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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은 내 운명
작가 : 김민주
작품등록일 : 2017.11.9

아빠가 물려준 목걸이 안에 용이 살고 있었던 것에 대하여.

 
1화. [어젯밤 유부녀] 여관
작성일 : 17-11-09 07:40     조회 : 384     추천 : 0     분량 : 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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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젯밤 유부녀 여관

 

 ‘어젯밤 유부녀’ 여관의 저녁은 수선스러웠다. 허름한 테이블 몇 개를 두고 약간은 미지근한 보리맥주를 파는 선술집 겸 여관. 사내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거라곤 주인장의 딸인 아리따운 여종업원 ‘길리’뿐이었지만 이곳은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였다. 칼과 도끼를 찬 거친 사내들, 눈썹 위에서 시작해 광대뼈를 가로지르는 흉터 따위는 코끝에 살짝 돋은 애교점 맹키로 생각하는 바운티 헌터(현상금 사냥꾼)들이 이 여관에서 얻어가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그것은 이 곳의 주인장이자 헌터 길드 남부 지점 사무장인 빌리가 제공하는 ‘환전 서비스’였다. 그리고 그 빌리는 지금 여관 문을 박차고 들어온 험상궂은 오크 한 마리 덕분에 꽤나 당황하는 중이었다.

 “학살의 오크, 쿤트!”

 무려 백만 골드의 현상금이 붙은 오크가 제 발로 헌터 길드를 찾아 왔지만 실내를 가득 메운 현상금 사냥꾼들은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다. 아니,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겁에 질린 눈으로 쿤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클클, 사냥꾼 조무래기들이 전부 여기 숨어 있었구나!”

 쿤트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길다란 톱날검을 들어 검날에 묻은 문지기의 검붉은 피를 두꺼운 혀로 핥았다.

 “날 사냥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 있다던데, 내 말이 맞나? 빌리.”

 “물론. 죄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고 아녀자들을 겁탈하는 네놈의 만행을 더 이상 묵과할 순 없으니까.”

 “오호라, 그렇게 나오시겠다?”

 여관 내부의 헌터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쿤트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추며 눈가에 탐욕스런 미소가 어렸다.

 “이리 와!”

 “꺄앗!”

 손님들에게 서빙을 하던 빌리의 딸 길리는 쿤트의 우악스런 손길에 강제로 끌려갔다.

 “제법 탐스러운 계집이구나. 흐흐.”

 “꺄아앗! 싫어!”

 쿤트의 거친 손이 길리의 잘록한 허리를 지나 풍만한 가슴에 닿으려 하자 길리는 벌레가 기어오는 듯한 느낌에 몸부림을 쳤다.

 “이 더러운 오크 놈!”

 보다 못한 헌터 한 명이 허리춤에서 칼을 뽑으며 호기롭게 나섰다. 하지만 가상한 것은 용기 뿐이었다.

 “커헉…”

 그는 전광석화처럼 휘둘러진 쿤트의 톱날검에 목줄기로 피분수를 뿜으며 뒤로 넘어갔다.

 “실력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클클, 또 덤빌 놈 있냐?”

 쿤트의 경멸어린 시선에 헌터들은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 뿐… 기껏해봐야 2,3만 골드 정도의 현상범을 잡는 그들로서는 ‘백만 골드’라는 금액이 걸린 쿤트는 다른 세상의 존재와 같았다.

 “자, 잠깐! 이봐 쿤트, 내가 길드 지휘부에 얘기해서 자넬 쫓는 걸 멈추도록 하겠네. 그러니 부디 내 딸만은…!”

 자신의 딸이 힘없이 희롱당하는 모습을 보자 다급해진 빌리가 외쳤다.

 “그렇다면 선택해라!”

 “무엇을…?”

 “네놈들 전부의 목숨을 이 계집을 위해 바칠지, 아니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년을 범할지. 선택하지 않는다면 너희들을 모조리 죽인 뒤 시체 위에서 겁탈 할 것이다!”

 “그런!”

 누가 들어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길리를 위해 모두가 죽는다 하더라도 이미 음욕에 젖은 쿤트가 길리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헌터들이 보는 앞에서 길리의 옷이 찢기고 흉한 꼴을 당하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악!”

 찌이익. 길리의 비명과 함께 그녀의 얇은 티셔츠가 반쯤 찢어져 새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길리야!”

 “어서 선택해라! 마지막 기회다.”

 “아아…”

 이대로 둔다면 길리는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게 된다. 애지중지 하며 곱게 기른 딸의 미래를 망칠 순 없다는 생각에 빌리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쿤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내 목숨으로는 안 되겠나? 부디 내 딸과 다른 헌터들은 살려주게.”

 “사무장님!”

 “말도 안 됩니다!”

 헌터들 중 몇몇이 강하게 반발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쿤트가 그들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 보내자 금새 꼬리를 내렸다.

 “크큭. 과연 헌터 길드 사무장답군. 하지만 그럴 순 없지.”

 “왜인가! 대체 왜!”

 “나는 분명 선택의 기회를 줬다.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어.”

 “말도 안 되는 선택지가 아닌가!”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내 호의를 거절했으니 모조리 죽인 뒤 이 계집을 범하겠다!”

 쿤트는 들고 있던 톱날검을 무릎 꿇은 빌리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톱날검은 멧돼지의 두개골이라도 부술 기세로 빌리를 향해 쇄도했다.

 “아빠아아아!”

 길리는 차마 아버지의 죽음을 볼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여관의 낡은 문이 열리며 웬 로브를 입은 사내 하나가 머리를 빼꼼히 들이밀었다.

 “실례지만 여기가 헌터 길드 남부 지점이 맞나요?”

 잠시 여관에 정적이 흘렀다. 너무도 심각한 상황에 나타난 해맑은 표정의 사내는 아무도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자 실내로 성큼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침묵은 강한 긍정이라더군요. 제가 맞게 찾아왔나 봅니다. 하하!”

 살인과 강간을 저지르려던 쿤트는 물론 빌리와 길리, 그리고 모든 헌터들이 멍한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내는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쿤트와 길리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놓여 있던 맥주를 덥석 집더니 꿀꺽꿀꺽 마셨다.

 “꺼으윽. 이 맥주 뭔가 미지근한 게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 맛이네요. 아, 혹시 이 맥주의 주인이신가요? 실례했습니다. 목이 너무 타서요.”

 사내는 맞은편의 헌터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근데 여러분들께선 뭘 하던 중이신가요? 연극 같은 걸 하시나?”

 사내는 맥주잔을 든 채 길리의 찢어진 셔츠를 유심히 보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어휴, 무슨 연극인지 모르겠지만 노출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저 여성분 가슴이 훤히 보이는데요… 아, 핥아보고 싶다. 츄릅츄릅. 억! 죄송해요. 마지막 말은 잊어주세요.”

 사내는 자기가 뱉은 말에 스스로 놀랐는지 벌떡 일어서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쿤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 막 즐거워지려던 참에 갑자기 나타난 젊은 놈이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2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이고 세 개의 마을을 불태워 ‘학살의 오크’라는 별명을 얻은 쿤트는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었다. 모두들 자신을 보면 두려워하며 머리를 조아리기 바빴는데 대체 이 놈은 뭐 길래 이토록 안하무인이란 말인가? 그게 아니면 그냥 미친놈인가?

 ‘로브를 두른 걸 보니 마법사 같은데…’

 쿤트는 빌리의 눈앞까지 가 있던 톱날검을 슬쩍 끌어당겨 공격태세를 취했다. 만약 사내놈이 마법사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가 주문을 영창하기라도 하는 날엔 아무리 강한 쿤트라 해도 당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무수한 사선을 넘어온 자신이지만 고위 마법사는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만약 5써클 이상의 베틀메이지(Battle Mage. 전투마법사)라면 절대 주문을 외우도록 해선 안 된다. 쿤트는 놈이 마법을 펼칠 기색이라도 보이면 바로 목을 달려버리기 위해 칼을 든 손에 바짝 힘을 준채로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안 보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길리의 가슴을 훔쳐보고 있던 사내는 쿤트의 물음에 화들짝 놀랐다.

 “아무것도 못 봤어요!”

 “뭐? 거짓말하지 마라. 실눈을 뜨고 조금씩 보고 있었잖아.”

 “제가요? 그럴 리가요. 난 가슴보다 엉덩이를 더 좋아… 아냐! 그만해요!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데 굉장한 연극을 하시는 모양이군요. 용사님께서 들고 계신 그 톱날검, 진짜 같은데요? 정말 멋져요!”

 “그러냐? 이 칼로 말할 것 같으면 나와 십년을 넘도록 함께… 으아아!”

 쿤트는 뭔가 사내에게 말려들어가는 듯 한 느낌에 퍼뜩 정신을 다잡았다.

 “닥쳐라 이 교활한 놈! 네놈은 누구냐니까!”

 “저요? 지나가는 1써클 마법사입니다만.”

 “푸하하하!”

 쿤트는 사내의 말에 허리를 숙인 채 배를 잡고 웃었다.

 “크하하! 1써클! 매직 미사일이나 쏘고 마나 쉴드나 치는 그 1써클 마법사 말이냐? 크하하하!”

 쿤트는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는 걸 느끼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토록 강한 자신이 고작 1써클 마법사 따위에게 경계를 하고 있던 것도 웃겼고, 주위의 헌터들이 녀석을 마치 구세주처럼 보고 있다가 1써클이란 말에 단박에 풀이 죽는 것도 웃겼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웃었구나. 제법 재밌는 놈 같아 보이니 넌 살려주마. 잡아다가 우리에 넣어두고 광대로 삼아야겠다. 크하하!”

 “전 살려 주신다구요?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시던 거였어요?”

 사내가 반색을 하며 물어왔다.

 “그렇다! 여기 있는 이 헌터 놈들을 전부 죽이고 이 여자는 겁탈할 것이다.”

 “왜죠?”

 “그야 이 녀석들이 날 죽이려고 추격조를 꾸리고 있단 소식을 들었… 으아아! 닥쳐라 이놈! 죽이건 살리건 내 맘이야!”

 “혹시 저 분도 죽이실 건가요?”

 사내는 무릎을 꿇은 채 멍하게 상황을 응시하고 있는 빌리를 가리켰다.

 “빌리? 어, 죽일 거야.”

 “잠시만요. 제 용무가 아직 남아서요. 금방 끝나요.”

 “무슨…”

 사내는 쿤트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품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빌리에게 공손하게 건넸다.

 “길드 가입 신청서입니다.”

 “아? 응… 1써클이라도 마법사는 언제나 환영이긴 한데…”

 대체 이 자는 뭐란 말인가? 남자의 행동은 빌리로 하여금 자신과 딸의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시점에 길드의 사무를 보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빠지도록 했다.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대량 학살이 벌어지려 하는 이 여관에서 이토록 해맑을 수 있단 말인가…

 잠깐의 고민 끝에 빌 리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강자이거나, 아니면 그냥 또라이거나.

 “서류가 잘못됐나요? 빈칸은 성의껏 채웠는데.”

 “서류는 완벽해. 근데 바운티헌터 길드인 만큼 현상범 한 명을 잡아와야 하거든.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거야.”

 “음…”

 갑자기 여관 안의 모든 눈동자가 쿤트에게로 쏠렸다. 쿤트는 갑작스레 수많은 시선을 받게 되자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외쳤다.

 “뭐야? 설마 날 죽이겠단 거냐?”

 실내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로브를 입은 사내가 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일견 기뻐 보이기도 하는 얼굴이었다.

 “오! 마침 여기 있는 오크가 현상범인가 보군요? 그럼 이 오크를 죽이면 가입 할 수 있는 건가요?”

 이제 웃기지도 않았다. 고작 1써클의 마법사가 감히 자신을 죽이니 마니 하는 헛소리를 하는 건 전사로 살아온 쿤트의 삶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었다. 아무리 미친놈이라 해도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다. 쿤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톱날검을 치켜 올렸다.

 “귀엽게 여겨 광대로 삼아주려 했더니! 요단강으로 보내 주…”

 칼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사내는 쿤트를 빤히 보며 웃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과 같이 해맑은 얼굴이었다. 그 표정은 칼을 휘두르는 쿤트로 하여금 미지의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나는 도망쳤어야 했다, 이 자는 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과 행동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었다.

 칼날이 사내의 목에 닿으려는 찰나, 사내의 손에서 날카로운 푸른 섬광이 날아갔다. 그것은 쿤트의 눈동자를 뚫고 뇌를 가른 뒤 두개골과 심지어 쿤트가 쓰고 있던 강철 투구마저 뚫어 버리고 여관의 천장에 박혔다.

 “컥…”

 쿵!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쿤트의 거대한 신형이 바닥에 쓰러졌다. 날아간 것은 1써클 마법인 매직 미사일이었다. 주문 영창이 필요하지 않은 기초 마법인 매직 미사일. 하지만 그 마법이 매직 미사일이란 걸 본 사람은 여관 안에서 빌리 뿐이었다.

 “이제 된 건가요?”

 “…!”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학살의 오크라 불리는 살인귀인 쿤트가 고작 1써클 마법에 쓰러진 상황은 길드 생활 30년째인 빌리에게도 황당한 것이었다. 이 소문이 퍼진다면 눈앞의 마법사는 순식간에 길드의 영웅이 될 것이다. 백만 골드의 현상범을 잡았으니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은 덤이다.

 “가, 가입을 축하하네…”

 빌리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자 사내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는 힘차게 흔들었다.

 “앤디 듀프레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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