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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4-4. 그대 내 품에 (4)
작성일 : 17-11-06 17:34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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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저 며칠 뒤에 서울로 오면 만날 수도 있겠네요.”

 

 “거기에 무슨 볼 일이라도 있니?”

 

 진명은 한수의 그 말에 슬쩍 관심이 갔지만 애써 그것을 드러내지 않은 채 덤덤하게 질문을 했고, 한수는 다시 아까 전 효은에게 자신의 이름의 유래를 설명할 때처럼 야무진 말투로 이렇게 대꾸했다.

 

 “저, 거기서 전국 음악 콩쿠르에 나가거든요.”

 

 ‘전국 음악 콩쿠르’라는 말이 진명의 귓가에 울리자마자, 그는 갑자기 귀가 번쩍 틔였다. 그리고, 진명은 아까 전 내내와는 달리 진지한 태도로 한수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전국 음악 콩쿠르? 너 악기 잘 하는구나?”

 

 “피아노를 네 살 때부터 배웠어요. 지금도 친구들이랑 한 시간만 놀다가 연습하러 가야 돼요. 저녁 식사는 삼각 김밥으로 때우고, 저녁 열 시 되서야 선생님이 보내 주세요. 엄청 힘들어 죽겠어요.”

 

 그래, 어린 마음에 힘들 수밖에 없었겠지, 라는 한 줄기 연민이 그렇게 말하며 살짝 그늘이 진 조그만 얼굴을 돌려 햇살이 내리쬐는 창문을 바라보는 한수를 바라보는 진명의 뇌리에 닿았다. 한수를 바라보면서 진명은 그 어린 아이와 같은 입장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콩쿠르가 오면 똑같은 곡만 지겹도록 연습하면서 보내야 했던 그 순간과 결혼식에서나 입을 법한 턱시도를 입고 모두의 박수를 받지만 정작 본인은 유리 상자 속에서 시험을 보는 느낌을 온 몸으로 받으며, 몇 달 동안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 온 곡을 연주하고 맞막에 상을 타면서 상 자체에 기쁘다기보다는 그 곡을 다시는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후련하고 기뻐해야 했던 그 과정의 연속, 그리고 이 알고리즘이 지겹고 싫어 중학교 3학년 겨울의 어느 날에 결국 골방 특유의 냄새가 나는 피아노 교습소를 박차고 나와야 했던 때를 조용히 떠올려 보았다. 미래에 한수도 자신과 같은 과정을 겪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진명은 갑자기 한수가 진심으로 측은해져 왔다. 그런 어두운 모습을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는 보이기 싫은가 본지, 한수는 고개를 진명 쪽으로 되돌렸을 때 다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교실 후문을 향해 뛰어가며 말을 했다.

 

 “아저씨, 저 갈 거니까 ‘하지원 누나’랑 잘 해 봐요. 그럼 안녕!”

 

 “뭐라고? 야, 너! 잠깐 서 봐. 아오, 이 녀석을 그냥!”

 

 수학책과 물병을 고스란히 들고 사라진 한수 쪽을 보고 타박하는 듯 고함을 지르던 진명은 곧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웃었다. 잠시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한수가 닮은 구석이 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이마저도 진명이 한수를 여행길에서 나타난 ‘두 번째 걸림돌’이라고 판단하는 전체적인 견해를 바꾸지는 못하였다. 그렇게 정리해 갈 무렵, 그가 생각하는 여정의 ‘첫 번째 걸림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진명은 순간 생각하게 되었다.)’ 효은이 뒷문을 열고 모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는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래, 시원했어?”

 

 진명이 한편으로는 한수와 본인이 자신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게 다행이라 생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효은의 내숭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 갈수록 눈에 박혀 오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대꾸했지만, 효은은 이리저리 둘러보기만 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진명에게 이렇게 물어 볼 뿐이었다.

 

 “…금마 어데 갔노?”

 

 “누구?”

 

 진명이 모르는 척 그렇게 대꾸하자, 효은은 진명을 매우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고개를 휘휘 젓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고 생쥐맹키루 생겨 묵은 아 말이다. 태어날 때 울음소리부터가 신에 한 수라 하는 신한수!”

 

 “갔는데, 왜?”

 

 진명은 아까 전 자신의 말에 꼬박꼬박 능글맞게 응수하던 한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진절머리가 났지만, 효은에게는 애써 태연한 척 덤덤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 말에 효은은 아쉬운 듯 고개를 휘휘 끄덕이더니, 불현듯 눈을 밝히며 진명 쪽으로 바싹 다가와서는 친한 친구에게 비밀을 고백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건네었다.

 

 “오빠야, 아까 갸가 내 보고 뭐라 했는지 궁금하제? 금마 내 보고…"

 

 “‘하지원 누나’라고…”

 

 비록 끝 말은 각각 ‘불렀어’와 ‘캤다’로 달랐지만, 동시에 말했다는 사실이 두 사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로 인해 생겨난 일시적인 침묵을 깨고, 엄청나게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지은 진명이 이렇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아니, 어떻게 알았어?”

 

 “내는 기냥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갸가 지나갔다 했는데, 오빤 우째 알았나?”

 

 한수의 이상할 정도로 강한 친화력과 집요함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수라는 녀석 자체의 정체가 대체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진명은 그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일단은 이 한마디로 함축해서 대답해 보았다.

 

 “걔가 아까 전에 나한테 말해 줬어.”

 

 “한수 금마, 쫌 귀엽지 않나? 째쪼름하게 생겨 묵은 게 낭중에 연예인맹키루 까리하게 될 만도 한데.”

 

 효은이 그렇게 눈웃음까지 샐샐 치면서 대답하자, 진명은 왠지 모를 열기가 휴화산 속의 용암마냥 심정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수가 자신에게 한 만행이 낱낱히 떠올려져 이렇게 자연스럽게 효은의 어깨를 부여잡기까지 하면서 말했다.

 

 “ 야, 걔가 너 없었을 때 얼마나 나 괴롭혔는지 알기나 해? 요즘 애들은 진짜 알 건 다 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어. 어휴, 어찌나 끈질기던지…”

 

  “아한테 모지리 같다는 거 증명했기 땜시 그런 기다, 이 문디 자슥아.”

 

 그 말에 매우 덤덤하게 대답하면서 효은이 진명을 향해 보란 듯이 혀를 몇 번 차 보이자,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볼이 붉어진 진명은 차마 효은에게는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 못하고, 대신 한숨을 내 쉬며 홧김인 척 효은 보고 들으라는 듯 이런 말을 내뱉어 보였을 뿐이었다.

 

 “…어휴, 저 걸림돌을 콱 그냥.”

 

 “아, 갸는 와 이리 안 오노? ‘걸어 댕기는 맛집 사전’.”

 

 진명이 하는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 갑자기 화제를 바꿔 버리는 효은에게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을 때 진명은 교실 앞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은 왠지 김천 ‘운수 민박’의 주인이 나타났던 순간과 비슷하다, 라고 진명의 직감이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판단했다.

 

 그러나, 진명과 효은이 교실 앞 문으로 다가선 순간, 그들이 본 사람은 빨간 월남치마에 뽀글이 파마를 하고 찌푸린 표정을 얼굴에 그린 민박집 여주인이 아닌, 고동색 자갈치 머리에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마 재질의 흰 여름용 와이셔츠, 흑단처럼 검은 H라인 치마레깅스에 검정 스틸레토 하이힐로 이루어진, 멋드러진 세미 정장을 세련되게 차려 입은 여자가 상큼하면서도 성숙한 20대 후반 여인답게 우아한 면이 있는 미소를 지으며, 진명에게 아는 척을 하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여자의 얼굴에는 한 듯 안 한 듯 비비크림에 분홍빛 틴트를 생기 있게 살짝 바른 화장이 아스라하게 덮혀 있었고, 왼손에는 진명이 들고 있는 통과 비슷한 플룻 가방이 들려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비슷한 크기로 추정되는 검은 플룻 가방과 베이비 핑크색 토트백이 들려 있었다. 이 모든 소품들이 그녀와 절묘한 듯 당연하게 잘 어울렸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여자가 언뜻 보면 효은이 생각했던 ‘걸어 다니는 맛집 사전’의 가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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