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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Legacy of WW2xN
작가 : 제로드라링
작품등록일 : 2017.11.14

세계를 바꾸려면 두 번의 전쟁이 필요하다. 첫 번 째 전쟁으로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전쟁으로 새 질서를 잡아야 한다. 1차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무너지고 2차세계대전으로 미-소 양강체제가 세워졌고, 냉전으로 소련이 무너지고 @차대전으로.....


현 문명 멸망 후 수 천년 후.

새로 개편된 국제질서.

중앙아시아에서 충돌하는 강대국들의 로봇병기 이야기


*이미지는 영혼기병 라젠카입니다.

 
Wild Central(2)
작성일 : 17-11-20 20:45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1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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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후우, 역시 나는 운이 좋아~"

 

 징계에서 해방 된 레가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게 벌써 몇번째냐!! 물론 이렇게 사면될 줄 알고 일부러 사고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운이 좋은 건 어떡해!!'

 

 "그래 너 운 정말 좋다. 어떻게 쓰리 쿠션이 이리도 잘 터질 수 있냐?"

 

 옆에 있던 그의 동료 GCM조종사이자 근육덩어리 거한인 나나이반다크가 혀를 내둘렀다. 지금 그들은 어느 여관 겸 술집의 1층 홀에서 내기당구를 치는 중이었다.

 

 "하하하, 이건 운이 아니라 실력입니다. 나나이 형님."

 

 레가츠가 큐대를 헝겊으로 닦으며 말했다. 벌써 11연속 쓰리쿠션 성공. 내기 상대인 나나이반다크에게서 뜯어낸 돈만 벌써 2000아크체다.

 

 "으... 이 정도 되는 실력이면 이 가난한 선배돈 뜯지 말고 다른 테이블이랑 배틀 좀 떠봐."

 

 나나이반다크가 레가츠에게 돈을 건네주며 툴툴거렸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지난 번 소문이 온 마을에 다 퍼진 것 같네요."

 

 레가츠는 눈동자만 살며시 돌려 다른 테이블들을 둘러 보았다. 모든 사람들이 레가츠를 향해 시선을 힐긋거리고 있었다. 다들 어제의 1대17 패싸움 소문을 들은 것이다. 더구나 레가츠의 그 독특한 회색머리 탓에 알아보기도 쉬운 것 같았다.

 

 "도박사기에 패싸움까지 벌인 놈이랑 다들 엮이기 싫어하는 눈치네요."

 

 레가츠가 자조 섞인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나나이반다크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으!! 이 사고뭉치 자식!!! 이런 데까지 와서도 민폐구나."

 

 "헤헤, 별 수 없잖습니까. 그니까 나나이 형님은 어서 제게 돈 갖다 바칠 준비나 하세요!!"

 

 레가츠는 그리고는 당구 테이블 위에 상반신을 얹혀 자세를 잡았다. 왼손 중지와 검지로 큐대를 감싸고 오른손으로 큐대를 길게 뺏는데..

 

 

 

 쨍그랑

 

 

 "Sibal mwuoya?!!!"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거친 외침이 들렸다. 레가츠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깨진 유리잔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그 옆에 인상을 잔뜩 찡그린 동양인 남자가 서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왁스로 머리를 세웠으며 키는 180cm가 훌쩍 넘어 동양인치고 굉장히 큰 키였다. 나이는 대충 레가츠보다 좀 많아보이는 20대 중후반이려나.

 

 '그나저나 요즘 동양인 참 많이 보네. 동양인 여자에 동양인 아저씨에 동양인 형님에...'

 

 "Hey, fucking shit!! 남의 물건 깼으면 사과를 해야할 거 아니야?"

 

 레가츠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선글라스 남자가 그에게 다가와 성질을 냈다. 레가츠는 얼떨떨한 상태에서 후다다닥 정신을 차렸다.

 

 "아!! 에... Sorry... 제가 너무 주위를 살피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레가츠가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까지 사과했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지만 그는 바로 어제 폭행사건으로 걸렸다가 풀려난 몸이다. 또 싸움터지면 진짜 끝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싸움 나는 걸 막아야만 했다.

 

 "What the fucking!! 말로만 사과하면 다야? 저 깨진 유리잔 어떡할 거야!!"

 

 레가츠가 사과했음에도 상대는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레가츠는 본능적으로 이 동양인 남자가 진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사과해봤자 제대로 받아줄 것 같지도 않지만... 뭐 별 수 있겠는가. 레가츠는 거듭해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새로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Fuck. 이거 한정판이야. It's limited unique!! Nobody can buy it!!!"

 

 "죄송합니다. 그럼 그에 상응하는 액수로 변상해드리겠습니다."

 

 "Shut up!! 이건 나한테 엄청 소중한 거야. My Precious!! 돈 가지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거라고!!"

 

 "..........그럼 뭘 원하십니까?"

 

 레가츠도 점점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왔다. 이 자식 지금 뭐하자는 거냐. 싸우자는 거냐, 라고 마음 속으로 울컥하는데

 

 

 

 "강냉이 몇 개만 털리자."

 

 

 

 그런 그의 느낌은 그대로 적중했다. 선글라스 남자의 음흉한 목소리가 잠시 들리는가 싶더니

 

 슝

 

 "!!!!"

 

 레가츠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그리고 엄청난 풍압이 그의 귓전을 스쳤다. 눈에 보이지도 못할 엄청난 속도로 선글라스 남자가 발차기를 날린 것이다.

 

 "이게 무슨... 욱!!!"

 

 발차기를 겨우 피한 레가츠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강펀치가 날아와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내장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격통에 레가츠는 배를 움켜잡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이바이~"

 

 선글라스 남자의 가학적인 웃음이 들렸고 곧이어 기다란 그림자가 레가츠의 머리 위에 드리웠다. 그 남자가 레가츠의 머리를 찍어내리려고 발을 높이 들어올린 것이다.

 

 "!!!"

 

 레가츠는 재빨리 몸을 회전시켜서 선글라스 남자의 다리에 태클을 걸었다. 발차기 때문에 한쪽 다리로만 서 있던 선글라스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Ah, Sibal...!!!"

 

 선글라스 남자가 고통을 호소할 틈도 없이 레가츠는 그의 몸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팔꿈치에 체중을 실어서 선글라스 녀석을 찍어내리려는데

 

 "Ooop! jae beub in de?"

 

 선글라스 남자는 자기 모국어로 뭐라 중얼걸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레가츠의 팔꿈치에 찍히기 전에 발을 차서 레가츠를 튕겨버렸다.

 

 허공에 붕 날아가버린 레가츠. 하지만 곧바로 침착하게 몸을 회전시켜서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선글라스 동양인 남자를 노려보았다. 저 녀석, 그냥 양아치가 아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Hahaha jeo nom jola je mit ne?"

 

 저 선글라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맞수를 만나 기쁘다는 미소를 짓고는 자세를 낮춰 전투태세를 갖췄다. 레가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더 이상 동네 양아치 싸움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전투다.

 

 "기다리기만 할 거면 나 먼저 갈게!!"

 

 선글라스남자가 먼저 공격해 들어왔다. 큰 키와 긴 다리를 이용한 돌려차기가 레가츠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레가츠는 재빨리 팔을 뻗어서 그걸 막았다.

 

 아니, 막았어야 했다. 그냥 평범한 발차기였다면

 

 "우왁....!!"

 

 목덜미에서 쓰라린 통증이 몰려옴과 함께 눈앞이 새하얘지면서 레가츠는 땅바닥에 쳐박혔다. 브라질리언 킥(Brazilian Kick) 이었다. 저 선글라스남자는 옆구리를 차는가 싶더니 마지막 순간에 발차기 궤도를 바꿔서 레가츠의 목덜미를 노린 것이다.

 

 "자, 이제 좀 맞자."

 

 레가츠가 다시 일어설 틈도 없이 선글라스 남자가 레가츠의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양 무릎으로 레가츠의 팔뚝을 찍어눌러 움직임을 봉쇄한 후, 망치같은 주먹으로 레가츠의 볼싸다구를 시원하게 두드려패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우웁!! 우웁!!"

 

 광대뼈와 잇몸에 얼얼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리고 레가츠의 입 안에서 비린 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입 안 쪽에서 피가 터져 핏물이 입 속에서 고이고 있는 것이다.

 

 퍽 퍽 퍽

 

 "Hahahahahah!!!"

 

 "............"

 

 선글라스 남자는 신나게 레가츠를 팼고 레가츠는 입을 꼭 다문 채로 얻어 맞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뼈가 뭉개지는 듯한 고통, 하지만 레가츠는 눈빛에서 힘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선글라스 녀석의 주먹에 맞을 때마다 안면근육에 힘을 더욱 주었다. 마치 입 속에 무언가가 들어가있는 것처럼 입술을 꼭 다물고 볼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퍽 퍽 퍽

 

 ".........."

 

 그리고 선글라스의 주먹에 맞으면 맞을 수록 입 속에 피가 고여 그의 볼을 점점 더 빵빵해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핏물이 빵빵하게 차올라 입 속의 압력을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돼었을 때

 

 "퉷!!"

 

 "왁!!! What!!!"

 

 레가츠는 입 속에 모아두었던 핏물을 힘주어 뱉었다. 끈적끈적한 핏물이 남자의 선글라스 달라붙어 그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아 뭐야, 안 보여!!"

 

  동양인 남자는 허둥지둥 손을 올려 선글라스를 벗어던졌다. 쌍커풀 없는 밋밋한 눈동자가 드러나면서 그는 다시 시야를 되찾았다. 그의 시야가 가려진 시간은 겨우 1.4초.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레가츠에게는 반격태세를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씨 눈이야..... 왓!! What's this?!"

 

 동양인 남자가 눈을 닦는 사이 레가츠는 근처 테이블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 그릇, 꽃병같은 것들이 쏟아져 내려 동양인 남자를 덮쳤다. 동양인 남자는 후다다닥 일어나서 몸을 피했다. 그리고 드디어, 레가츠는 자유로워졌다.

 

 "Sibal, yi ssaggi....!!!"

 

 짜증의 욕바가지를 날리던 동양인 남자의 시야 앞을 하얀 무언가가 가득 덮었다. 레가츠가 식탁보를 빼내서 던진 것이다. 또 시야가 가려질 것을 두려워한 그는 냉큼 손을 휘둘러서 자신을 덮으려는 식탁보를 쳐냈다. 그런데 어째선지 식탁보의 질감이 굉장히 묵직했다.

 

 "왁!!"

 

 동양인 남자는 손가락이 부러지는 것 같은 통증이 팔을 타고 흘렀다. 식탁보 뒤에 몸을 가리고 있던 레가츠가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날린 것이다. 식탁보 때문에 레가츠를 볼 수 없었던 동양인 남자는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Anwa sibal..... 케케케켁!! 숨, 숨 막혀...!!!"

 

  레가츠는 곧바로 식탁보를 쥐어 동양인 남자의 목을 졸랐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섰고 팔에는 힘줄이 꿈틀거렸다. 정말로 그를 목 졸라 죽일 기세였다. 동양인 남자는 얼굴이 시퍼러진 채 손바닥으로 바닥을 마구 두드리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가 했는데..

 

 쉬이이익!!!

 

 날카롭고 반짝이는 섬광이 레가츠의 눈 앞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동양인 남자의 목을 졸랐던 식탁보가 싹뚝 잘리면서 풀렸다. 그리고 또 다시 섬광이 그의 시야 앞에서 번쩍이는 순간, 레가츠는 재빨리 뒤로 점프해서 멀찌감치 그것을 피했다.

 

 "Sibal....Neon Jinjja juk. ut. tta."

 

 취리링 칭칭

 

 남자가 모국어로 뭐라 지껄이면서 손 안에 든물체를 화려하게 돌렸다. 통칭 버터플라이 나이프라고도 불리는 발리송 나이프였다. 방금 전 번쩍였던 섬광의 정체는 저것이었나 보다.

 

 "......."

 

 툭 쨍그랑

 

 동양인 남자의 발리송 나이프에 대항해 레가츠도 무기를 들었다. 먼저 오른손으로 근처 당구 테이블의 큐대를 들었다. 그리고 그걸로 근처의 화분 하나를 깨트린 후 왼손으로 그 날카로운 파편 하나를 집었다. 매우 기묘한 조합의 이도류였다.

 

 동양인 남자도 레가츠의 무장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발리송 나이프를 바로 잡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레가츠도 화분파편을 앞으로 내밀고 큐대를 뒤로 빼서 언제든지 돌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었다.

 

 이제는 주먹이 아니라 날붙이를 든 싸움이다. 살이 잘리고 선혈이 튀며 정말 목숨을 걸

 어야만 하는 싸움이다. 서로 노려보는 두 남자 사이에 뜨거운 적의와 한없이 싸늘한 냉기가 교차했다.

 

 

 

 

 "Stop!! Stop it!!!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살벌한 분위기, 그 폭풍전야를 깨고 갑자기 제3자가 난입했다. 땅딸막하고 통통한 체격에 안경을 쓴 동양인남자였다. 진짜 오늘따라 동양인 겁나 많이 보네, 라고 레가츠는 혀를 찼다. 그러는 사이 안경잡이는 발리송나이프에게로 다가가 귓속말로 무어라 속삭였다.

 

 "eo...eo....Eng???!!! Jinjja?? Jenjang~~."

 

 동료의 귓속말을 들은 발리송나이프 남자는 어깨에 힘이 탁 빠지며 긴장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는지 발리송 나이프를 휘리릭 돌려 집어넣고는 양팔을 벌려 레가츠에게 다가왔다.

 

 "Hey, yo brother!!! I'm so sorry!!! 저 깨진 유리잔이 제것이 아니라 이 친구것이었지 뭡니까?!!"

 

 "..........??"

 

 저 맥락도 없고 뜬금도 없는 대사를 이해하는데 레가츠는 딜레이가 걸렸다. 방금 30초전까지 서로 날붙이 들고 싸웠던 사람의 태도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하하하하, 정말 죄송합니다. 브라더. 기분 풀어요. 서로 오해풀렸으면 그만이지 남자가 째째하게 굴 필요 없잖습니까?"

 

 그러는 사이 남자는 떨어졌던 선글라스를 주워끼고 레가츠에게 밀착해 어깨동무를 둘렀다. 그렇게 경우없이 친근한 척하는 그를 보고 여태껏 뒤에 빠져 있었던 나나이반다크가 나섰다.

 

 "이봐 당신, 먼저 맘대로 싸움 걸어 놓고 이렇게 사과 한 마디 하면 다 인 줄 알아? 얘 얼굴 봐. 어떡할 거야?"

 

 나나이반다크가 선글라스 남자에게 따져들었다. 그의 시비조 말투에 선글라스 남자는 눈썹을 씰룩였다. 선글라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나이반다크를 보고 눈을 부라리는 게 확연했다. 그리고 나나이반다크도 그에 대항해서 주먹관절을 우두둑 풀기 시작했다. 겨우 멈췄던 싸움이 이제 패싸움으로 번질 기세다.

 

 "그만해요, 나나이 형님."

 

 그 때 레가츠가 손을 뻗어 나나이반다크를 제지했다.

 

 "야, 레가츠...."

 

 "여기까지만 해요. 제 얼굴은 괜찮아요."

 

 나나이반다크를 말리고 레가츠는 선글라스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려 사과를 받아들였다."

 

 "어떻게든 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저도 손을 함부로 놀려서 죄송합니다."

 

 "Yo brother!! 역시 고수끼리는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법이에요!!"

 

 선글라스 남자는 껄껄 웃으며 레가츠의 등짝을 쳤다.

 

 "하하하, 그런 법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를 보는 눈이 소란스러우니 이쯤에서 그만 헤어지는 게 어떨까요?"

 

 레가츠가 말했다. 선글라스 남자도 주변을 스윽 돌아보고는 레가츠에게 했던 어깨동무를 풀었다.

 

 "흠. 그런 것 같군요. 아쉽지만 여기서 헤어집시다. 다음에 만나면 술 한 잔이라도 해요, Gray haired brother!!"

 

 그리고 선글라스 남자는 동료 안경잡이와 함께 여관 2층으로 올라갔다.

 

 

 

 

 

 "Of course..... 우리도 갑시다, 나나이 형님."

 

 "야야야야야 레가츠!! 같이 가!!!"

 

 레가츠도 이 보는 눈 많은 여관홀을 황급히 떴다. 그리고 그 뒤를 허둥지둥 쫓아가는 나나이반다크. 인파 속에 낑겨서 헤매다가 여관홀 밖으로 겨우 나왔다. 그리곤 레가츠를 향해 주저리주저리 불만을 토로한다.

 

 "후아, 겨우 따라잡았네. 야, 레가츠. 왜 이리 급하게 나가냐? 또 신고 당할까봐? 그거 걱정하지마. 이건 분명히 너의 정당방위였어. 먼저 선빵 날린 것도 그 선글라스 녀석이었고 먼저 무기를 든 것도....."

 

 "그 남자, 군인이에요."

 

 갑자기 레가츠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뭐?"

 

 "싸움 좀 잘하는 마피아나 무투가가 아니에요. 엄격한 훈련을 받은 정규군이에요."

 

 레가츠가 말했다.

 

 안테티탄 제5전대에서 천덕꾸러기로 이름 찍힌 레가츠지만 그도 나름 이 와일드 센트럴(Wild Central)의 주민으로서 생사를 오가는 외줄타기 같은 인생을 살아온 몸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싸움을 몇 백 번이나 겪다보니 자연스레 전투실력과 직감만큼은 수준급이었다. 때문에 안테티탄 제5전대원들도 그의 이런 능력만큼은 인정해서 그가 근거없이 뱉은 이야기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흠, 군인이라..... 그 남자 동양인이었으니 친 제국 아니면 맥고려 군대인가?"

 

 "꼭 그런 건 아니죠. 우리 타브가치 대령님도 동양계 유목민 출신이잖아요. 다른 서방국가나 용병단에서 왔을 가능성도 있죠."

 

 "끙..........."

 

 레가츠가 진지해지자 나나이반다크도 따라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뇌세포가 거의 없는 이 근육뇌남자가 머리를 굴려봤자다. 머리에 쥐가 난 나나이반다크는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아 귀찮아. 그냥 간단히 생각하자 레가츠. 이 와일드 센트럴에 군대 풀어놓은 나라가 어디 한 둘이냐? 그리고 이 카잘라 마을이 우리 셰하군 주둔지라지만 결코 우리 영토는 아니야. 다른 나라 군인들이 들어와 있어도 우리가 뭐 어쩔 수 있는게 아니잖냐."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래도 일단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레가츠가 깊게 인상쓰며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자 나나이반다크가 휴대폰을 확 낚아채 버렸다.

 

 "얌마, 왜 일을 귀찮게 만들어. 너 어차피 근거도 없이 네 직감만으로 판단하는 거잖아. 아무리 네 직감이 뛰어나다지만 그런 것만으로 군대에 보고할 수는 없어."

 

 나나이반다크가 레가츠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며 말했다. 그러자 레가츠도 얼굴에 심각한 그늘이 사라지고 다시 장난기가 스며올랐다.

 

 "우왁!! 그, 그런가요?"

 

 "그래, 자, 자. 우리 뭐 어쩌지도 못하는 고민은 그만 하고 숙소 들어가서 쉬자. 너 내일 아침 일찍 어머니 뵈러 가야 한다며. 숙소가서 올리버랑 맥주 한 캔 따고 빨리 자자."

 

 나나이반다크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 그들은 마을 한 복판에 자리잡은 모텔에 도착했다. 그들이 머물 셰하군 주둔지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군부대에서는 함부로(?) 놀기 어려워서 그들은 이렇게 굳이 카잘라 마을에 숙소를 잡고 놀곤 한다.

 

 숙소 앞에 도착한 그들은 계단을 올라가 방문에 열쇠를 꽂았다.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안 돼!! 오지 마!!”

 

  열쇠를 돌리자마자 어떤 남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가츠와 나나이반다크는 아랑곳 않고 그냥 방 안으로 들어갔다.

 

 “꺄아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시급히 이불로 알몸을 덮는 남자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갈색머리와 어벙한 얼굴을 가진 20대 후반의 남자. 안테티탄 부대의 급강하폭격기 조종사인 올리버였다. 그의 아래에는 역시 알몸의 여자가 누워있었다.

 

 “아 정말, 숙소에서는 일 치루지 말라고 했잖아!”

 

 나나이반다크가 짐을 자기 침대에 던지며 말했다.

 

 “아, 그, 그게 여기 여관 값 엄청 비싸다고, 어디서 방을 또 구해?”

 

  올리버가 버벅거리며 변명했다. 품속의 여자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울먹이고 있었다.

 

 "하, 그런데 올리버 이 치사한 녀석. 자기만 즐기려 하네. 레가츠, 우리도 같이 낄래?"

 

 갑자기 나나이반다크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웃통을 벗었다. 레가츠는 입맛을 살짝 다시는 듯 했으나 결국 고개를 저었다.

 

 "음... 전 아직 멀티플레이는 거부감이 드네요."

 

 "그런가? 그럼 로테이션 돌리는 걸로 할까? 어때 올리버?"

 

 "흐음... 어... 물어볼게. 자기, 자기는 어떻게 더 좋..... 푸악!!!"

 

 여자가 올리버의 뺨을 찰싹 때렸다. 자기를 마치 단백질인형 마냥 성적도구로 취급하는 이 분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여자는 울면서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 자식들아!! 내가 어떻게 꼬신 여자인데!! 어떻게 책임 질 거야!!"

 

 거사를 실패한 올리버는 알몸인 채로 울부짖었다. 그런 동료를 나나이반다크는 하찮다는 눈으로 내려보며 비아냥 거렸다.

 

 "마지막에 말 잘못해서 결정타 날린 건 네 녀석이잖아. 그건 글코 레가츠는 어디 가서 죽도록 두들겨 맞고 왔는데 너는 여자랑 한 판 치루려고만 하고. 선배가 되서 부끄럽지도 않냐?"

 

 "레가츠가 쌈박질 하는 게 어디 대수로운 일이냐?......... 그런데 오늘은 좀 심하긴 심하네."

 

 올리버는 레가츠의 얼굴을 보더니 씩씩거리던 흥분이 저절로 가라 앉았다. 아닌게 아니라 레가츠의 면상은 정말로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특히나 양 볼은 어찌나 심하게 부어올랐는지 혹부리 영감이 따로 없었다. 자기 부대 막내가 이런 꼴이 된 걸 보니 올리버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레가츠, 괜찮냐? 너 그런데 진짜 못생겼다. 얼른 약 바르고 붕대 감아라."

 

 올리버는 그 측은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 마십쇼. 그러는 올리버 형님이야 말로 세상에서 제일 추해 보입니다. 얼른 옷이나 입으세요."

 

 올리버의 동정스런 눈길에 레가츠는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정심에 찬 얼굴은 언뜻 보면 멍하니 얼빠진 얼굴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 표정을 알몸인 채로 짓고 있으니 올리버는 정말 원시인이 따로 없었다.

 

 "워이, 워이. 얼굴 인상 쓰지 마라, 레가츠. 상처 벌어져. 자, 일단 약이나 바르자."

 

 한편 나나이반다크는 언제 어디서 챙겨왔는지 레가츠 옆에다가 구급약 상자를 놓았다. 그리고 소독약을 꺼내서 레가츠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 피보다도 더 검붉은 공포의 소독약을 마주하자 레가츠이 눈빛이 다시 번뜩였다.

 

 "자, 잠깐만요, 나나이 형님!!"

 

 "왜? 뭐야? 기껏 선배가 치료해주려고 하는데."

 

 "아니, 그게 굳이 치료해주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이게 보기에만 심해 보이지 별로 아픈 상처도 아니고."

 

 "그래도 너 내일 어머니 뵈러 간다며. 너 이런 얼굴로 가면 어머니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시겠냐."

 

 "그것도 걱정마세요. 우리 엄마는 완전 자유방임주의자셔서 어렸을 때 제가 중환자실에 실려갔을 때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정도 상처 쯤>이야 하루 지나면 푹 나으니까 내버려 두세요."

 

 레가츠는 고개와 양 손을 격하게 저으며 소독약을 떨쳐냈다. 갑자기 강하게 저항하는 레가츠를 보고 나나이반다크와 올리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흠, 레가츠. 그래, 사실 너 정도 싸움꾼한테는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지."

 

 "옙. 그렇죠. 이래뵈도 전 와일드 센트럴 출신이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상처의 아픔보다 이 소독약을 바라는 아픔이 더 견디기 어렵다 이 말이렸다?"

 

 "네!!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눈빛이 다들 왜 그러시나요...?"

 

 레가츠는 갑자기 오한이 서렸다. 바로 눈 앞에서 나나이반다크와 올리버가 음흉한 미소를 지은 것이다. 그 두 덤앤더머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레가츠 이 자식, 너 오늘 잘 걸렸다. 올리버!! 이 녀석 잡아!!"

 "그래!! 그 동안 선배들한테 싹수없이 굴었던 버릇 좀 고쳐주자고!!"

 "왁! 왁! 뭐에요! 형님들 왜 그러세요! 잠깐만, 잠깐!! 그 약은 안 돼... 앗 따가!! 따가따가따가따가따가따가!!"

 

 

 

 

 

 

 

 

 

 

 

 

 

 

 

 "우리 돌아왔수다!!"

 "저희 돌아왔습니다. 탁발균 상좌님."

 

 한 판 큰싸움이 났던 여관술집의 2층 방. 방문을 열고 선글라스 남자와 안경잡이뚱보가 들어왔다.

 

 "수고했네. 김철웅 특교, 박재현 특교. 어서 들어오게."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년 남자가 그들을 반겼다. 동양인치고 굉장히 뚜렷한 이목구비에 카이져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훤칠한 미중년이었다.

 

 "우와, 기껏 고생해서 임무 마치고 온 부하한테 겨우 그 정도 환대 밖에 안 해주십니까? 저희들은 그 살벌한 국경을 넘어갔다 오고 또 바로 방금 전에는 당신의 명 받고 이상한 놈이랑 쌈박질까지 하고 왔는데."

 

 선글라스 남자 철웅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툴툴거렸다. 그런 부하의 불평을 미중년 탁발균은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렇군. 정말 고생이 많았겠구만."

 

 "와아아, 이 할저씨 좀 보소.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것 밖에 안 되십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게, 김철웅 특교. 지금 자네 옆에 신입대원이 와있는데 경박한 모습을 보여서는 아니되지 않겠나."

 

 "예? 신입대원.... 훕!!"

 

 불평물만을 늘어 놓던 철웅은 탁발균의 옆자리 구석을 보고 숨이 멎었다.

 

 귀 아래로 머리카락을 가늘게 묶은 다운사이드 트윈테일의 여자가 있었다. 외관 나이는 대충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 가느다란 팔다리와 큼지막한 눈동자에는 힘을 꼿꼿이 주어 나름 군기를 잡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여리여리한 인상이었다.

 

 "이번에 우리부대로 새로 전입한 권세림 정교일세."

 

 탁발균이 소개인사를 열었다. 그러자 여자는 벌떡 일어서 철웅과 재현을 향해 거수경례를 올렸다.

 

 "대한의 다물을 위하여. 오늘부로 684특임대로 전입한 정교 권세림입니다."

 

 세림이 전입신고를 했다. 나름 절도 있게 힘을 주었지만 여리여리한 목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이욜~ 엄청 귀엽잖아!! 드디어 케케먹은 우리부대에도 분위기를 띄워줄 청량제가 왔습니다!!"

 

 세림을 보는 철웅의 얼굴에 화색이 가득 돌았다. 입꼬리는 귀까지 올라간 채 다물 줄 몰랐고 선글라스 너머의 눈동자는 하트뿅뿅으로 가득 차있었다. 철웅의 그런 시선을 의식한 세림은 부담스럽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녀의 여성스러움만 강조했다.

 

 "웁... 청초해.... 야, 박재현 나 코피 나냐?"

 

 "정신차려 이 미친놈아."

 

 안경잡이 뚱보 재현이 철웅의 코에 휴지를 갖다주었다. 그리고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림을 흘겨보았다.

 

 "양갈래머리, 권세림........ 설마 그 반역자의 딸?"

 

 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재현이 뭔가 깨달았다는듯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그 신기함의 번뜩임도 잠시, 세림을 보는 재현이 눈빛이 <반역자의 딸>이라는 말과 함께 경멸감으로 가득 차 올랐다.

 

 "아, 정말? 그 유명인사? 소문대로 진짜 귀엽다."

 

 철웅은 방금 재현의 말에서 민감한 단어가 하나 나왔다는 걸 모르는것 같았다. 그는 그너 헤벌레 하트뿅뿅인채로 세림의 얼굴을 눈에 담기에 바빴다. 그런 동료의 추태를 재현은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얌마, 쟤 반역자의 딸이라고. 우리가 왜 쟤랑 같은 부대에 있어야 해?"

 

 "야,박재현. 너 처음보는 애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 여린 애가 얼마나 상처 받겠어?"

 

 "저 발정난 새끼가? 여자에 미쳐서 나라 팔아먹을 놈일세."

 

 "뭘 팔아먹어 새꺄. 얘 얼굴 좀 봐봐. 이렇게 순수한 얼굴로 사람 뒤통수치는 일을 어떻게 하겠어?"

 

 "미친 놈아. 이 년은 반역자의 딸이야. 자기 역시 짱개들한테 작위까지 받았고."

 

 철웅과 재현이 세림에 대한 평가를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처음에는 반장난이었던 것이 이제는 서로 언성이 높아질 정도까지 왔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세림. 생판초면인 두 남자가 자신에 대해 저렇게 말하고 있다. 한 남자는 처음보자마자 느끼하고 부담스러운 멘트를 날리고, 또 한 남자는 반역자의 딸이라며 경멸의 눈초리로 노려보는 상황이다. 내색을 안하려 했지만 불편한 티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

 

 "모두 그만!!! 그만 하게!!!"

 

 세림의 기분을 눈치챘는 지 탁발균이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철웅과 재현을 나무랐다. 이 중년신사의 불호령에 두 20대 청년은 말싸움을 뚝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상 권세림 정교에 대해 그런 식으로 발언하면 두 사람 모두 성희롱 및 인격모독을 이유로 군사재판에 회부할 걸세!!"

 

 "상좌님..."

 

 탁발균이 엄숙하게 말했다.그렇게 자기를 두둔해주는 탁발균을 보고 세림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여태껏 자기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처럼.

 

 "죄송합니다. 탁발균 상좌님."

 

 한 차례 야단을 맞은 철웅과 재현은 차렷 자세를 취하고 고개를 숙였다. 탁발균은 반성하는 부하들을 근엄한 눈빛으로 돌려본 후 화제를 바꾸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 믿네. 그나저나 김철웅 특교. 내가 지시했던 임무는 잘 수행한 모양이군. 그 녀석을 상대한 느낌이 어떤가?"

 

 탁발균이 방의 창문을 열며 말했다. 대형여관의 2층에 위치한 이 방에서는 창을 열면 홀이 한 눈에 보였다. 그리고 홀의 한쪽 구석은 테이블이란 테이블은 죄다 엎어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방금 전에 철웅과 회색머리 녀석이 싸움을 벌인 장소였다. 자기가 싸운 그 곳을 내려다보며 철웅은 혀를 내둘렀다.

 

 "우....정말 지독한 놈입니다. 살면서 그렇게 더럽게 싸우는 놈은 처음봅니다."

 

 "더럽게 싸운다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게, 김철웅 특교."

 

 탁발균이 물었다. 철웅은 선글라스를 벗고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정식훈련을 받은 느낌은 아니에요. 그냥 본능대로 공격하는 것 같다나..... 그런데 본능만으로 움직인다해서 형편없는 건 또 아니에요. 오히려 수준급이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또 어떻게 해야 상대의 빈틈을 만들지 아주 잘 알고 또 순식간에 판단해요. 이 모든 걸 본능대로 한다는 게 정말 놀랍죠. 정말..."

 

 철웅은 길었던 연설을 잠시 멈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잇는다.

 

 

 

 

 "훈련받은 병사가 아니라 들판에서 자란 야생늑대같은 놈이에요."

 

 

 

 

 "맞습니다. 저도 김철웅 특교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철웅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림이 말했다. 탁발균은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생각해보니 권세림 정교는 그 자와 이미 면식이 있는 사이였군.,"

 

 "엥? 이 애랑 그 회색머리 자식 말입니까? 세림아, 진짜야?"

 

 갑자기 철웅이 끼어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선수를 빼앗겼다는 아쉬움과 왠지 모를 분함이 가득 차 있었다. 세림은 철웅의 그런 부담스런 시선을 살며시 피하며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예. 이 마을 검문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탁발균 상좌님을 만나기 전까지 그 자와 함께 동행했습니다. 검문소에서 함께 좀비병사들과 싸웠고 마을 한 복판에서 패싸움 벌이는 걸 옆에서 바로 봤습니다."

 

 세림이 말했다.

 

 "컥!!! 동행...."

 

 "그렇다면 싸움실력말고도 그 자에 대해 더 많을 걸 알겠군."

 

 울컥하는 철웅의 말을 끊고 탁발균이 물었다.

 

 "예. 그 자는 이 와일드 센트럴(Wild Central)의 중부 출신이며 이름은 '레가츠 카시튠'입니다. 그것이 진명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 이름이 레가츠 맞을 겁니다. 방금 싸움 걸었을 때 녀석의 동료가 녀석을 그렇게 부르는 걸 들었습니다."

 

 세림의 말끝을 망설이자 철웅이 나섰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세림을 향해 싱긋 웃는 철웅. 그리고 그녀와 차례를 바꿔서 탁발균에게 계속 보고를 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중부 와일드 센트럴 출신이란 걸 들으니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중부는 와일드 센트럴 중에서도 가장 무법천지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그 마을에서 그 나이 먹도록까지 살아남았다면 아마 사람 한 두명만 죽여본 수준이 아닐겁니다."

 

 철웅이 말했다. 그의 보고를 듣고 탁발균은 한 층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색머리..... 사람 많이 죽여본 경험에 중부 와일드센트럴 출신이라...... 이보게, 박재현 특교."

 

 "예, 탁발균 상좌님."

 

 여지껏 구석해서 아무말 없이 있던 재현이 상관의 지시에 벌떡 일어섰다.

 

 "지금 당장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서 그 레가츠 카시튠이라는 자에 대해 알아보게."

 

 "예,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일드 센트럴 출신들은 신상기록이 인터넷망에 없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입소문을 통해 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릴 듟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어. 그 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찾아오게."

 

 "옛... 그런데 굳이 그 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신 이유라도 있습니까?"

 

 재현이 살짝 의문을 보냈다. 그러자 탁발균은 자신의 카이져 수염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혹시 아는 사람의 지인일까 해서. 회색머리가 흔한 머리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잘 하면... 우리 계획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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