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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5-1. 사랑하기 때문에 (1)
작성일 : 17-11-06 17:38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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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사랑하기 때문에(유재하)’ 中]

 

 “금마 갸가?”

 

 그 말쑥한 차림의 여자, 그러니까 ‘걸어 다니는 맛집 사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미란이 들어오자마자 효은은 놀란 표정으로 미란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넌지시 물어 보았다. 미란은 아무래도 상관하지 않았지만, 효은이 한 말을 듣고 외계어를 들은 듯 한쪽 눈을 찡그린 진명은 난처한 눈빛으로 효은을 쳐다 보며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

 

 “점마가 그 ‘걸어 댕기는 맛집 사전’이냐고?”

 

 효은이 미란을 향한 손가락을 여전히 거두지 않은 채 그렇게 대답해 보았고, 그러기가 무섭게 미란은 효은을 흘낏 쳐다 보고, 진명을 매우 묘한 눈길로 쳐다 보았다가 다시 효은을 쳐다 보았다.

 

 “네, 제가 바로 그 ‘걸어 다니는 맛집 사전’입니다.”

 

 미란은 씽긋 웃으며, 전라도 억양이 약간 섞인 표준어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효은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경계심을 풀고 미란을 향해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배시시 지어 보았다. 이 낌새를 눈치채고 진명은 불쑥 효은 앞으로 튀어 나와, 마치 중계자라도 된 듯 어깨에 힘을 은근히 주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인사해. 대학 동기였던 ‘걸어 다니는 맛집 사전’ 홍미란이야. 그리고 미란아, 여긴 내 취재 동료이자 길동무 이효은이야. 부산에 갔을 때 만난 첫 번째 인터뷰이의 딸이지.”

 

 “안녕하세요. 빛날 효, 은혜 은, 이효은이라고 해요.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만나니 억수로 반갑습니다, 홍 선상님.”

 

 그렇게 밝게 인사하며 고개를 확 숙이는 효은의 모습에 역시 발랄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응수하면서, 미란은 손사래를 살래살래 저어 보이며 대답했다.

 

 “아직 홍 선생은 좀 부담스러우니 미란 씨라고 불러도 돼요, 효은 씨. 우리 띨띨하고 소심하고 모지리 같은 진명이 잘 챙기고 있죠? 고생이 많아요.”

 

 “예, 그렇찮아도 쪼매 아까 또 모지리짓 하다가 내한테 딱 걸렸...죠. 점마 내 읎었음 우째 되겠십니꺼? 요로코롬 생각할 정도믄 말 다했죠.”

 

 진명은 두 여자간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효은의 이 말을 듣고서는 너야말로 나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냐, 이 화상아, 라는 생각이 뇌리에 잠시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만, 그는 태연한 척 책상에 걸터앉아서 메모지와 펜을 꺼냈다. 미란의 도움으로 ‘다음 인터뷰이’의 행적을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진명이 그 도구들을 꺼내는 손간, 그 모습을 보았는지 미란은 이번에는 진명을 향해 곰살궂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대꾸를 했다.

 

 “아따, 진명아. 벌써부터 받아 적으려는 거야? 이왕 이리 된 거, 맛난 거 먹으면서 하자.”

 

 진명, 효은 그리고 미란이 효은의 마티즈를 타고 도착한 곳은, 남산초등학교가 있는 곳의 반대편 동네에 있는 푸른 잎사귀가 운치있게 돋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공원 옆에 자리한 작은 음식점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미란이 주구장창 설명한 말에 따르면, 그 음식점의 이름은 포석정이며 전문적으로 콩 요리를 취급하는 장소엔디 꽤 쾌적하고 괜찮은 곳이라고 했다. 신발을 벗고, 뒤쪽 벽면 구석에 있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미란이 다시 한 번 소녀처럼 발랄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동네 근처에 왔으면 꼭 비지장은 먹어 봐야 해. 밥에 비벼 먹으라고 나오는 거야.”

 

 그리고 붉은 앞치마를 입은 종엽원이 주문하러 나오자마자, 미란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화통하게 말을 이었다.

 

 “아짐요, 여 비지장 세 개만 좀 주셔요잉!”

 

 “예.”

 

 종업원이 그렇게 덤덤하게 말을 하고 사라지자마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진명이 주머니에서 메모지와 볼펜을 살며시 꺼내며 말했다.

 

 “몇 년만에 보는데, 너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야.”

 

 “아니야, 머리는 바뀌었잖아. 너도 기자치고는 말쑥한 편이야.”

 

 미란의 그 말에 진명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 효은은 그 모습을 약간은 묘한 눈초리로 흘낏 쳐다 보았다. 그리고 효은의 그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진명은 다시 그 말에 대꾸했다.

 

 “음악잡지여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진명이 그렇게 대답하자, 미란은 잠시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다른 대학 동창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사실 성균관대학교 07학번 음악교육학과에 다니던 시절 미란은 여기저기 참여하기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 덕분에 많은 인물들을 사귄 것 같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연락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각별한 사이는 몇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신문방송학과에 다녔지만 음악 관련 동아리에서 만나게 된 같은 학번인 서진명이었던 것이었다. 어찌하여 그 수많은 남자 동창들 중 진명과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미란도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좋았던 대학 시절의 추억들이 잊혀져 갈 순간에 아무튼 그 ‘특별했던 동기’가 잘 지내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래? 좋겠네. ‘월간의 멜로디’라고 했지, 그 잡지가.”

 

 애써 그 일렁이는 감정들을 숨긴 채 미란이 그렇게 대답하자, 진명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미란을 향해 지어 보인 채 응수했다.

 

 “응, 이제 1년차야. 지금 하려는 게 내 이름으로 내는 다섯 번째 기사고.”

 

 진명의 그 말에 “서진명 출세했네!”라고 대답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미란의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며, 효은은 진명과 미란의 이 관계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그런 남녀의 차이를 비롯한 모든 장벽들을 넘어 순수한 우정으로만 관계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런 효은의 얼굴 표정을 흘낏 쳐다보며 미란은 별안간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진명을 향해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이렇게 난처하면서도 심각한 투로 말을 했다.

 

 “아, 진명아. 저번에 니가 연락했을 때 말이야, 그 때…”

 

 “괜찮아. 몰랐으면 뭐 어때. 이미 지난 일인데. 사실 내가 말한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여자를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

 

 진명이 처음에 바라보았던 그 단서들을 가지고 그것을 빌미로, 미란에게도 연락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그렇게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고, 미란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이 대화의 단면을 외계어로 55분 동안 벌이는 강의를 듣는 것마냥 난감함 표정으로 듣고 있던 효은을 의식했는지 다시 목소리의 투를 밝게 바꾸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나를 통해 알고 싶은 게 뭐니? 얼마든지 도와 줄께.”

 

 “어… 그게… 그러니까…”

 

 막상 뼛 속 깊숙히 박혀 있는 그 일을 설명하려니 뭔가 미심쩍은가 본지 진명이 우물쭈물하는 동안, 빨간 앞치마를 입은 종업원이 음식이 가득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그 종업원은 무릎을 꿇고 앉아 세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반찬이 담긴 하얀 그릇들을 올려 놓고 있었다. 그렇게 마치 물건을 정리하듯 그릇들을 노련하고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놓고, 종업원을 빈 쟁반을 든 채 바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반찬이 눈 앞에 차려지자마자 젓가락으로 콩나물 무침 몇 가닥을 들어 낸 효은이 진명을 대신해서 대답해 주었다.

 

 “오빠...아니 진명 씨는 고 유재하 님의 생전 여자 친구라는 분 행방을 찾고 있다네요. 그 분이 금마 생각하믄서 고 노래덜을 죄다 지었다 하던데, 울 옴마가…”

 

 “유력한 후보가 세 분 계신데, 한 분은 영국에 있고, 한 분은 효은 씨 어머님이시고, 나머지 한 분은 자기도 행방을 모르겠대. 그리고 효은 씨 어머님께서 나한테 플루트 통을 주시면서,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그 통을 건네면 무언가를 알 수 있다고 하셨어.”

 

 “그니까 그 쪽은, 행방 모르는 가스나가 어데 있는제만 아는 대루 말하믄 됩니다.”

 

 효은의 말에 질세라 진명이 끼어들고, 다시 효은이 끝낸 마지막 말을 듣고, 그 때까지 김치를 잘근잘근 씹어 먹던 미란은 잠시 먹던 것을 멈추고 조금 생각을 하더니 진명에게 넌지시 말했다.

 

 “너, 효은 씨 어머님한테 받았다는 그 플루트… 한 번 줘 볼래?”

 

 진명은 그 말을 듣자마자, 넙죽 뒤에 감추고 있던 검은 플룻 통을 꺼냈다. 마치 해적 소굴의 보물 상자를 여는 듯, 행여 누가 볼 새라 매우 조심스레 플룻 통을 연 미란은 경악과 놀람과 해결의 실마리를 알게 된 뿌듯함이 공존된 표정을 지으며 겨우 말을 꺼냈다.

 

 “워, 워메! 아니, 내가 알기로는… 이 플루트를 잡고 ‘사랑했기 때문에’를 불렀을 법한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없어!”

 

 “누, 누구야, 그 사람이? 설마 행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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