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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광야에서
작가 : th쓰
작품등록일 : 2017.11.8

홀로 평원에 살아가던 사람이 평원을 가로지르는 낯선 일행을 만나 시작되는 이야기.

 
1-2. 마녀의 평원
작성일 : 17-11-09 13:57     조회 : 271     추천 : 1     분량 : 7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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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날 아침, 짐을 정리하고 말에 올라탄 나에게 여자가 말했다.

 

 “너 혼자 말을 타고 길을 안내하겠다고?”

 “그럼 어쩌라고?”

 “우리는 말이 없어.”

 

 나는 인상을 썼다.

 

 “말을 타야 안내를 하지.”

 “왜?”

 

 한숨이 나왔다.

 

 “말을 타지 않으면 다리가 부러지도록 걸어야할걸. 잘 모르나본데, 평원의 길은 고정되어있지 않아. 이 곳의 마물들은 바깥과는 다르게 대부분 서식지를 정해놓고 살지도 않고, 늪이나 땅 아래 사는 마물들이 언제 생겨났다 사라졌을지도 몰라. 평원에 정해진 길이 있으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평원에서 헤매다가 개죽음을 당하겠어? 마법사가 있어도,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평원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땅만 보고 길을 찾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지도만 볼 줄 안다고 길잡이면 당신들이 데려왔다는 마법사가 죽기 전에 평원을 빠져나갔겠지. 나는 너희의 세 배는 더 움직이면서 길을 안내할거다.”

 

 여자는 당황한 기색이다. 이 일행은 정말 평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모양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용감하고 무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달리 믿고 있는 구석이 있나? 할버드를 든 남자가 묵묵히 짐을 정리한다. 신관이 어물어물 웃으며 슬쩍 다가왔다.

 

 “아침 식사를 같이 하시겠어요?”

 “아니. 주변을 둘러보고 올 테니 댁들이나 먹어.”

 

 그대로 일행을 두고 말을 달려 자리를 벗어났다. 반 시간정도 주변을 살피다가 돌아오니 신관이 내가 먹을 아침을 챙겨두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은 식사를 끝낸 뒤였는데 신관은 나를 기다렸는지 반도 먹지 않았다. 말을 몰고 돌아온 나를 보고 신관이 반색하며 손짓했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신관의 옆에 앉았다. 여자가 혀를 찬자. 신관이 여자의 불퉁한 반응을 숨기듯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통성명도 하지 못했지요. 전 아르마디아를 섬기는 신관인 그라프입니다.”

 

 신관이 내민 오른손을 내려다보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신관들은 영 가까이 하기 꺼림칙했다. 신께 모든 것을 바치고 대가로 신성력을 얻는다니 지나치게 무모한 사람들이 아닌가.

 

 “레오스다.”

 

 어색하게 손을 거둔 신관이 웃는다. 내민 손이 무시당해 민망해하지만 저 치도 나중에는 나와 악수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마물사냥꾼 중에는 별종이 많으니 나도 그 중 하나라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여자가 툭 끼어든다.

 

 “그 정도는 받아주지 그래? 나는 아그나.”

 

 할버드를 든 남자가 그녀의 말을 받듯 따라 말했다.

 

 “케틀린.”

 

 어울리지 않게 예쁜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뒤쪽에 앉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젊은 남자를 보았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 웃어보였다.

 

 “이슈트반이다.”

 

 이슈트반. 평원을 지나는 수상한 사람치고는 고급스러운 이름이다. 나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이 남자의 이름이 상황에 안 맞는 요란한 가명이거나 국적을 숨긴 채 도망 다니는 무리일 가능성이 커졌다. 전자라면 참 못 지은 가명이라 하겠고 후자라면 깊게 엮이기 전에 적당히 돈을 빼내고 보내버려야겠다. 만약 저 이름이 진짜라도 이미 벗어나기는 늦었다.

 

 신관, 그라프가 건네주는 스프와 빵을 받았다. 스프는 묽었지만 빵은 속이 부드러웠다. 이로서 이들 일행이 부자임이 확실해졌다. 평원을 지나고 있으면서 빵을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었을 정도라면 정말 실력 있는 마법사가 함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행할 때 부드러운 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된 일행이라니, 귀족일 수도 있겠다. 나는 습관대로 묽은 스프에 빵을 잘게 잘라 넣고 스푼으로 저었다. 빵이라고는 딱딱한 돌 같은 검은 빵만 먹어왔기 때문에 생긴 습관이다. 천천히 스프와 빵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은 천막을 걷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빈 그릇을 넘겨받은 그라프가 말했다.

 

 “잘 드셨어요? 스프 재료가 좀 빈약하죠? 평원에 들어오고부터 예정보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식료품을 많이 써버렸거든요.”

 “맛있었어.”

 

 가볍게 대답하자 그라프가 깜짝 놀란다. 말안장에서 비스킷을 꺼내 흔들어 보여주었다.

 

 “나 먹을 음식은 있으니 앞으로는 내 것까지 남길 필요 없어.”

 

 두 명의 동료가 죽었다면서 식료품이 부족하다니 이 일행이 평원을 오래 헤매긴 한 모양이다. 내가 접근했을 때 냉큼 받아들인 꼴을 보면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쥐는 심정이었을까. 말안장에서 꺼낸 비스킷을 쪼개 입 안에 넣고 굴렸다. 여자, 아그나가 다가와 퉁명스럽게 굴며 말을 건다.

 

 “그건 뭐야, 쿠키? 먹을 것이 있는데도 우리 음식을 먹었어?”

 “그럼 내가 빈털터리로 평원을 돌아다닌 줄 알았나? 남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여서 참 미안하게 됐군.”

 

 툭 받아쳤다. 아그나는 분한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경계당하는 입장에서는 빈말로라도 기분이 좋다고 하고 싶지 않지만, 괜찮은 태도다. 여행을 할 때는 이렇게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한 법이다. 특히 소수의 사람들이 먼 길을 갈 때면 언제 어디서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니 낯선 사람에게 날카롭고 예민한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흉은 아니다.

 

 “말 한 마리만 끌고 다니는 수상한 놈이니 먹을 것도 없을 줄 알았지.”

 

 아그나는 턱을 치켜들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거만한 척을 하고 싶은지 팔짱을 꼰 자세로 이죽대는 표정을 짓지만 별로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엊그제 본 연극을 흉내 내는 동네 악동 같다. 나를 거지 취급하고 싶은 모양인데, 단어와 말투에서 지저분한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아서 우습기만 하다. 아그나의 말을 무시하고 말에 올랐다. 아그나는 인상을 썼다.

 

 “또 어딜 가?”

 “돈은 언제 줄 생각이지?”

 “뭐? 아, 더럽게 비싼 길안내비? 갑자기 왜?”

 “내가 받을 돈이잖아?”

 “도시에 가면 준다고 했잖아. 금화를 마흔 개나 들고 여행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선금으로 금화 열 개만 받지.”

 

 손을 내밀었다. 아그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나를 보기만 한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니 한결 성격이 순하게 보이는군. 그러나 혼자 한 생각이 무색하게 아그나는 곧바로 인상을 썼다.

 

 “뭐? 야! 널 어떻게 믿고 돈을 줘? 아하, 알았다. 너 돈만 받으면 말도 있겠다, 바로 내뺄 생각이지? 못 줘. 적어도 도시가 보이는 곳까지는 데려다줘야 할 거야.”

 “내가 바보로 보이나? 너희는 넷이고 나는 혼자인데, 너희야말로 도시에 가자마자 입 닦고 사라지거나 나를 위협하고 사라져버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지? 선금 없이는 안 가.”

 “너 지금 뭐랬어, 이 자식이 우릴 사기꾼 취급해?”

 “네가 먼저 했잖아.”

 

 말 위에서 내려다보자 아그나가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씩씩거렸다. 내버려뒀다간 내 말을 걷어차며 한 판 붙게 내려오라고 소리라도 지를 기세다. 참 기운찬 사람이군. 보아하니 이 일행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아그나와 그라프가 거의 다 맡은 모양인데, 어젯밤과 오늘 아침만 보더라도 아그나는 성격이 급하고 그라프는 안절부절못하기만 한다. 이 사람들은 아그나와 그라프가 일행의 의사를 대변해도 괜찮다는 건가? 뭐, 잠깐 보았다고 해서 이 사람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머지 두 사람, 케틀린과 이슈트반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이슈트반이 일행의 뒤쪽에서 짐을 챙기다 말고 나와 아그나를 보고 웃었다. 이슈트반이 손짓하자 아그나는 나를 노려보면서도 순순히 이슈트반에게 돌아간다. 이슈트반은 허리춤에 찬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보여주듯 흔들었다.

 

 “선금. 금화 다섯 개를 주지.”

 “난 열 개라고 했을 텐데?”

 “금화 열 개를 만난 지 하루 밖에 안 된 사람에게 줄 수는 없어.”

 

 소리 내어 혀를 찼다. 아그나가 이슈트반에게서 돈을 받아 내게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에는 들지 않는지 이슈트반을 노려보았다가, 다시 나를 노려본다. 내가 손을 내밀자 내 손바닥 위에 던지듯이 돈을 올린다. 신중한 경계는 좋은 태도지만 경계의 대상이 되자니 마음이 아프군. 물론 거짓말이다.

 

 일행이 짐을 다 챙기고 곧바로 길을 떠났다. 서두르되 너무 빠르지 않게. 길을 잘못 들어서면 돌아갈 수 있도록. 자칫하다간ㄴ 평원의 마물이나 사령에 발이 묶일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말을 타고 앞장섰다. 아그나가 너무 빠르다며 투덜거렸다. 나는 아그나에게 아침에 불었던 피리를 건네주었다.

 

 “뭐야?”

 “내가 네 시야에서 벗어나면 불어. 나는 못 듣지만 내 말은 듣고 반응할 테니.”

 “시야에서? 같이 다니지 않겠다는 소리야?”

 “방향을 제대로 잡으려면 계속 길을 확인해야 해. 그냥 내가 있는 쪽을 보고 걸어.”

 “피리를 불어도 네가 안 오면?”

 “금화 다섯 개 짜리 사기를 당한거지. 피리는 덤이고.”

 

 코웃음을 치고 말을 움직였다. 등 뒤로 아그나가 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야, 라니 예의가 없군.

 

 내가 예의 없기로 남을 탓하다니, 나를 키워준 사람이 들으면 박장대소를 할 일이다. 품 안으 금화 다섯 개를 만졌다. 위조는 아닌 것 같군. 선금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쉽게 돈을 내어주다니, 부자인 건 틀림없군. 돈도 많고 마법사(죽었지만)에 신관까지 있는 일행이 마녀의 평원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뭘까. 아마 저 아그나라는 여자는 귀족일 것이다. 거칠고 인색하게 굴지만 나를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는 티가 났다. 아니라도 최소한 준귀족이다. 평원을 벗어나 은행에서 돈을 받는 즉시 일행으로부터 멀어져야겠다. 귀족과 가까이 있어서 좋은 꼴을 볼 일이 없다. 나중에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도 모르니. 어차피 어떤 귀족이라 해도 평원에서까지 권력을 휘두를 수는 없다.

 

 아침 일찍 확인한 길 주변을 천천히 원을 그리듯 돌면서 이동했다. 길잡이를 자처했지만 마녀의 평원에서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원의 지형지물과 지평선은 어느 방향을 보아도 비슷하게 보이고 기준으로 삼을만한 인공물은 없다. 바위나 언덕, 나무를 기준점으로 삼기도 곤란하다. 평원은 규칙 없이 계속해서 변화하는데다가 평원의 마물 중에는 자연물로 위장해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함정을 파는 종류도 많다.

 

 위그다라는 마물은 등껍질의 색이 어둡고 칙칙한 이끼가 낀 바위와 비슷하다. 몸을 둥글게 말고 꼼짝도 않고 있으면 누구든 바위로 착각해버릴 정도다. 하지만 위그다를 바위라고 생각해 경계심 없이 옆을 지나거나 근처에서 자리를 잡는 순간 위그다는 큰 덩치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주변의 생물을 씹어 먹으려 달려든다. 말 그대로 씹는다. 강한 턱과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로 살점이고 뼈고 내장이고 가리지 않고 물고 으깨어 삼킨다. 혹은 그저 씹고, 바닥에 던져버린 채 내버려둔다. 죽은 동물이나 마물, 간혹 인간의 시체는 다른 먹잇감을 꾀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나 그저 버려지기도 한다. 위그다가 먹잇감을 먹지 않고 버려두는데 이유는 없다. 위그다는 며칠이고 한 자리에서 잠만 잘 수도 있지만 아무 일도 없는데 일어나 날뛸 수도 있다. 날뛰는 행동에도 마찬가지로 이유는 없다. 이유가 있다 해서 막을 수 있지도 않다. 마물이란 그런 법이다.

 

 위그다 같은 마물이 한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위그다를 마주치지 않더라도 평원에는 내가 모르는, 심지어는 전문적인 마물사냥꾼들도 알지 못하는 마물이 수두룩하다. 정말 위험한 마물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불러서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다. 사실 위그다는 바위고 뭐고 의심이 가는 자리는 전부 경계해가면서 오감을 곤두세우면 피할 수 있으니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니까, 평원에서는.

 

 하지만 아그나와 저 일행이 이런 지식까지 알고 평원에 발을 들였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한밤중의 평원에서 큰 소리로 나를 위협했던 사람들이다. 혼자 납득하고 아침 일찍 확인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먼 곳을 보고 대략적인 지형지물을 살피되 땅의 색, 미묘한 공기의 변화, 태양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혹시나 싶어 조끼 주머니에서 나침반을 꺼내 손에 올려놓았다. 나침반은 천천히 반 바퀴를 돌더니 난데없이 해 뜨는 방향을 가리킨다. 글렀군. 한숨을 쉬는데 나침반이 움직인다. 오른쪽으로 약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약간. 이번에는 천천히, 왼쪽으로 아주 조금.

 

 등골이 서늘해졌다. 좋지 않은 징조다.

 

 말머리를 돌려 왔던 길을 보자 아그나의 빨간 머리가 보인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머리색이라 편하기는 하네. 아그나를 향해 말을 몰았다. 위치만을 확인하며 길을 찾았던 방금 전과는 다르게 신중하게,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돌아갔다.

 

 “야! 그렇게 왔다갔다 움직이면 어떻게 따라가?”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아그나가 불만을 토로했다. 지당한 불만이지만 그렇게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나까지 길을 잃을 수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나 혼자라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도 길 잃을 확률이 줄고, 또 길을 잃더라도 며칠 평원에 더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편할 텐데.

 

 “내 이름은 야, 가 아니고 레오스야. 그리고 더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너야 말을 탔으니 당연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겠지.”

 “농담이 아니야. 길을 약간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뭐? 우린 바쁘다고!”

 “상관없어. 일단 이 근처에서 벗어나고 다시 길을 찾는다.”

 

 아그나가 인상을 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아그나의 표정이 흔들린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는지 일행의 맨 뒤에서 따라오던 케틀린이 할버드를 고쳐 잡았다. 이슈트반이 묻는다.

 

 “아그나의 말대로, 우리는 이미 충분히 시간을 지체했어. 길을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봐, 길잡이.”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강요를 해서라도 길안내를 시키리라는 의지가 보인다. 그래보았자 내가 말을 타고 도망을 가버리면 나를 잡지도 못할 거면서. 그러나 돈은 받아야겠기에 원하는대로 대답을 돌려준다.

 

 “죽으면 시간이고 뭐고 소용없지. 용이다.”

 “뭐? 진짜 용?”

 

 아그나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 근처에 용이 있어. 이 곳으로 올지 다른 곳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가까이 온다면 위험해. 말 할 시간이 없으니 일단 움직여.”

 “잠깐, 용이 정말 여기 있어? 그 용? 내가 아는 용? 불을 뿜고 날아다니는 용?”

 “불을 뿜을지 날개가 있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 화룡 피로스라면 불을 뿜겠고 비룡 세마라면 날겠지. 피로스든 세마든 만나면 우린 죽어.”

 

 초조함에 빠르게 말을 하건 말건 아그나는 환해진 얼굴로 탄성을 내질렀다.

 

 “용이 여기 있다니! 세상에, 내가 살다살다 용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미쳤나? 용을 보면 죽어.”

 “악룡 아벨도 아니고 보기만 한다고 죽겠어? 어떻게, 멀리서라도 볼 수 없을까?”

 “미친게 맞군. 용을 보고 싶다면 나와는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지.”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라프가 화들짝 놀라 나를 말렸다. 또 안절부절 못하며 눈치를 보는 모양새가 내가 당장에라도 화를 내며 달아나버릴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슈트반과 케틀린은 내 말을 믿는지, 아니면 허세라고 생각하는지 별 반응이 없다. 물론 나도 당장 이 일행을 버리고 도망칠 생각은 아니지만, 정말 용을 만나겠다면 즉시 도망칠 의사가 있다.

 

 “레오스 씨, 진정하세요! 물론 우리도 용을 보러 온 건 아니에요. 아니지요, 아그나 씨?”

 “아, 그렇지. 우린 바쁘니까. 하지만 아쉽네! 용이라잖아!”

 

 아그나는 완전히 펄쩍거리며 좋아하고 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고된 여행에 찌들어 지쳐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어린애 같은 표정이다. 용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그나는 완전히 흥분해버렸다. 정말 이 일행을 평원에 두고 가버릴 일이 생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얼굴도 아는 사람이 죽으면 괜히 찜찜하잖아. 이슈트반이 말했다.

 

 “일단 피하지. 네 말대로 죽으면 아무 소용도 없어지니까.”

 

 그 말에 나는 단숨에 이슈트반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 재수 없는 말투의 귀족.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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