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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무기
작가 : 해원
작품등록일 : 2017.11.10

단기 기억상실증을 달고 사는 무기. 그에게 가장 진한 기억은 현재의 집과 자신의 이름뿐, 자신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때부터 먼 과거가 조금씩 떠오르고 주변사람들만 기억하는 무기의 능력, 그 능력이 악용됨을 보호해주고자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이야기입니다.

 
믿을수 없는 것에 대한 의심
작성일 : 17-11-12 20:44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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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시발 진짜 너 이 개새끼 다른것 또 숨기고 있는것 없지?

 

 편의점 사장의 친구는 편의점 문을 지나 몇걸음 걸으며, 멈춰서서 사장의 목을 쥐어잡으며 이야기 했다.

 

 "그..그래...없어.. 숨길수 밖에 없었어...미안해...이거..좀...놔줘.."

 

 "아 시발자슥 진짜. 그래도 물건하나 건냈으니 용서해준다. 근데 우째서 저 새끼는 담뱃재에 커피만 마시면 뭘 맞히고 저런거고?"

 

 친구도 화만내서는 될일이 아니라 이런상황에 대한 궁금증으로 약간의 이야기를 듣고자 목을 풀며 말했다.

 친구가 정말 궁금한 것은 이미 알게된 한동석회장의 금고 비밀번호의 사실여부와 오늘 한회장의 지시로 조창석을 만난 뒤의 결과였다. 사실 이번일로 조창석을 죽이는 순간 편의점 사장의 친구는 이번주 안으로 해외로 도피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모든것이 계획대로 순조로왔으며, 그동안 돈도 마련하고 있었고, 이미 갈곳까지 정해둔 상황이였다. 허나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뭍으로 돌아가 어둠속에 갇힌다.' 이 말에 계속 신경은 쓰였다. 마치 내가 구금이라도 당하게 되는것인지 라는 생각에. 허나 모든것을 당장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더 알고 싶어졌다.

 

 "내가...다...이야기..해 줄께."

 

 편의점 사장은 무언가의 미안함이 많아지는 지 주머니의 담배를 한대 꺼내물며, 깊은 한숨 속에 말을 했다.

 담배연기에 많은 생각이 오가는 듯 흩날리는 담배연기를 물끄럼히 보며, 둘은 담배를 한대씩 태웠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기억하는 부분의 시작은 바다가 보이는 건물의 한 방에서 시작된다.

 그날 나는 조명이 없는 어두운 방안에서 쇠창살이 쳐져있는 창틀 사이로 보이는 저녁바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것에 대한 기억은 곰팡이 냄새와 소독약 냄새 그리고 익숙한 꽃의 향기였다.

 

 

 균형이 잘맞지 않아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나무의자 때문에 힘없이 앉아있는 가운데 나의 오른쪽 다리가 힘이 들어가 떨리고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부드러웠고,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오직 바다와 모래사장과 나무들...다른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솔직히 다른 무엇을 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조금은 어둡지만 어둡지 않고, 쓸쓸하지만 외롭지 않은.... 그 날의 저녁바다는 내게 그랬다.

 

 아무런 생각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때 내 작은 방에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들어와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라 지금도 기억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였다.

 

 '무기야, 잘쉬고 있었어?"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반응하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너무나도 진한 불빛이 눈에 들어오며 나는 눈을 뜰수가 없었다. 오직 목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착하지. 가만있어. 내가 도와줄꺼야."

 

 볼 수 없어서 눈을 감고 있는 내게 따뜻한 촉감을 넘어 목 쪽에 따끔한 느낌과 세한느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

 

 "이제 나는 나갈꺼야. 너는 곧 몸에 힘이 솟을꺼고, 이 곳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내가 해 줄수 있는것은 당장 이것뿐이야.. 내가 너를 찾을테니.. 너는 무조건 달리고 달려서 멀리 도망쳐.."

 

 이 말이 끝나고 인기척은 사라졌다. 그 후 몇분이 흘렀을까? 내 눈에 처음보이는 것이 내 방의 방문이 열려있는 모습이였고, 나는 아무런 이유를 찾지도 않고 그 문을 나왔다.

 문 오른쪽으로 복도가 있었지만, 조명이 없는 복도에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계속 복도쪽으로 다리에 힘을 싣어 걸어 갈때쯤 복도 사이에 나있는 계단을 보았다. 어두웠지만 계단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잘보였다.

 계단으로 내려올때 한번씩 불빛들이 지나치며, 구둣발 소리와 작은 대화의 목소리는 들렸다.

 들키면 안된다는 생각에 숨죽이며, 더이상 계단이 없는 곳까지 내려왔을 때 전 건물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건물 내부에서 큰 소리로 목소리가 들렸다.

 

 "406호 이탈!!!! 406호 이탈!!! 전 건물 통제!!"

 

 눈이 부셔서 잠시간 어지러웠지만, 주변을 살폈다. 복도와 복도 그리고 그 복도사이로 수많은 방들..

 복도 양끝에 큰 철문. 그곳이 나가는 곳이라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불 환히 켜진 복도의 끝으로 나는 생각없이 내달렸다.

 

 "야야야!! 저기 저기있다. 빨리 잡아!!!"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리고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이 문에 닿았다.

 '철컹철컹'

 문이 잠겨있었다. 안쪽에서 밖으로 문이 열려 밖이 보였지만, 더이상 문은 열려지지 않았다.

 밖에서 아까전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기달려...열어줄테니.."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와 쇠가 쓸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이내 문이 열렸다. 나는 문을 젖히고 앞으로 내달렸다.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도 누군가가 쳐다보는 느낌도 무시한 체 그대로 뛰었다. 숲길을 따라 골목과 도로를 달리고, 바람을 맞으며 한참으로 달렸다.

 그렇게 뛰었고, 얼마나 더 뛰었는지도 모를때쯤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눈을 떳을때, 지금의 방에 있었던 것이다.

 나의 발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고, 방 안은 현재와 다를게 없었다.

 그리고 내 침대 옆에 작은 서류봉류가 있었는데 거기는 편지와 나의 신분증 그리고 통장과 현금이 조금 있었다.

 지금도 내 작은 책상 서랍에 보관중인 편지글은 대략 이러했다.

 

 '무기야. 아무것도 기억하려고 애쓰지마. 그냥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내가 언젠가는 너를 찾아올꺼니. 나도 찾지마. 지금은 니가 살아야 된다는 생각만 하면되는거야.

 나도 너에게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미안해. 하지만 나도 다른 방법을 찾을 힘이 없었어. 변명같을 수 있겠지만, 이해해주기를 간절히 바랄께.

 여기는 이제부터 너의 집이야. 이 곳은 나만이 알고 나를 빼고 이곳의 모든사람은 너를 몰라.

 너만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너를 찾아올 사람은 없어. 그러니 안심하고 지내.

 건강하고 우리가 다시만나는 날 그때는 모든 것이 괜찮아져 있을꺼야.

 정말 미안해.'

 

 나머지로는 지식을 찾는 방법과 내가 살아가는 방법들이 적혀있었고, 나는 편지글을 몇번을 읽고 읽으며 무언가를 기억하려 했지만, 기억의 변화는 먼지만큼도 없었다.

 통장에 원래 있던 돈까지는 전혀 손댈수가 없었다. 돈이라는 것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걸 지금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 나는 일이라는 것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용역에 불려가서 잔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편의점에 일을 하러 오게 된 것이다.

 

 편의점 사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친절했다.

 처음에는 청갈색이 맴도는 눈을 가진 나를 신기해했고, 나의 순수함과 자신감에 일을 맡겨주었다.

 편의점 일을 처음하는 나에게 직접 일을 알려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지켜보며 말을 해 주었다.

 손님에게 유독 신경을 많이 쓰는 사장을 알고 나는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게 하려 노력하였으며, 그걸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사장이였다.

 

 "그놈은...처음부터...조금 특별하게 보였어..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편의점 사장은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시고, 친구의 눈치를 한번 보며 말했다.

 

 "나도... 알고싶어 안것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어. 담배...그게 저 아이를 이상하게도...만든다는 것을..."

 

 "야이 개자슥아 얼릉얼릉 말해라!"

 

 "그러니깐 작년 여름에.... 가게 앞에 그때는 몰랐지만 누가 작은 상자 하나를 놔두었더라고, 그런데 거기에...나의 이름이 적혀있어서...들고 들어왔지... 편지글은 이렇게 적혀있었어.."

 

 

 

 '그동안 고생했어. 음료수 한잔하고 오늘도 와서 열심히 돈벌자고.'

 

 작은 메모에 적힌 글씨는 다소 엉망인 필체였지만, 편의점 사장은 무슨 글인지는 확실히 알수 있었다.

 작은 상자에 담겨있는 것은 녹색 음료수병 한병과 여동생의 가족사진.

 무언지 모를 압박감에 가슴이 답답해진 편의점 사장은 음료수도 수상하게 생각하고는 들어서 라이타 빛에 비추어 보았다.

 음료수 병 안에는 이물질이 보였고, 마치 그게 독약인가 라는 의심까지 들게 하였다.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어보였다.

 그 음료수가 독약이면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궁금한 마음이 들어 편의점 사장은 무기를 탕비실로 불러 음료수를 권했다.

 

 "무기야 덥지 이거 한잔하고 쉬면서 해. 오늘은 나도 같이 있으니깐 같이 쉬엄쉬엄 하자."

 

 "네 사장님. 잘마실께요."

 

 무기가 음료수를 들고 잠깐 현기증을 느끼는 동안 편의점 사장은 이상하게 바라보며 계속 말없이 지켜봤다.

 무기는 한모금을 마시고 바로 쓰러졌다. 갑자기 쓰러진 무기를 보고 편의점 사장은 숨을 쉬고 있는지 맥을 집어도 보고 코앞에 손을 대며 확인을 했다.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눈을 뜨지 않는 무기의 볼을 여러대 치고는 죽는걸까라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누워있던 무기가 갑자기 입을 열고 말하기 시작했다.

 

 "수생용왕 대천제자 이무기 옥황상제의 부름에 이리 달려와 하늘의 뜻을 받잡아 세상의 수많은 미물과 중생의 한과 고통을 덜어주는 신으로 거듭나리라. 현세의 삶에서 나의 죄가 씻겨지는 천년을 기다려 앞으로도 수없는 고행의 길을 주저없이 걸을테니 부디 저의 죄를 경히 하지마시고, 부디 세상의 중생과 미물의 죄를 경히 하여 주십시요.

 하늘의 뜻은 고귀하고 천계의 위엄은 대단하니. 이는 곧 신의 뜻이 미물과 중생에게 미치어 그들의 삶에 큰 뿌리를 내림이라. 중생들과 미물들이여. 그대들의 원은 무엇인가?"

 

 이 말을 듣고있는 편의점 사장은 당황했다. 애가 미쳤다고 생각한 나머지 119에 신고를 해야되나? 하며 무기에게 말했다.

 

 "야야야. 무기야. 괜찮아? 정신차려봐."

 

 "불쌍한 중생아 나는 괜찮다. 다만 니가 나를 깨우니 내가 깊은잠에서 너를 보노라."

 

 "뭐라는 거야. 야 임마. 정신차려..!!"

 

 편의점 사장은 무기의 눈을 억지로 띄우려 했지만, 눈껍풀은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조금의 양심적인 미안함을...

 

 "내가 미안하다. 임마 정신차려.....너 죽일려고 했는건 아니야...그러니 정신차리고 용서해줘..."

 

 "불쌍한 중생아. 내 너를 용서하마. 다만 오늘 내가 너의 바램을 하나 들어줄테니 선행을 마음에 담아 살거라."

 

 "야 뭐라는 거야. 니가 죽어가는 데 그냥 나는 니가 지금 당장 일어나서 예전처럼 일하는 게 내 바램이야 임마."

 

 "불쌍한 중생아. 그게 원이라면 바로 들어주겠노라. 너의 원이 아름다우니 너는 분명 복을 받을 것이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무기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일 없다는 듯이 편의점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오늘은 왠지 손님이 많이 올 것 같은데요?"

 

 편의점 사장은 멍했다. 이게 무슨상황인지 파악하기 힘들어서 잠시간 무기를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무기는 사장이 자신을 쳐다봄에 다시 물었다.

 

 "사장님 무슨일 있으세요?"

 

 편의점 사장은 생각에 잠겼다. 허나 지금을 그냥 넘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는 이내 대답을 했다.

 

 "아...아..니...그래 오늘 장사 잘되겠다. 열심히 하자."

 

 "네."

 

 사장은 혼자 생각을 좀 하겠다고 무기보고 물건정리 몇가지를 지시하고는 탕비실에 들어왔다.

 혼란이였다. 무언지도 모르는 음료수.... 반쯤 흐른 그 병을 다시들어 바닥에 모두 쏟았다.

 검은 가루와 담배껍질 같은 것이 음료수와 같이 흘렀다.

 

 "이런 노름장 김사장새끼. 담배를 여기에 털어서 나를 먹이네..그런데 제는 왜 저런거지?"

 

 사장은 바닥에 흘려진 음료수를 손으로 휘적대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방금전까지의 일들에 대해...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서

 

 "바램을 들어줬다?.. 그럼 그 바램이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들었다? 아니면 저놈이 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가?"

 

 혼자 생각하며, 또 생각을 하던 끝에 편의점 사장은 다음번에 한번 더 이런일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 날 편의점은 장사손님이 너무나도 많았다. 둘이서 쉴세없이 계산하고 진열하고를 반복했다.

 사장은 피곤함과 의구심 등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으며 생각이 많아질수록 빨리 테스트를 또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굳건히 했다.

 

 

 "그렇게...시작이 된 거야...내가 여러번을 해봤는데...결국...알게 된 거지.."

 

 편의점 사장은 친구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에 대해 조금 두려운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말했다.

 

 "야 이 개새끼 머리 좋다.. 임마 이거 나랑있었으면 나한테 그 음료수 쳐 미겼겠네..."

 

 친구는 묘한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편의점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냐...아냐...혹씨나 싶어서 그..그런...거야...날 죽이려는가 해서"

 

 사장은 손사레를 치며, 친구에게 말했다.

 

 "야 개자슥아. 나도 너 죽일려 했는데..... 뭐 됫고 암튼 그놈이 특별하게 쓰일데가 많은것 같으니까네. 내일 너거가게에서 다시보자잉."

 

 "그래.. 알겠어... 조심히 가.."

 

 "십자슥아 안조심히 갈란다. 뒤에서 탕이라도 놓을라 하나? 조심히는 무슨... 내일 그리고 천만원 현금으로 들고와라잉. 또 잔대가리 굴리면 그때 니 손가락들은 한강에서 수영하고 있을끼다잉..시발새끼."

 

 친구는 커피숍 안에서 주변을 한번 두리번 거리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편의점 사장은 남아있는 아메리카노 컵을 바라보다.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개새끼..저거 오늘 뒤져야 될껀데."

 

 편의점 사장의 친구인 최동식은 걸어가며 곧장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첫번째는 한동석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오늘 조창석이를 없앨 것이니 걱정말라는 안부의 전화였고, 두번째는 내연녀 정미현과의 약속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창석의 똘마니로 자신의 끈이라 믿는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시오. 야 뭐 새나간거 없제?

 

 "네 동식형님."

 

 "무조건 금마 좀있다 창고로 데리고 와야된다잉. 매번 내하고 낭갈라 묵던데 거기니깐 바로 가자할끼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 그런데 형님 다른애들은 안데리고 오십니까?"

 

 "그래 임마, 혼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담궈야 되니깐. 니는 암튼 무조건 금마한테 한회장도 모르게 챙겨놓은 약이 창고에 8키로 더 있으니깐 빨리 가져와야 된다고만 해라."

 

 "네 형님. 좀있다가 뵙겠습니다."

 

 "오야."

 

 전화가 끊어지고 동식은 생각했다. 무기가 말한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말...

 그런데 당최 아무말도 안하고 어찌 싸울수 있을까라고도 생각했다.

 

 "아 몰라 시발. 개소리를 들어가 기분도 개같이되네."

 

 동식은 혼자 중얼거리며,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 먼저 도착한 동식은 주변을 간단하게 살폈다.

 이 창고는 도심에서 벗어나 구석 폐광촌 인근에 위치해 있었으며,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 주변에 없어서 비밀장소로 아주 적합하였다. 그리고 출입자체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숲길 한쪽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경찰 등의 눈을 피하기 적합하였다. 현재 비밀장소로 쓰이는 이 건물의 원래목적은 김치공장이였으나 김치공장 회사가 급작스럽게 부도가 나면서 소유가 불분명해진 후 5년째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버려져 있었다.

 이곳은 최동식과 조창석이 함께 한회장의 뒷통수를 치며 마약일부를 챙기던 장소였고, 조창석이 한회장에게 들통나면서 앞으로는 최동식만이 알아야 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넓고 큰 창고는 항상 외부에서 잠궈두기에 누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장소도 아니였다.

 

 "아 씨발 긴장되노, 옛날에 석호 죽일때 만큼 긴장되네."

 

 동식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혼자 중얼거렸다.

 담배연기가 피어오르고 품어내는 호흡이 거칠어질 때, 동식의 얼굴쪽으로 자동차 헤드라이터 불빛이 진하게 드리워졌다.

 

 "아 시발 뭐고...어떤 개새끼고..."

 

 눈을 손으로 가리며, 한 손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릴때, 창고의 문이 닫히고, 동식에게 창석과 창석의 똘마니들이 걸어왔다.

 

 "야이 개시발놈아. 나를 팔아먹고 니가 살려고 했어?"

 

 창석은 큰 덩치에 든 쇠파이프를 다시금 움켜 가다듬으며 말했다.

 앞을 잘 보지 못하는 동식은 창고 구석에 원래부터 숨겨두었던 도끼를 찾아내어 손에 꽉 지었다.

 

 "동식아. 그래 그 도끼로 한번 설쳐대봐라. 그동안 거기 많이 누웠다 맞지? 시발새끼 저거 가서 죽여."

 

 창석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똘마니들이 동식에게 달려왔다.

 동식은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어린 똘마니들을 상대하는데 많이 버거웠다.

 젊은 시절을 저런 똘마니들처럼 보냈지만, 40중반에 접어드니 혈기왕성한 20대들을 2~3명이라면 모르지만 그것도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하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이리저리 도끼로 똘마니들을 위협하고 공격했지만 이내 똘마니 중 하나의 둔기가 동식의 머리에 내리꼿히고, 동식은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졌다.

 창석은 그런 동식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이다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야들아 임마 무릎꿇게 해봐라."

 

 창석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허나 불쌍한 듯 담배를 붙여 동식의 입에 물려주며 부드럽게 다시 말했다.

 

 "내 말 잘들어라. 니가 살려면 내가 원하는 답만 하면 된다. 너는 나랑 동료이고 우리는 하나와 같다. 너도 잘 알겠지만, 나는 한회장 정말 싫어한다. 니가 내한테 한회장에 대한 소스만 좀 주면, 내가 그거뿌려서 한회장 요리하고, 우리가 회사 같이 나눠먹자."

 

 "..........." 동식은 말이 없었다. 거친숨을 몰아쉬며, 입에 그저 담배를 물고 있을뿐, 자신의 손에 죽어가던 동료들의 마지막 얼굴과 자기를 미워하던 가족의 얼굴이 잠깐씩 떠올랐다. 그리고 동식은 잠시 고민했다. 자신에게 그래도 믿음을 준 한회장 허나 자신을 개처럼 부리던 한회장의 얼굴도 같이 떠오르기에 고민의 답이 쉽지 않았다.

 

 "야 임마, 우리 아직도 한 식구다 임마. 니가 말만 한다면 내가 다 알아서 한다. 그리고 옛날처럼 너랑 나랑 나눠어 먹는 거라고..."

 

 창석은 동식의 대답을 재촉했다. 그리고 시계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동식아, 우리의 우정이 단 3분만에 결정날수도 있겠다. 이건 뭐 즉석요리도 아니고 참 그렇지? 내가 너를 동료로 보는 3분동안은 너에게 선택을 주지만, 3분이 지나면 그냥 어쩔수 없이 내가 선택할께."

 

 2분여가 흘렀다. 동식은 머리를 숙여 고민하다가 말했다.

 

 "창석아, 담배....한대...만 더 도."

 

 "그래. 여기 물려줄께. 태워라."

 

 담배를 물려주며 창석은 말을 이었다.

 

 "이제 편하게 말해라. 괜찮다 너도 알지만 여기는 우리 둘의 공간 아니니 너가 말을 안하면 문제가 되지만, 말하면 문제될 것이 뭐 있겠어?"

 

 담배를 연신 내뿜던 동식은 결심이 선듯 창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말하께....내..한회장...금마..비리..니한테 다..말하께.. 금마..지금...약판돈 중에 12억은 경찰청장..한테하고...16억은...지방검사장 박재연 검사장 한테 넣고......"

 

 "그래? 이야. 그래 잠깐..잠깐만, 그거 그런데 너 증거도 가지고 있어?"

 

 창석은 눈에 빛이 났다. 작고 매서운 눈이 생기가 돌며, 기뻐하는 미소를 감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어짜피...내가...언제든..팔려갈까 싶어서...통화녹음 해...뒀다...목소리로도 ...알수 있으니까네..."

 

 동식은 속이 후련한 듯이 깊은 숨을 고르며 이야기 했다.

 

 "그래, 잠깐만 있어봐. 내가 지금 요리할 것에 기뻐서 오줌보가 터질려 한다. 오줌 좀 싸고 올께."

 

 창석은 동식의 앞에서 뒤돌아 차쪽으로 바라봤다. 차쪽으로 걸어가며 실룩실룩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이내 녹음기의 정지버튼을 누른 뒤 차에 도착하자마자

  차 왼쪽 뒷자석 창문 안으로 녹음기를 들이밀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차 문이 열렸고, 누군가가 차에서 내렸다.

 창석은 90도로 인사를 하고서는 차 후미에 서서 잠시간 혼자 소리없이 킥킥 웃어댓다.

 동식의 앞에 헤드라이터의 불빛으로 인한 아주 크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회장이였다.

 

 "동식아. 개가 주인에게서 버림을 받을때 그 이유를 알고 버림 받는다는 것은 아주 좋은일이야. 왜냐하면 개의 분수에 넘는 일이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이유가 주인의 목을 무는 것이라면 주인이 그냥 버림만 할 것 같지는 않지?"

 

 한회장은 회색빛 머릿칼을 살며시 쓸어올리며, 표정의 변화없이 차근차근 이야기 했다.

 동식은 무릎은 꿇은 상태에서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회장님 충성으로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동식은 떨며, 죽음의 두려움이라는 것이 앞에 와있음에 울부짖었다.

 

 "회장님 용서해주십시요. 착하고 말 잘듣는 개가 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개가 죽을 때가 되니 많이 짓는구나. 시끄럽게... 그래 통화녹음은 어찌했어?"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제 휴대폰에 다 있습니다. 다른데는 없습니다. 여기 드리겠습니다."

 

 동식은 손을 떨며 휴대폰을 한회장에게 넘겼지만, 한회장은 그저 휴대폰을

 한번 쳐다봤다가 다시 무표정하게 동식을 바라봤다. 그리고 가슴 안쪽에 보관하고 있던 미니권총을 꺼내어 동식의 머리에 가져다 대며 한마디를 더했다.

 

 "동식아. 다음 세상에는 짓지도 물지도 않는 그런 개로 태어나라."

 

 총성과 함께 동식에게는 어둠이 찾아들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저 가만히 엎드려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죽은 것인지,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인지 조차 모르고, 그저 보이지 않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지금에 극한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주변의 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들린다는 것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동식은 외치려 했다.

 허나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고 들리는 소리는 그저 으르렁대는 늑대의 소리와 비슷했다.

 점점 가까이 들리는 늑대의 소리가 갑자기 정말 크게 들려서 동식의 심장이 폭팔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두마리의 늑대였다. 그런데 늑대의 형상이 조금 달랐다. 늑대처럼 크지만 검고 턱이 엄청 크며, 눈에서 붉은 빛이 감돌았다. 동식에게 가까이 와서 몸을 핥는데, 마치 몸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동식의 눈 앞에서 늑대의 형상은 몇번 몸을 핥다가 곧 인간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두 형상이 대화를 나눴다.

 

 "판결도 필요없이 우리쪽으로 바로 왔으니 우리는 그냥 데리고 가면 되겠네요."

 

 "네. 그런데 조사반인 저는 왜 보내졌을까요?"

 

 둘은 검정색 관복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는 패랭이모양의 관모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마치 불에 탄듯 이글어진 형태였지만, 한번씩 제자리를 찾아와서 일반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눈에 특히 붉은 불빛이 많이 나서 감히 눈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눈을 바라보는 모든이가 몸이 불에 타고 있는 고통을 느낄만큼 무섭고 두려운 모습이였다.

 

 "그러게, 근데 이놈 몸에 용신가호는 왜 있는거지요?"

 

 "허 그러네요. 아 이거 조사하라고 나를 보낸 것이겠네요. 이런 천한 인간에게 가호를 주는 용신은 천계에 없을껀데... "

 

 "음 그런데 용신가호까지 있는 놈이 죽는걸 보면 참 말을 정말 안듣는 놈인 모양이군요."

 

 둘은 자리에 서서 용신가호를 다시보며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오늘도 재미있게 보셨나요?

 

 다음화도 재밋게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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