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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6. 질투하는 거 같다
작성일 : 17-11-16 13:15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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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인간의 기억력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실수는 필연적이다.

 나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달력을 보았다.

 강효주와의 싸움이 있고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최윤이 다쳤다. 그 다음, 곧바로 윤승조가 다치는 바람에 액땜을 해야 한다느니 그런 소리를 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미루야. 밥 안 먹어?”

 

 “어? 아.”

 

 

 현석의 말에 그제야 시선을 내렸다. 도시락이 펼쳐진 채 식어가고 있었다.

 

 

 “지금 안 먹어두면 이따 배고플 거야.”

 

 “…….”

 

 “미루야?”

 

 

 내키지 않는 손을 들어 닭 가슴살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기계적인 동작으로 그걸 먹다가, 나는 천천히 포크를 내려놓았다. 먹고 싶지 않다.

 

 

 “…나 잠깐만.”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먹었던 것들을 모조리 토해냈다. 눈물까지 흘려 가며 다 토해낸 뒤에, 나는 쓰러지듯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승조야, 내가 할 수 있을까. 너를, 내가 살릴 수 있을까.

 

 스쳐지나가듯 피렌체에서의 영상이 흘러간다. 바꾸려 노력했으나 바뀌지 않았던 과거들도 생각했다.

 

 아니, 고작 이 정도에 지칠 수는 없다.

 

 겨우 손을 씻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으며 화장실을 나왔을 때였다.

 

 

 "미루?"

 

 

 놀란 듯한 음성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미루라고 부르는 얼마 되지 않는 사람.

 

 

 “어디 아파?”

 

 

 회의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 유독 우뚝 솟아 있는 그가 나를 향해 곧바로 걸어 들어왔다.

 

 

 "괜찮아? 얼굴이 하얀데."

 

 "...괜찮,"

 

 "승조 씨. 식사하셔야죠."

 

 

 여자 스태프 하나가 승조의 옷소매를 가볍게 끌었다. 나는 살짝 미간을 모으며 그녀를 보았다. 일반인 치고 꽤 예쁘장하다. 묘하게 느껴지는 견제의 눈빛,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라기엔 불편해 보이는, 다시 말해 꽤 신경 쓴 차림. 그녀의 붉은 입술을 빤히 보다, 막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나 패스.”

 

 “네?”

 

 “너 나랑 바람 좀 쐬자.”

 

 

 승조가 거침없이 내 팔을 잡았다. 나는 마지못한 척 그의 손에 이끌려 가며, 여자 스태프를 힐끗 보았다. 감정 제어에 실패한 그녀의 얼굴에 낭패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숨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나는 제법 편한 얼굴로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앞서 걸어가던 승조가 돌아선다. 나는 조금 눈부신 얼굴로 너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환한 햇살 아래, 선명하게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좀 낫지?”

 

 “…뭐.”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는 내 말에, 승조가 입 꼬리를 올렸다.

 그 모습이 지독히도 매력적이라, 괜스레 설레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나는 불퉁히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넌 너무 바람둥이야.”

 

 “뭐? 왜?”

 

 

 그 말이 웃긴 듯 승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특유의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네가 괜찮은 거 인지하고 있으면서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잖아.”

 

 “내가 괜찮아?”

 

 

 또 놀리고 싶어 죽겠다는 웃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그래놓고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잖아.”

 

 “무슨 소린지.”

 

 “아까 그 스태프, 너한테 마음 있는 것 같던데.”

 

 

 내 말에 여전히 웃던 승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질투하는 거 같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귀엽게 구네. 미루.”

 

 

 그 말에 인상을 구기자, 내 이마를 꾹꾹 눌러 주름을 펴 준 승조가 씩 웃으며 덧붙였다.

 

 

 “나 인기 많은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

 

 “근데 기분 좋네. 네 반응.”

 

 

 나는 괜스레 입 끝에 힘을 주며 그를 보았다. 눈치가 빨라서 같이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괜히 긴장해서 몸에 힘을 주었던 때였다.

 

 

 “냥-”

 

 

 나는 흠칫하며 고개를 내렸다. 삼색 고양이가 우아하게 걸음을 옮기더니 대뜸 승조의 다리에 머리를 부볐다. 그가 피식 웃으며 쪼그려 앉아 고양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미루, 또 질투해?”

 

 “뭐?”

 

 “얘 이름이 미루야.”

 

 “…야, 웃기지마. 방금 지어냈지.”

 

 

 승조가 다시금 웃음을 터뜨린다. 원래 이렇게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나. 그 웃음소리가 시원해서 나도 모르게 입 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가 옥상 구석에 있는 상자를 뒤적거리다, 깡통을 꺼내어 딴다. 고양이가 빠른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 붙는다.

 

 

 “고양이, 좋아해?”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는 고양이 머릴 쓰다듬는 그를 보며 묻는 내 물음에 그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고개를 젓는다.

 

 

 “그다지.”

 

 

 ‘그다지.’

 

 ‘그런데 왜 먹이를 주세요?’

 

 

 아. 나는 순식간에 밀려드는 기억에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철제 문 너머, 결 좋게 흐트러지던 너의 다갈색 머리.

 

 너의 목소리에, 그 옛날의 네가 섞여든다. 나는 빠르게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런데, 왜 먹이를 줘?”

 

 “…글쎄.”

 

 

 ‘…글쎄.’

 

 

 지금의 너와 그 때의 네가 동시에 눈을 내리감는다. 부드럽게 음영을 그리며 사라지는 옅은 눈동자,

 

 

 ‘…니까.’

 

 

 “최윤이 여자 꼬실 때 동물 좋아하는 척 하니까.”

 

 “…뭐?”

 

 “단순히 동물 좋아한다고 하면 최윤 같잖아.”

 

 

 무슨 (개) 소리야, 이게. 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싫어하는데 먹이는 주는 신비주의 컨셉으로.”

 

 “…….”

 

 “인기 관리하기 피곤하다, 나도.”

 

 

 승조가 웃는다. 그제야 놀림 당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나는 순간 붉어진 얼굴을 하고 소리를 높였다.

 

 

 “야! 그거 아니잖아!”

 

 “응?”

 

 

 ‘먹이는 주는데 안아주진 않아.’

 

 ‘그러면, 적어도 죽진 않을 테지.’

 

 

 고양이가 죽는 게 싫은 것처럼 그렇게 아련한 눈으로 말했었는데. 그게 다 컨셉이었다고?

 

 

 “다른 이유 있잖아!”

 

 “뭐래.”

 

 

 어깨를 으쓱한 승조가 내 머리를 끌어당겼다.

 

 

 “내려가서 밥 먹자.”

 

 

 아, 황당해. 짜증스레 팔을 쳐냈다.

 

 

 “너랑 안 먹어.”

 

 “피자 어때?”

 

 “안 먹는다고!”

 

 

 나는 툴툴거리며 몸에 힘을 주고, 승조는 나를 얄밉게 툭툭 건드리며 내려가자고 한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싫은데 억지로 따라가는 척 너에게 이끌려 간다. 이 또한, 순간의 순간.

 

 

 

 

 *

 

 

 "어? 미아?"

 

 

 드라이를 받고 있던 윤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슨 일?”

 

 “그냥 지나가다, 있다 길래 들렸어요.”

 

 “뭐야. 고맙게.”

 

 

 반가운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를 보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즘, 세트가 부실하대요."

 

 "…어?"

 

 "조심하시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윤을 지나쳐, 나는 살짝 웃고 미용실을 나왔다. 나는 손에 들린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최윤, 세트가 넘어져 손목 부상.'

 

 '윤승조, 드라마 종방연 가던 중 교통사고. 타박상과 가벼운 뇌진탕으로 입원.'

 

 

 때마침 문자가 도착했다.

 

 

 [드라마 종방연 금요일로 잡혔대요.]

 

 

 이쯤 되면 시험, 해보는 게 낫겠지. 과거와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분명 미래로 가는 전개 방식이 '다르다'. 그렇다면, 바꿀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나는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적어 놓은 다이어리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하나, 화제가 된 화보 사진이 바뀌었으나 흥행했다.

 

 둘, 화보 촬영 뒤, 그의 대기실로 내가 찾아가지 않자, 그가 찾아왔다.

 

 셋, 화보 촬영 중 보안을 강화하자, 촬영이 끝난 이후 집시가 나타났다.

 

 넷, 나는 집시와 부딪히지 않았지만, 대신 다른 사람이 부딪혀 사건이 발생했다.

 

 다섯, 그를 보호하려 안았지만, 윤승조가 똑같이 팔을 다쳤다.

 

 여섯, 김도경에게 접근하지 않자, 그가 먼저 접근하여 사귀게 되었다.

 

 

 이 여섯 가지는, 내가 바꾸려 노력했으나 바뀌지 않은 것들이다. 중간의 작은 수단들을 바꾸더라도, 미래는 그대로 간다고 볼 수 있다.

 

 그건 다시 말해, 결과로 가기까지의 수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하나, 마시지 않던 술을 마셨고, 도경과의 만남이 앞당겨졌다. 즉 만남의 계기를 당기면, 만남도 당겨진다.

 

 둘, 승조에게 적대적으로 굴었고, 그가 애인이 아닌 친구가 되었다. 태도를 바꾸면 관계가 바뀐다.

 

 셋, 집시에 의해 나도 다쳤다. 상응하는 것이 있으면, 피해가 나누어진다.

 

 넷, 내가 승조를 좋아하는 것을 도경이 알고 있고, 계약적인 관계가 되었다. 상황은 같지만, 상황에 대한 인식은 바꿀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관계나 생각, 감정은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상황과 조건은 과거와 같다. 문제는, 그 속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미래가 바뀌느냐 하는 것이었다. 멍하니 리스트를 내려다보던 나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2012년 12월 25일, 끝’

 

 

 한 글자 외엔 더 이상 적혀 있지 않은 리스트. 그러나, 그 끝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어쩐지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애써 잠재우며 눈을 감았다.

 

 어떻게 행동을 해야 미래가 바뀔까.

 

 이제는 몇 개월 뒤에 있을 승조의 죽음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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