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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천(四天)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1.8

100년에 한 번 인계(人界)로 내려가는 문이 열린다.
하늘의 천인들이 축복을 땅으로 내려주며 인계의 풍요를 빌고 그들이 비는 제사를 받기 위해.

이 이야기는 문을 열기 위한 일행들의 여행이야기.
하늘 위 네개의 장대한 대륙, 사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2. 화림을 향해서
작성일 : 17-11-17 01:43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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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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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천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곳은 화림으로 가는 마지막 마을, ‘유난’이다. 사천의 다섯 섬 중에서도 가운데 있는 섬이자 성스러운 땅이라 불리는 ‘주신’과 가장 가까운 마을인 유난은 항상 활기찼으며 여행자들의 여독을 풀어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곳이다.

 

  이 유난에서 가장 유명한 여관이 있는데, 그 이름도 찬란한 ‘맛없으면 오지 마’다. 이곳은 여행자들은 독특한 간판에 이끌려 들어갔다가 그 곳의 종업원과 맛있는 음식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는 다문천의 가장 유명한 맛집이다. 게다가 ‘여행하다 일부러 들러 꼭 머물러야 하는 곳 상위 7’에도 오른 유명한 곳이었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사글사글한 미소에 친절한 음성, 생기발랄한 움직임으로 여관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서 웃음꽃을 피어나게 만드는 이 여관의 마스코트, 해수는 방금 막 들어온 이들에게 인사했다. 기다란 곱게 땋은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황홀감을 느끼게 하였다.

 

  “하룻밤 묵고 싶은데, 방이 있습니까?”

 

  딱딱하면서도 조심스런 질문에 해수는 활짝 웃으며 방금 들어온 일행을 이층으로 안내했다. 평상시라면 자리가 없었을 텐데 오늘은 운이 좋게 방이 몇 군데 비어있던 참이었다. 때마침 옆 마을에서 축제가 열린 탓이었다.

 

  “전에 왔을 땐 묵을 수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향주’에서 등불축제가 열려서 일거예요. 두 분께서는 향주에 가지 않으시나요?”

 

  “저희는 화림에 갑니다.”

 

  해수는 힐끔 둘을 바라보았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여행자는 아닌 것 같았다. 화림에 가는 것이라면 성수 때문인가? 성수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화림에 갈 이유는 없었다. 그 곳은 그런 곳이니까.

 

  그럼 이제 열다섯이 된 걸까? 그녀와 말을 나누는 이는 열다섯보다는 나이가 조금 더 들어보였다. 열여덟, 열아홉 정도 되려나...

 

  물론 늦은 나이에도 화림에 가는 천인들은 있었다. 한 번 성수를 잃었거나 화림의 생태를 연구하러 가는 학자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해수는 둘 중 조금 더 왜소해 보이는 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화림에 가는 사람은 이 사람때문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갑작스레 가슴 언저리에서 무언가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성수를 만나러 가시나 봐요.”

 

  울렁거리는 가슴의 이상을 드러내지 않으며 영업용 미소를 띈 해수는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오래된 나무의 냄새가 기분 나쁘지 않게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화림에 가는 사람들은 다 그렇죠.”

 

  딱딱한 대답이 돌아왔지만 해수는 웃음을 단 한순간도 얼굴에서 지우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은 여관의 평판을 위해서! 그녀는 자신을 다독였다. 이런 딱딱한 손님이야 한두 번 만나온 것이 아니었다. 평상시에도 이런 손님은 많았고 말 그대로 난동을 부리는 손님들도 만나왔다. 이런 손님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럼 쉬세요.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구요.”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그녀의 영업용 미소는 꾸준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윽고 문이 닫히자 입가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가슴의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체 한 걸까? 오늘 뭘 먹었지? 평상시와 다름없이 여관의 주인이자 주방장인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은 것이 다였다. 그 외의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여관 일이 바빠서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어머니의 요리가 너무나도 맛있어 다른 음식은 일절 먹지 않는 그녀였다.

 

  그럼 병이라도 났나? 해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건강을 자부하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강철 몸이었다. 예전에 유난에서 역병이 돌았을 때에도 그녀는 멀쩡했다. 사람들이 역병에 걸려 죽어나갈 때에도 그녀는 환자들 사이를 뛰놀면서도 멀쩡했다.

 

  “그럼 급하게 먹어서 체한 건가?”

 

  확실히 여관 일이 바쁘다보니 급하게 먹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버릇이 되었다고 한들 그녀의 위장기관이 늘 똑같을 수는 없었다. 소화가 안 되는 날도 있기 마련. 해수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1층으로 내려가며 그녀는 소화제를 어디에 뒀는지 생각했다.

 

 

 

 *

  “조금 괜찮아?”

 

  “죽을 것 같아.”

 

  장난을 약간 섞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진은 걱정이 되었다. 가뜩이나 몸이 약한 녀석이 처음으로 마을을 벗어나 하루 종일 걸어 이곳, 유난까지 용케 당도했다. 분명 몸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를 것이 분명했다.

 

  화림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마지막 마을인 만큼 앞으로 여운이 제대로 쉴 수 있는 것이 지금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무진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말렸어야 했나? 하지만 화림에 가겠다고 여운이 말했다. 무진으로써는 그저 들어주고 싶었다. 중간에 여운이 뻗어버리면 업어서라도 가가면 되겠지.

 

  “만약 성수가 나 비실거린다고 실망했다고 그러면 어쩌지?”

 

  무진은 침대에 뻗어있는 여운을 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몸도 비실거리는 것이 생각도 걱정도 많아서 쉬지를 않으니...

 

  “그럴 일은 없어. 성수는 너의 영혼의 단짝이야. 함께 태어나고 함께 죽어. 그런 녀석이 네가 비실거린다고 실망했다고 할 리 없잖아.”

 

  “내 성수가 워낙 특이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내 성수도 나랑 같은 비실이면 어떻게 하지?”

 

  “성수가 아무리 특이해도 자신의 단짝을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성수가 너랑 같은 비실이라면 내가 너랑 쌍으로 짊어지고 다닐테니까 걱정하지마.”

 

  “그러면 무진한테 너무 미안한데...”

 

  쓸데없는 걱정을 나열하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여운은 가만히 무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듯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어색한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 있는 무진은 짧게 헛기침을 했다.

 

  “네 성수까지 내가 짊어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어차피 늘 하던 일이잖아. 하나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그리고 나한테는 청룡이 있잖아.”

 

  “나도 무진처럼 어마어마하게 강한 성수가 내 단짝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이야?”

 

  여운은 무진의 반문에 입을 삐죽였다. 그리고는 무진이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투덜거렸다. 그는 강한 성수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귀엽고 자그마한 그런 성수를 원했다.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성수이기를 바랬다.

 

  “어렸을 때 항상 말했잖아. 너는 귀엽고 자그마한 동물이 좋다고. 그런 녀석이 이제와서 무슨.”

 

  “갑자기 취향이 변했을 지도 모르잖아.”

 

  “잘도 변하겠다.”

 

  여운의 그림에 등장하는 성수들은 항상 작고 귀여운 성수들이었다. 강아지, 토끼, 고양이, 다람쥐, 너구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천인들과 친근하며 중요한 순간 위로가 되어주는 그런 성수들이었다. 물론 무진의 청룡은 예외지만.

 

  자신을 그려달라며 떼를 쓰던 청룡의 부탁 아닌 부탁에 여운은 예외적으로 강한 성수인 청룡을 그렸었다. 그림을 받은 청룡이 매우 만족스러워했다는 것은 무진과 여운만이 아는 자그마한 비밀이지만.

 

  “내일 몸살 걸리진 않겠지?”

 

  “걸린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니면서 새삼스럽게 뭘 걱정하는 거냐며 무진은 여운의 머리를 헝클었다. 신나게 돌아다니고 다음날 몸살로 끙끙거리며 누워있는 것은 무진에게 있어서 그다지 새로운 광경은 아니었다. 오히려 열심히 몸을 움직인 여운이 다음날 쌩쌩하게 돌아다니는 것이 더욱 걱정이 되었다. 언제 갑자기 픽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무진을 압박했다.

 

  “그래도 앞으로는 체력을 좀 더 기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노력을 안 해본 게 아니잖아.”

 

  투덜거리듯 답하는 여운의 모습에 무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여운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전혀 체력이 늘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조금씩이라도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결실을 맺지 못해서 그렇지.

 

  “충분히 쉬어두는 게 좋을 거야. 화림까지 가깝다고 하더라도 거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리거든.”

 

  “꼬박 하루 걸어봤으니 또 하루 걸어간다고 해도 괜찮겠지.”

 

  피곤이 몰려오는 지 여운이 웅얼거리며 답했다. 무진은 창밖을 보았다. 여기저기 집들이 하나 둘 불을 켜고 있었다. 그는 내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내려놓았다. 밤이 되면 혼자 슬그머니 나가던 야차사냥을 오늘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몰래 나갔다가 여운이 따라오게 된다면 일이 귀찮아진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무진이 혼자서 사냥을 나갈 때마다 여운이 따라오고는 했다. 물론 야차와 싸울 때에는 렌이 튀어나오지만.

 

  여운은 어느새 곤히 잠들었다. 가만히 이마를 짚은 무진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내일 화림으로 가는 것을 무리일 것 같았다. 미열이 느껴지는 것이 몸살의 징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내일 또 짜증을 내겠군.”

 

  -와장창!!!

 

  “뭐라고?! 이봐, 당신! 지금 뭐라고 말했어! 다시 한 번 말해 봐!”

 

  “이 가시나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무진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바라보았다. 밖으로 쏟아지는 여관의 불빛에 얼핏 비춰지는 그림자를 보아하니 1층에서 싸움이 난 모양이었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곤히 자고 있는 여운을 보았다.

 

  그 때, 여운이 번쩍 눈을 뜨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안 돼.”

 

  불안함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무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싸움이 난 거지?”

 

  “아니.”

 

  부정하는 무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밑에서 또다시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진은 이마를 짚었다. 망했다.

  여운 아니, 렌이 환하게 웃었다.

 

  “싸움은 자고로 구경하는 맛이랬어. 구경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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