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천(四天)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1.8

100년에 한 번 인계(人界)로 내려가는 문이 열린다.
하늘의 천인들이 축복을 땅으로 내려주며 인계의 풍요를 빌고 그들이 비는 제사를 받기 위해.

이 이야기는 문을 열기 위한 일행들의 여행이야기.
하늘 위 네개의 장대한 대륙, 사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2. 화림을 향해서
작성일 : 17-11-19 01:36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467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앞치마를 멋있게 벗어던지며 해수가 몸을 풀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그녀는 능숙하게 남자의 가슴팍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눈에 불을 켜고 넘어진 이를 노려보았다.

 

  “이봐, 다시 한 번 말해 봐. 뭐라고?”

 

  “요리도 못하면서 성질만 드럽다고 했다 왜! 유난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 맞잖아!”

 

  “응 맞아. 그런데 성질 더럽다는 날 지금 건드린 거지? 알면서도. 지금 전서구라도 띄워두는 게 좋을 거야. 오늘 집에 못 들어간다고.”

 

  “의원비는 안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이 자식아!!!”

 

  막 1층에 내려온 무진과 렌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글사글한 미소로 자신들을 안내하던 아가씨가 저리도 무서운 표정을 하고 우악스런 주먹을 쥐고 사람을 패는 광경에 눈을 껌뻑였다. 사람이란 역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저렇게 가녀리게 생긴 아가씨의 어디에서 저런 힘이 나오고 있는 것인지 해수는 쉬지도 않고 남정네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하고 있었다.

 

  “저 자식, 술 왕창 마시더니 내가 알아봤네 그려. 아무리 술 마시고 개가 됐어도 그렇지. 해수를 못 알아보나.”

 

  “그러게 말일세. 요리를 못하니 옆에 앉아서 시중이나 들라면서 해수에게 성희롱을 하다니. 아마 저 이는 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모양일세.”

 

  굳이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상황을 알 것 같다는 듯 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여관의 음식은 정말 맛있지만 주인집 딸이자 마스코트인 여자아이는 저주라도 받은 것인지 만드는 음식 족족 맛이 없다는 소문을.

 

  보아하니 그 소문은 사실인 듯하였고 술 취한 사내는 종업원으로 일하는 여자아이에게 추파를 날리며 추근거렸을 것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현장에서 생생하게 일어나고 있는 광경이었다.

 

  해수는 그야말로 봐주는 것 없었다. 술에 취한 취객이니 어느 정도 그냥 무시할 법도 하건만 그녀에게 그런 자비란 없었다. 술을 마셨으면 곱게 집이나 갈 것이지 어디서 저런 수작질이란 말인가.

 

  “오오~~ 무진! 저 여자, 되게 세다!!! 야차도 한 손에 잡겠는 데?”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한 사건을 관람하고 있던 렌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해수가 취객을 때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타격감이 좋아 보인다던지 치마를 입었어도 과감하게 발차기를 날리는 그 모습이 터프해 보인다던지 쓸데없이 조잘거리는 렌을 보며 무진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살며시 렌의 뒷덜미를 잡고 있었다. 렌이 갑작스레 튀어나가 저 난동에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해수야!!!”

 

  소란이 계속되자 결국 주방에 있던 여관주인이 두 팔을 걷고 달려 나왔다. 큰 거 한 방 먹일 생각으로 취객의 멱살을 잡고 있던 해수는 그 소리에 놀라 잡고 있던 멱살을 놓았다. 취객이 힘없이 ‘턱’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놈의 기집애가! 손님 다 쫓을 거야?!”

 

  국자를 들고 쫓아 나온 주인은 자신의 딸을 향해 손바닥을 날려 등짝을 그대로 후려쳤다. ‘짝!’하는 찰진 소리가 식당 안을 가득 메웠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재미난 구경은 이제 끝이라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렌도 끼어있었다. 렌은 아쉽게 되었다며 입을 삐죽이며 툴툴거렸다. 이제 막 물이 오르던 차였는데 갑작스레 종료가 되니 많이 흥이 식은 모양이었다.

 

  “이제 그만 가서 자.”

 

  “내가 지금 들어가든 나중에 들어가든 여운이는 내일 몸살이 나서 못 움직여. 이 골골거리는 몸으로 움직이는 내가 대단한 거라고. 지금도 정상은 아니야.”

 

  무진이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몸이 아니라고 막 다루는 이 녀석을 어떻게 혼을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혼을 낼라 치면 쏙 들어가서 무진을 약올렸다.

 

  “내가 사람 좀 그만 패라고 했지?!”

 

  “아, 그만 좀 때려요! 먼저 시비를 건 건 저 쪽이라니까? 엄마는 딸내미가 성희롱을 당하는 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거예요?”

 

  렌은 사람들이 자리를 뜨는 와중에도 싱글거리며 자리를 지켰다. 흥이 식기는 했지만 엄마에게 혼이 나는 해수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여운이가 봐서는 안 될 광경이네.”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그 소리에 무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에게 혼이 나는 저 모습을 분명 여운은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처받을 저 모습을 지금 보는 것이 여운이 아니라 렌이라는 사실에 무진은 안도했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손님 있는 곳 말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가서 패라니까?! 알아들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반 죽여 놓으라고! 가게에서 그러면 손님들이 못 들어오잖아!”

 

  무진과 렌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손님을 때렸다는 사실에 화난 것이 아니라 지금 저 주인은 가게에서 때렸다는 사실에 화를 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골목에 끌고 가서 반 죽여 놓으라는 바람직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둘은 눈을 껌뻑였다.

 

  “끌고 갈 시간이 없었다고요! 거기서 패나 여기서 패나!”

 

  “바보야!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패면 더 많이 팰 수 있잖아! 내가 쫓아 나와서 말리지도 않을 거고!”

 

  “아!”

 

  해수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손바닥을 쳤다. 어째 저 두 모녀가 무서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리라. 그런 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누군가가 살짝 무진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말끔한 외모에 다부진 근육을 갖고 있는 청년이었다.

 

  “형씨들은 조금 전에 들어온 사람들이지? 여행자?”

 

  “화림에 가는 중입니다.”

 

  “어머니랑 동생이 좀 과격하지?”

 

  조금이 아니라 매우 과격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무진은 내색하지 않았다.

 

  “당신은 저기 주먹 잘 쓰는 싸움꾼 종업원 오빠?”

 

  렌이 흥미가 가득한 눈망울로 말을 걸었다. 무진은 계속해서 잡고 있던 렌의 뒷덜미를 살짝 잡아 당겼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잡혀있는 뒷덜미를 놓으라며 발버둥을 쳤다.

 

  “오빠지만 나도 내 동생은 못 이겨.”

 

  해수에 비해서 꽤나 다부진 근육을 자랑하는 몸이었지만 해수의 오빠라 칭한 이는 자신은 절대로 해수를 이길 수 없다며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말릴 수 있는 이는 오직 어머니뿐인데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처리하라는 교육을 하고 있어서 골치가 아프다고. 보아하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인 모양이었다.

 

  “캬오!”

 

  그 때, 렌의 발치에서 하얀색 뭉텅이가 울었다. 강아지인가? 고양이?

 

  살며시 눈높이를 낮춘 렌은 그것이 호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새하얀 몸에 선명한 검은색 줄무늬가 자신이 호랑이임을 호랑이 중에서도 백호(白虎)임을 당당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사방위신으로 알려진 백호의 모습에 렌의 눈이 빛났다. 백호는 그르렁거리며 렌의 다리에 몸을 부비고 있었다.

 

  “와! 사방위신은 세상에 단 한 마리씩 밖에 없는 성수인데? 혹시 백호의 반려가...”

 

  “아, 난 아니야. 호야는 동생의 성수야.”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하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가리켰다.

 

  “내 성수는 저 녀석이야.”

 

  주황빛 털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렌은 백호를 쓰다듬었다. 기분이 좋은 것인지 백호는 계속해서 갸르릉 거렸다. 아직 어린 것인지 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자그마한 체구에 강아지보다도 더한 애교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이 녀석이 오늘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평상시라면 사람들을 무시할 텐데...?”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야!”

 

  어머니의 설교가 끝났는지 해수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들어오며 렌이 쓰다듬고 있는 백호를 불렀다. 하지만 백호는 렌에게 잔뜩 애교를 부릴 뿐이었다.

 

  자신의 부름을 무시한 것에 놀랐는지 해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말도 안 돼! 호야가 다른 사람을 따르다니!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가?”

 

  무진은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청룡도 렌이나 여운과 함께 있으면 좋아한다. 다른 성수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사방위신 성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무진은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왜 사방위신 성수가 이 아이에게 끌리는 지.

 

  “호야, 어디 아파?”

 

  걱정스런 해수의 말에도 백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렌에게 자신의 몸을 부벼대었다. 아예 배까지 발랑 까는 백호의 모습에 청년도 해수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픈 건 호야가 아닌 것 같은데?”

 

  청년의 말에 무진이 백호와 노느라 쪼그리고 앉아있던 렌을 일으켜 세웠다. 볼이 발갛게 상기된 것이 열이 나는 모양이었다. 이래서 내려오기 싫었는데... 무진이 잠시 놓았던 렌의 뒷덜미를 다시금 잡았다.

 

  “어디 아픈 건가요?”

 

  “몸이 약한 것뿐입니다. 내일은 죽을 준비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진의 말에 해수가 눈을 빛냈다.

 

  “네! 물론이죠! 맛있게 쑤어서 갖다 드릴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고 렌에게만 치근덕거리던 호야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며 볼을 부풀리던 그녀는 그것을 순식간에 잊은 듯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무진은 고개만을 까딱해보이고는 열이 올랐음에도 더 놀겠다며 투덜거리는 렌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호야~ 저 사람을 왜 그렇게 좋아한 거야?”

 

  “캬오!”

 

  성수는 본디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호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꼬리를 살랑거리며 장난스럽게 해수에게 앞발을 갖다 댈 뿐이었다.

 

  해수는 다시금 가슴의 울렁거림을 받았다. 무언가가 귀에서 수군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무언가가 시작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백호를 안아들었다.

 

  백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저 그녀의 품에 파고들 뿐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 2. 화림을 향해서 2017 / 11 / 25 317 0 4672   
5 2. 화림을 향해서 2017 / 11 / 19 299 0 4677   
4 2. 화림을 향해서 2017 / 11 / 17 314 0 4656   
3 2. 화림을 향해서 2017 / 11 / 13 345 0 4180   
2 1. 화공의 붓과 칼 2017 / 11 / 11 348 0 3747   
1 1. 화공의 붓과 칼 2017 / 11 / 8 520 0 532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저승 암행어사전
휘음
[로판] Hey, Say!!!
휘음
무지개의 소리
휘음
익스트림 노잼시
휘음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