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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천(四天)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1.8

100년에 한 번 인계(人界)로 내려가는 문이 열린다.
하늘의 천인들이 축복을 땅으로 내려주며 인계의 풍요를 빌고 그들이 비는 제사를 받기 위해.

이 이야기는 문을 열기 위한 일행들의 여행이야기.
하늘 위 네개의 장대한 대륙, 사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2. 화림을 향해서
작성일 : 17-11-13 02:10     조회 : 344     추천 : 0     분량 : 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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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운은 결국 몇날 며칠을 앓아누워있어야 했다. 그는 누워서 연신 툴툴거렸다. 무진은 그런 여운의 옆에서 병수발을 들며 그의 투정을 받아주어야 했다. 열이 아주 펄펄 끓으면서 곧 죽어도 화림에 가겠다며 일어나는 여운을 억지로 눕히는 것도 큰일이었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화림에 가겠다며 짐을 싸고 있으니 여간 골치가 아픈 일이 아니었다.

 

  무진은 그런 여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동안 화림에 가겠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 가겠다고 나서니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진짜 갈 거야?”

 

  “갈 거야.”

 

  여운은 단호하게 말했다. 기침을 쿨럭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주먹을 허공에 내질렀다.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기도 했다. 다 나았는데도 못 가게 하면 이번에야 말로 가출을 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냈다.

 

  무진은 골치가 아팠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야? 화림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그 동안 안 간다고 한 건 뭐고 지금 가겠다는 건 뭐야?”

 

  열이 어느 정도 내린 여운이 죽을 떠먹는 모습을 보며 무진이 툭 물음을 내뱉었다. 맛나게 죽을 먹던 여운이 무진의 물음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무진을 응시했다.

 

  “대답 안 하면 못 가게 한다?”

 

  “치사해.”

 

  여운이 다시금 죽을 한 번 떠먹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2년 전 그 참혹했던 사건이 떠올랐다. 열다섯 생일을 맞아 화림에 갈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었다. 매정하게 혼자 훌쩍 화림으로 가버린 무진이 돌아오면 바로 화림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 날은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다. 푸르른 하늘, 기분 좋은 바람, 항상 좋지 않았던 몸도 상태가 좋았다. 평상시와는 전혀 다르게 몸이 가벼웠다.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맞이하러 가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지만 그래도 졸음이 쏟아진다거나 하지 않았다. 신기한 날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일이 잘못될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암시였을 지도 모른다고 여운은 생각했다.

 

  “언제까지 렌이랑 너한테만 신세를 질 순 없으니까. 혹시라도 내 성수가 무진이 너처럼 강한 성수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성수는 사천을 살아가는 이들의 영원한 단짝인 동물이다. 인계에 있는 동물들과 그 모습이 같지만 성수는 저마다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 능력을 자신의 단짝인 천인과 공유할 수 있었다.

 

  무진은 여운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여운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여운의 성수가 혹시 강한 힘을 갖고 있다면 야차들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을 때 빠져나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훈련을 거쳐야 하겠지만 힘을 사용할 수만 있게 된다면 그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

 

  “거짓말 하지 말고.”

 

  숟가락을 쪽쪽 빨고 있던 여운이 무진의 물음에 눈을 깜빡였다.

 

  “진짜 이유를 말해.”

 

  숨길 생각을 하지 말라며 무진은 가만히 여운을 바라보았다. 여운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여린 녀석이었다. 단순하게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 화림까지 성수를 데리러 갈 녀석이었다. 오히려 여운은 힘만을 위해 성수를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런 여운이 정말로 힘을 이용하겠다는 불순한 마음으로 화림에 갈 리가 없었다.

 

  여운은 입을 삐죽였다.

 

  “어떤 이유든 상관없이 화림에는 가는 거지?”

 

  “어차피 약속했잖아. 화림에 가기로. 난 약속은 지켜.”

 

  실상 여운은 무진이 끔찍이도 아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힘을 얻으러 화림에 가자고 하면 무조건 알았다고 할 줄 알았다.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인 모양이었다. 무진은 여운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해서.”

 

  “뭐?”

 

  조금은 쌩뚱맞은 대답에 무진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미안하다고? 누구한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뭐가 미안한데? 누구한테?”

 

  “내 성수한테 미안해서. 그 동안 내가 가기 싫다는 이유로 본래라면 2년 전에 만났어야 했을 그 아이를 안 만나고 있었잖아. 그 아이는 계속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성수를 데리러가기 전까지 성수들은 화림에서 못 나오잖아. 계속 거기서 있어야 하니까...”

 

  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렇지. 여운은 마음이 여린 녀석이었다. 계속 속으로 혼자 미안해하며 꿍해 있다가 터진 모양이었다. 최근 들어 무진의 성수인 청룡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 싶더니 이런 이유에서인 모양이었다.

 

  무진은 가만히 여운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럼 너는. 이제 좀 괜찮아?”

 

  여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어서 떨쳐낼 수 없어서 화림에 대해 떠올리기만 해도 그 날의 기억이 자꾸만 기어 나와서 갈 수가 없었다. 심장이 옥죄어 오는 그 감각이 너무 싫어서 갈 수가 없었다. 그걸 이겨내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실은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네가 반대할까봐.”

 

  “내가 왜?”

 

  “넌 늘 과보호하니까.”

 

  과보호를 한다는 말에 무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과보호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무진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과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 강한 바람만 불어도 넘어지고 나이가 몇인데 뛰다가도 넘어지고 조금이라도 물에 젖으면 바로 감기에 걸려버리고 부딪히면 무조건 멍이 들거나 다치는 이 최강 약골을 어떻게 보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게다가 몸이 약한 주제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마을 여기저기는 물론이요 사람 많은 저잣거리까지 다니며 온 몸에 상처를 내고 돌아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래서 무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데로 온 힘을 다해 여운의 옆을 지켰다. 부딪힐 것 같으면 막아줬고 넘어질 것 같으면 받아주었으며 물에 젖지 않게 우산을 구비해 다녔다. 야차들과 싸울 때면 렌이 튀어나와 날뛰지 못하게 막는 것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과보호라니. 바람만 불어도 너덜거리는 종이인간이 한시도 가만히 안 있고 싸돌아다니는데 그럼 가만히 냅둬?”

 

  여운은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라 대꾸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은 그저 입을 삐죽이며 분노의 숟가락질로 남은 죽을 마구 퍼먹는 수밖에 없었다.

 

  “아, 여의주 챙겨. 그거 놓고 가면 성수를 만나도 누가 네 성수인지 알 수 없으니까.”

 

  “알고 있어.”

 

  툴툴거리며 여운은 목에 걸고 있는 여의주를 만지작거렸다. 사천의 천인들이라면 누구나 그 손에 꼭 쥐고 태어나는 여의주는 일종의 ‘신분증’으로 그 영혼이 깨끗한 것임을 증명하는 구슬이다. 절대로 깨지는 일이 없으며 분실을 하더라도 어느 순간 ‘집’으로 돌아와 있는 이 신비한 구슬은 성수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성수는 평상시에 천인이 가지고 다니는 여의주에 들어가 있으며, 필요할 땐 여의주 밖으로 본인의 의사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여운은 다 비운 죽 그릇을 옆으로 치웠다. 벽 한 켠에 붙어 있는 어머니의 초상화가 그의 눈에 박혔다.

 

  “집을 비우는 건 처음이네.”

 

  “화림은 이곳, 다문천(多聞天)과 가까우니까 금방 다녀 올 수 있어. 그리고 더 멀리 여행을 다니려면 그 예행연습에도 도움이 되고.”

 

  “여행?”

 

  무진은 실수 했다는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혹시라도 네가 여행을 가고 싶다면 말이야.”

 

  “안 보내줄 거면서.”

 

  “당연하지.”

 

  여운은 못마땅하다는 듯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푹 덮었다. ‘잘 거야!’라며 잔뜩 심통이 난 목소리로 말하는 여운의 모습에 무진은 작게 피식 웃고는 빈 죽 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바로 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마루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노을 진 하늘이 붉은 것이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에 무진은 가만히 청룡을 불렀다.

 

  여의주 안에서 단잠을 즐기던 청룡은 무진의 불음에 가만히 답했다.

 

  “무슨 일이신가.”

 

  “곧 그 날이 올 거야.”

 

  “걱정이 되는 겐가? 여운도령은 잘할 수 있을 걸세. 자네도 옆에 있고 나도 있지 않은가.”

 

  “여운은... 어머니를 절대 잊지 못하겠지?”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그녀는 자네들을 진심으로 아꼈네. 자네들의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네들을 생각했네.”

 

  “그랬겠지.”

 

  무진은 입을 다물었다. 노을은 점점 붉어졌다. 그 붉어짐이 짙어짐에 따라 그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붉어지던 노을이 종국에 검게 가라앉았다. 찰나의 강렬한 붉음을 뿜어대던 노을이 검게 물들자 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무진을 향해 청룡이 조용히 말했다.

 

  “아무 걱정 마시게. 모두 잘 될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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