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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4. 말로는 할 수 없는 것
작성일 : 17-11-09 18:14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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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조야."

 

 

 내 옆에 누운 너의 다갈색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어린 나는 속삭였다.

 

 

 "너, 나 좋아해?"

 

 

 너는 잔잔한 눈으로 나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말 없이 입술을 겹쳐왔다.

 나는 이런 식의 너의 태도가 싫다는 듯 너를 밀었다.

 

 

 "말해줘."

 

 "……."

 

 "사랑해… 그렇게."

 

 

 너는 늘 답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늘 불안했다. 너와 안고 있으면서도 확인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그럼에도 늘 상황을 심각하게 끌어가지 못했던 것은, 그러한 너의 태도가 설마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 순간을 위한 왈츠 *

 

 

 날이 조금씩 차가워지는 밤, 누가 올까 심장이 떨리는 현관에서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집에 안 가?"

 

 "입 좀 다물어. 짜증나니까."

 

 

 어딘가 잔뜩 신경질적인 승조의 말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김도경은, 남자친구라는 애가 약도 안 발라줬냐."

 

 

 그가 퉁명스럽게 중얼거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가 한심하게 나를 보는 데에서야 나는 내 상태를 알았다.

 화장실에서의 혈전 덕분에 볼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눈과 입가는 터져 있었다.

 

 근처의 편의점에서 연고를 사온 승조가 신중하게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물론, 입은 멈추지 않았다.

 

 

 "넌 그 사람 많은 데서 싸우고 싶냐. 연예인이라는 자각이 있어?"

 

 "…나 지금 일방적으로 쥐어 터진 거 안보여?"

 

 

 부어오른 볼을 내밀며 말하자, 그가 무심히 약을 바르며 중얼거렸다.

 

 

 "쥐어 패달라고 독설 날렸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자, 더욱 짜증이 치솟은 듯 미간을 모은 승조가 말을 이었다.

 

 

 "가만 보면 너 취향 이상해. 겁도 없어? 맞고 싶어서 안달 난 애도 아니고."

 

 "넌 사람 괴롭히는 거 좋아하잖아. 너도 만만치 않거든."

 

 "우리 잘 맞나? 사귈래?"

 

 "…재미없거든."

 

 

 그제야 조금 웃은 승조가 약 뚜껑을 닫았다. 비닐봉지를 갈무리한 그가 집에 가려는 듯 짐을 챙긴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너, 나 좋아해?"

 

 

 정적이 흘렀다. 아. 나는 대답 없이 입술을 겹쳐오던 그 날의 너를 떠올렸다. 욱씬, 아파오는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나는 멈춰선 너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승조가 천천히 돌아섰다. 그는 무심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자의식 과잉. 네가 한 말이지?"

 

 

 내가 픽 웃자, 그 또한 입 꼬리를 올려 웃는다.

 

 

 "말 했잖아, 마음에 든다고."

 

 "……"

 

 "그러니까, 자꾸 자극하지마. 아까처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적당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말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입술을 겹쳐 오던 그 때의 너보다도, 마음에 든다는 말로 우리의 관계를 치부하는 너의 태도에서 오히려 애정을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나는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그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주 오래.

 

 

 

  *

 

 

 적당히 분위기 있는 클래식이 흐르고 있었다. 분위기는 깔끔했고, 음식은 반찬부터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간 것이 보였다. 깔끔한 그의 취향이 엿보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딘가 서먹하게 음식을 입 안으로 집어넣으며 눈앞에 있는 그를 힐끔 보았다.

 

 그는 묵묵히 밥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다. 나는 입 안에 있는 것을 넘기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도경 씨."

 

 "…."

 

 "김도경 씨?"

 

 

 어쩐 일인지, 대답하지 않는 그를 물끄러미 보다,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도경 오빠?"

 

 "응?"

 

 

 그쪽이었냐.

 

 내가 픽 웃자, 도경이 부드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있잖아요. 역시 아닌 것 같아서요. 이거."

 

 "맛이 없어?"

 

 

 눈을 동그랗게 뜬 그에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나는 거요. 아니다 싶어서."

 

 "그래? 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서, 불안하다.

 아직까지는 그저 흥미로 보이는 너의 마음이, 언제 진심이 되고, 언제 상처가 될 지 모르겠어서.

 

 그런 말들을 삼킨 채, 나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 이용하는 것 같고, 기분이 별로여서요."

 

 "말했잖아. 나도 재밌어서 하는 거라고."

 

 

 너는 언제부터 단지 흥미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나.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자, 반찬을 내 그릇 위에 덜어 준 그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승조, 요즘 여자 안 만나는 것 같더라."

 

 "…그래요?"

 

 "효과가 있는 것 같단 얘기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핏 웃으며, 도경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나랑 밥 먹어주고, 해."

 

 '그래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니까, 그걸로 됐어.'

 

 

 당신의 지나친 호의가, 따뜻한 배려가. 부디 사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좋은 만큼, 간절하게.

 

 

 

 *

 

 간만에 깔끔하게 그릇을 비웠다. 늘 소식하는 것이 습관이 된 나에게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늦은 저녁, 우리는 차를 타고 윤이 운영한다는 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도경의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김도경, 윤승조, 최윤을 필두로 한 이른바 꽃의 88 라인이라 불리는 모임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정식으로 그곳에서 소개되기로 했다. 도경의 여자 친구로서.

 

 

 "아직 아무도 안 왔나보네."

 

 

 도경이 중얼거렸다. 나는 익숙한 건물 외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과거에도,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차가 주차장에 부드럽게 주차되었다. 최윤의 가게는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안내받은 테이블로 향하는 도중, 나는 계속해서 가게를 훑어보았다.

 

 전체적으로 도시적이고 깔끔한 느낌에, 중간중간 원색의 꽃이나 화려한 장식품 따위로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주었다. 마음에 드는 곳이다. 개인실에 전시된 그림이 마음에 들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직원과 이야기를 한 도경이 입을 열었다.

 

 

 "윤이가 미리 주문을 안 한 모양인데. 웬일이지."

 

 

 시켜 놓자는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펼쳤다.

 

 윤은 이 가게에 있어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의 취향으로만 욕심 가득 전부 채워놓은 느낌이다. 적당한 와인과 메뉴를 고르고, 간단한 샐러드와 와인이 도착했다.

 

 

 "아, 언제 오지. 졸리다."

 

 

 도경이 기지개를 켜며 대뜸 소파에 드러눕는다. 어처구니가 없어 도경의 팔을 찌르자, 그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챘다. 잠시 당황해서 그를 내려다보자, 도경이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있잖아, 만약에."

 

 "…."

 

 "승조가 너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면, 그 땐 어떻게 할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어요."

 

 "요즘 보면,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럴 리가 없다. 그가 여자를 만나지 않는 건, 과거처럼 나를 만나지 않았기에 공백기가 생긴 것뿐이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내가 밀어내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일 뿐이다.

 

 

 "그럴 일은 없다고 해도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별 질문을 다한다 싶어 피식 웃다가, 나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만에 하나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과거는 바뀌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나는 정말로 그의 마음을 받아주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참을 수 없게 될지도. 씁쓸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런 내 얼굴을 응시하던 도경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입술을 만졌다.

 

 

 "무슨-"

 

 "입술을 깨무는 거, 습관이야?"

 

 

 어딘지 나른한 얼굴이다. 당황한 나머지 그 손을 밀어내지도 못한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때였다.

 

 개인실 문이 제법 시끄럽게 열리는 바람에 도경과 나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람들 사이 잔뜩 신이 난 얼굴의 윤. 그리고,

 

 

 "미루?"

 

 

 그가 서 있었다. 미묘한 얼굴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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