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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1
작성일 : 17-11-13 22:27     조회 : 534     추천 : 0     분량 : 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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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헤어지자.”

  꽤나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과는 달리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나 자신도 놀랄 만큼 차가웠다. 내 앞에 있는 한 때 연인이었던 ‘전’ 여자 친구 혜린은 나보다도 더 차갑게 느껴졌는지 몸이 그 차가움에 얼어붙은 것처럼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말을 들은 것처럼 입을 헤 벌리고 눈을 크게 뜬 채 내 입을 응시하고 있다. 체감 상 한 시간은 족히 된 것 같은 어색함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그것이 마치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혜린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주르륵, 곧이어 다른 한 쪽 눈에서도 눈물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중환아, 내가 잘못 들은거지..?”

  “...그건 아니야. 정확히 들었어.”

  울먹임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내가 한 말을 부정한다. 여태까지 이별의 말을 몇 번 해왔지만 여전히 그 말을 들은 상대의 반응을 바라보는 것은 고문이다. 혜린은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꾹꾹 누르듯 가리며 감정을 추스르려고 하는 느낌이다. 심호흡을 몇 번. 이젠 되었나 싶어 다시 눈을 마주치자 다시 내 앞의 여자애는 눈물을 쏟고 어깨를 들썩였다. 이젠 연인이 아니기에 안아줄 수도 없어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가 손으로 자신의 눈물을 닦는 것을 아무런 말도 없이 보고 있었는데 손 사이에서 너무 뾰족해서 스치는 것만으로도 찔릴 것 같은 매서운 눈길이 느껴졌다. 그리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말투로 나에게 항의하듯 언성을 높여갔다.

  “네가 내가 좋다고 했고 나도 네가 좋아서 사귀었던 거잖아..!”

  “..그래. 맞아.”

  “그런데 네가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할 수 있어..?!”

  “..미안.”

  “우리 한 달도 아니고 이제야 일주일인 것도 알아!?”

  “알고 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려고 하자 내 오른쪽 뺨에 충격이 전해졌다. 얼얼하고 쓰라린 충격은 그대로 내 오른쪽 얼굴에 전부 퍼졌고 그 탓인지 난 그쪽 눈을 감았다. 상황파악을 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5초 쯤 지나 눈을 제대로 뜨고 앞을 보자 눈물로 범벅이 되어선 분노까지 서려진 얼굴이 날 한없이 원망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네가.. 네가 날 가지고 논거야!!”

  이 무슨 아침에 나올 법한 막장 드라마 같은 대사인가. 그렇게 생각을 잠시 했으나 그녀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느낄 만도 했다고 스스로 납득했다. 아직도 아픔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내 뺨을 쓰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꽤나 많은 시선들이 내 쪽으로 쏠려있었다. 일부러 학생들의 소음이 많은 점심시간을 골랐건만 마지막 말이 꽤나 크게 울렸는지 교실에서 여기를 내려다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숨을 작게 쉬고 고개를 숙였다. 일을 끝냈다고 알려주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부터라고 말하는 것인지 예비 종이 울려 퍼졌다.

  최대한 늦게 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랐다. 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뒤돌아서 집으로 전력질주를 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싶다. 하지만 그게 안 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걸음걸이를 늦추는 것이다. 어차피 2층이니 금방 올라가겠지만.

  왜 그러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찌하여 그렇게 늦게 올라가는지. 그 사람들은 정말이지 둔감하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반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 아까 전의 일을 우리 반 애들도 본 것을 난 확인했다. 지금 반에 올라가면 선생님이 있으시든 말든 꿀이 가득 담겨져 있는 꽃을 본 벌 떼 마냥 나에게 달려들어 방금 전의 일에 대해 물을 것이다. 눈치를 아침에 나올 때 머리맡에 두고 온 것이 분명하다. 그녀에 대한 죄책감은 당연히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튼 아무리 걸음을 늦게 해도 결국에 반에는 도달하게 되어있다.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반의 뒷문을 열자마자 온갖 시선이 내게 쏟아져 내렸다. 호기심, 경멸, 걱정 등. 그런 시선들을 애써 무시한 채 내 자리로 걸어갔다. 시선은 내 책상에 고정하고 주위에 최대한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자리에 도착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자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내가 주위를 최대한 무시하고 있었을 때까지 날 보고 있었을 한 남학생이 내게 다가와 아직 주인이 앉지 않은 앞자리에 앉아 날 바라봤다. 잔인하다. 무섭도록 잔인하다. 일부러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날 계속 봄으로서 내가 끝끝내 고개를 들어 말을 건네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잔인한가. 도덕 시간이나 한국사 시간에 수업을 들을 때마다 인간이 잔인한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이 된 순간이었다. 주위의 다른 학생들도 마치 지원이라도 해주는 듯이 일제히 날 바라본다. 마음속으로 한숨을 깊게 쉬고 고개를 천천히 들어 내 앞에 있는 놈을 바라봤다. 그러자 역시 그의 입에선 예상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아까 저 운동장 구석에서 있었던 일, 그거 뭐냐?”

  ...이것 좀 보라지. 벌 떼의 우두머리다. 여기선 어떻게 말해야할지 천천히 고민했다. 그게 무엇인지 말한다면 며칠이나 갔는지부터 일수에 따른 헤어진 이유를 물어볼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소문이 다 퍼질 테지만 그것을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무시? 아니지, 아니다. 무시를 할 것이었으면 애초에 반응을 보였으면 안 되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최선도, 차선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내 상태를 모르는 내 앞에 있는 놈은 좀처럼 대답하지 않는 나를 향해 혀를 찼다.

  “벙어리냐? 뭔 일이였냐니깐.”

  “너랑은 상관없잖아.”

  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데 기분이 굉장히 더러워지는 리액션을 보자 나도 모르게 최대한 넣어두었던 최악의 선택지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역시라고 해야 할까, 내 앞에 있는 벌 떼의 우두머리는 노골적으로 얼굴에 불쾌하다는 표정을 띄웠다. 때리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불쾌해할 뿐 주먹을 쥐지도 않았고 입에서 욕 짓거리가 튀어나오지도 않는 것을 보니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타이밍 좋게 친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로 인해 우리의 신경전은 일단락되었고 우두머리는 흥미를 잃었다는 표정으로 일어나 제자리로 돌아갔다. 남의 복잡한 사정을 자신의 흥밋거리고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시간표를 찬찬히 보니 5교시부터 7교시까지는 들어도 뭔 소리인지 모를 과학과 사회, 그리고 부과목들 중 하나인 가정이 있었다. 즉, 내가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잠을 자도 괜찮다는 소리다. 자연스레 몸을 웅크리고 팔을 포개어 그 위에 내 이마를 맞대고 눈을 감았다.

 

  부산한 웅성거림에 눈을 살며시 떴다. 상체를 일으켜 기지개를 켜자 종례중이시던 담임선생님이 잘 잤냐고 인사를 건넸다. 대충 네, 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왜냐하면 오늘은 하교를 평소보다 좀 더 빨리 할 생각이기 때문인데 그녀와 사귀는 일주일 간 그녀가 하교를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늦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즉, 헤어진 당일인 만큼 길가에서 마주치는 상황은 피하고 싶기 때문. 선생님이 집으로 가라는 말씀을 하시자마자 바로 박차고 일어나서 빠른 걸음보단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학교를 빠져나갔다. 집으로 가는 인도를 따라 걸으며 스마트폰을 들지 않고 주위에 배경을 바라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애와 걸었었지, 하는 이별을 고한 상대가 하는 생각이라고 상상도 못할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벽에 기대고 있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문득 눈길도 함께 의식이 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렸더니 그 곳엔 그 애가 있었다. 오늘 내가 이별을 고한 그 아이가. 천천히 내 목을 옥죄이는 느낌처럼 다가와 내 앞에 서선 점심시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날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잠자고 있던 시간까지 울었었는지 눈은 살짝 부어있었다.

  “너.”

  “응..?”

  대뜸 삿대질을 하며 ‘너’ 라고 하는 말투에서 느껴지는 상상 이상의 거리감에 나도 모르게 움찔해서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혜린은 이상한 생물이라도 본 것 마냥 눈을 치켜뜨고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었다.

  “넌 쓰레기야.”

  “...”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중간에 조퇴하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이만, 이라고 말하고는 망설임도 없이 등을 돌려 내가 가는 방향이랑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쓰레기’라는 단어는 몇 십, 몇 백 킬로그램은 되는 족쇄처럼 내 두 발목을 꽉 잡은 채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있게 만들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자전거의 벨소리가 아니었으면 그 곳에 꽤나 더 오랫동안 오래있었을 만큼 단어의 힘은 강력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죄책감이 중력과 사이좋게 손을 잡아 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 다녀왔다고 대충 인사를 건네고 내 방으로 직행했다. 가방을 침대 옆 구석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책장 속에서 일기장을 꺼내어 펼쳤다. 일부러 엄청 두꺼운 것으로 골랐는데 어느새 이것도 절반 정도를 채워간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샤프를 꺼내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결국 일주일 전에 느꼈던 불길한 느낌은 적중했고 그대로 있었던 일들과 똑같이 끝맺음이 났다. 일기장의 맨 마지막 줄. 모든 페이지의 마지막 줄에 내가 적어둔 표시다.

 

  병의 호전 상태는?

 

  난 일기를 쓰다 말고 그 표시 옆에 적어 내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폭삭 망함. 전혀 호전되지 않음.

 

  나는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병이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주위에 표면적으로 들어난 사람은 없기에 잘 모르겠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내 병은 정식적인 병이 아니다. 그저 병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의 지장을 주는 것을 그렇게 칭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은 내 앞으로의 생활에 지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병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러면 그 병이란 대체 무엇인가. 내 병은 ‘누군가를 격렬하게 좋아하다 연인관계로 발전되면 그 격렬했던 감정이 갑자기 식어 상대방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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