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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27화
작성일 : 17-11-16 03:16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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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파도치는 소리가 까만 밤하늘 아래에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철썩- 쏴아아 다채로운 듯 일정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와 은은하게 나는 바다의 짠내음이 기분 좋게 코과 귀를 간질었다.

 

 여솔은 바닷바람에 롱패딩 지퍼를 올리고 목도리를 코끝까지 올린 후 춥지도 않은지 여유롭게 앉은 설화를 보며 말했다.

 

 " 한겨울에 해운대라니 "

 

 " 그래서 더 운치 있지 않나요 "

 

 한여름엔 사람 발을 디딜 틈도 없이 빡빡한 해운대 바닷가였지만, 한창 추운 12월의 해운대는 상당히 적적했다. 항상 사람 많고 화려한곳에만 초대받았던 여솔이기 때문에 이런 겨울에 바닷가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 나쁘진 않네요. 한겨울에 해운대가 좀 의외긴 하지만…. "

 

 " 여솔씨는 와본 적 없을것 같아서 골랐는데, 별로예요? "

 

 사실이긴 하지만 애초에 오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솔직하게 여솔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눈이 아프다 못해 몽환적으로 느껴질 만큼 밝고 화려한 조명과 바글거리는 인파, 그리고 그 안에서 주목받는 느낌이 좋았다.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찾아오는 관심이 싫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가자는 말도 뜬금없는데, 그 장소가 해운대라고 했을 땐 좀처럼 이해할수 없었다.

 여솔은 설화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 팔짱을 끼고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 장소가 중요한가요.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한거지 "

 

 " 싫다는거네 "

 

 " 분위기 깨네 "

 

 " 아 솔직히 말해요 싫죠 "

 

 " 아 솔직히 여기 할 게 없잖아요! 여름이랑 완전 다르구만! "

 

 아직 밤 11시도 안 됐는데 대부분 문 닫은 가게들, 아직 열린 가게도 제법 있었고 가로등도 있어서 그렇게 어둡진 않았지만, 낮보다 밤이 밝은 공간에서 지내온 여솔에겐 충분히 어두웠다.

 

 " 전 그래서 여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

 

 티격태격하던 설화가 갑자기 차분하게 웃으며 말하자, 여솔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설화는 그런 여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 지금 상황이랑 비슷한 거 같잖아요. 그렇게 화려하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발디딜틈 없는 이곳이, 그 메리트를 잃으니까 발걸음이 뚝 끊긴 모습이…. "

 

 " 되게 우울한 소리네요. 그거 "

 

 " 감성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니에요? 나름 분위기 좀 잡고 있는데 "

 

 " 뭐래요. 저 감성 풍부 하거든요? "

 

 " 분위기는 누가 깨고 있는데…. "

 

 설화가 궁시렁 거리자 여솔은 질 수 없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 글쟁이 감성을 어떻게 이겨…. "

 

 " 뭐래 옷쟁이가…. "

 

 그렇게 입을 내민 채 서로를 흘겨보던 둘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감성이 맞든 맞지 않든 보다는 그냥 둘이 함께 머리아픈 상황에서 도망쳤다는것 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 여솔씨 밀면은 먹어봤나? "

 

 " 내가 또 기절하는 맛집을 알려줘야겠구만 "

 

 여솔의 당당한 태도에 설화는 웃으며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안내해 보시죠, 제가 이래 봬도 입은 고급인데 어디 한번 가봅시다. "

 

 아직까지도 여솔의 머릿속에 설화는 소심한 등신씨인데도, 막상 하는 행동이나 말하는 건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나름 신선하고 재밌어서 입을 막고 쿡쿡 웃던 여솔은 설화의 손을 잡아당겨 설화를 다시 앉혔다.

 여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쳐다보는 설화의 어깨에 다시 기댄 채 잡은 손을 더욱 꽉 잡고 말했다.

 

 " 좀 더 구경하고요. 나도 그 감성 좀 느껴보게 "

 

 " 며칠은 더 봐야 알듯말듯 할텐데? "

 

 설화는 설핏 웃으며 맞잡은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

 

 

 

 

 회사 옥상에 앉은 민준은 멍하니 커피에 입김을 불었다.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는 언제 맡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역할을 했다.

 

 " 선배 아직도 고민이 많으신가봐요 "

 

 담배 하나 태우려고 올라온 후배는 민준을 보고 다가와 말했다. 민준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나도 하나 줘라 "

 

 후배는 담배 하나를 민준에게 건넨 후 불까지 붙여준후 자신도 하나 입에 물었다. 민준은 연기를 뿜으며 물었다.

 

 " 야, 넌 만약 니가 지금까지 해온 걸 다 잃을만한 상황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어떡할래? "

 

 " 자살? "

 

 극단적인 대답이 영 맘에 들지 않은 민준은 후배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 야 이 새끼야 그런 소리 하는거 아니야 "

 

 " 아악!! 그만큼 할 수 있는 게 없다는거 아니에요! "

 

 후배가 꼬집힌 팔을 비비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동안, 민준은 흠…. 소리를 내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

 .

 .

 " 휴가? "

 

 " 응 휴가 "

 

 지금까지 해온 회의에서 전혀 연결될 게 없는 설화의 제안에 다들 장난하냐는 듯 인상을 쓰자 설화가 계속 말했다.

 

 " 우리 지금 다 같이 머리속이 너무 복잡한 거 같아서 "

 

 "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하기도 바쁜데 휴가 가면 다 포기하는거나 다름없는거 아니에요? "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혼자만 태연한 설화를 보고 화가 난 화연이 언성을 높였다. 여솔은 일단 들어보자는 듯 화연은 제지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그런 분위기에도 설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그래서 지금 답이 나와요? "

 

 " 아니! 그러니까 지금 답을…. "

 

 " SoL은 둘 없어도 잘 돌아간다며요 "

 

 " 그게 문제라니까요!! "

 

 " 공장은 제작거부, 자재 파는 곳들은 판매거부, 그런데 회사는 돌아가고…. 그럼 둘이 시간을 좀 비워도 괜찮다는 거잖아요 "

 

 미팅룸에 다소 어색하고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 설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보통사람들은 난관에 부딪치는걸 벽에 부딧쳤다고 표현하죠? 그리고 우린 그 벽을 꾸준히 넘어왔어요. 그것도 쉴 새 없이. 그러다보면 놓치는게 있어요. "

 

 " 네, 그러다가 엄청난 게 큰 감당못할 벽이랑 마주했죠?? "

 

 화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지만, 설화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계속 넘다 보면 지쳐요, 우린 지쳐있어요. 그러니까 그 높은 벽에 막막함밖에 못느끼죠, 넘어갈 힘이 없거든요. 근데, 의외로 답은 뜬금없는 곳에 있어요. 간단하게 말해서 "

 

 설화는 민준의 노트를 세우고 그 주변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말했다.

 

 " 꼭 넘어갈 필요 없다는 거죠. 샛길이 있을 수도 있어요. 물론 도박이에요. 없을 수도 있지만 그 판단은 본인이 하는건데, 우리가 지쳐서 진짜 중요한 건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거죠 "

 

 " 그러니까 설화씨 말은…. "

 

 " 어차피 답도 없는데, 머리나 좀 식혀보자는거죠 "

 .

 .

 .

 민준은 입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천천히 뿜었다.

 

 어쩌면 같은 맥락인 건가….

 

 회의가 끝나고 설화는 자신이 휴가를 떠났을 기간 이상의 분량을 미리 만들어 민준에게 넘겨줬다.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돌아가는 여솔과 다르게 자신은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는 걸 인지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말릴수도 없었다.

 

 설화의 의견은 상당히 꿈같은 소리였다. 현실에 대입해봤을 때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러기 쉽지 않은 소위 말하는 '이상적인' 소리 였다. 그런 설화가 늘 입에 담고 살던 말이 있었다.

 

 ' 이상은 도착지가 아니라 이정표잖아, 이상을 이루겠다는 게 아니야 그 길을 걷고싶다는거지 '

 

 사람 성격인가. 어쩌면 설화의 그런 면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민준은 몇 모금 빨지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서둘러 옥상에서 내려갔다. 아씨 담배 아깝게!!! 라고 소리치는 후배를 뒤로 한 채 서둘러 내려간 민준은 편집장 앞에서서 말했다.

 

 " 편집장님 저 휴가 좀 보내주세요 "

 

 

 

 

 ***

 

 

 

 

 콧대가 한껏 높아진 여솔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밀면집 앞에서 설화가 말했다.

 

 " 정말 기절하겠네 "

 

 " 놀리지 마요…. "

 

 " 아니, 너무 감동적이라…. "

 

 해운대 근처에 운영하는 수많은 밀면집을 외면한 채 약 20분가량 걸어서 겨우겨우 도착한 곳은 이미 영업을 끝낸 채 까만 불빛으로 둘을 맞이했다. 여솔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감싼 채 말했다.

 

 " 내가 왔을 땐 밤새 했다구요오…. "

 

 " 하하…. 그렇겠죠, 여기 close : pm 10:00이라고 써있지만 "

 

 " 놀리지 말라구요오…. "

 

 " 그것보다 여기 너무 지나치게 음지 아니에요? 주변에 있는 게 없네 "

 

 숨겨진 맛집이라는 컨셉을 지키고 싶었는지, 가로등 불빛마저 몇 개 없는 길목에 선 둘은 상당히 보기 처량했다. 면목없이 계속해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여솔을 설화는 웃으며 안고 말했다.

 

 " 여긴 내일 아침에 다시 오고, 일단은 좀 밝은 대로 가서 대충 먹고 잘곳부터 찾죠 "

 

 " 방 두 개 잡아요 "

 

 " 한 개만 잡을건데 "

 

 " 헐 변태, 이러려고 여행 오자고 했어요? "

 

 " 뭐래 술 먹고 우리 집에서 잔 게 누군데 "

 

 " 그전에 먼저 우리 집에서 잔게 누군데? "

 

 " 그러니까 상관없잖아요 "

 

 아씨, 진짜 뜬금없는 데서 뻔뻔해. 설화가 새벽에 갑자기 찾아왔을 때도, 자신이 갑자기 찾아갔을때도. 엄연히 말하면 취해있기도 해서 별생각 안했는데, 맨정신으로 같은 방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여솔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더군다나…. 집도 아니고….

 

 그런 여솔과 다르게 마치 익숙하다는 듯 태연하고 뻔뻔하게 걷는 설화를 보자 화가 치밀었다.

 

 " 아주 겁나 익숙하신가 봐요? 네? "

 

 " 전 모쏠은 아니라 "

 

 " 아 그러세요~ 그거 참…. "

 

 살짝 기분이 상한 여솔이 말을 이어가기 전에 설화는 여솔을 끌어안았다. 자신이 입고 있는 패딩으로 여솔을 감싼 설화가 귓가에 말했다.

 

 " 계속 같이 있고싶어서요 "

 

 순간 여솔의 얼굴은 감싼 따듯한 온기와 태연한척하고 있지만 당장이라고 터질듯 뛰고있는 심장 소리를 들은 여솔이 피식 웃었다.

 

 " 손만 잡고 자야 되는데? "

 

 " 포옹만 하고 잘께요 "

 

 " 남자는 믿을 수가 없는데 "

 

 " 불신하는 그대로에요 "

 

 " 아닌 척 좀 해봐요 "

 

 " 우린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은데, 급할 건 없단거죠 "

 

 " 뭐래…. "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마주 안고 있는 느낌이 좋았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포근했다. 적어도 지금은 머리아픈 생각따위는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던 설화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 편의점 라면도 괜찮? "

 

 " 핫바도 "

 

 별거 없는 실없는 소리에도 킥킥 웃던 여솔이 돌아서자 설화는 뒤에서 안은 채 뒤뚱뒤뚱 걸으며 어두운 골목에서 홀로 빛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지잉-

 

 울리는 핸드폰을 든 설화가 말했다.

 

 " 내일 화연씨랑 민준이랑 온다는데요? "

 

 " 둘이 뭔데 같이 와? "

 

 설화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별 관심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오든말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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