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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6-5. 우리들의 사랑 (5)
작성일 : 17-11-06 18:01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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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그 ‘고마운 선배’님께서 어떤 분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 여사는 그 질문에 약간 주저하듯 뭔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선배의 이름은 김, 애 자 란 자였어요. 제가 막 대학교를 마치고 파리로 유학을 준비하던 도중에 그 선배는 홀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갔죠. 그 뒤로 저희는 연락할 기회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그 선배는 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 중 한 명이에요. 재하 씨도 그 선배의 소개로 만난 거니까…”

 

 단어 하나하나를 선택하는 데 일반적으로 걸릴 시간보다는 미묘하게 오래 걸렸고, 입 밖으로 꺼낸 말마저 청산유수로 이어 가는 김 여사의 말솜씨답지 않게 우물쭈물 끝내면서 김 여사가 진명의 시선을 또 다시 회피한 것을 진명과 효은은 알아챘다. 그렇지만, 아까 전의 백 씨 성을 가진 종업원이 화이트 와인 한 병, 곡선이 아름다운 와인잔 세 잔, 그리고 안주가 담긴 접시를 들고 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종엽원이 그것들을 모두 세팅하고, 와인을 매우 능숙한 솜씨로 따르고 조용히 사라진 뒤, 세 사람은 잠시 그 전의 모든 일들을 애써 잊은 척 하며 아직도 흐르는 끈적한 재즈를 배경 삼아 건배를 했다. 노래는 어느 새 바뀌어, 무대 위의 가수는 이제 루이 암스트롱의 ‘라 비앙 로즈’를 물 탄 듯 부드럽고 감미롭게 부르고 있었다.

 

 김 여사와 진명이 능숙한 솜씨로 와인잔을 잡고 연노란 와인을 한 모금씩 넘기는 동안, 효은은 일단 분위기상 그들을 따라 와인잔을 잡기는 했는데 어찌 할 바를 몰라 진명만 멀뚱멀뚱 쳐다 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한 번에 소주 마시듯 모두 털어 넘길지, 막걸리 마시듯 꿀떡꿀떡 잔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 삼킬지, 아니면 맥주 마시듯 세네 번에 걸쳐 넘길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효은이, 와인 처음 마셔?”

 

 그 모습을 바라 보다 참다 못한 진명의 물음에 효은이 아무 말 하지 않자, 진명은 자신이 먼저 마시며 효은에게 부연 설명을 하듯 덧붙였다.

 

 “잘 봐. 와인잔을 이렇게 잡고, 민박집에서 소주 마시던 것처럼 한 번에 꿀꺽 삼켜 버리지 말고, 한 모금 씩 입 안에 넣은 다음 포도 맛을 음미하는 거야. 차 마시는 것처럼.”

 

 진명을 따라 효은도 한 모금씩 와인을 입 안에 넣고 맛을 음미하도록 노력했다. 효은이 난생 처음 맛본 와인은 시큼한 인내 뒤에 달콤한 희망, 자유, 그리고 짜릿함이 넘치는, 청춘을 담은 음료였다. 나름대로의 연노란빛 희노애락이었다. 그 맛에 묘한 호감이 생겨 몇 모금 더 반복하고 나서, 효은은 잠시 멈추고 안주에 손을 갖다 대며 진명에게 넌지시 물었다.

 

 “살아 있네. 근데 와인도 술이니까, 마시믄 취하것제. 맞나?”

 

 진명이 이에 애써 대답하려는 순간, 그 때까지 계속 ‘라 비앙 로즈’를 부르다 노래를 끝낸 무대 위의 가수가 잠시 노래를 멈추고, 마이크를 대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여러분, 이제 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네요. 저기 조명기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와 부를 줄 아는 노래면 뭐든지 부르면 돼요. 단,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는 안 됩니다.”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를 들은 사람들이 조곤조곤하게 웃는 소리로 재즈 라운지는 금방 꽉 차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포트라이트는 무대 위를 관통하기 시작하더니, 곧 약속이라도 한 듯 몇백 쌍의 눈이 붉은 원피스를 입은 효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었다. 김 여사는 마치 좋은 건수가 나왔다는 듯 효은을 응시하며 가장 크게 박수를 쳤고, 효은은 자신만만하게 무대를 향해 나가던 중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는 듯 재빨리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마치 반응은 필요 없다는 듯 다짜고짜 진명의 팔목을 잡고, 어린이날 놀이공원 솜사탕 가판대 앞의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거절하고 손사래를 칠 새도 없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진명은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다. 스포트라이트 밑에서 진명과 효은은 많은 박수 갈채와 환호를 받았고, 효은은 자신 있게 마이크를 능숙하게 잡고 반주자를 향해 얘기했다.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쫌 부탁할께예.”

 

 반주자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고 나서, ‘그대 내 품에’이 감미로운 반주곡이 들려 오고 효은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차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들 따라 불렀던 그 목소리와 운수민박 방 안에서 소주를 마시며 ‘부산 갈매기’를 불러 제끼던 약간은 감정이 격앙된 그 목소리보다는 오히려 충주 남산 초등학교 안에서 진명의 휘파람 곡조에 잔잔하게 따라 부르던 ‘사랑하기 때문에’의 그 목소리에 더 가까웠다. 그나마 이 맑고 감미로우며 어쩌면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목소리에 가장 가까웠던 평상시 효은의 목소리는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 위, 덕평휴게소에 간식이라도 사 먹으려 잠시 멈추기 직전 효은이 흰 마티즈가 노래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따라 부르던 또 다른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인 ‘Dream Of Ground’에서의 그 목소리다, 라고 진명은 속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는 효은의 목소리를 들었다.

 

 “ 별 헤는 밤이면 들려 오는 그대의 음성.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 되어 그대 꽃 위에 앉고 싶어라…”

 

 그리고, 효은이 소절을 마치자마자 보내 오는 은밀한 눈길에 따라 진명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살짝 어린 듯 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그래도 적절한 중저음이 고급스러운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사실, 진명이 이전까지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본 마지막 순간은 몇 개월 전 팝/가요팀 부원들이 모여 노래방에서 했던 회식이었다. 그 때 그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그러니까 다른 부원들과 같이 정신 나간 척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불렀는지, 혜연을 생각하며 감미로운 발라드를 불렀는지 아니면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걸쭉한 트로트를 불러 제꼈는지 진명은 잘 생각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진명이 확실했던 것은 그 순간처럼 진명은 마이크를 타고 자신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담백하고 깔끔하게 들려 오는 그의 목소리에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밤 하늘 보면서 느껴 보는 그대의 숨결.

 두둥실 떠 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그리고, 다음 소절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적절한 화음으로 묶였다. 두 목소리들은 마치 실과 바늘, 아니 아몬드와 초콜릿처럼 절묘하고 환상적이며 누가 들어도 잘 어울리게끔 들어맞았다.

 

 “만일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닿으리, 저 끝까지 닿으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두 사람의 조화로운 듀엣이 군항제가 열리는 이른 봄 무렵 진해 길가에 만발한 상쾌한 벚꽃 향기처럼 라운지 안에 퍼지고, 마치 강물이 흐르듯 요요하고 유려하게 흐르는 피아니스트의 간주 동안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도 우아하지만 힘 있게 들려 왔다. 간주가 끝나고 다시금 효은과 진명이 2절을 부르고 이번에는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후렴의 듀엣을 부르는 모습을 무심하게 비춰 주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지나 라운지의 푸른 등에까지 그 빛이 관통하여 더욱 더 신비로워 보이는 달은 그날따라 더 없이 희다 못해 투명하고 아름다운, 작은 구슬과도 같았다.

 

 “…어둠이 찾아들어 마음 가득 기댈 곳이 필요할 때,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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