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나만이 널 가질 수 있다
작가 : Lido
작품등록일 : 2017.11.6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 나의 운명은?

 
11화
작성일 : 17-11-13 11:28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773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1

 

 

 나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장 선생님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솔직히 아직도 상황판단이 안선다. 오히려 그의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동자가 매우 애처로워 보일 뿐이다. 지헌의 폭격에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내게 미안한 감정 때문에 볼 면목이 없어 그런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옷자락만 움켜쥐었다.

 

 

 “너, 지금도 이러냐. 앞으로 누나 앞에 얼씬 거리지마.”

 

 

 지헌이 그의 얼굴 앞까지 가까이 다가서더니 신신당부하며 경고를 했다. 대체 무슨말이고, 스토커는 뭐고. 제발 알아들을 얘기 좀 해봐. 단순하게 생각해도 골치가 아프다. 장 성혁 선생님이 우리 학교 학생이었다면 나와 강 여운을 알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내 과거를 안다는 말인데.

 

 이 상황이 믿겨지질 않느다.

 

 

 “누나, 얘 몰라? 고등학교 때 달리기로 학교에서 유명했잖아.”

 

 “어..어...달리기?”

 

 “체육대회 때마다 계주 나가면 1등을 다 휩쓸었잖아. 역전의 왕이라며.”

 

 “아아!”

 

 

 그제야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운동회가 열렸는데 한번 난리가 난 적이 있다. 1학년 남자애 중에 달리기가 엄청 빠른 애가 나타났다며 야단법석이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3학년이 되어서도 그의 활약은 여전했다. 뛰었다하면 1등이었고, 반대표로 계주를 뛰었을 때도 꼴찌로 뛰고 있던 걸 역전하면서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 덕에 학교 전교생은 전부 그를 알았고, 얼굴까지 잘생겼다며 팬클럽이 생겼다 이런 얘기까지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그 남자애가 장 성혁 선생님이라고?

 

 

 “체대 가는줄 알았는데 물리치료사라니.. 그리고 누나 얘가..”

 

 “그만하자. ”

 

 

 장 성혁 선생님이 듣고만 있다가 갑자기 지헌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막아섰다. 또 무슨 얘기가 있는거지.

 

 

 “뭘 그만해!! 너 우리 집 앞에서 누나 쳐다보고, 쫓아다니고. 기분 나쁜 새끼.”

 

 “...”

 

 “지헌아, 일단 나가자. 선생님 나중에 이야기해요.”

 

 

 난 지헌의 이어지는 폭격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초연하게 대처했다. 놀란 건 놀란거고 지헌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주위가 의식됐다. 일단 병원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우리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지나치는 이목이 많아 하는 수 없이 지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더 이상 장 선생님과 지헌을 같이 자리하기에는 병원 안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나는 여전히 어디에서도 내 존재를 드러나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똥 씹은 표정으로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는 지헌을 가라앉혔다.

 

 

 “간단하게 요기나 하러가자.”

 

 

 주제를 전화시켰다. 녀석을 데리고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순대국밥 집으로 데리고 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거기다 깔끔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곳이어서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병원에 오는 방문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다. 나는 문 앞에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빠르게 얼큰한 맛으로 2인분 주문하고 컵에 물을 따르며 못 나눈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장 선생님이 같은 학교 학생이었구나... 나를 알았다는 얘기인데..”

 

 “당연하지. 누나 유명했잖아. 좋은 일로는 아니었지만..”

 

 

 괜히 말하고서 동생은 미안하지 물을 벌컥 들이킨다. 목이 탄지 연달아 한 컵 또 들이켰다.

 

 

 “스토커 이야기는 뭐야.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 나는 그런 걸 당해본 적이 없어.”

 

 

 사실이었다. 네가 잘못 안 것이 아닐까 싶어 의심이 들었다. 한 번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스토킹 당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차 명환 패거리가 몰래 뒤를 캐고 쫓아와서 괴롭힐까봐 전전긍긍했던 적은 있어도.

 

 

 “나도 몰랐지. 누나 고3 막바지일 때, 집 가는 길에 내가 누나 발견해서 아는척 하려했더니 쟤가 누나를 몰래 뒤쫓고 있더라고. 내가 그래서 누나한테도 물었던 적 있을거야. 장 성혁이라고 아냐고. 누나는 모른다하더라고.”

 

 “난 네가 나한테 물었다는 것도 기억이 안나.”

 

 “그때 마음적으로 여유가 없었으니 그냥 한귀로 듣고 흘렸을지 몰라.”

 

 “난 여기 와서 선생님을 처음 봤는데.”

 

 “그니깐 기분 나쁘다는 거지. 그래서 또 걔네들이 보낸건가 생각했는데 쟤는 그쪽과는 전혀 거리가 먼 애야. 그리고 걔네들이랑 한 번도 만나는 걸 본 적도 없고.”

 

 

 동생 또한 나름대로 알아봤던 모양이다. 강 여운이 보낸 아이는 아니라는 얘기인데. 그러고보니 그 말은 맞을 것 같았다. 병원에서도 둘이 같이 있으면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받질 않았던가. 그래서 그동안 장 선생님이 강 여운과 있을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표현하고 싫어했었나. 강 여운도 방금 전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하고선 내게 장 선생을 조심하라 하질 않았던가. 분명 강 여운도 장 성혁 선생님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분명하다.

 

 

 “내가 참 걱정거리를 네게 많이 줬겠다. 그치?”

 

 

 그 동안의 일을 쭉 나열하며 열변을 토하는 지헌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내 일에 관해서는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녀석이었다. 그가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서있는걸 보니 그동안 걱정을 많이 끼쳤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쩔 수 없지. 누나가 그리고 좀 예쁘게 생겼잖아.”

 

 

 지헌이 빠르게 테이블에 차려진 순대국밥에 새우젓을 넣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누나, 누나가 왜 유명했는지 알아? 뭐 애들이 괴롭혀서?”

 

 “그런거 아닐까..”

 

 “솔직히 그동안 그때의 얘기 꺼내면 누나가 또 힘들어할까봐. 갇혀 살면 어쩌나 싶어 말은 안했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뭔데..”

 

 

 다시 고 3때의 내가 기억나서 가슴에 돌멩이가 걸린 듯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강 여운과 마주치고 부딪치면서 단련시킨 것이 도움이 됐나. 예전보다 나는 그 상황을 잘 견딜 수 있었다. 나는 큰 숨을 몰아쉬며 지헌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준비를 했다.

 

 제 3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누나가 2학년 때까지 괴롭힘을 당해본적이나 있던 사람이야? 우리 집이 가난했어도 누나 곁에는 항상 사람이 많았어. 인기가 있었는지 누나에 대해 나한테도 말 건 애들도 많았고. 근데 갑자기 그런 사람을 차 명환과 강 여운이 대놓고 건드린거지.”

 

 “...”

 

 

 그건 맞는 말이다. 그들과 엮이기 전까지 나는 내 가정이 불우하다고 느꼈지만 주위에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나름 성적도 좋아 꽤 선생님의 예쁨을 받았었다.

 

 

 “난 누나랑 같은 학년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우리학년에서는 뭐 강 여운이 워낙 인기가 많았잖아. 우리도 귀가 뚫리고 눈이 보이는데 범생이 이미지에 전교 1등에 집안 잘났지, 잘생겼지, 다 가지고 있는 애였잖아. 걔가 뭐 직접적으로 누나를 괴롭힌 거 아니지만 걔랑 다니는 차 명환이 누나를 괴롭히는 게 눈에 보이니깐 화젯거리가 된거지.”

 

 “그렇지.”

 

 “거기다 누나는 점점 자신감도 잃어가지.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주목받게 된거지.”

 

 “하아..”

 

 

 녀석의 얘기를 차근차근 들어보니 그동안 내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여겼던 방법이 날 더 옭아맨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근데 장 성혁, 걔는 잘 알아봐. 내가 봤을 때 걔 누나 좋아했어. 걔는 누나 대학 가기 전 편의점에서 알바할때도 내가 몇 번 봤을 정도니깐.”

 

 “뭐라고? 근데 내가 기억을 못한다고?”

 

 “누나는 졸업해서도 몇 년은 항상 강 여운과 차 명환한테 얽매여 살았잖아. 항상 그 둘에게 온 신경을 다 받쳤지. 주위가 보일 리 없지.”

 

 

 녀석의 말이 전부 맞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더 나 자신을 창피해하며 더 갇혀 산 나였다. 당당히 맞선다고 발악했는데도 강 여운의 배경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부잣집에 너무 잘나서, 뭐 하나 빠지는게 없어서.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모든 사람에게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 포기했다.

 

 장 선생님의 존재, 그에 관한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이 이상한건 아니었다. 다만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내 마음이 이상하게 동요되고 있었다. 다 내 잘못이야. 다 내가 문제였어.

 

 

 “누나....울어?”

 

 “아니야.”

 

 

 괜히 눈물이 나왔다. 참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동안 한 방울 짜내려고 노력했어도 그렇게 안 나오더니 왜 이렇게 봇물처럼 흐르는지 모르겠다.

 

 

 “아.. 괜히 꺼냈네 또. ”

 

 

 녀석이 깊은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에 이마를 댔다. 얼굴이 또 걱정으로 가득해 보인다.

 

 

 “아니야.”

 

 

 아니야. 그것 때문에 눈물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그냥 돌이켜보면 그 시기 당시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서. 나름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 이겨내려 했는데 너무 모자랐던 것 같아서. 그 기억에 여전히 갇혀 살고 있는 나를 보니깐.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나였다. 나는 테이블 옆에 세팅되어있는 티슈를 뽑았다. 두 세장 뽑다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는 낯익은 형체가 눈이 갔다.

 

 강 여운.

 

 그가 정 팀장과 마주보며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갔던거였구나. 나는 너 때문에 이렇게 억울한데, 넌 저렇게 행복한 얼굴이구나. 깔깔거리며 즐거운지 강 여운과 정 팀장님은 웃음을 띠우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정말 둘이 잘 어울린다. 너는 저런 사람과 있어야 할 사람이야. 그렇게 빛나는 사람이거든. 나랑은 전혀 딴 세상을 사는 사람이지.

 

 그러다 강 여운이 고개를 돌렸고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당황스러움에 시선을 지헌에게 돌렸다. 강 여운을 몰래 쳐다보다 들킨 것만 같아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얼른 먹자. 빨리 가서 좀 쉬어야겠어.”

 

 “알았어. 먹어 누나.”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며 허겁지겁 한 그릇을 비웠다. 그렇게 우리 둘은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정리하고 일어서려하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아는 척 했다.

 

 

 “공 슬혜 선생님! 여기서 식사하셨어요?”

 

 

 단번에 누구 목소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하이톤의 목소리와 또각거리는 구두소리의 정체는 역시나 정 팀장님이었다. 지헌이 강 여운과 마주칠까 그들보다 빨리 식사를 하고 나가려했는데 아무래도 타이밍을 못 맞춘 모양이다. 얼른 인사를 치루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지헌의 얼굴을 바로보기 어려워 똑바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나, 어....뭐야.”

 

 

 나를 부르다 갑자기 지헌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고개를 들어 지헌을 바라보니 정 팀장님 뒤에 서 있는 강 여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님, 여기서 식사하셨어요. 여긴 제 동생이에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나누는데 강 여운의 시선이 우리를 향한다는 게 느껴졌다. 바라보는 표정이 너무나 무덤덤하다. 분명 아까는 서글하게 웃으면서 밥을 먹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서늘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서러워졌다.

 

 

 “아, 손님이 동생분이시구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그럼 이따 치료실에서 봐요.”

 

 “네. 먼저가세요.”

 

 “강 선생님?”

 

 

 정 팀장님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나서려는데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았다. 청명한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런 그녀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녀석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유리창 반대편에서 삐딱하게 서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그녀도 녀석을 발견했는지 요란한 구두소리가 울리며 서둘러 가게 밖으로 나섰다.

 

 그는 멀찍이서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릴 법도 한데 녀석은 전혀 그러질 않았다.

 

 

 “누나 지금 이 상황 뭐야. 강 여운이랑 길에서 만났다며? 같은 곳에서 근무해?”

 

 “...”

 

 “누나! 그 자식 얘기 왜 말 안했어!”

 

 

 지헌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인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거렸다. 하지만 지헌의 목소리가 웅웅 거릴뿐 내 귀에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 여운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리다. 저 녀석은....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나를..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

 

 

 치료실에서 쉬려고 들어서는데 문 앞 응접실에 방문객을 위한 소파에 앉아있던 장 선생님을 발견했다. 그는 점심시간 찰나의 시간에도 걱정이 됐었는지 눈 밑이 검게 그늘이 드리워져보였다. 그는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안도감에 탄성을 지으며 벌떡 자리에 일어섰다. 한발자국씩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내 팔을 붙들었다.

 

 

 “얘기해요.”

 

 “잠깐 이거 놓으세요.”

 

 

 장 선생님의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팔이 아려왔다.

 

 

 “제 얘기도 들어주셔야죠.”

 

 

 그의 시원한 눈매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애절하게 붙들고 매는 그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

 

 

 “나가서 얘기해요.”

 

 

 치료실에서 가장 가까운 야외공간으로 나섰다. 2층에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공간인데 베란다만큼 좁은 공간이라 그만큼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았다. 지금 우리에게는 둘만의 장소가 필요했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고 조용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우리의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을 만한 곳.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말해야할지”

 

 

 그의 낮은 목소리가 내 심장을 후벼판다. 그동안 호감을 가졌던 사람.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처음 느낀 동료였다.

 

 

 “...”

 

 “공 슬혜 선생님 좋아했어요.”

 

 

 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하는 그의 목소리가 울리면서도 확신에 차 있었다. 나를 앞에 두고 좋아했었다고 고백한다. 좋아했었다라... 그때의 내가 어디가 좋아서 좋아했던거지. 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심장이 떨어질만큼 쿵쾅거렸다.

 

 

 “그리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마지막 한마디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가슴이 멎은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가...그가 남자로 느껴졌다. 그 역시 떨리는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제가 더 떨려요. 당신보다 내가 더...

 

 

 -끼익-

 

 

 날카롭게 문 여는 소리는 설레고 달콤했던 우리의 분위기가 깨졌다. 장 성혁 선생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구겨진 인상을 보니 원치 않았던 인물인가. 나는 장 선생님의 시선을 따라 문 쪽을 향했다.

 

 

 “공 슬혜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녀석이었다. 정적을 깨고 들어온 강 여운은 의사가운을 입은 채 나를 쳐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장 선생님이 왜 인상을 찌푸렸는지 이해가 갔다. 문 앞에 서있는 녀석에게 물었다.

 

 

 “네, 어쩐 일이세요.”

 

 “물어볼게 있어서요.”

 

 

 대답하는 녀석의 목소리 또한 미세하게 떨린다고 느낀 건 나만의 착각인가. 그가 한발자국 걸음을 뗐다. 내 앞으로 다가섰다.

 

 

 “저희 얘기 끝나고 하시죠.”

 

 

 장 성혁 선생님이 한발 나서며 그가 가까이 다가서는걸 저지했다. 장 성혁 선생님의 목소리에 미움이 섞여있는 지 목소리가 냉랭했다. 평상시 한없이 부드럽고 장난스럽던 그의 목소리는 어디가고 싸늘하게 대꾸하는 그가 서 있었다.

 

 

 “저도 중요한 얘기입니다.”

 

 

 지지않는 듯 강 여운이 말에 힘을 실어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더니 날 쳐다본다. 어쩔 줄 몰라 장 선생님을 쳐다보자 그 또한 나를 쳐다보는데 내 선택에 달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온걸까. 애꿎은 내 성격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답답하고 미련 맞다.

 

 

 “하, 제가 나중에 말하겠습니다. 공 슬혜 선생님, 얘기 끝나면 제 방으로 오시죠.”

 

 

 강 여운이 나를 주시하며 쳐다보던 눈길을 거두더니 한숨을 쉬며 뒤로 한걸음 내뺀다. 네가 간다면, 네가 안으로 들어간다면 나와 장선생님 둘만 남을거아니야. 난 방금 전 장 선생님의 고백을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돌아서려는 강 여운의 소맷자락을 잡았다. 왜그랬는지는 모른다. 그저 여길 벗어나고 싶었던건가. 나는... 나는... 모르겠다.

 

 

 “장 선생님, 나중에 얘기해요. ”

 

 

 먼저 내가 뒤돌아섰다. 돌아서는 찰나, 장 선생님의 얼굴이 슬픔에 가득 차 보인건 착각일까. 애절한 눈빛의 그는 내가 돌아서자 두 눈을 감았다.

 

 

 “가죠.”

 

 

 두 눈을 감은, 실망스러워하는 장 선생님을 두고 발걸음이 떼지지 않자 녀석이 나의 팔을 붙들고 이끌며 말했다. 녀석의 손에 몸이 끌려갔다. 떨려왔다. 장 성혁 선생님의 반듯한 이마가, 매끄러운 콧날이 이마를 감싸 쥔 그의 크고 길다란 손이 보여서 그런건가. 아님 내 팔을 부서질듯 잡은 강 여운의 잡은 손 때문에 그런건가. 나는 내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24화. 안고 싶다 2017 / 11 / 25 278 0 5530   
23 23화. 워크숍에서 벌이진 일 (3) 2017 / 11 / 25 240 0 5470   
22 22화. 워크숍에서 벌이진 일 (2) 2017 / 11 / 25 232 0 6380   
21 21화. 워크숍에서 벌이진 일 (1) 2017 / 11 / 25 252 0 6416   
20 20화 2017 / 11 / 20 254 0 5510   
19 19화 2017 / 11 / 20 263 0 5253   
18 18화 2017 / 11 / 20 226 0 6779   
17 17화 2017 / 11 / 20 243 0 7723   
16 16화 2017 / 11 / 16 236 0 6423   
15 15화 2017 / 11 / 16 253 0 5611   
14 14화 2017 / 11 / 16 259 0 6865   
13 13화 2017 / 11 / 16 242 0 6415   
12 12화 2017 / 11 / 16 237 0 4048   
11 11화 2017 / 11 / 13 246 0 7735   
10 10화 2017 / 11 / 13 260 0 5868   
9 9화 2017 / 11 / 13 251 0 7646   
8 8화 2017 / 11 / 11 243 0 8125   
7 7화 2017 / 11 / 11 236 0 6296   
6 6화 2017 / 11 / 8 236 0 7585   
5 5화 2017 / 11 / 8 240 0 8590   
4 4화 2017 / 11 / 6 227 0 7977   
3 3화 2017 / 11 / 6 255 0 5405   
2 2화 2017 / 11 / 6 253 0 7151   
1 1화 2017 / 11 / 6 418 0 613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