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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연애GO자
작가 : 변청하
작품등록일 : 2017.11.7

외로운데 소개받긴 싫고, 외로운데 누굴 만나기가 귀찮은 연애고자, 진나봄.
그녀 앞에 고난도 면담 스킬을 활용하여 여자를 꼬시는 날라리 정신과 의사 이설호가 나타난다.
이 시대의 연애고자들을 위한 공감자극 로맨스.

 
뜻밖의 휴무
작성일 : 17-11-16 18:20     조회 : 245     추천 : 3     분량 : 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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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뜻밖의 휴무

 

 

 

 

 

 “저 여자 친구 없습니다.”

 

 거짓말. 첫 만남 카페 안에서도, 집 앞에서도 그는 항상 여자와 함께 있었다. 심지어 처음 만난 카페에서는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그는 저렇게 뻔뻔히도 거짓말을 해댔다.

 

 “카페에서는요... 환자분이셨어요. 여자 친구가 아니라요.”

 

 그는 독심술이라도 쓰는지, 내 마음 속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환자분? 역시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순순하게 자백할 정도면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가 싶었다. 환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데이트하는 의사를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제가 환자 분이랑 데이트하거나 이상한 사이라는 게 아니라요. 그 환자분은 사정이..”

 

 정말 영험한 기운이라도 있으신 건지, 내 속마음을 속속히 알아내어 대답해 주는 그가 이젠 신기했다. 그래도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 입을 닫고 있었는데, 끝내 그가 말끝을 흐렸다. 그래, 이제 변명거리가 떨어진 거겠지.

 

 “...사정이.. 정말로..”

 “...”

 “...”

 “제가 황 박사님께 잘 말씀드릴 테니까, 다른 선생님 만나볼게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의 침묵은 곧 그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더 이상 그를 민망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여기까지가 우리의 마지막인가 싶기도 했다. 제대로 그와 얘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었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고 생각은 했었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대로 가다간 그에게 정말로 크게 실망할까봐 겁이 났던 것 같다.

 간호사들이 얘기하는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몰라도, 내가 그의 곁에 있는 이상, 내가 그의 환자인 이상은 나도 그녀들의 가십에 오르내릴 것만 같았다. 난 이제 누군가의 도마 위의 생선이 되기 싫었기에 그를 일부러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어나는 나를 바라보며 그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황 박사님께는 다른 의사를 추천해달라고 말하면 될 것이고, 난 그동안 내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우면 될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 아이의 모습이 보일까봐 TV도 켜지 못했고, 인터넷도 하질 못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일어서면 된다고 굳게 믿었다.

 

 “왜? 이 선생이랑 무슨 일 있었니?”

 

 황 박사님은 이설호 의사와 꽤 친했던 것인지, 다른 의사를 추천해달라는 내 말에 의문을 가지셨다.

 

 “아니요.. 그냥..”

 

 얼버무리는 나의 대답에 박사님은 한숨을 작게 내쉬곤 알겠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있잖아, 나봄아. 사람은 어느 것이 튼튼한지, 얼마나 긴지를 재고 따지는 밧줄처럼 고르는 게 아니야. 아무리 약하고 힘없는 밧줄이라도 조심히 엮어서 하나로 만들어질 때 더욱 소중한 법인 게야. 인연은 고르는 게 아니라 맺어지는 거란다.”

 “...”

 “그래도 처음 연락했을 때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으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다리렴. 곧 다시 연락 하마.”

 

 다정하지만 무거운 박사님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단지 그가 약하고 힘이 없어보여서 밧줄을 엮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닌데... 난 사람을 밧줄 고르듯 고르려했던 게 아니었는데... 순간 밀려오는 억울함에 기분이 묘해졌지만, 애써 눈물을 참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다리라는 박사님의 말씀에 난 노트북을 열었다. 한동안 못했던 일을 해야만 했다. 마감일이 얼마 남질 않았고, 박사님이 말씀하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이 일도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으아 배고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없이 편집하다보니 어느새 한밤중이 되어버렸다. 만약 편집 일도 없었으면, 난 마냥 침대에 엎드려 시체처럼 지냈겠지. 뻐근한 허리를 돌리며 기지개를 폈다.

 

 징 – 징 –

 

 빈 물 잔에 목이 말라 일어났을 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려댔다. 팀장에게서 온 뜻밖의 전화였다. 새벽에 전화할 사람이 아닌데, 조금은 의외였다.

 

 “여보세요?”

 “아, 주시라니까요? 편집장님 취하셨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전화기를 귀에서 조금 떨어트렸다. 여기저기 웅성대는 소리가 순간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김 팀장은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는 듯 그의 목소리가 거리감 있게 들렸다. 난 전화를 잘못 건줄 알고 종료버튼을 누르려했지만, 나의 이름이 들려오는 바람에 끊을 수 없었다.

 

 “나봉 쒸이!!”

 “..누구세요..?”

 

 분명 김 팀장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마치 내 이름이 얼큰한 짬뽕탕 국물 속에 있는 듯 어느새 나봉이 되어버렸다. 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는 이미 만취상태였고, 주변이 분명 술집인 것을 예상하게 했다.

 

 “하, 내 참. 나봉 쒸, 너무 한 거 아니웨요? 제 목소리도 못 알아들으시고, 너무하눼. 증말.”

 

 혀가 꼬인 말투가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대체 얼마나 마시면 이렇게나 혀에게 자유의지를 줄 수 있을까. 자유분방한 발음 때문에 정확한 뜻은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누군지는 짐작이 갔다.

 

 “아.. 편집장님이세요?”

 “그웨에~ 나 편집장이야! 살아있어? 나봉 씨?”

 “..네. 취하신 것 같은데, 조심히 들어가세요.”

 “뭐어? 나 안취했어! 맨날 내 전화는 안 받고 말이야, 김 팀장 전화기로 전화하니깐 받는 것 좀 봐! 나 서운해! 나봉 쒸!”

 

 서운하다며 툴툴거리는 편집장의 말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한 번도 내게 따로 연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항상 김 팀장이나 전에 있던 박 팀장이 그의 의견을 전달했었다. 그랬으면서 이제 와서..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이야, 김 팀장은 나봉 씨가 집으로 초대했다며?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나는 왜 초대안해줘~”

 “편집장님, 어서 들어가시죠. 네?”

 

 옆에서 김 팀장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려왔다. 내가 집에 초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준 재계약서 때문에 팀장님이 여기로 온 거잖아.... 하고 싶은 말을 입술로 앙 밀어 넣었다.

 

 “이제 정규직으로 승급 되셨는데, 얼굴 좀 한 번 봅시다~ 예~? 나봉씨~~”

 

 그는 끝까지 날 나봉으로 부르며 전화를 마쳤다. 팀장님이 뺏어서 끊은 건지, 편집장이 술에 취해 실수로 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겨우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계약서엔 분명 자택근무 / 회식참석여부는 자유라고 적혀있었지만, 보이지 않은 계약서가 또 있었나보다.

 

 「미안해요, 나봄 씨. 편집장님이 많이 취하셔서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 김 팀장」

 

 같은 상사인데, 어쩜 이리도 다를까. 이모티콘 없이 담백한 저 문체마저도 좋았다. 분노로 물들을 법했던 밤이 그의 문자에 스르르 녹고 있었다. 조심히 들어가라는 답장을 보내고 눈을 감았다. 그러다 문득 팀장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회식을 나가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 여러 명의 사람들을 만나야 할 생각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처방받은 우울증 약을 꺼내 삼켰다. 알약을 목으로 넘길 때면 이상하게 더 우울해지는 신기한 우울증 약이지만, 먹지 않으면 또 불안했다. 내게 이 알약을 먹게 해준 그녀를 원망하는 것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 새록새록 다시 떠올랐다.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조차 없다면 모든 것이 내 탓이기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자존감을 끌어올리기조차 힘이 든다.

 

 날은 점점 추워져만 갔다. 곧 눈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였다. 역시 이런 날은 이불 밖이 위험하지. TV는 켜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인터넷도 딱 메일만 확인하는 정도,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TV모니터 화면만 봐도 그녀의 얼굴이 등장할 것만 같았다. 까만 화면 속에 비친 내 자신이 때때로 초라해질 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난 미친 듯이 일만 하였다. 어느 때보다 더 빈틈없이 교정을 하고, 오탈자를 골라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이상하게 시원한 느낌이 덜 했다.

 

 징 – 징 –

 

 침대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휴대폰이라 쓰고, 시계라 읽는 현대인의 필수품이지만. 화면에 떠오른 ‘김 팀장님’의 글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순간 지난날의 편집장 추태가 떠올라 멈칫하긴 했다.

 

 “..여보세요?”

 “나봄 씨, 저예요.”

 

 다행히 오전 11시엔 술에 취한 편집장이 있을 리가 없겠지, 라며 전화를 받은 나에게 따스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팀장님.”

 “뭐해요?”

 “네..?”

 “뭐하시고 계시냐구요. 어디에요? 집이에요?”

 “네.. 지금 작업 중인데요..”

 “아휴. 일 좀 그만해요, 나봄 씨. 팀장이 오늘 쉬는데 나봄 씨가 일하면 어떡해.”

 

 다짜고짜 일 좀 그만하라는 직장상사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적응장애가 또 도진건지, 대인관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건지 조금 불안해질 무렵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약속 있어요? 없으면 나와서 직장상사랑 좀 놀아줄래요?”

 

 대한민국 직장상사들은 이렇게 다 스윗할까. 놀아달라는 그의 말이 왠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남들은 직장상사가 쉬는 날이면 등산 가자, 낚시 가자, 라고 억지로 끌고 나오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라고 하던데. 그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그래도 뜬금없이 놀아달라니, 무슨 일인가 싶어 되물었다.

 

 “네?”

 “저 오늘 월차에요. 근데 너무 할게 없는데 제가 친구가 없어서..”

 “...”

 “나봄 씨 오늘 특별 휴무 드릴게요. 대신.”

 

 뜻밖의 데이트.. 아니 특별 휴무 신청이었다.

 

 

 

 

 

 

 

 

 

 

 

 

 

 

 

 

 
작가의 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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