소리지만 그것만으로도 외로움이 가시는 기분이다. 그리고 후회, 아쉬움. 회사를 그만두고 고물상을 선택한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복합적인 감정이 되어 밀려온다. 이윽고 그것은 목메임이 되어 나를 힘들게 한다.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니? 겨울에 따뜻하게 지내야 한다.”

 

 “네 엄마.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는요?”

 

 “너네 아빠는 요즘 신났다. 미현이가 이번에 장학금을 받아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닌다고 난리네.”

 

 “와 미현이가요? 대단하네요.”

 

 “그래. 그러니까 가족걱정일랑 하지말아. 사업은 잘되니?”

 

 “네. 잘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항상 건강해라. 술, 담배 좀 줄이고.”

 

 

 외로움의 전화는 항상 잔소리로 마무리된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고 저녁을 먹었다. 엄마가 알면 싫어하시겠지만 소주도 한 병 곁들여서. 그렇게 밥을 먹다가 언뜻 다시 아침의 문짝이 눈에 들어왔다.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것이다 라고 했던가? 세상이 그렇게 쉽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두드리면 열리고 원하면 이루어지고,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세상을 안다. 차디찬 현실을.

 

 술에 거나하게 취한 채로 난 침대 옆에 놓인 문짝을 슬쩍 노크했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크크 그럼 그렇지.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제는 자야할 시간. 동화속 마법같은 일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차디찬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금 잠들지 않으면 새벽에 일어날 수 없다.

 

 

 찌르르 짹짹

 

 나는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깼다. 왠지 모르게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 들었다. 컨테이너도 좀 따뜻해진 것 같고.

 

 김씨 아저씨는 아직 출근 안하셨나? 으응? 해가 떠 있는데?

 

 나는 깜짝 놀라 옷을 갈아입었다. 대부분 일이 새벽에 이루어지는 성한실업의 특성상 새벽일을 하지 못하면 그날 하루는 수익이 절반이 된다. 부리나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컨테이너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이게 뭐야? 아니 잠깐만 여기가 어디야?”

 

 성한실업의 고물상은 서울의 산동네 아래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지금 고물상은 울창한 침엽수림의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강원도 끝자락에서 복무하던 때나 보았을 그런 원시림의 한가운데 있다고나 할까.

 

 나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을 분석해보기 위해 컨테이너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솔직히 밖을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지만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고픈 욕망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위험한 무언가가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침대 옆에 놓여진 문짝을 바라봤다. 평소랑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젯 저녁 술김에 이 문을 두드린 것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짝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어준 것일까? 내가 곰곰히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도중 컨테이너 밖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자박자박.

 

 밖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문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밖에 있는 저 것이 위험한 생물이라면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똑똑-

 

 밖의 무언가는 컨테이너를 두드리고 있다. 그 적의 없는 행동에 나는 약간 긴장을 푼 상태로 컨테이너의 작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작은 소녀였다. 밝은 갈색머리의. 동서양이 적절히 혼합된 외모를 지닌 소녀가 작은 딸기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채 내가 있는 컨테이너의 입구에서 노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점이 내가 그녀에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 였다.

 가만히 있으면 물러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숨을 죽이고 있는 나의 귓가에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세요?”

 

 한국어였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소녀가 내뱉은 말은 한국어 라기보다 라틴어 계통의 느낌이 났지만 나는 그 뜻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법사님, 우리를 도와주세요. 제발요.”

 

 애절한 소녀의 목소리에 나는 결국 문을 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소녀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본다.

 

 “마법사님!?”

 

 “미안하지만 난 마법사가 아니야.”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마법사님.”

 

 소녀는 막무가내다.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말로만 듣던 이세계 차원이동이라는 건데 아무리 봐도 자신에겐 특별한 변화가 없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말곤. 아. 하나 더 있다. 컨테이너가 같이 왔다. 젠장.

 

 “무슨 일인지는 들어 줄 순 있어. 하지만 나는 아가씨가 찾는 마법사가 아니고, 반드시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는 할 수 없어.”

 

 내 말에 소녀는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엄마가 많이 아파요. 며칠 전 강에서 빨래를 하시다 그만 물에 빠지셨는데 그 후로 계속 열이 나요.”

 

 “감기 잖아. 병원에 가면 되겠네.”

 

 “감기? 병원?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우리 마을엔 신관님이 없어요.”

 

 나는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 소녀의 말이 사실이고 이 곳이 지구의 중세시대 수준의 문명이라면 감기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실제로 감기는 지구에서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질병중 하나이니까. 나는 선반을 뒤적여 예전에 먹던 감기약 통을 꺼냈다. 화콜 정도면 되겠지.

 

 “자. 여기 보면 열매 같은 것이 있지? 이 걸 아침 점심 저녁 한 번씩 식사 후에 먹으면 된다. 너무 많이 먹으면 큰일 나니까 꼭 한 개 씩 드시라고 전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댓가를 드리면 될까요? 여기 나무 딸기는 어떠세요?”

 

 나는 피식 웃었다. 소녀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저 딸기는 어머니의 약값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었나보다. 딸기 바구니를 내민 소녀의 손등이 보였다. 이리저리 다 까지고 터져서 소녀의 손이라기보단 거북이의 껍질 같아 보였다. 저런 손으로 저 어린 나이에 구해온 것을 먹고 싶진 않다. 아니 그 전에 저 약으로 소녀의 어머니가 나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그건 괜찮아. 대신 이 곳의 이야기를 들려줄래? 지금이 어느 시대고, 여긴 어디 나라에 속해 있고 뭐 그런 이야기 말이야.”

 

 “네! 그렇게 할게요.”

 

 

 소녀의 이름은 타리아.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여긴 대륙 북부의 무국적지대 중 하나라고 했다. 엠머시 제국과 삼국연합의 전쟁으로 많은 중소국가들이 망했는데 그 후 살아 남은 이들이 세운 지역이라고. 다행스럽게도 이 지역은 여신의 은혜가 있던 땅이어서 전쟁의 여파가 거의 없었고 여신의 축복을 바라고 이 땅에 모여든 피난민들이 모여들었는데 너무 인구가 많아져서 지금은 솔직히 살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했다.

 

 확실히 토지비율에 비해 인구가 많으면 좋지 않다. 작은 질병조차 굶주린 메뚜기 떼처럼 번져나가고 불씨 하나가 마을 하나를 삽시간에 태워버릴 수 있다.

 

 “좋은 이야기 고맙구나. 타리아. 그런데 여기에 마법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들었니?”

 

 “오래된 동화책에서 읽었어요. 위대한 마법사 한 엘베르그랑의 영혼이 이 지역에 머무신다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수호자가 되어.”

 

 “한 엘베르그랑?”

 

 “위대한 마법사에요. 마왕을 물리치고 이 땅에 평화를 가져다 주신 분이세요.”

 

 보통 그런건 용사의 역할이지 마법사의 역할이 아닐텐데. 뭐 크게 상관있는 건 아니지. 나는 대충 고개를 주억이며 타리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타리아는 그 나이 대 소녀답게 꽤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어린 소녀에게 들을 수 있는 것들은 솔직히 한계가 있었다.

 

 “고맙다. 덕분에 많은 걸 들을 수 있었구나. 아까 말했던 것처럼 그 약은 하루 세번 한 알씩 먹으면 된다. 그 이상 먹으면 안되고.”

 

 “네 알겠어요. 마법사님.”

 

 “그래. 조심히 돌아가.”

 

 타리아를 돌려보내고나자 이제 확실히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곳은 이세계다. 그것도 지구의 중세보다 더 이전의 시대로 보인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삼국시대 정도라고 할까. 타리아의 옷은 면직물이 아니었다. 풀잎 같은 걸로 얼기설기 엮은, 사극에서도 볼 수 없는 수준의 직물이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나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돌아갈 수는 있는건가? 판타지 소설에서는 대부분 돌아가지 못하던데.

 

 나는 침대 옆에 놓여진 문짝을 노크했다. 역시 이대로는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컨테이너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고물상이 있는 서울의 산동네에 있었다.

 

 저 문짝은 일종의 워프 포인트인거군. 그렇다면…

 

 나는 폐지나 유리 따위를 컨테이너에 집어넣고 다시 문짝을 노크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이세계에 지구의 물건을 옮길 수 있다는 거구나.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이거라면 괜찮을지도.

 

 내 머리 속에 사업구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세계라고해도 현대에 돈이 될 것들이 존재할 지 모른다. 실제로 삼한의 주민들은 금을 돌멩이로 취급했었고, 중세까지도 자연에서 발견되는 알루미늄이 금의 10배는 넘는 가치를 자랑했으니까. 내게는 고철과 유리가 넘쳐나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구해 올 자금도 있다.

 

 이거 노다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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