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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4-2. 그대 내 품에 (2)
작성일 : 17-11-06 17:26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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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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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은의 마티즈는,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충주의 어느 초등학교 교문 앞에 다다랐다. 학교 건물은 그 앞 골목길 어귀를 지나가던 어른들이 후렴구 읊조리듯 중얼거리며 갔던 몇 십 년이라는 역사에 비해 그렇게 낡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관리를 잘 해서 그렇다고 진명은 어리둥절해하는 효은에게 말했지만, 효은은 그래도 내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진명의 말을 믿지 않는 듯 고개를 살살 저었다. 샛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로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적혀 있는 작은 팻말이 담장처럼 죽 놓여 있는 학교 앞 길목 너머로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붉은 벽돌 건물들에 조그마한 문구점, 분식집, 교습소, 그리고 가게들이 장난감 병졸들같이 줄지어져 세워져 있는 좁은 찻길을 지나, 마치 슬라이딩을 하듯 마티즈는 위쪽에 어느 학년 누가 올림피아드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내용이 당사자가 보면 부끄러워할 정도로 큼지막하고 뚜렷한 글씨로 써 있는 현수막이 반갑게 맞아 주고, 오른쪽 기둥에는 ‘남산초등학교’라는 궁서체가 새겨진,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할 정도로 흔하디 흔한 돌 교문을 가볍게 통과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때라, 운동장에도 교정에도 아무도 없어서 이들은 비교적 쉽게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운전 잘 한다. 면허증 있다고 와 진즉에 말 안 했노?”

 

 주차장 바닥에 깔린, 햇빛에 오랜 시간 동안 구워져 뜨듯해진 아스팔트를 먼저 밟은 사람은 조수석 쪽으로 문을 열고 이런 말을 하며 영화 배우처럼 제법 요란하게 내린 효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답이 없자 짐짓 답답한 듯, 효은은 조수석 문을 다시 열고 고개를 숙여 이렇게 소리쳤다.

 

 “무에 그리 준비할 게 많노? 퍼뜩 안 내리나, 이 문디 자슥아?”

 

 “아, 그 검정색 통 가지고 오잖아! 참, 성질 급하긴.”

 

 그렇게 대꾸하며 내린 사람은 같은 시간 동안 운전석에 앉아 있던 진명이었다. 역시나, 진명은 중요한 단서를 손에 쥔 탐정마냥 조심스럽게 검은색 통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진명이 차를 운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었지만, 막상 이 상황에서 핸들을 잡고 보니 별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젯밤의 일도 있었지만, 그나마 효은보다 자신이 몇 잔은 더 적게 마셨기에 자신이 운전을 하고 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거나, 교정으로 오는 길을 아는 사람은 적어도 둘 중에서는 자신밖에 없었기에 그런 진명의 마음가짐과 행동은 별로 놀라워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 시간 반 동안 꼬박 운전을 하다 왔는데, 일행이라는 사람이 한다는 말 한마디가 그것이라니 짜증이 좀 나기라도 했나 본지 진명은 이렇게 장난스럽게 효은의 머리에 알밤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 좀 컸다? 오빠한테 ‘문디 자슥’이 뭐냐?”

 

 사실 진명은 효은이 쓰는 말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문디 자슥’이라는 말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대중 매체의 도움이 컸던 것일까? 원래는 ‘한센병’ 이라는 치명적인 병에 걸린 환자를 낮춰 부른 말, 그러니까 ‘문둥이’를 더욱 멸시하는 태도에서 불리게 된 단어, 즉 ‘문둥이 자식’이라는 영 좋지 않는 의미였지만 그게 어떻게 와전되어 경상도 쪽에서는 인사치레까지는 아니지만 허물 없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쓰는 말이라고 한다는 것을 진명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명은 그렇게 썩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진명이 효은을 좋은 동료이자 친구로 생각하게 된 만큼, 효은도 나름대로 진명에 대한 ‘우정’과 친밀감을 함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은 아닐까.

 

 “두 살 차이가 와 오빠가? 친구제.”

 

 난데없이 알밤을 맞아 영 당황스러웠는지, 효은은 짐짓 엄살을 떨 듯 양손으로 정수리를 감싸 쥐면서도 진명에게 도발적인 태도로 이렇게 대꾸했고 진명은 이에 더욱더 장난스러운 태도로 알밤이나 더 먹이려 벼른 듯 효은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대려다가 단념하며 고개를 살래살래 젓고는 이렇게 짐짓 진지한 척 대답했다.

 

 “너 2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 줄은 알고 이래? 내가 막 세발자전거 탔을 때 넌 엄마 젖 먹고 있었을걸? 그리고 내가 수능 치고 있을 때……”

 

 “아, 아, 됐다 마. 기자하꼬 싸워 봐야 내 입만 아프제.”

 

 더 이상 진명의 말에 끼어 들 재간은 없는 듯 효은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보았지만, 그렇게 이들은 학교 주차장 쪽 화단에서 웃고 떠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차피 주위엔 아무도 없었기에 그것쯤은 괜찮았다.

 

 몇 십분 후, 두 사람은 운동장 강당 위 계단에 걸터앉아 학교 앞 분식집에서 사 온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시간에 난데없이 청춘 남녀가 찾아 오니 김이 푹푹 찌는 새빨간 떡볶이가 담긴 냄비 안을 핑크색 국자로 휘휘 젓고 있던 나이 든 주인집 여자는 굉장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무언가 이들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오뎅에 삶은 달걀까지 담아 주며 엄지손가락을 치 들고서는 두 사람이 문 밖으로 나가는데 ‘둘이 같이 오래오래 잘 살라’는 덕담 아닌 덕담까지 해 주었다. 그렇지만, 정작 그 사연 많은 떡볶이를 가운데에다 두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대신 떡볶이의 맵고 싸한 공기만이 분식집 여자의 마지막 덕담마냥 이 둘을 감싸고 돌았다. 그렇게 두 사람 모두 떡볶이를 먹는 데에 집중하던 도중에, 흥이 났는지 진명이 산골 소년처럼 휘파람 한 곡조를 불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였다. 효은은 떡볶이를 먹으며 잠자코 앉아 있다가, 노래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다음 소절부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김천 산골의 민박집에서의 그 로커도 은연중에 부러워할 성량으로 아무렇게나 불러 젖히던 ‘부산 갈매기’는 술에 취했기 때문이라고 쳐도, 자동차 안에서 일주일 치를 넘어 한달 치 스트레스를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 메들리를 따라 부르며 풀 것이라는 추측을 진명에게 하게 만들었을 때와는 달리 의외로 사근사근하며 겨울 이불처럼 포근한 목소리로, 그녀는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내 모든 걸 드릴 테죠.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효은의 노래하는 목소리가 이렇게 예상 외로 부드럽고 고울 수 있었던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진명의 뇌리에 스쳐갈 새도 없이 숨이 다 하여 그의 휘파람이 멈췄을 때, 효은도 따라 노래를 끝냈다. 그 때까지 앞만 보고 있던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주위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급식을 일찍 먹었는지 운동장으로 나가는 아이들만 서너 명 보일 뿐이었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날씨까지 눈이 부시도록 꽤 맑았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눈싸움을 하듯 서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적당한 배경음악을 깔아 주면 더 없이 완벽한 드라마 속 장면이 되었을 정도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한참 동안 그윽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눈길로 쳐다 보았다. 그렇게 영 어색하기 짝이 없어 보일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닥불처럼 은은한 온기로 두 사람을 감싸 오는 침묵을 깨며, 효은이 대뜸 말을 꺼냈다.

 

 “와……내 얼굴에 뭐 뭇나?”

 

 “아니, 그건 아닌데……너 그 노래 알아?”

 

 그렇게 효은에게서 황급히 눈길을 떼고 대답하며, 진명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볼이 붉어져 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애써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려 시치미를 뗀 채 주제를 황급히 노래에 대한 것으로 바꿔 버리는 진명이 우스꽝스러웠는지, 효은은 몇 마디를 키득대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무신 노래 말이가? 아, 방금 내가 따라 부른 노래 말이가? 알고 있제. 그거 ‘사랑했기 때문에’ 아이가?”

 

 “맞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진명이 대답하자, 효은은 아까 전보다는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어……사실 그 노래, 울 옴마가 플루트로 불읐다 카더라.”

 

 효은은 분명히 진명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 준 것이겠지만, 정작 진명은 그 대답을 듣고 명쾌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약간의 혼란을 느꼈다. 은성이 애초부터 그 노래를 플루트로 불었다면 어째서 그녀가 검은 플루트 통을 주었을까? 하지만 사람 일은 언제나 모르는 것이다. 구 노래를 분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일지 누가 알겠나? 그래서 진명은 일단 효은의 말에 수긍하기로 했다. 그 때, 진명의 바지 주머니에서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진명은 무덤덤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통화 아이콘을 슬쩍 본 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그래. 남산초등학교엔 잘 왔니? 미안혀, 내가 좀 급한 일이 있었는디 좀 오래 걸려 갖고……”

 

 무척 난처해하며 말을 주저하는 듯한, 효은보다도 더 높고 새된 목소리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어 다니는 맛집 사전’의 목소리임이 틀림없었다. 그 목소리에 개의치 않은 듯, 진명은 친절하게 이렇게 대꾸해 보았다.

 

 “아, 괜찮아, 미란아. 언제쯤 올 건데? 늦을 거 같으면 내가 먼저 들어 갈게.”

 

 “아니야, 아니야. 원래 이 시간쯤에 갔어야 하는데 잘 됐지 뭐. 한……한 시 반쯤에 1학년 4반 교실에 들어 가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최대한 빨리 올게.”

 

 ‘미란’이라고 불린 여자가 분명히 바쁘거나, 아니면 늦게 일어나서 지금쯤 옷을 다 갈아입고 학교로 출근할 준비를 하는 것일 것이다, 라는 직감이 든 진명은 그래도 최대한 인정 많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응, 알았어. 있다 봐.”라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뚜-뚜-뚜-하는 소리가 그의 달팽이관을 가로질렀다.

 

 “그 ‘걸어 댕기는 맛집 사전’이가? 금마 뭐라꼬 했는데?”

 

 전화를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 보고 있던 효은이 대뜸 그렇게 말하자, 진명은 깜짝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이렇게 태연한 말투로 대답했다.

 

 “어, 일단 학교 건물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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