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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5-2. 사랑하기 때문에 (2)
작성일 : 17-11-06 17:40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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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 누구야, 그 사람이? 설마 행방을…”

 

 진명이 그렇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 그 때, 가장 중요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드라마 한 회를 끝내 버리듯 종업원이 밥 공기 세 개와, 고소한 냄새를 확 풍기는 비지장을 담은 뚝배기를 세 그릇을 들고 와 내려놓고 세팅한 뒤에 말 없이 사라졌다. 비지장이 담겨진 뚝배기 안에서 뿜어 나오는 김에 사로잡힌 잠시 동안 세 사람은 말이 없었고, 곧이어 뜨겁게 잘 익혀진 비지장을 밥에 비벼 먹으며 텔레비전에서 틀어 놓은 공중파 음악 방송의 재방송에서 아이돌 그룹이 신곡 하나를 공연하는 동안 각자의 공기밥 양을 절반으로 줄어들게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한참 후, 그렇게 뱃속에 걸신이 들린 듯 눈을 동그랗게 부라리며 밥을 게걸스럽게 먹어 대던 효은이 아까 전 끊겼던 말이 생각이 났는지, 먹던 밥을 꿀떡 삼키고 침묵을 깼다.

 

 “근데, 아까 전까지 뭐라 말했어요?”

 

 “아, 제가 알고 있던 사람 중에서 이 플루트의 주인… 그러니까 이 플룻의 주인일 확률이 높은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진지한 투로 대답하는 미란이었지만, 그녀는 곧 잠시 창문 쪽을 바라보며 어두운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애써 미소를 지으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말이죠, 본명은 알려진 바 없지만 아무튼 ‘엘르 킴’이라고 세상에 알려져 있는 여자에요. 왕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루트 연주자였는데 지금도 음악계에서는 거물로 통하고 있죠. 내일부터 며칠 동안 코엑스에서 강연 겸 전국 음악 콩쿠르 본선 심사위원으로 나온다니까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서 주의해야 할 게 세 가지 있어요.”

 

 “그…그게 뭔데?”

 

 ‘전국 음악 콩쿠르’라는 말에 한수의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짖궂은 웃음이 떠올라서 왠지 등줄기에 소름이 일어날 정도로 섬뜩했지만, 어쨌거나 밥공기를 어느 새 귀신같이 다 비우고 미란이 하는 이야기를 받아 적고 있었던 진명은 난처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미란을 쳐다보았다. 어느 새 효은도 밥을 모두 해치우다시피 했다. 이들의 안색을 잘 살피고 난 후, 미란은 진명에게 웬 꾸깃하게 접힌 쪽지를 내밀어 전달해 주고 난 뒤 전방의 부하들에게 중요한 지령을 지시하는 사령관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첫 번째, 그 사람이 음악계의 거물인 만큼, 무작정 들어가면 안 돼. 내가 연락처를 이 종이에 적어 놓았으니 미리 허락을 받아 놓은 게 좋을 거야. 두 번째, 그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언제나 경호원들이나 비서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 있게 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야. 세 번째, 그 사람이 절대로 먼저 말을 하게 해서는 안 돼.”

 

 고개를 끄덕이며 여지없이 그 말을 받아 적고 있던 진명은, 미란이 방금 꺼낸 ‘세 번째 주의 사항’에 마음에 걸렸다. 물론 자신이 하는 질문에 답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터뷰어로서의 주 업무이기는 했지만, 미란이 마지막 세 번쨰 사항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진명의 이런 의문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미란이 이렇게 의뭉스러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직접 만나 봤다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그 말을 하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 미란의 표정이 영 석연찮았지만, 진명은 일단 ‘행방불명’이었던 ‘두 번쨰 인터뷰이’의 행방을 찾게 된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대로변 중흥 S클래스 아파트의 맨 앞 동 10층에 있는, 홀로 사는 미란의 집 서재에서 환하게 불을 켜고 이메일을 통해 ‘거물’ 엘르 킴과의 연락과 브리핑을 의외로 간단명료하게 마친 진명은, 서재 불을 끄고 거실로 어슬렁대며 걸어 나왔다. 미란을 통해 ‘그 음악가의 두 번째 여자’의 정체를 알게 된 뒤에도 진명과 효은은 연수동에 있는 빙수 전문점과, 그 옆에 있던 널찍하고 커다란 공간에 비치된 인테리어가 보기 좋은 카페, 그리고 도로변 호숫가 주변에 병풍처럼 둘러진 아름다운 산책로를 돌며 즐길 것을 즐기다 보니 어느 새 저녁이 되어 버린 것조차 잊어 버렸고, 따로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이 자신의 집에서 머물 수 있도록 미란은 흔쾌히 허락했다.

 

 미란의 집은 그렇지 않아도 혼자 사는 데에는 딱 좋은 평수였지만, 미란의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한 정리로 집안이 한층 더 넓어 보였다. 진명이 거실에 나왔을 때, 효은과 미란은 차상 높이의 하얗고 낮은 매트리스에 걸터앉아 얼음을 약간 띄운 오미자홍초 탄 물을 마시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효은은 마치 전쟁이라도 나가는 듯, 신문지로 오려 만든 술을 양 손에 꼭 쥔 채 주황색 비닐봉지로 리본을 만들어 머리에 걸고서는 손아섭 선수 홈 유니폼 셔츠의 복제판을 입은 ‘총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게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기 위한 복장의 정석이라는 얘기를 혜연에게서 들은 진명은, 짐짓 오늘 효은이 어지간히 작정하면서 텔레비전 앞에 앉았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슬쩍 매트리스의 한 켠에 마련된 효은 옆에 있는 빈 자리에 걸터 앉았다.

 

 “너, 이런 건 그 간밤에 어떻게 다 싸 왔냐?”

 

 “팬이라 카믄 이 증도는 기본 중 기본이제. 맨날 응원할 준비럴 하는 기라.”

 

 진명의 말에 당당하게 대답해 보이는 효은이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미란의 집 거실을 사직구장 관중석 한 복판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기껏 복장까지 갖췄는데 효은과 미란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야구 중계가 아닌, 황금 시간대 일일 드라마였다.

 

 “…그라고는 저쯕 가시내랑 아짐이랑 허벌나게 머리 끄댕이 잡아댕기고 싸우는디, 아따 큰일 나겄어. 요 가시내덜이 말여잉, 알고보니 모녀 사이였당께로.”

 

 이번에는 팔에 턱을 괴고 혼잣말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미란이었다. 미란은 어느 새 자연스럽게 머리를 묶고, 얼굴은 씻어 남아 있는 화장을 지우고, 편한 하얀색 면 반팔티에 추리닝 바지로 갈아입은 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 편, 화면 안에서는 길거리에서 서로 아옹다옹 싸우던 여자들이 갑자기 싸움을 멈췄다. 그 순간, 잔머리가 삐죽학 나와 있는 낮은 당고머리를 하고 유달리 수척해 보이는 나이 든 여자가 순간 긴 생머리에 누가 봐도 젊고 싱싱해 보이는 여자를 보고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내가 니 애미다!”

 

 나이 든 여자의 대사가 그렇게 브라운관을 타고 흘러 들어오자마자, 효은과 미란은 원망에 찬, 거의 곡소리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며 리모콘을 조작하려고 시도했다.

 

 “그라게 내가 아까 채널 돌리자고 했다 아이가. 마, 리모콘, 리모콘!”

 

 효은이 애타는 표정으로 리모콘을 찾으러 손을 뻗는 동안,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듯 이번에는 젊은 여자가 클로즈업된 화면에서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대사를 읇었다.

 

 “미안해요…엄마. 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오!”

 

 “확 마, 작가 고 가시나 찾아가서 궁디럴 확 차 삐까!”

 

 “아따, 리모콘 어딨는겨? 돌려, 돌리랑께!”

 

 이번에는 진명까지 한세해서 막장 드라마를 원망하던 세 사람 중 매트리스 뒤에 있는 베개 옆에서 리모콘을 찾은 미란이 드디어 채널을 돌리고,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과 일본 만화영화를 지나친 채 화면은 롯데 자이언츠 대 SK 와이번스의 프로 야구 중계가 펼쳐지고 있는 장면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 왼쪽 위에 있는 점수판에 따르면 지금이 4회 초였고, 2사 1루에 SK가 공격이었으며 타석에 서 있는 타자는 최정 선수였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김원중이었으며 포수는 강민호 선수였다.

 

 “최정 삼진! 최정 삼진! 최정 삼진!”

 

 신문지를 흔들며 애타게 응원하던 효은의 바램과는 달리, 김원중 선수가 공을 세 번 던진 끝에 최정 선수는 안타를 치고 바람처럼 1루로 달려갔다. 아직 그 전까지 1루에 있던 최항 선수가 3루까지 달려 가고 그 자리에서 멈춘 채 홈으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효은은 숨을 돌렸다. 타석에는 어느 새 로맥 선수로 바뀌어 있었다. 로맥 선수는 김원중 선수의 초구를 치긴 했지만, 공은 하늘 높이 올라가 관중석 한가운데까지 닿았다.

 

 “아 주라! 아 주라! 아 주라!”

 

 마치 관중들의 소리가 녹음되었다가 효은의 입을 통해 전달된 것처럼 효은은 그야말로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목소리’로 묘사해도 무방할 정도의 목소리로 외쳤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진명과 미란은 효은의 그런 모습을 보고 기엽다는 듯 웃었고, 진명과 효은이 충주에서 맞는 밤은 그렇게 깊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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