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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 :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17.11.4

더 이상, 용사가 물리칠 용도 없고 마왕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왕립 용사학교를 졸업한 신입 용사, 베이커는 닷슈 섬으로 파견을 떠난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용사 테마파크 건설?!

 
3편 - 술이란 무엇인가
작성일 : 17-11-09 14:32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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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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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이란 무엇인가. 혹자는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며 누군가는 패가망신의 지름길로도 부르는 게 술이었다. 기술이 발달한 곳에서야 증류주를 만들었으나, 도로 여건이 좋고 상업이 활발한 곳에서야 취급되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영지에서는 과일주가 일반적이었는데, 그것도 해안가나 섬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닷슈 섬과 같은 곳에서 술이라 함은 금과 비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엘리제의 술을 한 잔 뺏어 마시고 곧장 잠들어 버린 베이커는 가장 효율적으로 술을 섭취한 경우에 속했다. 다만,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에 머리를 깨부술 듯이 몰려드는 두통을 따지자면 가장 어리석은 축으로 볼 수도 있었다.

 

  베이커는 목구멍이 타는 것만 같은 갈증과 머리가 깨질 듯이 조이는 두통을 동시에 느끼며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는 균형을 잘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헤맨 끝에야 자신이 생전 처음 보는 방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인기척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다. 인기척을 낸 건 루루였다.

 

  “용사님, 잘 잤어요?”

  “네. 그런데 여기는 어디죠?”

  “앞으로 용사님께서 지내실 방이에요. 세탁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하니까 여기 바구니에 담아 놓으세요. 속옷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게 우리 성의 규칙이에요. 식사는 식당에서 다 같이 하는 게 원칙이고 설거지는 순번제에요. 음, 용사님 순서는 정해지면 알려줄게요. 그건 그렇고 속은 괜찮아요?”

  “조금 쓰리지만, 그럭저럭 괜찮아요.”

  “해장하러 갈래요?”

 

  베이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비틀거리며 루루의 뒤를 따랐다. 루루가 식당을 지나쳐 계속 걸으니 베이커가 의아해 발을 멈췄다. 그는 앞서가는 루루에게 물었다.

 

  “식당은 저기인데요.”

  “오늘은 마을에 나갈 거예요. 용사님에게 안내도 할 겸 해서요.”

  “아, 네. 어라, 그럼 어제 그 마차와 말을...”

 

  베이커는 어제, 중간에 더 이상 걷지 못했던 말과 자신이 직접 밀었던 마차를 떠올렸다. 그는 용사학교에서의 체력 단련과 같은 일상을 매번 보내야 하는 것인지 걱정스러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있으니, 루루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제는 운동 삼아 데리고 나간 거였다니까요. 오늘은 쓰지 않을 거예요.”

  “다행이군요. 그럼...”

  “당연히 걸어서 가야죠.”

 

  베이커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였다. 루루는 경쾌한 걸음으로 성을 나서 성문으로 향했다. 그 앞을 지키고 있던 피트와 닐이 손을 흔들어 그에게 인사했고, 뒤이어 걷는 베이커에게 목례를 했다. 닐이 먼저 베이커에게 말을 붙였다.

 

  “용사님, 속은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아, 그럼 지금 해장하러 가시는 거군요?”

  “그렇죠. 마을도 보고 오려고요.”

  “이런... 고생하시겠습니다.”

  “예?”

 

  영문을 몰라 베이커가 물었다. 그러니 피트가 닐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용사님. 동생 녀석이 헛소리가 주특기라서 그런 거예요.”

  “아, 왜 말로 할 수 있는 걸 꼭 주먹을 쓰냐?”

 

  닐이 바락바락 대들며 성을 냈다. 피트는 한숨을 쉬며 닐의 엉덩이를 걷어찬 뒤에 다시금 베이커에게 말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이 근처에야 하급 괴수도 다니지 않지만, 사람이 적은 만큼 야생 짐승이야...”

 

  피트가 말끝을 흐리며 베이커의 행색을 살폈다. 그는 제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용사님께서는 주먹으로 싸우는 편이십니까?”

  “아니요, 저는 칼... 아, 맞다. 배를 타고 오면서 괴수랑 싸우느라 칼을 잃어버렸거든요.”

  “음, 아무리 용사님과 루루라고 해도 맨손으로 가는 건 위험하죠. 자, 이 칼을 쓰세요.”

 

  피트는 아무렇지 않게 닐의 허리춤에서 칼을 낚아채고는 베이커에게 건넸다. 당황한 닐이 눈만 껌뻑이는데 피트는 딴청을 피웠다. 칼을 받아들고도 피트와 닐의 반응에 곤혹스러워 베이커는 발을 떼지 못했다. 끝내 닐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 가져가세요, 용사님... 침입자가 나타나 저를 죽이더라도 형은 자기 몸이나 알아서 지키고 다 하겠죠.”

  “아니, 그...”

 

  베이커가 망설이는데 루루가 그 뒷덜미를 잡아끌며 말했다.

 

  “자자, 다들 괜찮다니까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결말이에요? 갑시다, 가요.”

 

  결국 베이커는 루루에게 끌려 발을 뗐다. 그는 걸으면서 칼집에 난 고리와 끈을 이용해 허리춤에 칼을 매달았다. 그런 뒤에 그는 손잡이를 쥐고 칼을 살짝 뽑았다 다시 넣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루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용사님, 실력 좋아요?”

  “글쎄요, 자기 자랑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약하진 않습니다.”

  “흐음, 그럼 다행이네요.”

 

  루루는 걸으면서 이따금 콧노래를 불렀다. 딱히 말을 걸 내용이 없어 베이커는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그 소리를 감상했다. 매번 다른 곡조가 이어져 베이커는 귀가 즐거웠으나 그것도 잠시였고 한참을 걸으니 끝내 부르는 루루도, 듣는 베이커도 지겨워지고 말았다.

 

  걷던 중에 루루가 한 표지를 보고서 발을 멈췄다. 그는 베이커를 불러 세우고는 표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들어가면 안 되는 숲이에요.”

  “보호 구역인가요?”

  “아니요, 다들 정체는 모르지만 무시무시한 괴수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거든요. 이 근처에서 미아가 된 아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고도 하고요.”

  “음, 적극적으로 수색 작전을 하는 건 어떤가요?”

 

  베이커의 대답에 루루가 헛웃음을 지었다.

 

  “에이, 경비대장까지 병력이 세 명 밖에 없는 섬에서요?”

 

  루루가 다시 걸었다. 베이커는 표지와 그 너머에 있는 숲을 살짝 보았다. 나무들이 서로 엉킬 것처럼 빽빽하게 자라 그 너머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베이커는 마른침을 삼키고 루루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한참이 지나, 점심때가 되기 조금 전에 두 사람은 마을에 도착했다. 베이커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 말했다.

 

  “이제 속이 쓰린 건 가셨지만, 배가 고픈데요.”

  “제가 추천하는 식당이 있어요, 용사님도 마음에 드실 걸요.”

 

  루루가 다시금 앞장서 걸었다. 베이커는 뒤를 쫓으면서 마을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집은 많지 않았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도 적었다. 따로 길이 닦이지 않아 바닥은 그저 흙이었고 사이사이 질척한 진창도 있었다. 간혹 밖을 거닐던 사람 중에는 루루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도 있었고, 베이커를 유심히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허름한 목조 식당 앞에 루루가 멈춰 섰다. 간판도 없어, 루루가 설명하지 않았더라면 베이커는 끝내 식당인 줄 몰랐을 모습이었다. 내부 역시 겉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다. 베이커는 루루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른 손님은 없었고, 부엌에 있던 주인은 건들거리며 밖으로 나와 두 사람을 맞았다.

 

  “루루, 벌써 술이 떨어진 거야?”

  “맞아요. 어제 환영 행사가 있었거든요.”

  “환영 행사? 그러고 보니 앞에 있는 녀석은 뭐야? 본 적 없는 걸 보니 외지인인 것 같은데.”

 

  주인은 베이커에게 얼굴을 불쑥 내밀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베이커가 거기 위축되지 않자, 주인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베이커의 등을 두드리며 웃는 사이 루루가 말했다.

 

  “새로 온 용사님이세요.”

  “용사라고? 그렇군! 이렇게 젊은 용사를 보게 되다니, 반갑군. 반가워!”

  “아저씨, 저희 해장국 주세요. 그리고 그것도요.”

  “좋아, 조금만 기다려.”

 

  주인이 호쾌한 목소리를 내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베이커는 그에게 맞은 등이 얼얼했다. 그는 잠시 생각한 끝에 루루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루루 씨.”

  “그냥 루루라고 불러도 돼요.”

  “음... 루루 씨, 방금 전에 젊은 용사라고 하시던데요. 섬에 다른 용사가 온 적이 있나요?”

  “그럼요. 예전에는 거친 섬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은퇴했지만요.”

 

  뒤이어 베이커가 은퇴한 용사에 대해 물어보려는데, 주인이 해장국을 내왔다. 생각도 못한 속도에 베이커가 눈을 껌뻑였다. 주인은 전처럼 호쾌하게 웃으며 베이커의 등을 몇 번 두드렸고 곧 궤짝 하나를 꺼내와 바닥에 놓았다. 루루가 속이 꽉 찬 주머니를 주인에게 건네니, 주인이 씨익 웃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루루 씨, 이건 뭐에요?”

  “술이요.”

  “예?”

  “밖에서 들여오는 술은 비싸니까요. 이 집은 양조장도 겸하고 있거든요. 어제 용사님이 마신 술도 여기서 샀던 거고요. 자,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먹어요.”

 

  루루가 먼저 한술을 떴다. 베이커는 해장국을 내려다보며 표정을 찌푸렸다.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모습이었다. 국물 색은 울긋불긋했고 정체를 모를 고기가 들었으며, 냄새부터 매운기가 가득했다. 베이커는 고민 끝에 한술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아삭한 식감과 뒤이어 쫄깃한 고기 맛, 얼큰한 국물까지 맛보고서 베이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살면서 이런 맛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용사학교를 졸업할 때에, 국왕이 주최한 연회에 참석해서도 이런 음식은 먹을 수 없었다. 해장국에 빠져든 베이커는 허겁지겁 한 그릇을 비워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루루가 말했다.

 

  “맛있죠?”

  “네, 상상도 못했어요. 어떻게 이런 맛을... 아, 루루 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든지 물어봐요.”

  “은퇴한 용사님은 아직 살아 계신가요?”

 

  베이커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부엌에 있던 주인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의자에 앉아있던 베이커를 번쩍 들어 올렸고 빈 그릇과 그를 번갈아 보며 웃었다. 그러니 루루가 주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게 퇴역한 용사, 라시온이에요.”

  “예?”

 

  베이커가 놀라 자신을 들어올린 남자를 보았다. 퇴역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모습이었기에 베이커는 영문을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라시온은 그런 베이커의 모습이 우스운지 다시금 웃음을 터뜨리고는 베이커를 내려놓았다. 루루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그냥 아저씨지만요.”

 

  그런 루루를 두고 라시온이 베이커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어이, 후배.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 알았지?”

  “예, 예... 그러니까...”

  “와하하, 그냥 편하게 선배님이라고 불러.”

  “예, 서, 선배님...”

 

  베이커는 묻고 싶은 말이 더 있었으나 그냥 참기로 했다. 라시온에게서 나는 술냄새가 지독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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