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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신-외피와 내피-
작가 : 강서진
작품등록일 : 2016.8.29

어떤 한 남자를 찾아가는 옴니버스식의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16-08-29 16:46     조회 : 692     추천 : 0     분량 : 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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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삼사월의 서울은 모래가 진득이 묻어나는 바람으로 희뿌옇게 빛나고 있었다.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별빛은 모두 숨어버린 채 달빛이 흩어져 내리는 밤. 사각의 건물이 군데군데에서 나를 막아선다.

 

 퇴근길의 네온사인은 노란 바람을 내 눈으로 볼 수 없게끔 했지만 그 노란바람은 내 코와 귀와 눈으로 들어온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기침을 콜록거리며 뱉어내었다. 어릴 적에는 없었던 알레르기도 날이 갈수록 심해져와 나는 콧물과 두통과 기침을 견뎌내고 있었다. 나는 싸우고 있었다. 싸울 수 없는 그들과.

 

 가는 길에 마트를 들려 물건을 산다. 그렇게 물건을 사는 동안, 나는 물가가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만다. 주식을 하는 동안 경제에 잠깐 관심을 가졌을까. 그 밖엔 세상 돌아가는 것을 외면하고 숨 쉬는 대로 살아오고 있었다. 누군가 언성을 높이고 싸움을 할 때는 휘말릴까봐 외면하는 것이 십중팔구로, 나는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평화로운 성격인 것 같았다. 그런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건 너무한 것 아니야.’할 때에는 이런 물건을 살 때, 그런 상황에서밖에 없었다.

 문득, 누군가가 20대를 비난하던 글 조각이 떠오른다.

 

 가끔씩은 스스로가 한심해질 정도로 나는 지극히 평범했다.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거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 그저 무난하게 대학까지는 진학했고 여자로서 대학진학 중에 한 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으며 어떻게 취직은 되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보내고 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이 회사에 취직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에서는 견디기 힘들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적인 일은 그 것 뿐이었다.

 

 그 뿐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민주화 투쟁이 일어났으며…… 나는 그 것들을 보며 짧게 생각은 하지만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다시 나에게 집중한다. 나는 아마도 나 자신 이외의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야채코너를 돌며 미간을 찌푸리는데, 주머니에 웅웅거리는 진동이 약하게 느껴졌다. 친구들의 성화에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참이다. 카카오 톡의 채팅창에 새 글이 떠있다는 소식이 와있었다.

 

 -술 마시자!

 

 경민이었다. 꽤 오래된 친구이면서, 나에게는 의지가 되는 친구였다.

 

 -오늘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속이 안 좋아.

 

 -그럼 안 되겠네. 그래도 야, 옆에만 있어주면 안 돼?

 

 경민은 강할 때는 몹시 강하지만 약할 때는 몹시 약했다. 외강내유의 전형이라고 해도 좋았다. 손해를 보고 살아가는 부류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 삶의 방식이, 사랑이나 애틋함을 띠는 것이 아니라 냉소를 띠고 있는 것은 특징적이라고 할만 했다. 타인에게는 지독히 냉정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선량하기 그지없다. 어쨌든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었다.

 

 -알았어.

 

 나는 몸이 몹시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채팅창에 놓인 사람들의 목록을 쭉 훑어보는 순간, 내가 아는 사람은 이토록 많은데 나에게는 아무도 없구나하는 실감이 번뜩이며 스쳐지나갔던 것이다. 최근에 연락한 사람들은 안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람들뿐이었다. 경민 외에는.

 

 요즘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바쁘게 사는 듯 보인다. 물론 그들도 연락이 와서는 “너 요즘 왜 이렇게 바쁘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는 느긋했다. 서로는 서로를 바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연락은 점점 띄엄띄엄해졌다.

 

 나는 마트에서 고르던 몇 개의 제품을 전부 내려놓고 바로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경민이 오라고 했던 술집으로 향한다.

 

 

 

 약속한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했다. 왁자지껄한 소음에 가리어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소음이 병풍막이가 되어 우리가 어떤 말을 하든지 한 마디도 밖으로 새어나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동안 경민은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하고 있었다. 본래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사람이었기에 나 역시 묻지 않았다. 나는 잠자코 있으며, 나오는 주제에 말을 맞추어갔다.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 가벼운 농담, 시사, 상식. 북한의 침입이 있으면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는 그러한 것들을 즐겁게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일어서는 순간, 우리들은 매우 즐거워져 있었고 고민이나 어둠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옅어져 있었다.

 

 경민과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버스를 탔다. 나는 운 좋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버스 안에 앉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시간활용법을 가르치는 강의를 수없이 들었고, 지금 이 시간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창에는 내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나는 그 창으로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그 사람의 비친 얼굴을 보았다. 우리 모두는 다 같이 무심하게 서있었다. 안개에 가리어진 별빛 아래서 우리는 다 같이 무심하게 서있었다. 나는 피곤함을 느꼈다. 어느덧 집근처의 정류장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쓰러지듯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경민을 만나느라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는 것을 깜박했던 것이다. 술을 마시고 안주로 제법 든든하게 채운 배였지만 갑자기 식욕이 일었다. 배가 부른 채로의 식욕이었지만 나는 제대로 억제하지 못한 채로 거실을 서성였다.

 

 

 

 나는 곧 먹을 곳을 생각해낸다. 약속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애매하지만 화요일 저녁에는 대부분 어느 술집에 가있었다. 약속은 아니지만 화요일마다 누군가를 만났다.

 

 그리고 지금 생각난 것이지만, 오늘은 화요일이었다.

 

 ‘그 곳에 갈까?’

 

 나는 일어섰다. 그 곳에 가는 것은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어쩌면 만나고자하는 그도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약속된 것은 아니었기에 어쩌면 그 곳에 없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암묵적인 약속이었으며 배도 고팠고, 가만히 있기에는 심심한 저녁이었다.

 

 “준비해야지.”

 

 나는 탄식처럼 내어뱉고 화장실의 불을 켰다. 옷을 한 겹씩 벗자 어느새 가슴부근에 나있는 흉측한 상처가 거울에 비친 채 이를 드러낸다. 그 것은 꼭 흉포한 물고기나 흉포한 뱀의 입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친구인 경민은 그래서야 결혼이나 하겠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목욕탕을 가기 싫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생활하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었고 호기심으로 어디론가 달려갈 때에, 달려간 곳에서 싸움이라도 나면 문양이 의식되어 자동으로 움츠리고 몸을 사리게 만들어주곤 했다. 그 것은 호신의 문장이며 마법의 문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것 하나가 더. 그 흉터가 생긴 이후로 목에 이상한 문양이 하나 생겼다. 문양은 불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날개 같기도 했으며 또 유심히 보면 눈을 홉뜨고 있는 악마같기도 했다.

 

 스스로 타투를 한 적은 없었다.

 

 아무튼.

 늦은 시간이지만 그 술집은 문을 열었을 것이다. 아마. 투툭. 나는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에 창밖을 보았다. 먹먹히 낀 안개의 수증기가 빗방울로 변해 세상에 내리고 있었다. 적막한 밤이다. 금방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우산을 꺼내들었다.

 

 나가려는 때에 전화가 거칠게 울렸다. 받지 않으려 했지만 전화는 쉼 없이 울렸다. 나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는 정적이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구세요?”

 

 이상하고 불안한 정적이다. 나는 대답 없는 저 너머에 대고 한층 다급하게 묻는다. 정적이 약간의 습기 찬 숨소리를 띠는 것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것은 익숙한 목소리로 변해서 다시 나에게로 다가온다.

 

 “재가 사라졌어요. 그를 찾겠어요?”

 

 먹먹한 안개가 낀 저녁, 수화기 안의 축축한 목소리는 그렇게 말했다. 재라는 그 이름. 그와 떨어지다가 곧 다시 얽히게 되는 게 이제 세 번째였다. 이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가 사라지는 게 세 번째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를 찾아가고 있었다. 김유,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익숙한 목소리가 주는 물음에 망설였다. 재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나는 그 술집에 가야만 했다. 사람을 찾는 것이 단골 술집에 가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과연 내가 재를 찾아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끝난 것이 아닐까…….

 

 전화가 온 김유는 재의 친구로 온화한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선택권을 넘겨주고 있었다.

 

 그를 찾겠어요?

 

 같이 가겠느냐. 가지 않겠느냐. 물음은 날더러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물음에 대해 만약 찾지 않겠다고,

 

 당신과 함께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유와 만날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과거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관계란 목적이 사라지면 깨끗이 소멸되곤 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고 만다. 우리는 재를 향한 목적이 같았지만 그 외의 것은 같은 것이 없었다.

 

 “찾겠어요? 연 씨. 듣고 있어요?”

 

 유는 긴 침묵을 견디다가 다시 한 번, 그렇게 묻는다. 유. 그와의 관계마저 허상으로 느껴지는 이 순간, 나는 그 물음에 고민하고 만다.

 

 유가 연락이 온 시점은 조금 미묘했다. 시간이 달랐더라면 망설이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술집에 가기 위한 채비를 끝낸 상태였다. 망설이는 상태에서 침묵이 흘렀다.

 

 “괜찮아요. 마음가는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우리 마음대로 찾는 거잖아요? 그는 찾아주길 바라지도 않는데. 예전에 말했듯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더 쏠린다면, 그 사람에게 가도 좋아요.”

 

 한숨소리에 유가 대답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5분만 기다리죠. 그를 찾으러 갈래요? 정확히 오 분을 기다리다가 끊죠.”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그를 찾아야하는가. 그를 찾지 않아야하는가. 그 답은 머릿속에 이미 내려져 있어서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을 준비만 하는데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의 어떤 미련이 나를 붙잡는다. 나는 여기에서 닿지 않는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어떤 이야기’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지니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것 아닌 이야기이지만 나로서는 말하지 않으면 답답함으로 병이 들거나 약간은 미쳐버릴 것만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대체로 그렇듯, 이 사건을 말하려면 도대체가 시작점이 어디인지 분명하지가 않아 설명하기가 어렵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까. 제대로 설명하려면 이야기의 기간이 어디부터인지 설명할 수 없다. 일단 생각나는 것부터 말하자면, 이야기는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화요일마다 만나러 가게 된 남자를 처음 만났던 그 일이.

 

 머릿속에서는 모든 것이 혼잡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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