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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10-1. 비애 (1)
작성일 : 17-11-10 10:56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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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슬피 우는 빗물 소리 내 마음을 아는 듯 어깨 위로 싸늘하게 젖어 들어 온다… ‘비애(한영애/유재하 사,곡) 中]

 

 창 밖에는 하얀 눈밭이나 솜 뭉치, 또는 거대한 양들의 무리를 떠올리게끔 만드는 흰 구름들이 내리쬐는 햇살 밑에 깔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결국 집주인 여자인 로즈의 퉁명스러우면서도 진하게 마음의 여운을 남기는 배웅고, 효은이 자신의 귓가에 장난스럽고 카랑카랑한 몇 마디 웃음과 함께 자신의 귓가에 바람처럼 속삭이던 “욕 봐라.”라는 말을 전장에 나가는 군인이 군복 안에 넣어 두는 가족 사진마냥 그렇게 가슴 속에 묻어 둔 채 런던에서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찬 진명의 가슴은 저절로 쿵, 쿵, 하고 4분의 2박자로 뛰었다.

 

 드디어 그녀를, 진명이 생각한 그 음악가의 첫사랑 후보 중 마지막 여자인, 김애란이라는 여자를 드디어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녀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음악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까. 결혼해서 자식이 서너 명이나 있는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사람을 잊지 못해 평생 수절하는 조선시대 미망인마냥 고고한 자세로 혼자 노처녀로 늙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까? 그 사람이 그녀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면 무엇을 바꾸었을까? 진명은 마치 동창회 어딘가에서 자신의 첫사랑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틴구를 보거나 만나러 가는 것마냥 괜히 설레고 들떴다.

 

 그렇게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던 진명은, 자신의 옆구리를 누군가 두세번 찌르는 것을 느끼자 반사적으로 손으로 옆구리를 감싸면서 옆을 돌아보았다. 진명의 시선 끝에는 하늘색 의상을 입고 난처한 미소를 띄우는 금발 머리의 스튜어디스와, 검고 헐렁한 후드집업을 입고 어깨 기장까지 살짝 닿는 샛노란 금발 머리를 하고 있는 소년이 그와 반대로 어떤 전쟁에서 승리한 듯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스튜어디스 쪽으로 고개짓을 해 대었다. 스튜어디스의 손에 들린 트레일러 같은 카트를 본 진명은, 벌써 비행기에서 음료 주문을 할 시간이 되었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는 스튜어디스를 향해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커피 한 잔 주세요.”

 

 “당신 잠 깨려고 그러는 거였구나. 아니죠?”

 

 효은을 떠올리게끔 만들 정도로 높고 새된 목소리로, 금발의 스튜어디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능숙한 솜씨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동색 액체를 하얀 자기 컵에 알맞데 들이부었다. 그 하얀 자기 컵과, 금발머리 소년이 주문한 듯한 사이다 한 컵을 좌석 테이블로 들이밀며 서비스업 종사자다운 미소를 얼굴에 띄우는 종업원의 왼쪽 가슴을 진명은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 곳 가운데에 박힌 금색 명찰에는 ‘Victoria S.’ 라고 적혀 있었다.

 

 명찰이 버젓이 달려 있지만 이 비행기에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저 이름으로 그녀를 부를 사람은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진명은 계속 트레일러를 밀며 다음 줄로 걸어가는 빅토리아를 뒤로한 채 커피에다 뿌리며 설탕 주머니를 뜯고 있었던 찰나, 금발머리 소년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넌지시 말을 거는 소리를 들었다.

 

 “아저씨, 런던 관광은 잘 하셨어요?”

 

 갑작스럽고 뜬금 없게 들리는 그 말에, 진명은 왼손에 반쯤 뜯긴 설탕 봉지를 겨우 들고 옆을 쳐다보았다, 머리는 분명히 금발인데 눈 색깔은 갈색을 뛰고 있었던 것이 조금은 이상했지만, 진명은 아무튼 자신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 소년이 그 때 런던 공항에서 흘낏 본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란 기색을 애써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년은 가벼운 한숨을 푹 내 쉬더니, 자조적인 표정을 지으며 짐짓 무언가를 아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 지긋지긋한 곳을 이렇게 일찍 탈출하게 되어서 행운인 줄 알아요. 한 달 박혀 있으려면 더럽게 비싸기만 해.”

 

 그 말을 하면서 소주 마시듯 사이다를 한 번에 들이켜 보이는 소년을 진명은 물그러미 쳐다 보며 자신의 컵에 담겨 있는 커피를 삼켰다. 무언가 뜨겁고 진하면서도 쓰디쓴 맛이 ‘세기의 팜므 파탈’이라 불린 여자를 상대로 하는 키스마냥 진명의 혀를 감싸고 돌았다. 그 액체를 삼키며, 진명은 만일 자신의 길에 동행했더라면 그 커피를 한 입 마셔 보고서는, 단칼에 화장실로 달려가 뱉어 버리고 돌아와서는 사투리로 이런저런 말들을 쫑알댔을 효은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녀는 자신이 없는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지만 진명은 일단 이 비행기에 탄 도중에는 효은의 생각을 하지 않으려 부던히 노력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진명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한번에 설탕 봉지를 뜯어 버리고서는 그 봉지를 뒤집어, 미세한 가루들이 하얗게 흩뿌려져 녹아 내리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자신의 옆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는 소년의 정체에 대해 두 가지를 추측했다. 하나는 유학생이었고, 하나는…

 

 “너, 거기 사니?”

 

 진명의 질문에 사이다가 삼 분의 일쯤 채워진 컵을 내려 놓은 소년은 잠시 쓴웃음을 입꼬리 한 쪽에 올렸지만, 곧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던한 태도로 대답했다.

 

 “네, 뭐 학교는 런던에서 다니고, 고모네 집에서 사는데 거기는 맨체스터에 있어요. 맨체스터가 어딘지 아시죠? 런던에서 코 앞에 있는 데. 뭐, 3년 동안 이러고 살아서 이젠 별 느낌도 없어요. 육 개월에 한 번씩은 한국에 가고 그러니까, 뭐. 가끔 뭔가 좀 답답하다 싶으면 아픈 척 하고 하루 동안 훌쩍 여행을 떠나 버리면 되는 거고요. 어제도 그래서 북아일랜드에 갔다 온 거에요. 영국 안에서 비행기 탄 건 처음인데, 이젠 고모도 별 말 안 하더라고요. 잘 됐죠 뭐.”

 

 어쩐지, 눈동자는 영 이국적이지 않다더니.

 

 진명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프림 통의 뚜껑을 따서 새하얗고 묽은 내용물을 고동색 액체에 흩뿌렸다. 점점 옅어져만 가는 커피에서 눈을 떼고, 진명은 그렇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그렇구나. 그런데 에스토니아엔 어쩐 일이니?”

 

 “학기말 축제에 제가 있는 밴드가 공연하는데, 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네 집에서 연습하기로 하고 거기 가기로 했어요. 그 친구도 에스토니아에서 왔고, 저도 두세 번 가 봐서 괜찮아요.”

 

 그렇게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소년이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에스토니아가 무슨 니네 집 안방 소파 이름이니, 하는 생각이 진명의 뇌리에 스쳤다. 그러나, 일단 그 북유럽에 있는 조그만 나라를 자신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잘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이왕 그렇게 된 것 한 번 믿어 봐야겠다는 식으로 진명은 주머니를 뒤적여 구깃한 종이 조각을 꺼냈다. 아침에 로즈가 자신이 알고 있는 김애란 씨의 현재 집 주소라고 자세하게 써 준 것이었다. 그 쪽지를 진명으로부터 받은 소년은 그것을 꼼꼼히 한참 동안 읽어 보더니, 뭔가 결심했다는 듯 비장한 눈빛을 띄우고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저씨, 아무래도 제가 지접 거기까지 데려다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에 진명은 거의 놀라서, 과장을 좀 보태자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입 밖으로 내뱉을 뻔했다. 그렇게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커피를 삼킨 후, 차분해진 진명은 이렇게 대꾸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정말 그래도 되겠니? 공연 연습하러 가야 한다며.”

 

 “어차피 가는 길에 있어요. 게다가, 빈 자리가 없어서 남은 항공편으로 예약한 게 여기인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세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게 되더라고요. 나머지 밴드 애들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어이가 없는 듯 나지막히 헛웃음을 내뱉는 소년을 보면서, 진명은 왠지 모르게 충주에서 만난 한수가 겹쳐 보였다. 한수가 키가 커지고, 처음으로 수염이 나며 목소리가 굵어지면 저런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게 될까, 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간간히 생각하며 진명은 소년을 똑바로 쳐다 보고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우린 이제 길동무가 되었으니까, 니 이름은 알려 줘야겠지.”

 

 그러자, 사이다의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고 난 후 소년은 반짝이는 눈망울을 잃지 않으며 이렇게 목소리는 담담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일단 매튜라고 불러요. 아저씨…아니,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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