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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Daily Life
작가 : 해빛
작품등록일 : 2016.8.30

쇼타수, 황제였수X미인공, 황제공. 다른 차원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 현은 애인의 손에 죽은 뒤 어린 아이의 육체를 입고 차원 이동을 해 클로리스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와 성인의 육체를 번갈아 지내는 현과 절세미인 황제 클로리스의 이야기

 
2화
작성일 : 16-08-31 01:10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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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서 이것을.”

 

  한 시녀가 수건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천쪼가리를 그에게 내밀었다. 현은 자신의 옆에 저마다 다른 것을 들고 있는 시녀들을 쭉 훑어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복색이지만 분명 눈에 익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꿈속에서 본 것이다. 방금 보았던 그 남자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기 직전에 미쳐 환상을 보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꿈속으로 들어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어느 쪽이든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라고 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아세라시여.”

 

  시녀가 현의 얼굴 바로 앞으로 수건을 들이밀었다. ‘아세라’가 아마 자신을 뜻하는 칭호인 듯 했다. 이것은 현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다. 현이 팔을 벌리자 시녀가 천쪼가리로 현의 몸을 감쌌다. 어찌나 크기가 커다란지 천 하나가 현의 몸을 전부 가려주었다. 시녀는 꼼꼼하게 현의 몸에 천을 칭칭 두른 뒤 허리를 펴고 자세를 바로 했다. 현은 그제야 그들의 키가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키도 그다지 작은 편이 아닌데, 여인네가 자신보다 키가 훨씬 커다랬다. 꿈속의 나라가 거인국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아니라는 확신도 없었다.

 

  현은 허리를 숙이고 있는 자들을 차가운 눈으로 돌아보았다. 여기가 정말로 거인국이라면 저들이 자신이 비웃은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의 신하들도 겉모습에 휘둘렸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시녀가 길을 안내했다. 현은 남자의 신하들을 지나 시녀들을 따라 그가 나간 문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앞에서 그를 인도하는 시녀들의 발걸음이 마치 현을 따돌리려는 것 같기도 하고 현에게서 도망가려는 것 같기도 했다.

 

  푸른 빛이 감도는 크리스탈이 장식된 복도와 곳곳에 놓인 섬세하고도 화려한 도자기와 불세출의 화가의 역작이라 불리는 그림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그는 다리가 아프도록 걸어야만 했다. 사실은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현은 주위를 둘러볼 새가 없었다.

 

  ‘나는 꿈속에 들어온 것이구나.’

 

  그게 아니면 미쳤거나 육체가 죽기 직전에 환상을 여행하는 중일 수도 있었다. 현은 자신의 처지를 쉽게 납득했다. 하지만 이 몸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살이 쪘으면 팔에 살이 접히는 부분이 네 군데나 있단 말인가. 이건 미추여부를 떠나서 몸에 좋지 않았다.

 

  “이 방으로 드시지요.”

 

  시녀들이 공손하게 문을 열었다. 그제야 현은 지금 자신이 서 있는 복도와 시녀가 잡고 있는 문의 손잡이와 열린 문 안의 풍경이 몹시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편히 쉬십시오. 잠시 후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현이 방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등 뒤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내가 꿈속으로 들어온 모양이구나.’

 

  현은 천천히 금빛 휘장이 달린 침대와 이국적인 무늬가 새겨진 벽지와 적갈색의 고풍스러운 가구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쓸어보았다. 아까 전 그를 보았을 때보다 더욱 꿈에, 그 남자의 세계에 들어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곳은 그가 황태자가 되기 전에 지내던 방이었다.

 

  현은 침대 밑바닥까지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냈다. 이불이 어찌나 크고 무거운지 사지를 이용해 옮겨야 했다. 이불에 가려진 바닥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있었다. 현은 가만히 그것을 쓸어보았다.

 

  현의 방에도 이와 똑같은 것이 있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피가 흐를 정도로 맞았는데 당시에는 현을 구해줄 사람도 없고 어지럽혀진 방을 치워줄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이제는 지워지지 않았다. 후에 황태자가 되고 난 뒤 궁녀들이 호들갑을 떨며 지우려고 하던 모습이 선했다.

 

  현은 웬일인지 울적해졌다. 아주 어렸을 때나 제가 관련된 일이 아니면 거의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현으로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현은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어린 시절 이 침대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던 남자는 어여뻤고 가련했으며 안쓰러웠다. 현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천을 벗어던지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일까. 현은 제가 자신을 죽이기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 현의 입에 엄지손가락이 물려 있었다.

 

  ***

 

  현은 짠맛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이 들자 자신이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 손가락을 빼냈다. 아주 오랫동안 침에 적셔진 엄지손가락이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이게 무슨…….”

 

  애도 아닌데 왜 엄지손가락을 물고 자고 있단 말인가. 현은 더러운 듯 자신의 손을 침대에 마구 닦다가 홀린 듯이 눈앞으로 손을 올리고 빤히 쳐다보았다. 검을 잡은 흔적이 여실한 자신의 손이었다. 하얗고 통통하고 부드러운 손이 아니라.

 

  “설마.”

 

  한은 이불을 손쉽게 휙 들춰냈다. 이윽고 현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구릿빛 피부와 그간 단련한 흔적이 보이는 완벽한 근육과 가장 중요한, 번데기가 아닌 그 무언가.

 

  “훗.”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감촉 하며 눈앞에 보이는 금빛 휘장을 보면 아직 꿈속에 있는 듯 했으나 일단 자신의 몸으로 돌아와 다행이었다. 현은 옷을 입기 위해 아까 전 벗어놨던 천쪼가리를 들었다.

 

  “……?”

 

  현은 천쪼가리를 몸에 대보았다. 분명 몸을 칭칭 두르고도 남았던 것이 지금은 상체도 채 가리지 못했다. 일단 현은 정말로 수건 크기밖에 안 되는 그것을 내려놓았다.

 

  “흠. 옷장이…….”

 

  어리둥절했으나 현은 일단 기억을 더듬어 옷장 문을 열었다. 그러다 문득 너무나 적절한 위치에 있는 옷장 손잡이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이곳이 거인국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가보면 뭐든 알겠지.”

 

  현은 심란한 얼굴로 옷장 문을 열어 예전에 그가 자주 입던 옷을 입었다. 서툰 손길로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고 있으니 또다시 제가 생각났다. 제는 어린 여자애들이 인형 놀이 하는 것처럼 자신의 머리칼을 빗기고 자신의 팔에 장신구를 채우고 옷을 입혀보는 것을 좋아했다. 인형처럼 예쁘지도 않고 꾸미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현은 입술을 깨물고 옛 연인에 대한 추억을 애써 견뎌냈다.

 

  “좀 짧군.”

 

  확실히 그가 어렸을 때 입었던 옷이라 그런지 현에게는 약간 작아 손목과 발목이 보였다. 제에 대한 상념으로 기분이 급격히 나빠진 그는 작은 옷을 억지로 입었다. 어차피 꿈속인데 손목이 보이든 발목이 보이든 좆대가리가 보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던 현은 충동적으로 창문을 열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몸을 혹사시키는 것 만한 게 없다는 사실은 전쟁터에서 배웠다. 현은 창틀에 발을 디뎌 가볍게 뛰어내렸다. 1층보다는 높고 2층보다는 낮아 뛰어내리기에도, 올라오기에도 적절한 높이였다.

 

  습하고 축축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느새 바깥은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다. 이름 모르는 꽃이 피어있는 것 이외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현은 허탈함에 혀를 찼다. 그렇다고 한가롭게 풀이나 뜯으면서 화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주웠다.

 

  현의 검은 정갈했다. 불필요한 동작이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적을 섬멸하는 특유의 검법은 적국에도 정평이 나 있었다. 제는 현이 전투에 나서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으나 그와 별개로 현의 검술을 보는 것은 좋아했다. 자신과 닮았다면서.

 

  하지만 이제 제는 없다. 여기가 꿈속의 세계라면 더더욱 없다. 현은 나뭇가지를 검처럼 휘두르며 머리를 식혔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 아니, 돌아가야 하는 건가? 만일 돌아가지 못한다면 여기서 뭘 해야 한단 말인가.

 

  슈웅.

 

  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현의 머리가 있던 자리로 검이 스쳐지나갔다. 현은 재빨리 뒤로 공중제비를 여러 번 돌았다.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이런. 제피로스. 죽이지는 말라 하지 않았느냐.”

 

  웃음기 섞인 목소리는 꽃잎이 흩날리는 것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현과 조금 떨어진 곳에 그가 서 있었다. 목소리보다도 더욱 부드러워 보이는 분홍빛 머리칼이 쌀쌀한 모래바람에 흩날렸다. 때맞춰 현의 검은색 긴 머리도 바람에 나부꼈다. 기분 좋은 듯 올라간 입매와는 다르게 차가운 보석 같은 청록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한 눈 팔지 마라.”

 

  다시 한 번 크게 검이 휘둘러졌다. 이번에는 현의 눈이 홀린 듯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검사에게로 향했다. 흡사 귀신이라도 본 듯 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현이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했다.

 

  “어디 출신인가? 몸이 상당히 유연한데.”

 

  허리를 숙여 칼을 피한 현은 옆으로 덤블링을 하면서 남자의 허리에서 단검을 빼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남자의 허벅지를 그었다.

 

  “크윽.”

 

  남자가 멈칫한 사이 현은 칼을 바닥에 던지고 가장 가까운 건물에 가장 가까운 방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빨래가 가득한 것이 세탁실인 듯 했다. 현은 여차하면 바로 찌르고 도망갈 수 있도록 문 바로 옆에 몸을 바싹 기댔다. 숨을 죽이고 있자니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암살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나뭇가지를 든 암살자는 없지 않겠나.”

  “잡아올까요?”

 

  현은 허공을 보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몹시 낯이 익었다. 머리 색깔과 눈 색깔은 다르지만 현은 한 눈에 그를 알아보았다. 황제를 호위하는 검사는 바로 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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