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Legacy of WW2xN
작가 : 제로드라링
작품등록일 : 2017.11.14

세계를 바꾸려면 두 번의 전쟁이 필요하다. 첫 번 째 전쟁으로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두 번째 전쟁으로 새 질서를 잡아야 한다. 1차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시대가 무너지고 2차세계대전으로 미-소 양강체제가 세워졌고, 냉전으로 소련이 무너지고 @차대전으로.....


현 문명 멸망 후 수 천년 후.

새로 개편된 국제질서.

중앙아시아에서 충돌하는 강대국들의 로봇병기 이야기


*이미지는 영혼기병 라젠카입니다.

 
초원의 유랑객(3)
작성일 : 17-11-18 12:10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85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 돈 내놔라, 이 사기꾼 회색머리 자식아!!”

 

 카드게임에서 레가츠에게 4000아크체를 잃었던 대머리 남자가 달려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레가츠를 가리킨 채 고래고리 소리질렀고 그의 뒤로 십 여명의 사내들이 뒤따라왔다. 레가츠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에게 물었다.

 

 “저기 무슨 일이신지...”

 

 “회색머리 자식, 너 밑장빼기 했지?”

 

 레가츠의 앞에 멈춰선 대머리 남자가 씩씩거렸다.

 

 “넹? What did you say?”

 

 레가츠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데.

 

 “시치미 떼지 마!! 네 쪽이랑 내 쪽의 카드매칭이 안 맞았어!!! 봐!! 여기 네가 썼던 카드덱의 조커가 4개잖아!!”

 

 대머리 남자가 카드덱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 덱에는 조커 4장이 맨 앞에 나란히 들어가 있었다. 뭔가 재미있어지나 싶어서 모여든 구경꾼들은 그걸 보고 다들 에이~거리고 혀를 찼다.

 

 “저 정도야 얼마든지 조작가능한 증거잖아. 당신이 나중에 카드덱을 만져놨는지 어떻게 알아, 안 그래 회색머리?”

 

 동양인 여자도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고는 레가츠를 올려다 보았다. 확실히 저 정도만으로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설사 정말 그랬어도 레가츠가 이 자리에서 잡아떼면 저 쪽에서는 할 말이 없다. 하지만

 

 “........”

 

 레가츠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걸 보고 구경꾼들이 설마!하며 숨을 죽였다. 동양인 여자 역시 당혹감과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로 레가츠를 올려다 보았다.

 

 “Gray hair.. 너 정말로... 설마 네가 믿는다던 구석이 이거였어?”

 

 여자의 말투가 비난조로 높아졌다. 그러자 레가츠는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잡고는 이제 안되겠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후아아아아아아, 이렇게 커지는 건 싫었는데... 그래. 내가 밑장빼기 했다. 근데 그쪽도 게임하는 내내 카드 몰래 바꾸며 조작했잖아? 누가 모를 줄 알았어?”

 

 레가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대머리남자의 자켓주머니를 잡아당겼다. 그의 주머니 단추가 뜯겨지면서 그 속에 있던 내용물이 바닥에 우수수수 떨어졌다. 그걸 보고 구경꾼들은 다시 한 번 숨을 죽였다.

 

 “어째서 당신 주머니에 점수가 높은 카드들만 모여 있을까?”

 

 레가츠가 카드더미를 발로 밟으며 말했다. 모두 다 에이스, 킹, 퀸 같은 카드였다.

 

 “이, 이, 이, 이!!!”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오자 대머리 남자는 이를 부두득 갈았다. 그리고는 적반하장격으로 억지를 부리기 시작한다.

 

 “어쨌든 이 게임은 무효야!! 다시 돈 내놔!!”

 

 “어디서 개가 짖나? 서로 속임수 썼으면 그냥 쌤쌤이 치면 되지 무슨 무효까지 간다냐? 속임수 쓰고도 진 걸 쪽팔리게 생각하슈. 나도 할 말은 없지만 그 쪽이 나보다 더 속임수에 투자를 많이 한 것 같으니.”

 

 레가츠는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머리 남자가 흘린 카드덱이 찢어질 정도로 짓이겨 밟았다. 분명한 도발이다.

 

 “이 어린 놈의 자식이......... 얘들아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좀 느끼게 해줘라.”

 

 “예, 두목.”

 

 도발에 넘어 간 대머리 남자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10여 명의 사내들이 다가와 레가츠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Gray hair... 너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한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양인 여자는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걱정 마. 내심 이렇게 되길 원했으니까.”

 

 그녀의 말에 레가츠는 되려 가학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여자는 경악에 가득 찬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What?”

 

 “말했잖아. 내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그러면서 레가츠는 두두둑 관절을 풀었다. 영락없이 싸울준비 태세다.

 

 “너 진짜... 몰라 알아서 해. 난 절대 끼어들지 않은 테니.”

 

 동양인 여자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몰려든 구경꾼들 인파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 완벽히 혼자가 된 레가츠를 대머리 일당들이 완벽히 둘러쌌......

 

 

 

 

 

 

 “우왁!!!”

 

 <싸울 수밖에 없다면 먼저 선수를 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레가츠가 황상 가슴에 새기고 있는 태고의 제왕의 명언이다. 레가츠는 패거리들이 가오를 잡느라 경계가 늦춰진 틈을 놓치지 않고 먼저 달려들었다. 한 놈이 그의 발차기에 목을 맞고는 거품을 토하며 쓰러졌다.

 

 “이 녀석!!! 전부 동시에 달려들어!”

 

 나머지 녀석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십 수명이나 되는 상대였지만 레가츠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길거리 패싸움의 요령 하나. 녀석들은 무조건 얼굴부터 노린다.>

 

 레가츠는 콧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 놈의 주먹이 방금 전 레가츠의 머리통이 있던 자리를 스쳤다.

 

 <요령 둘. 일단 한 놈을 박살내면 녀석들은 지레 겁을 먹는다.>

 

 레가츠는 곧바로 반동을 이용해 어퍼컷을 날렸다. 뇌수에 충격을 받은 놈은 곳바로 흰자위가 돌아가며 혼절했다.

 

 “허억... 제일 떡대좋은 핫산이.....”

 

 동료의 기절에 패거리들이 잠시 주춤했다. 레가츠는 잠시를 놏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움직여서 근처 작은 건물 공사판으로 이동하고는

 

 <요령 셋. 싸움에 규칙 따위는 없다. 어떻게든 이기면 장땡이다.>

 

 공사판에서 나돌아다는 쇠파이프 두 개를 주워들었다.

 

 “저 녀석이 비겁하게 무기를.... 팍!!!”

 

 “꼬우면 너네도 무기를 들던가.”

 

 레가츠 파이프로 한 놈의 목을 강타했다. 있는 힘껏 휘두른 탓에 그의 오른쪽 옆구리 아래로 빈틈이 생겼다.

 

 “이 자식이!!!”

 

 그리고 한 놈이 그 틈을 노리며 뒤에서 들이닥쳤다. 녀석의 묵직한 주먹이 레가츠의 무방히하게 들어난 옆구리에 적중하려는 찰나

 

 푹

 

 “뀌엑!!”

 

 <요령 넷. 목은 절대로 단련할 수 없는 부위다. 특히나 목젖은 더욱 그렇다.>

 

 레가츠가 왼손의 파이프를 등 뒤로 향하게 해서 녀석의 목젖을 찔렀다. 기도를 강타당한 녀석은 목을 부여잡고 주춤거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틈도 없이 레가츠의 오른손 파이프가 날아와 녀석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이도류의 연격기다.

 

 “얘들아 침착해!! 우리도 무기를.... 우악!!”

 

 싸우기로 맘 먹었으면 무조건 선공. 레가츠는 패거리들이 무기를 들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녀석들 품 한가운데로 난입한 레가츠는 두 자루의 쇠파이프로 놈들을 난타질하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려치는 이도류의 연격기 앞에 대머리 남자의 패거리들은 피안개를 뿜으며 쓰러졌다. 몇몇 운 나쁜 녀석들은 얼굴살점이 떨어져나가기까지 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반쯤 죽어나가는 부하들을 보며 대머리 남자는 이를 떨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그의 패거리는 이 바닥에서 나름 잔뼈가 굵었다. 그냥 동네 양아치가 아니라 전직 용병도 있는 나름 수준급의 전투집단이다. 그런데 이제 갓 스무살을 넘은 꼬맹이에게 전멸 당하다니...

 

 “부하들은 끝? 이제 아저씨 차례려나?”

 

 “우욱!! 두목... 욱!!”

 

 레가츠가 마지막으로 쓰러뜨린 놈을 밟으며 대머리 남자를 도발했다.

 

 “이, 이 녀석이!!!”

 

 도발에 넘어가 흥분한 대머리 남자. 그는 주머니에서 결국 나이프를 꺼냈다. 나이프의 시퍼런 칼날이 광택을 발했다.

 

 “회색머리 꼬맹이!! 오늘 진짜로 죽을줄 알아라!!!”

 

 대머리 남자가 나이프를 휘두르며 레가츠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을 향하는 날붙이를 보고도 레가츠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귓구멍을 파는 여유깢비 보인다.

 

 “헤헤헤, 이빨 없는 개가 제일 크게 짓는다고 귓구멍 더럽게 아프네.”

 

 “날 무시하지마!!!”

 

 너무나도 뻔한 도발에 또 흥분하는 대머리 남자는 성난 투우처럼 분노의 콧김을 내뿜으며 돌진했다. 그렇게 너무나도 흥분한 탓에 아주 간단한 사실을 잊었다.

 

 나이프보다 쇠파이프가 훨씬 길다는 사실을.

 

 레가츠는 그 여유만만한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파이프 하나만 살짝 들었다.

 

 푹

 

 “끄아아아아아아악!!”

 

 자기자신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대머리 남자는 그대로 파이프 끝에 얼굴을 박아버렸다. 또 하필이면 파이프에 찍힌 곳이 왼쪽 눈이었다. 눈알 한 쪽이 뭉개진 대머리 남자는 바닥에 엎어져 고추장에 빠진 산낙지 마냥 몸부림쳤다.

 

 

 

 

 

 

 “자, 이제 어떻게 마무리 지어줄까.”

 

 레가츠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안장 대머리 남자의 턱을 잡아 올렸다. 머리카락 붙잡고 끄집어 올리려했는데 이 놈은 대머리니 잡을 머리가 없어서 대신 턱을 잡은 것이다.

 

 “푸흐흐흐윽... 푸흐으으윽... 살려 줘...”

 

 대머리 남자가 애원했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에 온갖 상처와 피멍이 들고 눈물과 콧물과 핏국물에 범벅이 된 탓에 혐오스럽기 짝이 그지 없었다.

 

 “눈이 한 쪽판 팅팅 부었네? 좌우 대칭이 안 맞잖아~ 보기 좋게 고쳐줄게.”

 

 안구가 짓눌러져 부어버린 대머리 남자의 왼쪽 눈을 보고 레가츠가 광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머리 남자의 나이프를 뺏어들어 그의 오른쪽 눈동자에 갖다 대었다.

 

 “히이이이익!!! 살려 줘!!”

 

 동공 앞에서 빛나는 칼날을 보고 대머리 남자는 아등바등 몸부림쳤다. 레가츠는 남자의 턱을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어서 올렸다.

 

 “어허, 아저씨. 그렇게 움직이다 다른데 잘못 찔리는 수가 있어.”

 

 “Hey gray hair, stop it. 그만해 보기 좋지 않아.”

 

 레가츠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판단한 동양인 여자가 끼어들어 말렸다.

 

 “No no no no, 끼어 들지마. 이런 놈들과 어떻게 해야 사이좋게 지내는 지는 내가 잘 알아.”

 

 하지만 레가츠는 강하게 그녀를 밀쳐내 버렸다. 쉽게만 느껴졌던 그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니 여자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what?.....뭐?”

 

 “이런 놈들은 말이야. 한 번 밟을 때 제대로 밟아줘야해.”

 

 레가츠는 나이프를 든 팔을 뒤로 길게 뻗었다.

 

 “그래야 다시는 이빨을 드러낸 엄두를 못 내거든”

 

 “으흐흐... 히이이이익!!! 살려줘!!!”

 

 대머리 남자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의 애원 따위는 무시하고 레가츠는 기분좋게 눈깔에 나이프를 박아 넣으려는데.

 

 

 

 

 

 “Stop. 거기까지만 하시지.”

 

 무언가 억센 것이 나이프를 쥔 레가츠의 팔을 잡았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통증이 느껴질 정도다.

 

 “아앗, 뭐야?!”

 

 갑작스런 통증과 방해에 레가츠가 뒤를 돌아보았다. 중절모와 바바리코트로 옴몸을 가린 중년 남자가 레가츠의 팔을 한손으로 잡고 있었다.

 

 “Ang? Who are you? 나한테 볼일 있수?”

 

 레가츠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I’m just passenger. 갈 길을 걷고 있는데 뭔가 좋지 않은 장면일 보게 돼서 이리 들렸다네.”

 

 중절모 남자가 말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대머리 녀석과 비슷한 4,50대 중년이려나. 하지만 천박한 대머리와는 달리 근엄하고 기품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중절모와 길게 기른 수염에 가려져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짙은 검은 머리를 보니 동양인 같았다. 오늘따라 동양인 참 많이 보네.

 

 “보기 싫으면 그냥 가던 길 가쇼. 남의 일에 훼방 놓지 말고.”

 

 레가츠가 말했다. 그러면서 힘을 주어 붙잡힌 팔을 빼내려 했지만 도저히 빠지지 않았다. 뭐야, 이 아저씨. 50대면서 20대를 힘으로 압도해? 레가츠는 다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미안하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중절모 남자가 말했다.

 

 “불의(unjustice)? 나하하하........ 나 원참 웃기지도 않아서...”

 

 레가츠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일드 센트럴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저 중절모는 입에 담고 있다. 실제로 레가츠말고도 다른 구경군들도 중절모 남자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피상적으로나마 이곳 와일드 센트럴 사람들이 어떤 정의관을 가졌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하하하하, 내 말이 그렇게도 웃겼다니 감사하군. 그런데 어떤 점이 개그 포인트가 되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시나? 나이가 들어서 요즘 젊은이들과 코드가 잘 맞이 않아서 말야.”

 

 중절모 남자가 껄껄껄 웃었다. 너무나도 당당하고 호탕한 그 웃음에 그를 비웃던 구경꾼들의 조잘한 웃음소리가 묻혀버렸다. 갑자기 모두가 중절모 남자에게 압도당해 버렸다. 그 분위기 탓에 레가츠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소 눈동자를 굴리고 움츠러 들었다.

 

 “That.......... 그게 그쪽이 불의 같은 이상한 말을 하시니까... 이 법도 질서도 없는 와일드 센트럴에서...”

 

 레가츠가 쭈볏쭈볏 말했다.

 

 “하하하하, 회색머리 젊은이. 지금부터 내말을 잘 들으시게.”

 

 중절모남자가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법은 최소한의 정의라는 말을 들어봤을 걸세. 따라서 법이 있는 곳에는 정의가 있는 법이야. 그리고 불의는 정의와는 동전의 반댓면이니 정의가 있는 곳에 불의가 있는 법이지. 따라서 법이 있는 곳에는 불의가 있기 마련일세.”

 

 “.........지금 무슨 개소리입니까?”

 

 이 뜬금없는 강의에 레가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간단한 이야기일세. 자네의 불의를 심판하러 정의 사도들이 온단 말일세.”

 

 중년 남자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빵 빵 빵 빵

 

 -여기는 셰하 제국육군 제7군 72사단 카라잘 파견대입니다. 신고제보를 받고 출동하는 길이니 카잘라 주민 여러분은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커다란 경적소리와 방송을 울리며 험비 한 대가 인파를 헤치고 나타났다. 차체에 코뿔소와 도끼 문양이 도색된 셰하 제국육군의 험비였다.

 

 “오 마이 갓!!!! 저게 왜 여기에!!!!!”

 

 셰하군 험비를 보고 레가츠는 기겁을 했다.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얼굴이 새파래지기까지했다.

 

 “셰하-카잘라 조약에 따라면 카잘라 마을의 치안권은 셰하군에게 위임한다고 적혀있지. 셰하 군이 주둔한 이상 이 마을은 마냥 무법천지만은 아닐세. 자네같은 탕아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구만.”

 

 중절모 남자가 말했다. 그 사이 험비는 더 가까이 다가왔고 레가츠는 그만큼 더 초조해졌다.

 

 “아니 그건 아는데 쟤들 엄청 게으르다고!! 저기 봐봐. 저쪽 건물에서 경비서던 셰하군 헌병은 여길 뻔히 보고도 가만히 있는데 왜 기동대 녀석들이 험비까지 타고 출동하냐고?!!!”

 

 레가츠가 중얼거렸다. 치안권을 위임받았다지만 솔직히 여기 셰하군들은 그런 거에 관심없다. 오히려 앞장서서 이 마음의 집창촌과 불법도박장을 애용하곤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레가츠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오늘은 직무정신이 투철해지신 거냐고!!

 

 “아무리 치안유지에 관심이 없는 셰하군이라도 살인사건 신고를 받으면 정신 차리지 않을까?”

 

 중절모 남자가 킥킥 웃으며 바바리코트 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레가츠는 경악했다.

 

 “설마 당신이 신고한 거야!!!!!”

 

 -모두 비켜주십시오!! 조약에 따라 저희 셰하 제국육군은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주민여러분의 원활한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 사이 험비가 도착해 멈춰섰다. 그리고 험비 문이 열리고 암사자를 연상시키는 풍성한 금발의 여군이 내렸다. 외모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의 계급장은 무려 (셰하의 군계급체계는 현 대한민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특수보직의 경우 바로 상사부터 임관하는 경우도 있다.) 여 원사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으며 사람들을 헤치고 레가츠와 중절모 남자에게 다가왔다.

 

 “모두 진정해 주십시오... 아 귀하께서 신고자이십니까?”

 

 중절모 남자가 휴대폰을 흔들자 여원사가 다가왔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패싸움인 줄 알았는데 칼부림까지 나와서 황급히 신고하게 됐습니다.”

 

 중절모 남자가 턱짓으로 레가츠를 가리켰다.

 

 '망했다.....'

 

 레가츠의 등골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나이프를 뽑은 것은 이 대머리 자식이지만 지금 포즈는 레가츠가 나이프를 쥔 상황이다. 누가 살인범으로 몰릴 지는 뻔하다. 그런데 레가츠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제보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 자가 살인사건의 용의자............”

 

 “........헤헤헤헤......”

 

 레가츠를 발견한 여원사의 표정이 굳었다. 레가츠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굳어버렸다. 저 미친놈들 왜 저러지?라는 표정이 구경꾼들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렇게 싸움구경으로 시끌벅적하던 공간에 어울리지 않게 적막이 흘렀다.

 

 

 

 “.........주민들의 용감한 제보에 감사드립니다!!! 용의자는 저희가 즉시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원사는 다시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구경꾼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술렁이는 틈을 타 레가츠의 머리끄쟁이를 잡고 질질 끌고 가며 조용히 제국공용어로 속삭였다.

 

 “...(따라 와 이 사고뭉치야.)...”

 “...(아얏, 아파요, 누....아니 여군님)...”

 “...(무슨 여군님이야 징그럽게 시리.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아앗, 너무 아프다니까요.)...”

 

 그렇게 레가츠는 험비에 실려 사라졌다.

 

 

 

 

 싸움판이 끝나자 구경꾼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피범벅이 된 대머리 남자와 패거리들이 여전히 고통에 뒹굴고 있었지만 와일드 센트럴의 사나운 인심은 그들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그들은 상처입은 몸으로 서로의 상처를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

 

 한편 동양인 여자는 말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 회색머리 자식. 결코 같이 다니고 싶은 놈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 공허함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회색머리 녀석이 마음에 들었는가?”

 

 그 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중절모 남자였다. 낯선이의 접근에 여자는 살며시 칼손잡이를 잡고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흐음, 들었던 대로 실력은 출중하군. 방심이 전혀 없어.... Aju joa!!”

 

 그녀의 발도자세를 보고 남자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만족감을 모국어로 표현했다.

 

 “아아!!!”

 

 여자는 커다란 눈동자를 더 커다랗게 뜨면서 놀랐다. 저 남자가 마지막 문장에 쓴 언어를 듣고 이제 어떻게 된 상황인지 깨달았다. 이 남자가 누구인지도.

 

 “Jwe song hab ni da. 미처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탁발균 상좌님.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여자는 예의바르게 목례를 올리면서 모국어로 말했다. 그리고 중절모 남자 역시 같은 언어로 대답했다.

 

 “아닐세. 나야말로 만나서 반갑네. 권세림 정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Wild Central(2) 2017 / 11 / 20 217 0 14471   
6 Wild Central(1) 2017 / 11 / 18 243 0 8408   
5 초원의 유랑객(5) 2017 / 11 / 18 232 0 8884   
4 초원의 유랑객(4) 2017 / 11 / 18 228 0 7777   
3 초원의 유랑객(3) 2017 / 11 / 18 215 0 8522   
2 초원의 유랑객(2) 2017 / 11 / 18 229 0 6813   
1 초원의 유랑객(1) 2017 / 11 / 14 386 0 866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