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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9-1. 내 마음 속에 비친 내 모습 (1)
작성일 : 17-11-09 10:04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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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유재하)’ 中]

 

 “승객 여러분, 이 비행기는 방금 런던 히드로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3시 15분입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가 완전히 정지될 때까지 좌석에 그대로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내리실 때에는 잊으신 물건이 없도록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십시오. 오늘도 저희 항공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하오며 런던에서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승무원의 사무적인 목소리와 함께 열두 시간을 넘게 날아 온 비행기가 런더느이 하늘을 스치고,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착륙했다. 긴 비행 시간 때문에 졸고 있었던 승객들, 그리고 막 비행기 내에서 틀어 주는 (적절히 편집되고 검열된)’국가대표’와 연보라색 이불, 플라스틱 도시락에 싸인 기내식에 신물이 날 무렵이었던 진명과 효은은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행기 밖으로 나서니 차갑고도 눅눅한 바람이 불어 오고, 잿빛 하늘에 누군가의 눈물이 떨어지듯 빗물이 추적추적 떨어지고 있었다. 진명이 이미 각오했다는 듯 무덤덤하고 비장하게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고 있을 동안, 걸어 가며 슬쩍 창 밖을 바라보던 효은이 살짝 불평을 했다.

 

 “마, 비 윽수로 오네. 추적, 추적 오는 기 사람 맴을 싱숭생숭하게 한다 아이가.”

 

 “부산은 날씨 좋았지? 이게 전형적인 런던 날씨래.”

 

 진명의 의연한 대답에 효은은 잠시 컨테이너 벨트를 타고 흐르는 형형색색의 여행용 컨테이너들을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리며 이렇게 대꾸했다.

 

 “…고롬, 맨날 날씨가 이 따구가?”

 

 효은의 사투리가 진득하게 배인 말투가 마침 조금은 우스워서, 진명은 저도 모르게 약간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음…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난 뒤, 진명과 효은은 잠시 수하물을 찾느라 말이 없었다. 공항에는 역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런던, 더 나아가서 영국이라는 공간을 찾아 오고 있었다. 생생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들부터 젊은 남자들, 단체로 관광 온 듯 설렌 표정의 노인들, 다정해 보이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연인들, 그리고 기타를 등에 메고 홀로 휘파람을 불며 공항 출구로 빠져 나오는 금발 머리 소년까지. 진명은 자신의 작고 검은 트레일러 가방을 들어 올리며 그 소년을 유심히 지켜보았지만, 연보라색 트레일러를 막 뺀 효은이 집게손가락으로 진명을 아무 말 없이 찌르자 다시 현실을 직시한 진명은 돌아서 효은과 나란히 공항 출구로 향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여전히 사람이 북적거리는 공항 플랫폼을 나란히 걸어 나가며, 오른손으로 여행가방을 질질 끌고 나가는 효은은 짐짓 서운한 투로 입을 삐죽이며 말을 시작했다.

 

 “문디야, 옆에서 여자가 혼자 억수로 뼈빠지게 짐 빼는데 카만히 금발 머시마만 보고 있나?”

 

 효은이 그렇게 말을 하자, 진명은 순간 아까 보았던 기타를 메고 지나가던 금발 머리 소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 소년은 어쩐 연유로 그 곳에 나타났으며, 그 곳에 무슨 볼 일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갑작스럽게 나타난 총체적 미스터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진명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 보고 있는 효은의 안색으로 보아 이 분위기를 무마하지 않으면 정말로 어떻게 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진명의 직관이 그를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게끔 만들었다.

 

 “아, 미안. 왠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그리고 너 힘 세잖아.”

 

 “크래도!”

 

 “야, 가만 있어 봐. 가방 안 무겁냐?”

 

 효은이 낑낑대며 오른손으로 트레일러의 손잡이를 꽉 쥐고 살짝 비틀거리며 걸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진명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손을 내밀어 보았다. 효은은 싫지는 않은 듯 실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짐짓 아닌 척 고개를 저으며 여행가방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며 퉁명스러운 척 대답했다.

 

 “아, 됐다 마! 인자 와서 무신 새삼스럽게시리…”

 

 그리고 효은은 잠시 무언가가 생각난 듯,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다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내 배고프다.”

 

 잿빛 하늘 밑에 쭉쭉 뻗어 있는 런던의 대로 한 쪽을, 마치 글라이딩을 하는 백조마냥 우아하면서도 재빠르게 번쩍번쩍 빛이 나고 붉은 이층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차갑고도 상쾌한 강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것을 느끼며, 창가에 앉은 진명과 효은은 저 멀리 보이는 영국 의사당의 높은 시계 첨탑과, 엽서에서나 간간히 보던 타워 브리지를 건너며 널따란 템즈 강을 사이에 끼고, 간간히 흑백사진을 찍은 듯한 청회색 강물의 도도한 흐름을 역행하는 유람선들을 지나친 채 마치 원래 한 몸이었던 것마냥 조화롭기 그지없는, 고층빌딩과 지은 지 몇백 넌은 되어 보이는 오래 된 건물들이 공존된 거리를 고개를 휙후기 돌리며 보고 있었다. 이들은 비는 그쳤는지 빗방울이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고, 효은은 자기 세상 만난 듯 신나게 뛰어가면서, 멀치감치 보이는 관람차를 보며 어린애마냥 이렇게 소리쳤다.

 

 “여기 시내에도 관람차 있나? 마, 까리한데?”

 

 “응, 저건 런던 아이(London Eye)야.”

 

 진명이 그렇게 무덤덤하게 대답하자, 효은은 진명의 팔을 붙잡고 살갑게 계속 말을 붙였다. 그 모습은 왠지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연인에게 괜히 앙탈을 부리는 듯 사뭇 교태스럽다고 해도 맞을 것 같았다.

 

 “우리 밥 묵고 나믄 저 타러 가자. 참말로 재밌겠다 아이가.”

 

 여기가 무슨 어린이날이면 으레 와서 입구부터 길게 줄을 늘어뜨린 사람들 속에 휩싸여 진정한 ‘시간 죽이기’가 뭔지를 재조명해 주는 놀이공원이냐, 하는 생각이 진명의 뇌리에 스쳤지만, 사실 진명도 먼 거리에서도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내는, 새 천 년을 맞아 세워졌다는 관람차를 말로만 들었지 타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효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며 계속 새삼스럽지만 유달리도 고요한 거리를 걸어 갔다.

 

 오래 되어 보이는 유서 깊은 가게들, 이를 테면 누군가 영국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먹을 만 한 것이라며 혀를 내두르던 ‘피쉬 앤 칩스’와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어 파는 식당들, 골목길마냥 돌아다니며 벽에 오줌을 슬그머니 싸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어 가는 동네 강아지들이 어우러진 거리의 어떤 어귀쯤에서 이들은 매우 익숙한 노랫소리를 들었다.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최대한 감정을 절제한 듯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그 묘한 억양과 목소리에 중독되어 가는 것만 같은, 마치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몇 시간을 푹 고아 놓은 곰탕과도 같다고나 할까. 진명과 효은은 그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이역만리 타지의 거리 한 복판에서 곰탕이 끓여지는 냄새의 한 줄기를 맡은 듯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마치 그 소리가 시작되는 곳에 닿으면 뜨끈하고 새하얗게 잘 고아진 곰탕에 새빨갛고 먹음직스런 석박지를 곁들여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이, 그들의 발걸음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옮겨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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