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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4
작성일 : 17-11-18 23:00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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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이유 없이?”

  “응.”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자신의 대답에 다시 긍정했다. 그녀가 한 말을 머리는 받아들였지만 내 마음, 즉 양심은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랑을 하지 않는데 사랑한다고 거짓으로 날 포장하고 연인의 모습을 하라는 소리를 저렇게도 태연하게 말하다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손에 힘을 줘 내가 생각해도 좀 과장된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건 완전히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잖아? 낚는 거잖아, 한마디로. 그러면 상대방이 뭐가 되는 건데? 미끼를 물은 물고기밖에 더 돼? 내 상대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ㄹ...”

  나의 열띤 연설을 가만히 듣고 있기 힘들었는지 윤영은 미간을 엄지와 검지로 짚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한심한 새끼야, 라고 말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어가 있는 그 리액션은 내 입을 틀어막기에 충분했다. 할 말이 충분히 차고 넘쳤지만 은은히 퍼지는 입을 다물라는 일종의 아우라가 내 목 안을 막아 성대를 꽉 잡아 고정시켰다. 갑작스레 말을 멈추고 한 동안 가만히 있으니 내 앞의 애는 미간에서 손을 떼고 주머니에서 샤프를 꺼내더니 무수히 많은 책의 성벽 사이에서 공책 하나를 꺼내 펼쳤다. 그리곤 그림을 그려가며 나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잘 봐. 우선 네가 누군가에게 먼저 빠지기 시작해. 전형적인 사랑의 시작이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이 사랑의 시작점에서부터 나아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까지가 네 문제야.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야. 알아들어?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열렬히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러니까 연애를 시작하는 거잖아. 근데 너는 좀 특이해. 너무 많은 애정을 연애 기간에 해야 할 것까지 덤으로 해서 한꺼번에 흔히 말하는 ‘썸’을 타는 기간에 쏟아 붓는 느낌이야. 그러니까 네가 연애를 막상 시작했을 때 애정이라는 게 네 안에 남아있지 않는 거지. 아니, 남아있지 않다는 표현 보단 다시 불씨를 태울 때까지의 휴식시간? 그런 류의 것을 가지고 있는 거야.”

  왜 선생님들은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딱딱한 글자들로만 칠판을 수놓는 것일까. 그냥 말이나 글로만 듣고 볼 때보다 그림이 곁들여지면 이해하는 과정이 훨씬 단축되는 느낌이다. 말과 글로 배울 땐 그 언어와 문장에 있는 장면들이나 이해관계, 인과관계 등등을 내 머릿속에 도화지를 펼쳐 하나씩 그려나가야 하는데 눈앞에서 그림을 적당하게 보여주면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랬고 그렇기에 그녀가 하는 말을 모조리 납득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던 와중에 자꾸 그녀의 페이스에 말리는 기분이 들어 그녀에게 일부러 짓궂은 말을 해봤다.

  “...혹시 주위에서 설명충이라는 소리는 안 들어?”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뿐인데 그걸 그렇게 벌레의 뜻을 가진 한자를 붙여서 부르는 이유를 잘 모르겠던데. 그렇게 하면 알려준 사람이 벌레라는 뜻인데 그 벌레도 아는 사실을 모르는 지들은 뭐지? 그래도 뭐, 난 그게 그렇게 듣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그럼 진지충이란 소리는 들어본 적 있어?”

  “허, 난 그 말이 제일 이해가 가지 않던데. 그런 말을 들으면 마치 방정맞은 게 옳다고 말하는 것 같이 들리지 않아? 저번엔 어이가 없어져서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도 했었다니까?”

  음, 어쨌든 간에 두 소리를 다 들어본 적이 있다는 소리다. 그녀가 하는 말이 틀리지는 않으나 아마도 그런 말을 한 몇 사람들 중에선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무언가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이 부럽거나 대단해서 일부러 그런 평가절하의 의미가 다분한 말을 입에 올린 애들도 있겠지. 칭찬을 받는 건 좋아하지만 하는 건 익숙하지 않은, 그래서 생각했던 말과는 거의 정반대인 가시가 돋은 말을 하는 그런 애들은 다른 곳은 몰라도 이 학교에 엄청나게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중엔 나도 들어갈 것이고.

  본론으로 돌아와 그녀의 의견을 충분히 생각해 보건데 고려해보고 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됐다. 역시 그녀와 상의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만족감 뒤엔 항상 허탈함이 나오는 것처럼 감정이 없는 상대와의 연애라는 만족스러운 결론 뒤에 또 다른 문제점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에게 만족스러운 결론을 준 상대에게 다시 희망을 걸고 물었다.

  “질문이 두 가지 정도 있는데 말이야. 하나는 그런 상대를 어디에서 구하는지. 나머지 하나는 그렇다면 난 연애를 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내 질문을 받은 윤영은 턱을 괴면서 눈을 감았다. 즉석에서 답을 헤아려내기 위한 동작일까? 그러고 있는 동안 나도 빤히 그녀를 보고 있자니 목도 아프고 뭔가 오해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학교에 걸린 큼지막한 디지털시계가 이제 곧 5시가 되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이렇게 학교에 오래 남아있던 적이 얼마나 있었더라. 하나 확실한 건 꽤나 심각한 주제로 학교에 오래 있기는 거의 처음인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추억에 잠기려던 때에 그녀의 헛기침 소리가 날 다시 현실로 끌어올렸다. 아까 그렸던 페이지의 다음 장에 샤프로 다시 그림을 그려나가며 나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첫 째 질문.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에 대한 건데 말이지. 이건 네 스스로의 자력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 그것까지 내가 어디에 가서 구하라고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니깐.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연애의 방침에 대한 질문인 것 같은데, 이건 대답하기도 질문하기도 이른 문제야. 아직 병이 나은 것도 아니면서 병이 나은 미래를 바라보는 질문이라니 터무니없지... 그나저나 듣고 있어?”

  “ㅇ, 응... 어느 정도는?”

  나도 모르게 정신을 놓은 얼굴로 듣고 있었나 보다. 어쨌든 간에 이번에 말해준 대답도 당연지사인 소리들 뿐. 짙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야간 투시경을 발견한 기분이다. 고개를 조금 힘 있게 끄덕이곤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 근데 그건 그렇고 넌 항상 여기에 이러고 있어?”

  “그런데 왜?”

  “내일부터 여기에 앉아도 되나 해서.”

  “공용시설인데 안 될 것까지야.”

  양 무릎을 두 손으로 소리 나게 치고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나름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에서 약하게 뚝 하는 소리가 났다. 몸통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고 옆으로 돌아 내 앞에 있는 윤영을 바라봤다.

  “내 이름은 중환이야. 이중환. 아까 전에 네 이름만 말하고 난 말 안 했잖아.”

  “...그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보통 이런 때에 악수 비슷한 행동을 할 텐데 그런 건 좀 진부하고 낯간지러워 그만두기로 했다. 아마 상대도 그럴 테지. 대신 우린 눈으로 서로에게 나름의 신호를 보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는 그런 신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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