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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아포리아
작가 : 윤소교
작품등록일 : 2017.10.30

(현대/판타지/백발남/신(GOD)여주/신화/미스터리)

가상의 서울에서 펼쳐지는 살아있는 신이 되어야하는 여자와 이름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전쟁이 사라지고 어느 때보다 긴 평화가 지속되는 현대의 서울. 수수께끼의 남자 번은 오늘도 도시를 떠돌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같은 건물에 있던 대국민적인 신 백아(伯牙)의 33대째 당주 수린과 조우하고, 그녀에게서 잃어버린 과거의 실마리를 찾게 되는데.....

이메일 : yoonsogyo@gmail.com

 
細雨
작성일 : 17-11-09 13:45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6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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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細雨

 

 

 백아(伯牙)가의 자택은 종로구 사직동에 있었다.

 

 집 뒤는 무성한 잡목림이 우거져있고, 담벼락엔 늘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가 늘어져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언뜻 보기에 평범한 고택이다. 소담한 돌담 안으로 들어가면 작지만 잘 정돈된 정원이 있고, 그 끝을 지나면 주인을 닮은 한옥 몇 채가 고풍스럽게 모여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의외의 곳에 자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들의 거주지역에서는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에.

 

 어째서 백아가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백악산이 아닌, 다른 곳에 자택을 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보통 자연신은 처음 터를 잡은 곳에서 죽을 때까지 사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백아가 가지고 있던 백악산의 소유권이 한국 전쟁 이후 정부에 귀속되면서 본거지를 떠나게됬다고 풍문으로만 전해지고 있었다.

 

 위세와 명성과 달리 백아는 상당히 폐쇄적이며, 소수의 집단을 이루고 있었다. 그건 그들의 지도자가 인간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간은 보통의 신보다 훨씬 예민하며 그만큼 많은 돌봄을 필요로 했다. 다행히도 자연신인 백아는 다른 신들과 달리 인간의 ‘소원’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그다지 많은 인력은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일은 대체로 나라의 기후와 관련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한해의 강수량과 장마의 시기를 정하는 일이다. 1년에 한번 용신제에 맞추어 백아는 내년의 기후와 비를 점치고, 그 보고서를 기상청에 넘긴다. 기상청은 백아가 넘긴 자료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환원하여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일기예보를 만들고 있다.

 

 그밖에 평소에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예민한 변화를 포착하여 기후재난을 예보하는 것이 백아의 주 업무였다. 물론 태초의 백아는 용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모든 기상을 다스릴 힘이 있었다. 하지만 용이 되지 못한 인간 백아는 그것의 하위격인 관측과 예보만이 가능했다. 그것이 몇 백 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녀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었다. 모든 신이 그렇듯 말이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조용하네요.”

 

 오랜만에 운동을 하고 있는 수린에게 용호가 말했다. 그 '사고'가 있었고 처음 하는 운동이었다. 수린은 검은색 레깅스에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가부좌 자세를 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고, 창을 열어놓아서인지 매트를 깔아 놓은 대청마루로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머리카락을 정수리까지 틀어올린 수린은 잠시 눈을 감은 채 바람을 느꼈다. 신도 노동법을 위반하면 감옥에 가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접어들 때쯤 그녀는 짧은 요가를 마쳤다. 그제야 수린이 용호를 돌아보았다.

 

 짙은 초록색 매트 끝에 걸쳐 앉은 점박이 토끼가 얌전히 앉아 쉴 새 없이 코를 벌름거리고 있었다. 문득 어째서 용호가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왔어?”

 

 수린이 용호의 목덜미를 시원하게 긁어주며 물었다. 토끼는 기분이 좋은지 가르릉 소리를 냈다. 용호는 낮잠 자는걸 좋아하기에 오전에는 거의 일하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다. 평소와 다른 이상함에 수린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용호는 망설이듯이 눈알을 이리저리 돌렸다.

 

 “공주님. 실은 경찰청에 다녀오는 길인데요.”

 

 순간 용호의 목덜미를 쓰다듬던 수린의 손이 멈칫했다.

 

 “형사에게 한 달 전 사건의 경위보고서를 받아왔습니다. 확인 해보시겠습니까?”

 

 토끼는 그녀에게 앞발로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다. 수린은 한동안 봉투를 열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노려보았다. 그러다 자못 아무렇지도 않게 용호로부터 노란 봉투를 받아들었다. 잘 매듭지어진 끈 고정을 푸니 몇 장의 투명한 파일이 나왔다. 가장 첫 장에 붉은 글씨로 미결. 이라고 크게 적힌 보고서가 눈에 띄었다.

 

 그 붉은 글씨로부터 수린은 내내 잊고 지냈던 일들을 떠올려야했다. 마음을 곧게 먹은 수린은 이제 자세를 완전히 실내로 틀더니, 손가락으로 팔랑거리는 종이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꽤나 진지했다. 빼곡히 쓰인 검은 글씨가 시간의 경과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제야 그 일로부터 한 달이나 지났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천천히 확인해보세요.”

 

 용호의 말에 종이에 눈을 떼지 않으며 수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린은 찬찬히 글씨들을 읽어내려갔다. 검은 글씨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묘하게 번,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두 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와 나누었던 대화와 그 날의 일들은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공기마저 생생히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래, 그 날.

 

 번과 헤어지고 무사히 권속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백아 가문에서 주최하는 자선사업을 위한 마지막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자택이 아닌 도심에서 이루어진 회의. 아수라장이 된 16층 컨퍼런스 홀의 복도의 끝에서 그녀는 갑자기 등장했다. 남아있는 자들이 자력으로는 안 되는 것을 깨닫고 막 정보부에 협력을 요청하려던 순간이었다.

 

 수린은 그저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으로 복도의 끝에서 돌아왔다. 아무 표정도 없었다. 차분한 투피스에 하나로 묶은 머리는 깔끔했다. 사라지기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직접 자리를 주선한 구청장의 얼굴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거의 새하얗게 바뀌기 직전, 사람들이 먼저 수린을 발견했다. 아니 백아의 출현을 발견했다고 보는게 좋았다. 검은 정장을 입은 수행원이자 권속들은 급히 그녀에게 뛰어갔다.

 

 “공주님!”

 

 “괜찮아.”

 

 수린은 곧장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녀의 말대로 눈가에 작게 물기가 묻어있을 뿐, 수린은 놀랍게도 무사했다. 패닉에 빠져 있는 수행원들의 얼굴들이 무색할 정도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수행원들 사이로, 용호가 가장 먼저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나 수린은 묵묵부답이었다. 고집스럽게도 아무리 그들이 자초지종을 물어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스스로도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었을 뿐이라고, 거듭 대답할 뿐이었다.

 

 분명 이를 두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그녀를 추궁하지 못했다. 애초에 경호에 구멍이 생겨서 벌어진 일이었다.

 

 놀랍게도 그녀가 현실세계로 왔을 때, 시간은 불과 몇 분밖에 지나지 않던 상황이었다. 솔직히 그 때 만큼은 수린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일정은 아주 조금 지체되어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서 그와 몇 시간을 보낸 게 무색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두 이 일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수린은 안도했다. 그리고 이 일이 정말로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도 번과 자신의 일은 추측하지도, 알지 못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녀의 예상은 들어 맞았다. 수린의 침묵을 끝으로 사건은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기밀사건으로 함구된 채 여기까지 왔다.

 

 수린은 번을 찾지 않았다. 마치 불문율이라도 되는 것처럼 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었다. 무심결에 찾지도 않기 위해 애써 기억에서마저 밀어내려했다. 그럴 정도로 철저했다. 어쩌면 그가 이 일을 꾸며낸 장본일지도 모르는데도. 자신이 유일한 목격자인지도 모르는데도 그녀는 그렇게 했다.

 

 그것만이 수린이 유일하게 번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내가 알아둬야 할 것이 있을까?”

 

 눈에 띄는 별다른 특이점을 찾을 수 없자 수린이 물었다. 어차피 경찰의 보고서는 형식적인 것일 뿐이다. 그녀는 용호가 정말로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 아침에 굳이 왔다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용호가 또 다시 망설였다. 그러더니 아예 가까이 와 종이 옆에 앉았다.

 

 “그것이 실은, 이 부분을 다시 봐주셨으면 합니다.”

 

 용호가 앞발로 가리킨 곳에는 구출 당시의 정황이 쓰여있었다. 구체적으로 권속들이 백아의 존재를 발견하고 결계를 부술 때의 상황이다. 그곳엔 ‘빛으로 길을 열었다.’라고만 간단히 쓰여있었다. 수린은 의미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기울였다.

 

 “여기 쓰여있는 ‘빛’은 출구로 인도하는 유도제를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백아를 보호하기 위한 공격 수단이기도 합니다. 일종의 살(煞)이죠. 그런데 이 것에 직격타를 맞은 존재가 있었어요.”

 

 그 말에 수린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용호를 응시했다. 한가로운 휴일의 한가운데서 생각지도 못한 폭탄을 건네받은 것 같았다. 그 순간 그 날 자신과 함께 있던 유일한 존재가 떠올랐다. 심상치 않게 변하는 수린의 표정에 용호가 변명하듯이 입을 열었다.

 

 “백아는 본래 중립을 지키고 평화를 중요시하는 신입니다. 하지만 그 날처럼 대놓고 위협을 가하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모두 합법적인 수단에 한에서...”

 

 “계속해봐.”

 

 수린은 저도 모르게 용호의 말을 자르고 본론으로 나갈 것을 명령했다. 꽤나 날카로운 목소리에 용호가 놀란 기색으로 수린의 안위를 살폈다. 수린은 무엇에 홀린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제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허락도 없이 무력을 쓴 것에 그녀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번 특정인에게 노출되면 특수한 처방이 없는 이상 고통과 함께 절대 몸에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둔갑을 해도 마찬가지죠. 아, 물론 자백만 한다면 바로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술법입니다.”

 

 “아무튼 이걸 토대로 경찰과 함께 범인을 찾아보고 있는데....”

 

 수린의 속도 모르고 용호는 고심하듯이 빙그르르 돌며 그의 생각을 전했다. 그녀는 잡고 있던 종이를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 놓았다. 빛속에서 불안정하게 호흡했던 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점점 일의 실상이 자명해지고 있었다. 그래, 아직은 만약, 만약의 문제다.

 

 하지만 살을 맞은 것이 범인이 아니라 번이라면?

 

 살을 추적할 수 없는 이유가 그이기 때문이라면?

 

 그래, 번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을 드러내려하지 않았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진전된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수린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날짜를 셌다. 이제 32일째. 자그마치 한달. 한여름에서 늦여름으로 바뀔 정도의 길다면 긴 시간이다. 만약에 번이 살에 맞은 게 분명하다면 그가 그 동안 어떻게 생활해왔을지 수린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불행히도 치료제는 약국에서 살 수 있는 흔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백아에서 만든 거니까. 순간 그녀는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잡아 누른 것처럼 흠칫 몸을 움츠렸다. 설마. 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아니라.

 

 드러낼 수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그 방약(方藥)은 어디 있어?”

 

 오랜 침묵 끝에 말문을 연 수린은 가장 먼저 그것을 물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예? 그건 자택 내에도 있습니다만...”

 

 의중을 알 수 없는 용호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러면 그 약이 외부로 반출된 일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수린이 물었다. 혹시 번이 어떻게든 손에 넣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용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 중요한 것이 아무 이유도 없이 외부로 반출될 일은 없었다. 용호는 갑자기 방약에 관심을 가지는 수린에게 의구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겁니까? 공주님."

 

 “..그렇게 위험한 건줄 알았으면 나도 가지고 다녀야할 것 같아서 그래. 혹시 모르잖아.”

 

 약간의 공백 끝에 나온 대답에다가 상당히 어색한 미소였지만 다행히도 순진한 용호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릴뿐, 곧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이라는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아아. 그렇네요. 몸에 지니고 계시는 편이 좋겠어요. 지금 당장 안내해드리도록 할게요.”

 

 문 쪽으로 뛰어가는 용호를 보며 수린은 바닥에 대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일단 한 고비 넘겼다.

 

 고비?

 

 그 순간 수린은 눈을 반짝 떴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바닥에 향해있는 검은 레깅스를 입은 자신의 무릎과 초록색 매트가 가지런히 보였다. 그녀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백보 양보해서 그가 살에 맞은걸 지금이라도 알았다고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니, 그건 커녕 그는 도움을 청할 생각도, 날 만나고 싶을 생각은 더더욱 없을지도 모르는데.

 

 난 뭘 ‘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수린은 무심결에 매트를 양손으로 그러쥐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고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러니 사실은 피하고 싶었다. 그저 어디선가 잘 살아있다고 믿으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싶었다. 그 날 일을 함구한 것만으로도 내 역할은 끝난 거라고. 구해준 것에 은혜는 다 갚은 거라고. 그래. 사실, 아닐 수도 있잖아. 모두 내 착각 일 수도 있잖아.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잖아...

 

 그러나 그 순간. 수린은 매트를 하얘질 정도로 꽉 움켜쥔 자신의 손등을 마주했다. 부들거리며 밉게 떨리는 팔과 난폭하게 일그러진 매트들이 보였다. 수린은 숨을 멈췄다. 그것들이 꼭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만 같았다. 겁쟁이. 무엇 하나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본 적이 없는 넌 평생을 그렇게 살라고.

 

 그런식으로 그러쥐어 보아도, 결국 손 안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용호야.”

 

 작은 목소리에도 귀가 밝은 용호가 복도의 저만치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처연할 정도로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한참을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던 수린은 용호가 되돌아올 기색을 보일 때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양손을 주먹 쥔채 묘한 표정을 지은 소녀가 자그마한 토끼를 바라보았다. 그의 품에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절실할지도 모를 작은 플라스틱 약통이 들려있었다. 그래. 비록 해피엔딩이 아닐 지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영에게 가봐야겠어.”

 

 수린이 선언하다시피 말했다. 영 소속 수행원. 그것이 어둠이 내려앉았던 빌딩의 복도에서 그녀가 발견한, 그에 대한 유일한 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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