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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3장
작성일 : 16-03-28 10:07     조회 : 748     추천 : 1     분량 : 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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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무척이나 부정확한 것이다. 토씨와 조사가 미세하게 달라도 말의 의미가 확 달라진다. 그렇기에 임학후가 가르쳤던 그대로 도장석에게 전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잘 기억했니?”

 “예.”

 이미 글자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뚫어져라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도장석이 대답했다. 그의 뇌리에는 천에서 시작되어 황으로 끝난 여덟 글자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강하게 집중을 하고 있었던지 획의 순서까지 모두 기억했다.

 “한 번 더 보여줄까?”

 송광이 말했다.

 그는 물음의 형식을 취했지만 몇 번 더 보여줄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처음 글자를 접하면 획의 순서가 무척이나 어지럽게 다가섰다.

 글자를 배울 때는 모양을 잊지 말아야 하고, 그 뜻도 알고 제대로 쓸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글자를 배웠다고 할 수 있었다. 만일 욕심을 내어 한꺼번에 많이 알려하다가 돌아서자마자 잊어버리거나 혼동하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학문은 처음부터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했다.

 “기억하고 있어요.”

 도장석이 다부지게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송광의 표정이 약간 달라졌다.

 송광의 눈에 놀라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송광은 처음 천자문을 접한 도장석이 여덟 글자의 음과 뜻 그리고 획의 순서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순수하게 놀랐다.

 “해보렴.”

 송광이 말했다.

 “예.”

 도장석이 대답하면서 자세를 잡았다. 보고 배운 걸 다시 펼쳐내야 하는 그의 얼굴 표정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기회다. 잘 하자.’

 송광 앞에 반듯하게 선 도장석이 속으로 다짐했다.

 그가 비장한 마음으로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뇌리에서는 빠르게 배웠던 여덟 글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잘 한다고 인정을 받지 않으면 배움의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두근! 두근

 그의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다. 떨림과 설렘이 묘하게 공존한 느낌이었다.

 스윽!

 그가 최선을 다해 나뭇가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 천. 팔 벌린 사람 머리 위에 있다.”

 송광이 했던 그대로 도장석이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휘익! 휙!

 어설픈 면이 있었지만 정해진 수순에 따라 하늘 천이 허공에 그려졌다.

 “땅 지. 흙을 잇달아 이어진 것이 땅이다.”

 도장석이 땅 지를 허공에 써나갔다.

 휘익! 휙!

 지의 획을 착착 맞춰나가는 나뭇가지가 신명나게 움직였다. 뒤로 갈수록 나뭇가지의 움직임이 나아지고 있었다. 허공에 그려지는 글자들도 더욱 뚜렷해졌다.

 ‘명석하구나.’

 송광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도장석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도장석을 그저 간단하게 가르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었기에 그로서도 손해가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도장석의 재능은 평범하지 않았다.

 휘이익! 휘익!

 열정을 다해서 나뭇가지를 움직이고 있는 도장석은 비범했다. 빨라진 나뭇가지가 연신 흥겨운 소리를 일으켰다.

 대륙을 유람하고 있는 송광이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 했다. 물론 조각에 미쳐있는 송광이 직접 눈으로 보고 접한 아이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겨울동안 천자문을 가르치려고 했어. 그런데 장석의 명석함으로 인해 천자문가지고는 부족하겠는걸.’

 송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4글자씩 250구, 합해서 1,000자가 각각 다른 글자로 되어 있는 천자문을 배운다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특히 몸을 함께 움직이는 임학후의 천자문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지금 도장석은 아주 수월하게 배운 바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겨울동안 제대로 가르쳐보자.’

 송광이 도장석에게 아낌없이 호의를 드러냈다.

 옆에서 지켜본 도장석은 기특했다.

 거칠고 힘든 일 때문에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도장석은 주어진 일을 꿋꿋하게 해냈다. 항상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처지에도 느긋함과 당당함 그리고 여유로움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건 도장석의 커다란 장점이었다.

 송광은 도장석의 열정을 피부 깊숙이 느꼈다.

 비록 글을 모르고 부족한 면이 많지만 도장석은 가르치기에 아주 훌륭한 재목이었다. 그런 부족한 부분은 바로 송광이 채워줄 수 있었다.

 ‘꾸준하게 성장하면 대단한 녀석이 될 수도 있겠어.’

 도장석을 바라보는 송광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가르치는 일은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

 스승에게 있어 좋은 재목의 제자는 지옥에까지 따라가서 잡아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가르치는 선생에 따라 배우는 학생의 빛을 발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어떻게 가르쳐야 이 아이가 잘 될까?’

 그는 도장석을 어떻게 가르칠지 궁리했다.

 자칫 무리하게 가르침을 줬다가는 도장석을 깨뜨리거나 망가뜨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잘 따라한다고 해서 중간 그리고 끝까지 잘 한다고 여겨서는 곤란했다.

 재능과 명석한 두뇌를 가진 천재들이 중원에서 배움의 어려운 단계를 버티지 못 하고 쓰러져나간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예로부터 말해왔다.

 과도하지 않으면서 도장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가르침을 강구해야 했다. 잘 가르쳐야지 도장석의 재능이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송광의 치밀한 가르침이 필수였다.

 그가 궁리를 거듭할 때였다.

 슥!

 도장석이 나뭇가지를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집중해서 움직인 그의 얼굴이 아직까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

 도장석이 은근히 송광의 눈치를 살폈다.

 열심히 했지만 과연 송광을 만족시켰는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했다.”

 송광이 웃으면서 도장석을 칭찬했다.

 도장석의 입가에도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송광의 간단한 칭찬이 그의 기분을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만들어줬다.

 “글을 배운다는 일이 그렇게 좋으냐?”

 “예.”

 도장석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그는 서당에 나가 글을 배우던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비록 부모님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도 서당에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서당에 낼 돈이 없었기에 그저 마음속에만 묻어뒀다.

 과거에 포기했던 오매불망의 기회가 그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넌 잘 할 수 있을 거다. 머리도 좋고, 열정적으로 즐기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래. 내가 열심히 가르쳐주마. 한 번 우리 달려보자.”

 “예. 감사해요.”

 대답하는 도장석의 눈에 행복이 가득 넘쳤다. 글을 배우고 쓸 수 있는 기회는 그에게 너무나도 벅찬 행복을 안겨줬다.

 “자!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자. 이번에 배울 여덟 글자들은 일월영측 진숙열장이다.”

 도장석이 자세를 가다듬고, 송광의 말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눈과 귀가 송광에게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송광은 다재다능한 인간이었다.

 글이 능했고, 서예도 잘했으며, 그림을 그렸고, 퉁소 연주도 훌륭했다. 조각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방면에 깊은 관심을 쏟아 새로운 영역을 계속 발굴해 나갔다. 일개 석공이 이처럼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습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사실 그는 명문 사대부가문 태생이었다.

 하지만 명문 사대부였던 가문이 역모에 몰려 몰락하고야 말았다. 부모와 친지들이 형장에서 목이 날아갔고, 송광을 비롯한 몇몇 아이들이 유배지로 끌려갔다.

 명문 사대부들은 높은 가문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집안사람들이 다방면에 해박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송공도 많은 방면에 힘을 기울였다.

 유배지인 섬에서 송광은 채석장에서 석공의 보조로서 힘들게 일했다. 당시 험하고 힘든 채석장 일에서 그의 형제와 사촌들이 죽어나갔다.

 그런 와중에도 송광은 홀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그의 가문은 복권됐다. 역모가 반대 정파에 의한 음모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건 빛바랜 명문 사대부 가문 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조정에 나아갈 수 있었지만 송광은 답답한 마음에 부모형제들의 묘지와 묘비석을 직접 만들었다.

 그가 묘비석에 쓴 글귀는 아래와 같았다.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다고 경전에 일렀고,

 군자의 마음은 죽어서도 그치지 않는다고 선유가 말했다.

 슬프다!

 가문에 사람의 발길 끊어지고 숲에 걸린 해가 저물어갈 때면 문에 기대어 조정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달빛 처연하고 바람 시리게 불며,

 나무가 흔들리고 새가 울 때면 밤새도록 책을 읽는 부모형제들의 독서성이 들린다.

 하지만 이 모두 부질없는 짓!

 나는 조정에 출사하지 않겠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대륙을 돌아다니겠다.

 

 송광은 대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최상의 즐거움이라 여기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조정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명문 사대부가의 문인이 아니라 한 명의 석공으로써의 삶을 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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