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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기계군주
작가 : 거울고양이
작품등록일 : 2017.11.12

가끔씩 상상해보는 게 있다.
갑자기 나를 둘러싼 세계가 뒤집힌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이루어진다면?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상상일 것이다. 요즘 판타지에서 자주 나오는 ‘차원 이동’만 해도 이런 상상의 산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에이, 이런 게 말이 되겠어’ 하면서 결국 실없이 웃고 넘기게 되겠지.
그런데, 뭐야.

진짜 일어났네?

 
Chapter 2. 고향.
작성일 : 17-11-16 03:07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8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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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가끔 생각해보는 게 있다.

 

 내가 그 때 그 문을 열지 않았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도 별 일 없이 무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학교에 다니고, 강의를 듣고, 졸업 이후를 걱정하면서 친구들이랑 살았을 것이다.

 

 혹시 된다면, 좋은 여자친구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도 생각할 수 있었겠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었던 문은, 다신 닫히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왜 다시, 문이 열린 거지?

 

 

 

 1

 [······! ······!]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감각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나른한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무언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고장 난 라디오마냥 툭툭 끊겨서 제대로 된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뭐야······ 잠들었던 건가?

 여긴 어디지?

 

 

 [······한! 자한!]

 

 

 뭉개지고 끊어지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뿌옇던 정신이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나른했다.

 

 

 “······에프?”

 [일어나셨군요, 자한! 괜찮으십니까?]

 “어······ 아마도······ 으윽!”

 

 

 자한이 몸을 일으키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신음성을 내뱉으며 도로 자리에 누워버렸다. 지끈거리는 고통이 온몸에서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치 기점이 된 것처럼, 지금껏 자각하지 못했던 감각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인지하지 못했던 주변 환경이 느껴져왔다.

 

 쏴아아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맞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 상당히 오래 맞은 듯싶었다.

 

 

 “에프······ 여긴 어디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떨어지고 제가 재가동한 지 1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떻게 여기에······?”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마르잔의 영주와 전투 중 영주가 자폭했습니다.]

 

 

 에프가 말을 잇는다. 그 때,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급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르잔의 영주.

 

 사막.

 

 마수.

 

 라가.

 

 그리고······ 마법!

 

 자한이 눈을 떴다.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이 마치 영상을 틀어놓은 것처럼 머릿속을 관통했다. 그래, 분명 마르잔의 영주와 싸우고, 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방심했을 때 영주가······!

 

 

 “에프, 영주는 어떻게 됐지?”

 [사망했습니다.]

 “뭐?”

 [발 치를 보십시오.]

 

 

 자한이 상체를 억지로 일으켜 발 치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비록 반신뿐이지만 여전히 거대하기 짝이 없는 전갈, 마르잔의 영주가 미동조차 없이 죽어 있었다. 하긴, 살아있었으면 당연히 자신이 죽었을 테니. 당연하다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 잡았구나.”

 

 

 자한이 다시 뒤로 털썩 누웠다. 등 쪽에서 진흙이 질퍽거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계속해서 얼굴에 떨어졌지만 몸 상태가 상태이다 보니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고?”

 [예. 어떻게 날려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영주가 마지막으로 썼던 마법이 시공마법인 것 같습니다.]

 “시공마법이라니······.”

 

 

 자한이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시공마법은 말 그대로 시공과 공간을 조절하는 마법이다. 당연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조절한다는 것이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어마어마한 마력은 물론, 그걸 실행할 만큼 확실한 실력도 뒷받침해줘야 가능했다. 그가 아는 존재 중에서도 다섯 군주 중 하나인 시공군주 아이사만이 가능했던 마법이었다.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마수라니,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대단한 놈이네. 나한테 죽지 않았으면 초월급까지 갔을 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결국 죽었습니다. 가정은 의미가 없죠.]

 “그건 그래.”

 

 

 자한이 피식 웃었다.

 

 

 “일단 주변은 파악했어?”

 [마력 탐색을 실시했습니다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산속이라는 것뿐입니다.]

 “뭐?”

 

 

 누워있던 자한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에프를 쳐다보았다.

 

 

 “고작 그것뿐이라고?”

 [제가 무슨 전지전능한 존재인 줄 아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에프의 볼멘소리에 자한이 살짝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놀라움은 어쩔 수 없었다. 본인은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라고 말했지만 자한에게 에프는 거의 그에 준하는 존재로 여겨졌었다. 그 어떤 지형에 가도,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 상황에 대한 파악을 할 수 있는 전투정령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에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이 있다니.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생각해보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끄으응······.”

 

 

 속 편히 누워있을 때가 아니었다. 온몸이 지끈거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자한은 그 비명을 무시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에프, 일단 공방하고 연결해. 장비를 꺼내야겠어.”

 

 

 공방(工房).

 그곳은 자한의 모든 무기와 장비가 들어있는 장소였다. 자한은 물론 기계학파를 구성하는 구성원 대부분이 마법도식을 구축하지 못하다보니 마법을 이용해서 강력한 화력을 뽐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라가’와 같은 근접전에만 의존하자니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장비들을 들고 다니자니 들고 다닐 수 있는 장비로는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

 결국 그들이 생각해낸 것은 ‘장비 자체를 특정한 장소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게이트를 열어 그 장비를 끌고 온다’는 것이었다.

 

 그 특정한 장소가 바로 공방(工房).

 

 물론 공방을 구축하는 데 어마어마한 마력과 자원이 들고 설사 공방을 구축하더라도 거리와 질량에 비례하는 마력을 소모해야 꺼낼 수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도 기계학파는 마법에 뒤지지 않는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기계군주’였던 자한의 공방에는 다른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화력을 뽐내는 무기들이 넘쳐났었다. 마력 소모량 때문에 꺼내질 못해서 문제였지만.

 

 

 [저기······ 자한, 공방과 연결이 안 됩니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예 연결 자체가 끊어져있습니다.]

 

 

 공방과 연결이 끊어져?

 그게 가능해?

 자한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에프를 응시했다.

 공방은 설사 세계의 끝에 있다 하더라도 연결이 가능하다. 자한과 공방, 서로서로가 마력으로 연결이 되어있고, 그것은 일종의 ‘열쇠’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지문인식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런 공방과 연결 자체가 끊어져 있다니?

 그게 가능한 건가?

 

 

 “그럼 일단 지속적으로 주변 탐사를 시작해. 이 숲속에서 나가야겠어.”

 [알겠습니다, 자한.]

 

 

 일단 이 자리에 더 있을 수는 없었다. 비가 쏟아져서 체온을 많이 뺏겨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있었고, 영주의 시체가 뿜어내는 마력 때문에 다른 마수가 올 지도 몰랐다. 마수의 시체는 죽어도 상당한 영양분과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마수들이 탐내는 식량이니까.

 자한이 끄응, 하고 신음성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한, 당신의 왼손에 마력반응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무엇입니까?]

 “뭐?”

 

 

 갑작스런 에프의 발언에 자한이 놀란 눈으로 자신의 왼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인지하지도 못했지만 마치 놓을 수 없다는 것처럼 무언가를 꽉 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피자, 그곳에는 새빨간 보석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정수네.”

 [정수네요.]

 

 

 그것은 정수였다. 마수의 체내에서 마력과 진력 등을 전부 응축하여 만들어지는 광석이었다. 무협지로 따지면 내단이라고 할까. 섭취할 수도, 마도구의 핵심 부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고가에 거래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현상금 사냥꾼’에 해당하는 예거들에게 훌륭한 수입벌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언제 그걸 잡으셨던 겁니까?]

 “몰라. 기억이 안 나.”

 

 

 보통 마수의 체내에 있는 것이라 보통 찾기 위해서는 쓰러뜨린 마수를 일일이 뒤적거려야 했지만, 반신이 날아갔던 마르잔의 영주였으니 이 정수도 충분히 외부에 노출되어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없던 와중에 이것을 낚아챘다니, 자기 자신이지만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탐욕에 눈이 멀어있다고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시체를 뒤적일 필요는 없어졌으니 다행이네.”

 [그러게요.]

 “일단 비를 피하고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소부터 찾자.”

 

 

 워낙 오랫동안 비를 맞고 있다 보니 이제는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는 걸 넘어 이빨이 딱딱거리며 부딪힐 정도였다.

 

 

 “으으, 아파 죽을 것 같아.”

 [안 죽었잖습니까.]

 “너 이 상황까지 이럴래?”

 

 

 자한이 투덜거리며 산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3

 자한이 사라지고 약 1시간쯤 지난 뒤.

 자한이 있던 곳에 두 사람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다 새까만 우의를 걸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190cm는 될 정도로 키가 멀쑥하게 큰 남자였고 나머지 한 명은 165쯤은 되어보이는 여성이었다. 비록 남자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보였지만.

 

 

 “와, 진짜. 비가 이렇게 오는데 여기까지 보내는 게 말이 돼?”

 

 

 여성이 투덜거리자 옆의 남자가 쓴웃음을 짓는다.

 

 

 “당장 가장 가까운 예거가 우리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말이야. 산이라고, 산. 비가 오는데 산을 타라니 말이 돼?”

 

 

 여자가 짜증이 난다는 듯 계속해서 투덜거린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비오는 날의 산행은 단순히 힘든 것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한 행위다. 덕분에 등산을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철저히 피하는 것이 바로 비오는 날의 산행이었다.

 

 

 “이런 날에 산행을 하면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그건 일반인들 얘기고. 우린 예거잖아요.”

 “우씨, 너 자꾸 말대답할래?”

 

 

 여자가 째릿 남자를 노려보며 말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싱글싱글 웃었다.

 

 

 “대답 안 하면 또 화낼 거면서.”

 “······그건 그래.”

 

 

 남자의 능글맞은 대답에 여자가 픽, 하고 수그러든다.

 

 

 “한성이 너 말야, 정말 능글맞아진 것 같아.”

 “제가 세연 선배랑 몇 년을 다녔는데요.”

 “그래도 말이지······.”

 

 

 처음에는 정말 귀여웠던 아이였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능글맞게 변해버렸을까. 혼잣말처럼 투덜거린 세연이 슬쩍 마수의 시체로 눈을 돌렸다.

 

 

 “크네.”

 “마수가 다 그렇죠 뭐.”

 “그래, 그건 그렇지. 얼른 체크하고 보고한 다음에 집에나 가자.”

 

 

 그렇게 말한 세연이 주머니를 뒤적여 독특한 물건을 꺼냈다. 마치 야구 등에서 쓰는 스피드건과 같은 모양새를 한 기구였다. 그녀는 그 기구를 능숙하게 조작하더니 마수의 시체에 들이댔다. 딸깍딸깍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몇 번 들려온다.

 그러길 몇 초.

 

 

 “세상에······ 이게 말이 돼?”

 

 

 약 10여초가 지난 후, 측정기에 떠오른 수치를 본 세연이 탄성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 탄성은 놀라움에 의한 탄성이라기엔 뭔가 기묘한 어투였다. 감탄보다는 경악,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었다.

 

 

 “예? 왜요?”

 “봐.”

 

 

 뒤에 서 있던 한성이 의문이 가득 떠오른 얼굴로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서 측정기에 떠오른 수치를 보았다. 의문이 떠올랐던 얼굴이 서서히 경악으로 바뀌어간다.

 

 

 “말도 안 돼.”

 

 

 한성이 경악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력잔류량이 314? 이거 시체잖아요. 그런데 잔류마력량이 300이 넘어간다고요?”

 “그러니까. 이게 말이 돼?”

 “측정기 고장 아니에요?”

 “그럴 리가. 이번에 새로 보급 받은 거야. 봐, 버전 5인거.”

 

 

 그녀가 측정기 하단에 깨알같이 적혀있는 ‘V5’를 가리켰다.

 

 

 “이런 게 살아서 왔으면······.”

 “······.”

 

 

 세연이 소름이 끼친다는 듯 몸을 떨며 중얼거리자 한성도 공감한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긴 몰라도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다. 이런 놈을 잡으려면 예거 한두 명 가지고는 무리니까.

 

 

 “이런 괴물이 어째서 죽은 거죠? 이동 과정에서 뒤틀린 걸까요?”

 “글쎄······?”

 

 

 한성이 묻자 세연이 천천히 마수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마수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슬쩍 표면의 갑각을 건드리던 그녀가 고개를 숙여 마수의 안쪽을 살펴보았다.

 

 

 “한성아.”

 “예.”

 “이리 좀 와봐.”

 

 

 세연이 한성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한다. 한성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투명한 마수의 속살 일부를 가리켰다.

 

 

 “이거 보여? 울퉁불퉁한 거.”

 “······시공으로 인한 절단이 아니에요.”

 “응. 이런 절단면은 절대 이동 과정에서 생기는 게 아니지.”

 

 

 남자가 음, 하고 침음을 삼킨다.

 

 

 “그렇다면, 전투 중에 날려 온 걸까요?”

 “전투 후일 확률이 크지. 반신이 찢겨나간 거니까, 이런 상처면 오래 살아있진 않았을 거야.”

 

 

 여자가 슬쩍 마력을 두른 팔로 마수의 표면을 건드렸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마수의 시체가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 반응은 아주 약간에 불과했다. 약간의 떨림 정도였던 것이다.

 

 

 “이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력에 대한 반응이 그렇게 좋진 않아. 아마도 죽은 지 해봐야 3시간, 아니, 2시간 정도 지나지 않았을까 싶은데. 비가 오는 걸 감안하면 아마 2시간 30분쯤 되지 않았을까 싶어.”

 “마력반응이 일어나고 우리가 찾아온 것도 대략 2시간 정도니까······ 시간은 대략적으로 맞네요. 전투 직후에 날아온 것이겠군요.”

 “응.”

 

 

 그녀가 마수의 살점을 찬찬히 쓰다듬었다.

 

 

 “다른 마수와의 싸움도 아냐.”

 “마수끼리 싸웠으면 이렇게 얌전한 상처만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지.”

 

 

 마수와 마수의 싸움은 말 그대로 투쟁, 그 자체다. 단순히 서로를 이기기 위해 겨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물고, 뜯고, 조각낸다. 그로 인해서 생기는 상처가 정말 흉폭하기 때문에 마수가 인간과 싸웠는지, 아니면 다른 마수와 싸웠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굉장히 쉬웠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금방 좁혀졌다.

 

 

 “그럼 예거랑?”

 “응. 그런데······ 집단이랑 싸운 거도 아닌 거 같아. 다른 부위에 상처가 없어.”

 “예? 집단이 아니라고요? "

 “어. 집단이랑 싸웠다면 다른 분위에 상처가 없을 리가 없으니까. 너도 알잖아?”

 “확실히······.”

 

 

 마수와 같은 거대한 폭력과 싸울 때는 가장 먼저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곤충형 마수의 경우는 다리부터 공략하는 것이 기본. 한성도 몇 번 그런 전투에 참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개인이 이걸 잡았다고요? 마력 300이 넘는 괴물을?”

 “응. 그래보여.”

 “그렇다면 어떻게 잡은 거죠?”

 “단번에 접근해서 마수의 신체 내부에서부터 무언가를 터뜨린 거야. 아니면 이런 상처가 안 나와.”

 “터뜨렸다면······ 폭발물 같은 것을?”

 “응. 마력 도구나 이런 거 아닐까 싶은데······?”

 

 

 아무리 세연이라도 확신은 할 수 없는지 슬쩍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한성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비록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이것이 거의 100% 맞는 말이라는 것을. 이런 조사능력이 그녀가 예거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조사관인 이유이기도 했다.

 한성이 슬쩍 마수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키보다도 약간 큰 마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가 힐끗 마수의 갑각(甲殼)쪽으로 눈을 돌렸다.

 

 

 “세연 선배.”

 “응.”

 “신체 내부에서부터 터뜨렸다고 했잖아요.”

 “어.”

 “······이 껍질을 뚫고요?”

 “······.”

 

 

 한성이 질렸다는 얼굴로 중얼거리자 그녀가 슬쩍 고개를 들어 마수의 껍질을 살펴보았다. 거의 손바닥에 가까운 두께를 가진 껍질이었다. 껍질이라기보다는 마치 탱크 따위의 장갑(裝甲)을 보는 기분이다. 말 그대로 껍질이란 표현보다 갑각(甲殼)이란 표현이 무엇보다 더 어울리는 형태였다.

 

 

 “가능한 거예요?”

 “그러니까 잡았겠지.”

 “개인이, 그런 걸 할 수 있다고요?”

 “······아마도.”

 “이런 걸 어떻게······.”

 

 

 한성은 두려웠다. 이 마수도 굉장히 두려웠지만, 이런 마수를 잡았다는 그 존재가 더 두려웠다. 잔류마력량이 300이 넘는 괴물이다. 이런 괴물을 잡으려면 몇 명이나 되는 예거가 필요할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수의 예거가 필요할 것이고, 잡으려면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괴물을 단 혼자서 잡았다니.

 

 그것은 그 존재가 가진 힘이, 예거 몇 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걸 잡은 존재가 같이 왔을까요?”

 “모르지.”

 “인간일까요?”

 “인간일 수도, 아인일 수도, 수인일 수도 있지. ······뭐가 되었건 같이 왔다면 위험할 거야.”

 “······.”

 “한성아.”

 “예, 세연 선배.”

 

 

 세연이 마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한성을 불렀다.

 

 

 “본부에 보고해. 혹시 모르니까.”

 “예.”

 “그리고 마수 처리 팀도 부르고.”

 “예, 알겠습니다.”

 

 

 한성이 핸드폰을 꺼내 본부라 불린 곳에 전화를 걸었다. 그 동안 세연은 다시 마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이런 마수를 쓰러뜨리는 예거라······.’

 

 

 모르긴 몰라도,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을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만약 적으로 돌아선다면······.

 

 

 '아냐, 그런 생각을 굳이 할 필요가 없지.'

 

 

 가상의 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좋은 태도지만, 굳이 지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우호적이길 바래야지.’

 

 

 세연이 자리에서 훌쩍 일어섰다.

 
작가의 말
 

 -Alone Talk

 

 

 어제 바빠서 못 올렸습니다 ㅜ.ㅜ

 

 내일이나 모레 열심히 써서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추천 선작 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 더....... 덧글은 안 달아주시나요? 덧글 좋아하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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