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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1. 어떤 여인을 찾아서
작성일 : 17-11-06 10:46     조회 : 67     추천 : 1     분량 : 2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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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유재하의 데뷔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된 수록 곡 전곡은 모두 한 여자를 위하여 쓰여진 노래들입니다” – 작곡가 장기호, 음악평론가 강 헌]

 

 만약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더라면.

 세상을 살면서 바람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 나타나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저승사자를 태운 자동차에 치어 이슬처럼 사라진 음악가가 그 뒤로 세상에 또 한 번 족적을 남기지 않았고,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좋아하는 토요일 음악 방송을 보다가 우연히 들은 그 말에 구미가 담겨 편집부장에게까지 큰 소리를 호탕하게 치고 난 후 용을 물리치러 가는 중세 용사처럼 길을 나서지 않았더라면 진명은 과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컴퓨터 자판을 잡았을까.

 소위 ‘한류’라고 하는, 생기발랄한 젊은 소년소녀들의 외국 진출에 관해서 썼을까, 아니면 숨겨진 원석을 다듬어 보석처럼 만들어주겠노라고 외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기를 활자로 새기고 있었을까? 어쩌면 바다 건너 미국의, 모르면 간첩 된다는 구릿빛 피부의 어느 아름다운 여가수의 새 앨범에 관하여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진명은, 전설로 남은 음악가의 여자를 찾기 위해 기차역으로 발을 옮긴다. 그 음악가는 어린 시절 진명의 우상이었다. 덤덤한 목소리로 사랑, 실연, 이별, 재회의 감정을 노래하는 CD 속 그 남자가 진명이 음악 전문 잡지 기자로서의 생을 살제 해 주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진명이 가진 단서는 오직 세 가지었다.

 그녀가 김 씨라는 것, 플루트를 연주한다는 것, 그리고……전설의 음악가가 살았던 1980년대에 젊은 여자로 살아 있었다는 것. 그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진명은 자신의 거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였다. 일단 진명이 연락하고 있는 거의 모든 여자 지인들부터 굳이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다. 대부분 그 세 가지 조건을 가진 여성이 주위에 없다고 하였다. 진명의 친구들, 대학 선후배, 직장 동료, 군대 전우들, 심지어 미국으로 출장 간 여자 친구 혜연의 지인들까지 총동원하였다. 이들로부터도 역시 같은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심사 숙고하게 찾아 보겠노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당장은 그들 각자의 지인들 중 진명이 찾고 있을 만한 사람을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건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진명이 기차에 몸을 싣기 딱 하루 전에 모르는 번호로 음성 메시지가 들어 왔다. 목소리를 들어 보니 교양 있는 중년 여성임이 분명했다. 그 목소리는 연륜이 가득 묻어나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로, 약간의 부산 억양이 섞인 표준어를 구사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지인으로부터, 친구로 지내던 기자 분이 사람을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기자 분이 바로 당신이라면 제가 시간이 안 돼서 서울로 올라 오지는 못할 것 같고, 부득이하겠지만 부산으로 내려 와 주십시오. 역에서 제 딸아이가 마중을 나와 줄 터이니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참고로 제 이름은 김은성입니다. 그럼 부산에서 보지요.”

 

 그 말을 믿고 진명은 부산행 고속열차에 거의 무작정 몸을 실었다. 다행히도 은성 씨는, 진명이 가진 두 가지 조건에는 부합된 것 같았다. 과연 그 여성이 마지막 단서에도 부합될까? 기대감과 호기심이 공존된 기분으로 기차 안에서 음악을 듣던 진명은, 여자 친구 혜연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연구를 해 보고 싶었어.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연구 말이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진명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서, 식당에서 단 둘이 밥을 먹으며, 근처 공원에서 한 바퀴 돌며 나오는 그늘진 숲길에서,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가 어두운 밤이 되어 그녀의 집 앞까지 바래다 주는 길목에서 그녀는 유행가의 후렴구라도 된 마냥 늘 그런 말을 하곤 했다.

 

 “그럼 직장을 그만 두고 다시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어때?”

 

 참다 못해 진명이 그렇게 말하면, 혜연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찬찬히 저으며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했다.

 

 “오빠도 알잖아, 나 대학 졸업하자마자 집안 먹여 살려야 했던 거. 부모님께서 대 놓고 안 된다고는 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은근히 눈치 주는 게 싫어서……”

 

 그 말을 들으며 진명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전문지 기자가 먹고 살기에 그리 좋은 직업은 아니라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고, 다만 자신의 흥미에 따라 살고 있는 진명에게는 혜연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가 딱히 공감 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혜연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건 못내 안타까웠다. 그것만 빼고는 혜연은 여자친구로서는 좋은 사람이었다.

 

 “몸 조심 하고 잘 갔다 와. 나도 미국 가서 열심히 살고 있을게.”

 

 진명이 기사를 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혜연이 미국 출장을 가던 날, 혜연은 진명을 안아 부며 그런 말을 했다. 아, 그녀는 애인으로서는 더 없이 완벽한 사람이었다.

 

 혜연을 떠올리다 부산역이라는 걸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려 왔을 때, 진명은 급식 줄에 먼저 서려는 학생처럼 뛰어가듯 고속열차에서 내렸다. 부푼 가슴을 안고 역 안으로 달려 가는 진명의 뒷모습은 마치 사슴과도 같이 후리후리하였다. 날씨도 진명을 환영하듯 맑고 아름다웠고, 5월의 봄바람이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귓가에 휘파람을 부는 듯 했다.

 

 ‘좋았어, 이대로만 가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역 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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