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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석공무림
작가 : 봉황송
작품등록일 : 2016.3.28

석공(조각가)의 무림행 이야기.

 
석공무림 1권 2장
작성일 : 16-03-28 10:05     조회 : 631     추천 : 1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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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이잉! 휘잉!

 시원한 산바람이 그의 몸을 휘어 감았다.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도장석의 마음에 맑고 청량한 감정이 뿌듯하게 일 어났고, 자연스럽게 그의 입가에도 웃음이 피어났다.

 “하하하!”

 참으로 맑은 웃음이었다.

 즐거운 기분으로 그가 뛰어갔다.

 이층 다락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밥 먹자. 너를 기다리다 배가 등에 가사 달라붙는 줄 알았다.”

 “예.”

 도장석이 냉큼 가서 마주앉았다.

 밥그릇에 담긴 하얀 쌀밥이 윤기 자르르 흘렀고, 호박죽도 있었고, 여러 가지 산나물로 만든 반찬들이 먹음직스럽게 그릇에 놓여 있었다.

 평소 도장석은 무와 보리 그리고 아주 약간의 쌀이 섞인 밥을 먹었다. 고되고 힘들게 중노동을 시키면서도 왕천삼은 인색했다. 식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척이나 적게 줬기에 도장석이 먹을 수 있는 밥과 반찬은 별로였다. 좋지 않은 재료들을 사용한다고 해도 하루 세 끼를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 진수성찬이에요. 저는 이렇게 먹을 수 없어요.”

 도장석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왕천삼이 주는 돈으로 이렇게 먹었다가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녀석! 밥 값 내라고 하지 않는다. 맛있게만 먹어다오.”

 “아저씨…….”

 “나는 이처럼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어. 식대는 신경쓰지 마라. 그리고 식탁에 그냥 밥 한 그릇 더 올리면 되는 일이야. 숟가락 들자.”

 “아저씨…….”

 도장석은 수저를 들지 않고 송광을 보았다.

 “설마 지금 나 혼자 밥을 적적하게 먹으라고 고문하는 거니? 그럼 나도 밥 안 먹는다.”

 송광이 도장석에게 수저를 들어서 건네줬다. 그리고 손에 꼭 쥐어줬다.

 “먹을게요. 고마워요. 아저씨.”

 “고맙기는 내가 고맙지. 함께 먹어줘서 고마워.”

 송광이 웃으면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장석도 쌀밥을 숟가락에 퍼서 입으로 가져갔다. 고된 일을 했기 때문에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쌀밥이 달콤했다.

 입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맛에 도장석이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나물 반찬도 짭짤하면서도 향긋했다.

 그릇에 담겨져 있는 쌀밥은 무척이나 많았다.

 도장석이 먹기에 버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많은 쌀밥을 도장석이 꾸역꾸역 먹었다.

 쌀밥에 담겨져 있는 송광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고, 또 왜소한 몸에서도 계속 맛있는 쌀밥을 달라고 요구했다. 육체가 본능적으로 맛좋고 영양 좋은 쌀밥을 몸이 원하고 있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요.”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도장석이 밥그릇을 다 비우고 송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배가 무척이나 불렀다. 그가 이런 포만감을 느낀 건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도장석이 재빨리 상을 들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밥은 내가 했으니까 당연한 소리지.”

 송광이 대답했다.

 설거지를 깨끗하게 끝내고 도장석이 다시 건물로 들어왔다. 송광이 이층에서 내려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산벼룻돌 제작의뢰가 들어왔어. 벼룻돌을 깎으면서 석공의 조각기술을 알려줄게.”

 “예.”

 “잘 지켜봐라.”

 송광이 작업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작업대 위에는 돌 하나가 있었다. 지난 여름에 암산소 물이 줄어들었을 때 꺼내온 돌이었다. 그것이 지금 송광의 앞에 있었다.

 문방사우 가운데 하나인 벼루는 문인의 중요한 벗이었다. 문인이라면 좋은 벼룻돌에 커다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멋진 벼루를 수집하는 취미를 뽐내는 선비들도 많았다.

 슥!

 벼루를 깎는 사람들은 의례 칼과 끌을 사용하는데, 이것들을 각도라고 했다. 지금까지 도장석이 보아온 석공들을 모두 각도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송광이 패도를 작업대 위에 올렸다.

 송광의 패도는 여자들이 노리개에 차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이었다. 지금 그런 패도로 벼룻돌을 깎으려고 하고 있었다.

 “패도로 암산벼룻돌을 깎으려고요?”

 “진정한 석공은 작업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이란다.”

 송광이 이어서 말했다.

 “돌의 모양이 아름답구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석공은 돌을 많이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천연의 돌 모양을 자연과 어우러지게 깎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돌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모양이 어울리는지 마음속에 떠오르고는 한단다.”

 중원의 벼루들은 바람 풍자 모양의 평범한 벼룻돌을 답습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송광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저항했다. 그렇기에 국화나 매화, 귀뚜라미 같은 문양을 새겨 넣어 새로움을 추구했다. 벼루를 그저 먹을 가는 도구로만 내버려두지 않고 모양과 장식을 바꿈으로써 예술품으로 살려낸 것이다.

 벼루 양식에 있어 큰 변화였다.

 예술적 벼루를 깎을 때 송광이 견지하는 태도는 돌이 본래 가진 모양을 훼손하지 않고 살리는 방향이었다. 이는 자연을 존중하는 무위사상에 부합했다.

 “예.”

 도장석이 대답했다.

 말은 했지만 그는 송광의 말뜻을 모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송광의 말이니까 그렇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지금 그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송광의 가르침이 너무 높았다.

 도장석은 송광을 만나서 본격적인 석공의 공부의 길로 들어섰다. 도장석의 석공으로의 기나긴 인생의 여정은 송광과의 만남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됐다.

 “조각은 물건에 문자나 초형 그리고 그림을 장법과 도법의 조형 및 조각원리에 의해 새기는 각인예술이지. 장법은 각인하기 위한 설계 곧 구도법으로 비례, 균형, 통일, 변화, 동세, 대조 등의 조형원리에 의해 전체적으로 조화있게 구성해야 하는 법이다. 도법에는 도를 잡는 집도법, 도를 운용하는 용도법, 도를 이용하는 운도법으로 나뉜다.”

 송광이 말했다.

 그는 실기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론적인 부분에도 공부를 많이 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라도 가르치기에 앞서 항상 석공으로서의 마음가짐과 기본적인 석공의 배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파했다.

 집도법에는 단구법, 쌍구법, 악도법이 있다.

 용도법에는 요온, 요준, 요한이 있다.

 운도법에는 13종이 있는데 정봉정입법, 정도단입법, 정도쌍입법, 충도법, 삽도법, 지도법, 경도법, 매도법, 무도법, 절도법, 평도법, 유도법, 복도법이 있다.

 석공기술은 그저 단순히 돌에 조각을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이론만 제대로 배우려고 하면 십 년의 시간도 부족했다.

 그의 이론적인 이야기를 듣고서 얼마나 배우는 부분은 듣는 사람에게 달려있었다.

 “…….”

 도장석의 눈이 빛났다.

 사실 까막눈인 그는 송광의 복잡하고 어려운 말뜻을 모두 이해하지 못 했다. 하지만 머리가 나쁘지 않았기에 그의 말을 모두 기억할 수는 있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도장석이 매섭게 집중했다.

 “떠드는 건 이정도로 하고 이제 실기로 넘어가자. 내 마음속에 벼룻돌의 형상이 떠올랐다. 마음에 따라 벼룻돌을 깎을 테니까 잘 보려무나.”

 마음이 선 그가 손에 패도를 집어들었다.

 스르릉!

 도집에서 빠져나온 패도의 날이 촛불에 번뜩였다. 패도의 날은 예리하지 않고 둔탁했다.

 마음을 따라 손이 내려갔다.

 마음이 섰기에 둔탁한 날이지만 단단한 암산벼룻돌을 그대로 깎아나갔다. 아니, 잘라나간다고 표현해야 맞았다. 패도가 지나가는 길 앞에서 단단한 암산벼룻돌이 두부처럼 떨어져나갔다.

 스윽! 슥!

 돌을 가공하는 송광의 손놀림은 정교하면서도 신비로웠다.

 패도가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고, 벼룻돌과 그의 정신은 접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송광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것은 바로 안목이었다.

 형형한 안목이 막히면 패도가 나아갈 수 없고, 안목이 협소하면 단단한 암산벼룻돌의 결을 볼 수가 없는 법이다.

 그의 안목에 비친 암산벼룻돌은 새우 속살처럼 부드러웠다.

 스윽! 슥!

 벼룻돌을 깎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암산벼룻돌이 완성됐다.

 “아! 매화나무다.”

 암산벼룻돌에는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서있었는데, 오직 한 나뭇가지에만 매화꽃잎이 깊거나 얇지 않게 피어있었다. 매화나무가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생생했고, 매화꽃잎의 빛깔이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전각을 아느냐?”

 “도장을 새기는 것이잖아요.”

 도장석이 말하면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의 이름이 도장석이기 때문이었다.

 도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여러 돌들을 도장석이라고 지칭했다. 몇몇 석공들이 그를 두고 도장에 사용해야 할 돌 같은 녀석이라고 놀리곤 했다.

 천지석공소에 부탁하는 의뢰 가운데 상당수가 도장을 새겨달라고 하는 것들이었다. 도장을 새기는 일에도 도장석이 석공들의 보조를 하는데, 그의 일은 돌을 돌려가면서 돌 표면을 반듯하고 평평하게 가는 것이었다. 돌을 반듯하게 잘 갈아야 석공들이 전각을 하기가 좋았다.

 “전각도 각인예술이란다. 도장을 능숙하게 새길 줄 알면 석공기술도 어느 정도 알았다고 말할 수 있다.”

 전각은 전자를 각한다 하여 전각인데, 이는 인장예술로서 인면에다 자형에 따라 조화를 이루도록 전자를 올려놓고 새기는 것이므로 조각인 동시에 서예라 할 수 있다.

 “그렇군요.”

 도장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각은 단순히 도장에 글자를 새기는 것이 아니었다.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법칙과 기술 등이 작은 도장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작은 도장 안의 전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각예술이었다.

 “받아라.”

 송광이 도장석에게 발톱 다듬는 얇은 끌 모양의 작은 칼인 수각도를 내밀었다.

 도장석이 엉겁결에 수각도를 받아들었다.

 “그것이면 도장에 전각을 하기 수월할 거야. 이제부터 매일 전각을 해보도록 하자. 돌 한 지게를 갈고 새기면 전각하는 실력이 늘어날 거야. 주위에 널려있는 것들이 돌들이니까 도장할 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예.”

 도장석이 대답했다.

 돌 한 지게의 양이 많지만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그가 다졌다.

 “이렇게 한 손으로 쥐는 법이 단구법이고, 두 손으로 쥐는 법이 쌍구법이지.”

 송광이 도장석의 손을 잡고 하나하나 기초를 가르쳐주었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전각의 조각기법을 도장석이 배워나갔다. 솜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빠르게 도장석이 송광의 가르침을 습득했다.

 “그런데 글은 알고 있니? 전각을 하려면 글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해.”

 “죄송해요.”

 송광의 물음에 도장석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까막눈이었다.

 먹고 사는 것이 바빴기에 글자를 하나도 알지 못 했다.

 “모르는 건 죄송할 일이 아니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지. 이제부터 배우면 돼.”

 송광이 웃었다.

 세상에 처음부터 글을 알고 태어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모르면 노력해서 배우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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