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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피해망상 로맨스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재벌 2세, 혹은 걸어다니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은 없습니다.
설정상으로만 평범한 여자 주인공도 없습니다.
그냥 대학생이 학교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복학생이 복학해서 대학생활 꼬이는 잡담같은 이야기입니다.

 
산으로 가도 뱃사공은 빠지면 안된다 2
작성일 : 17-11-07 22:07     조회 : 331     추천 : 2     분량 : 7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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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질대로 한다.’ 라는 말에서 성질, 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상당수의 사람들은 분명히 ‘성격’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를 떠올리겠지.

  그러나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의 성격은 정말로 천차만별이다. 김준환처럼 세상 낙관적으로 살며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얼빠진 놈이 있는 반면, 나처럼 세상 모두를 의심하며 지나치게 하나하나 헤아리는 피곤한 놈이 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성질’대로 했을 때의 모습은 대체로 같다.

  분노와 짜증이다.

  이건, 정수기녀와는 다른 의미로 나와 정반대였던 김준환과 나를 보면 안다.

  언젠가, 우리 둘이 대판 싸운 적이 있었을 때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제법 볼만했다고 한다.

  근육돼지 두 마리가 똑같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내뱉고 있었지. 그야말로 똑같은 놈들끼리 똑같이 싸워댄 거다.

  즉, 이런 게 성질이다.

  즉, 성질이란 것은 분노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분노를 삭히는 방법은 각자 다른 법이지.

  평소의 나처럼, 홀로 조용히 삭히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말 그대로 성질대로 하는 이들이 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말이지.

  “그래. 그렇게 말 하나하나 꼬투리 잡으며 살면 뭔가 자기가 우월해진 것 같지?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보면 꽤 논리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효과도 있지. 그런데 그렇게 사는데 친구 하나쯤은 생겼나 몰라?”

  이게 나고,

  “네가 어떻게 알아?”

  이게 정수기녀.

  감정이 격해지니 분노가 정신을 지배하고, 분노가 정신을 지배하니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어진 우리는 이제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었다.

  “아? 설마 있었어? 미안해. 절대로 없을 줄 알았어. 만약에 있다면 그 사람에게 잘해주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 친구 걱정하기 전에 네 친구나 좀 잘 다루지 그래? 하긴? 똑같은 놈들이니 맨날 그렇게 시끄럽게 방에서 술이나 퍼먹는 거겠지? 미안해 돼지에게 돼지의 관리 같은 건 맡길 수 없는 법인데.”

  그래, 이게 나다.

  상대에 대한 우호 쌓기를 내던져버린 나다.

  나는 인간관계 자체에 집착, 혹은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해도 나를 그냥 맘에 안 들어 하는 인간은 있다. 그리고 그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하는 사람 또한 있다.

  그런 사람에 한해서는, 나는 쓸데없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노력의 과정은 너무나 스트레스가 큰 데 비해서 무언가 얻을 것은 전혀 없는, 그런 쓸데없는 것이니까.

  차라리 그런 상대라면, 내 감정의 모든 것을 퍼부을 뿐이다.

  그나저나 돼지라고 해도, 지방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키가 크고 뼈가 굵고 운동을 많이 한 것 뿐인데 말야.

  끽해야 160대 중반 정도 키로 보이는 이 여자는, 그저 차지하는 부피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무조건적으로 돼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야~. 그나저나 아쉽네.”

  하지만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나는 비아냥거리기를 시전한다.

  “뭐가?”

  “네 친구 말이야. 그 상상속의 동물 같은 분.”

  “뭐?”

  “네 친구 같이 너 같은 성격파탄여자랑 친구해 줄 정도로 천사 같은 사람이 한명만 더 있었으면, 전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고도 남을 텐데. 그럼 내가 지금 너 같은 작자랑 국제 분쟁의 사례 같은 걸 조사할 필요도 없었을 테고.”

  그러나, 나의 비꼼에도 정수기녀는 전혀 화가 나지 않은 듯, 맞받아쳐온다.

  “아? 친구하니까 생각났는데. 네 친구 말야. 그 검은 근육돼지.”

  “그 돼지가 왜?”

  “그 사람도 참 불쌍하네.”

  “불쌍?”

  “너처럼 겉으로는 사근사근하게 말하면서도 수틀리면 바로 입이 더러워지는 인간이랑 친구가 되어서 말야.”

  “하하....... 원래 사람 사는게 그런 거 아니겠어? 적당히 좋은 모습 보여주며 사는거지. 너처럼 네 속을 전혀 알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쓸데없이 친절하게 속내를 보이는 것보단 나아.”

  “아 그러셔? 그것 참 잘 만난 친구네. 백근돼하고 흑근돼니까 외관상으로도 잘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나, 이런 나의 뻔뻔함이 의외였는지 그녀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러나, 동요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백근돼?

  아마도, 백색 근육 돼지를 줄인 말일 것이다.

  이 진짜로 망할 여자가.

  내 피부는 남자치곤 꽤 하얀 편이다.

  그렇다고 귀공자 과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고.

  어쨌든, 한때는 이것이 너무 싫어서 선탠을 해보기도 했지만, 실패였다.

  애초에 더위를 못 견디는 나고, 억지로 참고 버텨보기도 했지만 고작 몇 달만에 원래대로 복귀해 버렸다.

  심지어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도, 전역하고 얼마 못가 원상복귀.

  어렸을 땐 놀림거리였기에 콤플렉스였지. 게다가 내가 어쩔 수도 없는 거라 꽤나 스트레스라고.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놀려?

  좋아. 나도 치졸하게 나가주지.

  “하하하. 그나저나 어린애처럼 친구 가지고 놀리지 말고, 서로만 상대하자고 조지은씨?”

  “뭐?”

  “왜? 조지........은씨? 당신 부른 거야. 조오오지은씨.”

  “부르지 말라고 했지?”

  음. 효과는 굉장했다.

  그 예쁜 얼굴이 그렇게 일그러진 걸 보니 기분은 참 좋구나?

  “왜 그래? 조지은씨? 아, 너무 음절을 이어서 발음해서 그래? 따로따로 떼어서 불러주랴? 조, 지, 은, 씨.”

  “저급하긴. 역시 그 가면을 벗어던지니까 어지간히도 치졸하고 추잡한 게 튀어나오는 구나?”

  독설이 날아오지만, 마치 먼 거리를 날아온 화살같이 힘이 없다. 하하, 역시 이름이 콤플렉스지?

  사실 자기 이름 부르는 건데 왜 화를 내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나빠하니 다행이다.

  “에이! 왜 그래~? 부모님께서 주신 소중한 이름이잖아?”

  파악!!!

  눈앞이 하얗다.

  비유나 무언가의 묘사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리고 그 하얀 시야 사이에, 무언가 검은 것이 보인다.

  ‘카슈미르 분쟁의 주체는 인도와 파키스탄 외에도.......’

  내가 쓴 문장이잖아.

  “........”

  어지간히 분노한 이 여자는 아까 내가 건넨 프린트 뭉치를 내게 집어 던진 것이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지. 드라마처럼 물이나 커피를 뿌리는 것은 집에 갈 때까지 불쾌함이 지속되니까 차라리 고체를 던지는 것이 낫다.

  사실, 종이라도 맞으니까 아프긴 아프지만. 상관없다.

  내가 이겼다.

  처음부터 닥치고 주먹으로 붙는 거라면 모를까, 말싸움 도중에 욱해서 주먹을 날린 쪽은, 물리적으로는 타격을 주겠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결코 그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선, 누군가 보고 있다면 아마 먼저 폭력을 쓴 쪽은 몰리고 몰린 끝에 손이 나간 측으로 간주할 것이다.

  누군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설령 완전히 때려눕히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이 논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는 더러운 감각이 남아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감정적 동물이지만 동시에 이성과 논리를 원하는 동물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직 따끔거리는 얼굴을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

  “그래, 좀 속이 풀렸어?”

  “닥.......쳐. 네가 뭘 알고 지껄.......”

  “알 필요가 있나? 내가 왜 당신을 알아야 해?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네 속마음은 아무도 안궁금해 해. 그러니 성질 좀 죽이는 것이 어떨까?”

  “네가.......우리 집.......아니, 나에 대해서 그 따위로 지껄여? 뭘 알고? 왜 그 따위로....... 다들.......”

  음, 보기보다 위험하다.

  그냥 성깔 나쁜 여자인 줄 알았는데 히스테리 증세도 있었나?

  하지만 내 알바 아냐.

  넌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내 정신을 그 따위로 짓밟으려고 했으면서, 나에게 배려를 바라는 거냐?

  “그 따위로 지껄이는 것을 바랬으면, 먼저 그 따위로 지껄이지 마셨어야지. 아니, 그 따위 행동은 하지 마셨어야지.”

  “행동? 내가 뭘 했는데?”

  “뭐?”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아, 그래. 저번에 오해한 건 내 잘못이지. 그런데, 그 전, 네가 날 고깝게 보는건 그 정수기에서 부터지?”

  뭐야.

  왜 눈물이 맺힌 건데?

  맞은 건 나거든?

  그나저나,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길래 스스로는 안중에도 없었을 줄 알았는데, 용케 기억하고 있구나.

  “그건 네가, 너희가 잘못한 거잖아.”

  “뭐라고?”

  “너네같이 커다란 것들이, 정수기 하나 둘러싸고 노닥거리면, 뒷사람은 어쩌라는 거야?”

  “.......”

  “너희만 목말라? 너희만 급해? 정수기 전세 내셨어?”

  “.......”

  그래, 음....... 그래.

  “나도 목이 말랐고, 처음엔 얌전히 기다리려고 했어. 그런데, 너흰 너네 이야기하면서 느긋하게도 마시더라?”

  비겁하게도, 나는 막상 내가 말로 몰리자 그냥 반감만이 치솟았다.

  “.......그렇게 상대를 잘 알아? 사람을 왜 멋대로 헤아려?”

  “뭐라고?”

  “네가 뒤에서 말 한마디 하지 그랬어? 계속 그러고 있으면 민폐라고. 지금은 이렇게 말 잘하면서? 왜 속단해?”

  안다. 덩치 크고 인상 나쁜 남자 두 명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무서워할 무리에다 대고 이 조그만 (물론, 내 기준에서) 여자가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길 바라는 것이 이상한 거지.

  그냥 이건, 말싸움에서지지 않기 위한 내 억지다.

  참 이상도 하지. 평소엔 이런 다툼은 억지로라도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려고 기를 쓰는데.

  어떻게든 상대에게 맞춰주고, 상대가 가질지도 모르는 적의를 없애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주제에, 왜 이 정수기녀를 상대론 그러기 싫은 것일까.

  그리고 속단, 상대를 헤아려?

  웃기고 있네 이광진.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리냐.

  “속단? 그러는 너는?”

  “뭐?”

  “저번에 내가 네가 날 쫒아왔다고 오해했을 때, 넌 처음부터 한마디로 그 상황을 멈출 수 있었을 거야. 쫒아온게 아니라 너도 여기 산다는 말 한마디면, 내가 그렇게 헛소리를 길게 주절거릴 필요 없었겠지.”

  “.......그래서, 네가 말해놓고 나한테 화살을 돌리는거냐?”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이 여자가 다음에 할 말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일부러 말하게 내버려둔 건 아니고?”

  “.......”

  제 3자가 본다면 이 여자가 영락없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내가 제일 잘안다.

  실제로, 그 상황에선 내 말 한마디면 길게 갈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은연중에 그것을 피하고 있었다.

  상대의 말을 끊기 싫어서? 혹은, 상대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을 만한 변론을 골라?

  아니, 그건 내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여자와의 기싸움, 혹은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녀가 실언을 하는 것을 기다렸던건 아닐까?

 

  나는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한편, 불쾌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는 내 머리통을 향해서, 정수기녀는 계속해서 말을 쏟아냈다.

  “그렇게, 아, 나는 다 안다. 네가 뭐라 지껄이던 어차피 내가 옳으니까 적당히 어울려주마, 하는 태도로.......”

  콰앙.

  테이블위의 커피가 찰랑인다.

  거구의 남자가 테이블을 내리쳤는데 안 엎어진 것이 용하군 그래.

  “하하....... 너야 말로 뭘 알아? 누가 누굴.......”

  시X.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진다. 눈물이 맻힌 예쁜 눈과 내가 반쯤 감은 눈이 마주치고 불꽃이 튀는 것 같다.

  그때, 누군가가, 정말 상황파악 못하는 것이 이럴 땐 정말 감사한 누군가가 끼어든다.

 

  “오오올!! 이꽝!!”

 

  이런 분위기에 이런 설명을 하는 것도 초를 치는 것 같지만, 일단 참고삼아 말해두지.

  ‘이꽝’이라는 것은 내 별명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별명.

  대한민국의 내 또래 젊은이들은 다들 정신 수준이 비슷비슷한 건지, 내 이름을 이상하게 비튼 이 별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되었다.

  심지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도,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가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전혀 연결점이 없는 것들이 같은 별명을 붙여대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별명이라는 것은 그럭저럭 친한 사람들 끼리 부르는 거겠지?

  그러니 방금 이 해괴한 별명을 부른 놈은 나와 친한 놈이겠지?

  그래, 김준환 이 병X이다.

  “아, 안녕하세요!”

  옆에서 활발하게 인사하는 것은, 내게서 김준환을 조금이나마 떼어내 준 은인이자 김준환의 여자 친구, 서윤아 양이다. 두 사람은 언제 들어온 것인지, 커피한잔 씩을 들고 서 있었다.

  “너네 여긴 왜?”

  잠시 얼이 빠져 물었다. 뻔한 대답이 돌아올 것을.

  “윤아 커피 들려서 수업 보내려고!”

  “에헤헤.......”

  그래 참 보기 좋네. 지금 내가 이 빌어 처먹을 여자랑 감정을 맞부딪치고 있지 않았다면 조금쯤 흐뭇하게 축복해줄 텐데 아쉽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열....... 드디어? 혹시?”

  무슨 말 하고 싶은 줄 알겠어 친구야. 그러나 네게 눈이 있다면 조금 상황을 봐, 그 전에 상대의 얼굴을 보라고. 이 병X아.

  그러나, 일단 이 말은 속으로 삼켜야지. 이 놈을 배려해서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서윤아양 입장에선 자기 남자 친구가 쌍욕을 듣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으니까. 일단 좋게 좋게 이야기 해서 보내야지.

  “야....... 지금 좀 바.......”

  “그래 바쁘시겠지!”

  미묘하게 말꼬리를 위로 올리며 떠는 것도 기분 나쁘고, 그냥 이 눈동자를 오징어 먹물로 채운 등신이 기분 나쁘다.

  “하하! 안녕하........응?”

  그래, 드디어 상대 얼굴을 봤구나? 그리고 울먹이는 것도 봤겠지?

  “으음.......엉? 야? 너 얼굴!”

  갑자기 내 얼굴을 보고 놀라는 김준환.

  “뭐? 나? 내 얼굴?”

  “너 이마 한가운데 임마!!”

  “??”

  손을 가져다 댄다.

  왠지 축축한데?

  그런데, 왜 내 앞의 정수기녀 얼굴이 새파래졌지?

  왜 뒤로 물러나려고 하지?

  “.......”

  빨갛다.

  피다.

  아, 그랬지 A4용지 다발에 얻어맞았었지.

  지금 나는 머리가 꽤 자란 편이니까, 아마 앞머리에 가리기라도 한거겠지. 그래서 나도, 저 여자도 눈치 채는 게 늦었을 지도 모르겠네.

  그나저나 얼마나 예리하게 던졌으면 머리칼을 뚫고 상처를 내냐?

  “하하! 슬슬 가자 윤아야!”

  이제야 뭔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김준환 자식이 여자 친구를 붙잡고 나선다.

  “응? 왜 그래?”

  “음! 일단 우린 가자고!”

  “잠깐? 아는 사람?”

  눈치가 참 빠른 서윤아씨, 그러나 이상한 오해라도 한 것인지, 가게를 나서며 집요하게 준환이 놈에게 들러붙으며 추궁한다.

  꼴좋다 등신아.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분위기가 애매해졌는데.

  차라리, 아까처럼 과열된 상태라면 마구잡이로 내뱉기라도 할 것을, 지금에 와선 그러기도 뭣하다. 게다가, 이제 와서 예의를 차리기도 힘들다.

  젠장할.

  “.......”

  갑자기, 상대가 일어선다.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수기녀는 아까 본인이 던져버린 프린트를 포함해서 자기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미.......”

  “뭐?”

  “미안.......”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카페를 나가버린다.

  “.......”

  그렇게, 나는 테이블에 혼자 남겨졌다.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의 말을 떠올린다.

  “아.......씨X. 진짜.......”

  그렇게 한숨을 쉬고, 나는 내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통화목록 맨 윗줄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물론, 김준환이다.

  그리고 내가 말한다.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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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1-08 05:33
 
그러게 여자를 왜 울려요? 꿈잼이다! 이꽝!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null 17-11-08 21:13
 
고의는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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