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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6편 - 슬라임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1-10 04:58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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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라임이란 무엇인가. 각종 설화를 통해 전해지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생물이 슬라임이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슬람, 슬람이, 스름 등으로도 불리는 슬라임은 그 생김새나 각종 특징에 대해서도 전해지는 바가 제각기 달랐다. 그나마 공통적인 것은 몸을 구성하는 살점의 대부분이 산성을 띤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모험가들은 자신의 무기나 소지품을 잃고 싶지 않아, 슬라임이 눈앞에 나타나면 적당히 상대하는 척하고 멀리 돌아 피해가곤 했다.

 

  다만, 바다라고 모두 투명한 것이 아니고 새라고 모두 날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슬라임도 개체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기 마련이었다. 어떤 슬라임은 닿는 것만으로도 살과 뼈가 녹아내리기도 했으나, 그저 시큼한 맛을 내는 젤리 정도인 개체도 있는 것이었다. 이런 수준의 슬라임은 하급 괴수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 말하기에도 민망한 것이었으나, 어쨌든 닷슈 섬에도 이런 슬라임은 그 수가 제법 되었다.

 

  닷슈 섬 부흥을 위한 용사월드 건립과 그 추진을 위한 특별 대책 1차 회의가 끝나고 다음 날, 베이커는 제 방에서 창문으로 성 뒤뜰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시야에 슬라임들이 들어왔다. 그 수는 열 마리가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것도 있었고 바위에 오르려다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는 것들도 있었다.

 

  “하아, 젠장.”

 

  밑도 끝도 없이 울적한 기분이 들어 베이커는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엘리제가 말한 계획에는 그저 여차저차만 가득했고, 결론은 닷슈 섬의 부흥이었다. 베이커는 왕립 용사학교에서 각종 경제 개념이나 경영 등에 대한 수업도 배웠으나, 그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고전적인 풍의 용사를 꿈꿨기에 자신에게 닥친 일을 쉬이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아침 식사도 거르고 그저 방에만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성에서 일하는 요리사 중 한 명인 토드가 문을 살짝 두드렸다. 문은 열려 있었으므로, 베이커는 고개를 돌려 곧장 토드를 확인했다. 베이커는 간신히 그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목을 살짝 까딱이며 인사를 했다.

 

  “토드 씨 맞으시죠? 어쩐 일로...”

  “용사님께서 아침 식사를 드시지 않으셔서 뭘 좀 가져왔어요.”

 

  토드는 쟁반에 올린 작은 그릇을 보이며 말했다. 베이커는 그의 푸근한 인상을 보며 어딘가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그는 감사를 표하며 쟁반을 받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릇을 보니 연한 죽이 담겨 있었는데, 사이사이 녹색 젤리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토드는 방을 떠나지 않고, 마치 베이커가 죽을 먹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듯이 서있었다.

 

  “저기...”

  “왜 그러시죠?”

  “다 먹으면 제가 부엌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불편하게 거기 서서 보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서요.”

 

  베이커의 말에 토드는 전처럼 푸근한 미소를 다시금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용사님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확실히 봐야 하거든요.”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혹시라도 나중에 계산이 맞지 않으면 식비 문제가 커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가요?”

  “경험상 그렇더라고요. 일은 확실히 처리해야죠.”

 

  베이커는 어느새 그 미소가 불편하게 느껴졌으나, 참아내고 숟가락을 쥐었다. 그는 처음 보는 죽을 마주하고 용기를 내 크게 한술을 떴다. 젤리와 함께 죽을 삼키고 그는 의외로 좋은 맛이 나 고개를 갸웃했다. 죽이야 보통 죽과 같았으나, 젤리의 식감이 쫄깃했고 거기에 더해서 묘하게 새큼하고 달달한 맛이 입 안에 돌았다. 베이커는 죽에 섞인 젤리를 숟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토드 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시 입에 맞지 않아서 그러신가요?”

  “아니요, 정말 맛있어요. 혹시 이 젤리 같은 게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 해서요.”

  “아, 그거라면...”

 

  토드는 말끝을 흐리며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베이커 역시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는 조금 전까지 보고 있던 슬라임들을 떠올렸다. 그는 저도 모르게 기침이 나와 하마터면 입 안에 든 걸 모조리 뱉어낼 뻔 했다.

 

  내륙에서 슬라임은 식재료로는 절대로 쓰지 않는 대상이었다. 기본적으로 산도가 매우 높은 것도 이유였고, 조리 과정에서 산성 가스가 다량 발생하는 것도 이유였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가득해 내륙에서 슬라임은 살아있을 때에나 죽었을 때에나 마주치고 싶지 않은 대상이었고, 식탁에서는 더더욱 마주치고 싶지 않은 괴수였다.

 

  토드는 베이커의 속내를 알고 있다는 듯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사실 사람들은 그냥 젤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요. 왠지 용사님에게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을 것 같아서 숨길 수가 없네요.”

 

  확실히 맛은 좋았고, 먹은 뒤에 당장 식도가 녹아내리지 않았기에 베이커는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니, 토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이었다.

 

  “사실 식재료를 조달하는 게 어려워서 시험 삼아 써봤어요. 섬이라서 해산물을 구하기 쉬울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근해 괴수들 탓에 어렵거든요. 그리고 섬이 작아서 나는 작물도 많지 않고... 용사님은 몸을 단련해서 강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러니 슬라임을 먹는 정도로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

 

  베이커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 죽을 몇 숟갈 더 먹었다. 그때마다 베이커는 맛에 놀라고 식감에 놀라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릇을 비운 베이커는 눈을 번뜩이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곧장 토드에게 쟁반을 내밀었다.

 

  “잘 먹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가볼게요.”

  “어, 어디 가시게요?”

  “좋은 생각이 났어요. 아, 토드 씨. 젤리 정말 맛있어요.”

 

  토드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베이커는 급하게 방을 나갔다. 그는 루루의 방을 찾으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성 안의 구조는 제대로 안내받은 기억이 없어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복도에 멍하니 있으니, 방 안에 있던 토드가 나와 말을 붙였다.

 

  “용사님, 뭔가 도와드려요?”

  “아... 성 안의 구조를 잘 몰라서요. 혹시 루루 씨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드려야죠. 자, 제가 안내할 테니 따라오세요.”

  “예? 아, 네.”

  “아하하, 그냥 말로만 설명했다가 용사님께서 길을 잃으시면 제가 곤란하지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옆에서 지켜보는 게 마음 편하고 좋답니다.”

 

  토드가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 그를 따라 성의 복도를 걸으며, 베이커는 그제야 성의 내부를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 얼마동안이나 닷슈 섬에서 지내게 될 것인지 생각하기도 했고, 그 이후의 일을 막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걸어도 루루의 방에는 다다르지 않아, 베이커는 새삼 성의 크기를 실감하게 됐다.

 

  “성이 참 크죠?”

 

  베이커는 토드에게 마음을 들킨 것이 뜨끔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토드는 지난 일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참 많았어요. 제가 처음 성에 들어와 부엌에서 막내로 일할 때에만 해도 그저 매일매일 바쁘기만 했죠. 전에 비해 한가해서 요즘은 차라리 지금이 낫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요.”

  “토드 씨는 줄곧 성에서 일하셨나요?”

  “음, 생각해보니 그래요. 철이 들고 일을 할 나이가 돼서부터는 항상 성에서 지냈으니까... 오히려 성에 들어오기 전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토드는 말을 마치고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거칠고 상처가 많은 손을 내려다보던 토드를 보며 베이커가 물었다.

 

  “토드 씨는 왜 요리사가 되셨어요?”

  “우리 때에는 성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급료가 엄청 높았거든요. 저도 원래는 목수네 집에서 태어났는데 기술은 가르쳐주지도 않고 부모님이 절 성에 보내버렸죠. 그때에는 도망치고 싶어서 몰래 불을 지를까도 생각했어요. 불을 한 번 붙이면, 성이 와르르 무너질 그런 장소를 찾아다니면서요.”

 

  베이커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토드는 오랜만에 옛 생각에 잠긴 듯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인가 요리를 하면 마음이 놓일 때가 많아졌어요.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가만히 기다리고 옆에 서서 지켜봐야 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런 순간들이 이어지면 끝내 즐거운 맛이 기다리죠. 아하하, 이렇게 말하면 부끄럽지만 제 아내도 그렇게 만났어요. 워낙 요리를 못해서 불안한 마음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이렇게 부부가 되었죠.”

 

  끝내 아내와의 결혼으로 맺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베이커는 어째 마음이 놓였다. 라시온의 식당에서 해장국을 먹었을 때나, 아침 대신 먹은 죽을 삼켰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다만, 정확하게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토드를 따라 걸었다. 그러고 있으니, 토드가 발을 멈추고 손짓을 했다.

 

  “여기가 루루의 방이에요.”

 

  이야기가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데려다주지는 않아도 되느냐고 베이커는 묻고 싶었다. 그런 장난스러운 생각을 집어넣고 있으니, 토드가 한마디 말을 얹었다.

 

  “지금 아내가 혼자 있을 거라서요. 지켜봐야 하니까 저는 먼저 가볼게요.”

 

  베이커가 목례하며 토드를 보냈다. 그런 뒤에 그는 조심스레 루루의 방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넘어오고 잠시 후에 문이 열렸다. 편한 복장으로 있던 루루는 베이커와 마주치고는 눈만 껌뻑였다.

 

  “용사님, 제 방에는 어떻게 오셨어요?”

  “아, 토드 씨가 안내해주셨거든요.”

  “흐음, 그래요? 근데 오늘은 별 일정 없으니까 그냥 쉬셔도 돼요. 몸이 근질근질하시면 데미안이나 바보 경비형제랑 대련 같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셔도 되고요.”

  “그런 게 아니라 좋은 생각이 났거든요. 닷슈 섬 부흥을 위한 슬라임 젤리!”

 

  베이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루루가 방문을 쾅 닫았다. 베이커는 놀라 물러나면서도 몇 번이고 더 문을 두드리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루루는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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