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8-1. 텅 빈 오늘 밤 (1)
작성일 : 17-11-08 10:04     조회 : 599     추천 : 0     분량 : 442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게 우리의 끝이었나 사라지는 모습 바라볼 수밖에 없었나… ‘텅 빈 오늘 밤(유재하)’ 中]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동두천의 소요산에서 인천까지 운행하는 지하철은 한낮이라 그런지 조금은 한산했다. 내리쬐는 햇살이 수면제 노릇이라도 하듯, 진명과 효은이 몸을 실은 신도림역에서부터 꾸준히 열차가 닿는 역마다 지하철을 채우고 있는 승객들은 모두 나른하게 졸고 있었다.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 초여름의 노곤함과 권태가 씌워진 것만 같았다. 아, 단 한 사람만 제외하면 말이다.

 

 “사직 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두산 베어스 6차전입니다. 오늘 시구자는 광안대교에서 투신자살하려던 사람을 구해 부산시청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김용수 씨입니다. 1회 초 두산 공격입니다…타석에는 1번 타자 최주환이 서 있습니다. 네, 초구를 강민호 선수가 잡아 주고, 린드블럼이 다시 던집니다. 네, 시속 144킬로의 변화구군요…최주환 선수 공이 나갑니다! 외야 쪽으로 쭉쭉 나갑니다!!!! 네, 우중간으로 뻗는 깊은 타구입니다. 최주환 선수, 2루에 여유있게 도착합니다…”

 

 “아, 쫌!”

 

 전날 미처 보지 못한 야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이어폰을 꽂은 상태에서 보고 있던 효은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미간을 찌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다 창공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다 착지한 공을 중견수가 놓치는 장면이 포착되자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듯 울상이 되었다.

 

 효은이 미간을 찌푸리며 스마트폰을 확 꺼 버리고, 진명은 마치 놀이공원에서 풍선을 놓친 어린 동생을 달래듯이 무덤덤하게 어깨를 두드렸다. 진명에게 말 없는 위로를 받은 후 효은은 다시 스마트폰을 켰고, 이번에는 2번 타자인 류지혁 선수가 린드블럼이 자신을 향해 던지는 네 번째 공을 쳤고 우익수가 금세 공을 잡아 보내서 기쁜지 효은의 표정은 금방 밝아졌다.

 

 “이번 역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인천, 인천 역입니다. 내리실 때에는 차 안에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려 오자, 진명과 효은은 지하철 안을 떠나는 승객들을 따라 역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점심시간이라 역시 한산한 인천역 안도 그 곳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 가고 있다는 듯이, 그나마 역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른하고 노곤하고 권태로워 보였다. 그 장소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상할 정도로 묘한 고요함 사이로 진명은 효은을 이끌고 출구를 향해 나아 가고 있었다. 이들은 어딘가 급한 곳이라도 가는 듯 빠른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기에 속도감이 더 눈에 띄었다.

 

 “인자 인천으로 왔는데, 아는 사람은 있나?”

 

 인천역의 출구로 빠져 나오자마자 그 전까지 열심히 올라 오던 지하도 계단 쪽을 돌아 본 채 효은이 그렇게 말을 하자, 진명은 주위를 잠시 둘러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문득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효은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그렇잖아도 지금 그 사람에게로 가고 있어.”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 와서 반갑기는 한데 무슨 일로다가 찾아 온 거에요?”

 

 진명과 효은은, 차이나타운의 언덕길 골목 어딘가에 있는 한 조용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아담하고 소담스러운 숲 속 오두막이나 외딴 섬의 꼭대기에 있는 새하얗고 높은 등대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에서 그 둘을 앞에 마주하고 있는, 흰 바탕에 자주색 모란 무늬 앞치마를 두른 여자는 연변 억양이 조금 섞인 한국어를 쓰고 있었다. 검고 긴 생머리에 뽀얗고 동그스름한 얼굴, 얇게 진 속쌍꺼풀 아래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졌고 입술 옆에 복점이 있는, 전형적인 고전 미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여자의 이름은 황비연으로, 예전에 당시 중학생이던 진명과 어머니가 돈을 모아 모처럼 중국으로 관광 갔을 때 가이드이자 통역가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현재는 돈벌이를 위해 한국으로 건너 와, 자그마한 카페라도 차려 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을 하는 상태이다.

 

 “영국으로 유학 갔다는 김애란 씨를 알고 있나요?”

 

 효은이 진명을 대신해 일목요연하게 대답하자, 비연은 그들 앞에 놓여진 자그마한 유리잔에 연두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시원한 녹차를 노련한 솜씨로 따르며, 입가에 미소를 올리고 대답하였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행방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죠.”

 

 진명과 효은 사이에 스툴 하나를 가져다 대고 털썩 주저앉은 비연은 그 말을 끝냄과 동시에 자연스럽고 당당한 미소를 입꼬리에 활짝 피듯 올렸다. 진명은 비연의 그 태도를 보고 그녀가 김애란이라는 인물에 대해 뭔가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고 확신했는지, 이렇게 또렷한 목소리로 비연에게 물어 보았다.

 

 “비연 씨가… 김애란 씨하고는 어떻게 만났죠?”

 

 “그야 제가 영국으로 갔을 때… 그 여자가 정말 성함이 김애란 씨였는지, 유재하라는 한국 음악가의 애인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여자와 말을 잘 안 해 봤긴 했지만 같은 하숙집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거든요.”

 

 “하…하숙집?”

 

 비연의 대답을 듣고 진명과 효은은 차를 마시다 말고 이렇게 동시에 대답하며 뭔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냈지만, 비연은 당연하다는 듯 의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런던은 물가도 비싸고 집값도 비싼지라, 유학생들은 군식구가 하나쯤 더 늘어도 살림살이가 넉넉할 만한 집안에서 방을 구해 살아요. 비록 월마다 돈을 내야 하지만 그래도 아예 새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싸거든. 그 여자, 늘 제일 위쪽에 있는 방에서 살았어요.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는 학교라도 다니는지 집에 없었는데, 방에 들어 오고 나서는 30분 하고도 한 시간씩 플루트를 연주했어요. 솔직히 정말 듣기 좋았어요. 그리고 나서 30분쯤 쉬었다가, 여섯 시에는 저녁을 먹고 나머지 뒤치다꺼리를 하고 나서 꼭 저녁 열한 시 반에는 칼같이 잠을 잤어요. 처음에는 무슨 로봇인 줄 알았다니까. 그런데, 그 여자 말이에요, 잠들기 30분 전에는 매일 일기를 쓰더라고요.”

 

 “잠깐, 일기라고요?”

 

 그 때까지 행여나 기사에 쓸 것이라도 있는지 알아보려 참고하려고 일단 그 모든 것을 적어 놓았던 진명은, 비연이 말을 끝내자 따라 메모를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비연에게 물어보았다. 이에 비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책상을 탁 치고 대답했다.

 

 “그래요, 일기. 오늘 있었던 일 적는 거. 맨날 램프 켜 놓고,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더라고요. 혼자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자꾸 쓰면서 웃고, 씩씩거리고, 슬퍼하고, 콧물 훌쩍거리고, 아주 가끔은 숨소리 하나 안 내고 쓰기만 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휴, 그 여자, 평생 지을 표정 일기 쓰면서 지었던 것 같어."

 

 "아무튼 내가 장난으로 전기세는 언니가 깎아 먹는다고 하면, 그거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서 아주 그냥 애지중지하면서 아꼈구만 뭐 어쩌겠어요. 어느 날 그 여자가 비자 기한 다 채우고, 짐 싸고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더라고요. 그 때 나한테 그 일기장을 줬는데, 난 그거 필요 없다고 하니까 그 여자가 본인이 보고 싶으면 이거나 읽어 보라고 하는 거였어요. 그거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렇게 숨도 재빨리 들이쉬어가며 쉼 없이 주절거리던 비연은, 어느 순간 말을 멈추고 진명과 효은을 바라 보았다. 비연의 표정에는 설마 그 일기장까지 탐이 나는 건 아니겠지, 라고 무언으로 독백하는 듯 덤덤한 면모도 담겨 있었다. 모로 보나 비연은 그 일기장을 런던 하숙집 동료의 사소한 기념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진명의 직감에 확실시되어 가고 있었다. 결국, 진명은 비연의 앞으로 조금 더 고개를 뻗으며 이렇게 진지한 투로 질문했다.

 

 “”그거…혹시 지금 이 순간도 갖고 있나요?”

 

 “그럼요. 일하다가 심심하면 가끔 읽어 보죠. 그런데 이젠 나한테는 재미도 감동도 도움도 안 되는 거라, 상관 없죠. 애초에 남의 일기장 가지고 있어서 뭐 제대로 써먹을 게 있었나요? 그런데 진명 씨는 뭔가 쓸 일이 있는 거 같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대꾸하고 비연은 잠시 가방을 뒤지더니, 종이 낱장이 노랗다 못해 누렇고 하늘색 표지가 조금 너덜너덜해져 있는 수첩이 나왔다. 수첩 표지 위에는 정갈하고 단정한 글씨로 ‘일기장. Lancaster Uni., Dep. of Musical Ed.(랭캐스터 대학교 음악교육과) 김애란’이라고 씌여 있었다. 글씨체를 보면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고 하였으니, 김애란이라는 인물도 그 동안 부산과 서울에서 만난 나머지 두 ‘플루트 김’들처럼 점잖고 우아한 사람일 것이라고 진명은 생각했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아까부터 왜 저러고 있대요?”

 

 표지를 들여다보다 말고 의아한 듯 비연이 가리킨 쪽을 돌아 본 진명은, 그 시선 끝에 세상 모르고 카페 테이블을 베개 삼아 태연하게 졸고 있는 효은을 보았다. 비연은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툴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사라지고, 진명은 당황할 새도 없이 얼른 효은을 깨웠다. 단잠이 방해된 효은은 인상을 찌푸리며 진명을 잠시 쳐다 보았다가, 곧 몽롱한 표정으로 비연을 바라보며 죄송하다는 의미로 꾸벅 인사하고, 녹차 잔을 잡고 한 번에 내용물을 삼킨 후 일기장을 오른손에 꼭 쥔 진명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글에 대한 자세한 설명 2017 / 11 / 6 561 0 -
39 에필로그: 4개월 후 2017 / 12 / 1 370 0 4186   
38 11-4. 그대와 영원히 (4) 2017 / 11 / 30 315 0 1682   
37 11-3. 그대와 영원히 (3) 2017 / 11 / 29 304 0 4686   
36 11-2. 그대와 영원히 (2) 2017 / 11 / 29 299 0 4505   
35 11-1. 그대와 영원히(1) 2017 / 11 / 19 281 0 3994   
34 10-4. 비애 (4) 2017 / 11 / 12 277 0 3454   
33 10-3. 비애 (3) 2017 / 11 / 11 282 0 4342   
32 10-2. 비애 (2) 2017 / 11 / 10 271 0 5195   
31 10-1. 비애 (1) 2017 / 11 / 10 292 0 3929   
30 9-4. 내 마음 속에 비친 내 모습 (4) 2017 / 11 / 9 316 0 4455   
29 9-3. 내 마음 속에 비친 내 모습 (3) 2017 / 11 / 9 294 0 4054   
28 9-2. 내 마음 속에 비친 내 모습 (2) 2017 / 11 / 9 304 0 4692   
27 9-1. 내 마음 속에 비친 내 모습 (1) 2017 / 11 / 9 303 0 3420   
26 8-4. 텅 빈 오늘 밤 (4) 2017 / 11 / 8 280 0 2061   
25 8-3. 텅 빈 오늘 밤 (3) 2017 / 11 / 8 290 0 4784   
24 8-2. 텅 빈 오늘 밤 (2) 2017 / 11 / 8 306 0 3667   
23 8-1. 텅 빈 오늘 밤 (1) 2017 / 11 / 8 600 0 4428   
22 7-2. 우울한 편지 (2) 2017 / 11 / 7 301 0 4846   
21 7-1. 우울한 편지 (1) 2017 / 11 / 7 285 0 5640   
20 6-5. 우리들의 사랑 (5) 2017 / 11 / 6 270 0 3599   
19 6-4. 우리들의 사랑 (4) 2017 / 11 / 6 271 0 4952   
18 6-3. 우리들의 사랑 (3) 2017 / 11 / 6 283 0 4818   
17 6-2. 우리들의 사랑 (2) 2017 / 11 / 6 275 0 6091   
16 6-1. 우리들의 사랑 (1) 2017 / 11 / 6 286 0 5702   
15 5-2. 사랑하기 때문에 (2) 2017 / 11 / 6 288 0 4052   
14 5-1. 사랑하기 때문에 (1) 2017 / 11 / 6 271 0 4062   
13 4-4. 그대 내 품에 (4) 2017 / 11 / 6 320 0 3500   
12 4-3. 그대 내 품에 (3) 2017 / 11 / 6 282 0 6173   
11 4-2. 그대 내 품에 (2) 2017 / 11 / 6 280 0 4740   
10 4-1. 그대 내 품에 (1) 2017 / 11 / 6 288 0 581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