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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물병에 채워진
작성일 : 17-11-05 23:33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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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커피를 받아 들고 하서희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본다.

 

 카페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지만 그녀가 손사래를 치며 들어가라고 말했지만. 혹시나 그녀가 뒤돌아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자국을 움직일 수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지만 그녀가 나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든다.

 

 나 역시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본다.

 

 나의 발이 이제 만족했다는 듯 건물 정문 쪽으로 향한다.

 

 커피가 따뜻하다.

 

 **********

 

 학원에 들어서니 준영이와 진아씨가 장난을 치다가 열리는 문을 보고 그대로 멈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나 했더니, 커피를 사온거야?”

 

 나의 왼손에 들려있는 커피를 보고 준영이가 웃으며 말했다.

 

 “혼자만 커피 마시고 나도 줘요!”

 

 진아씨가 종이컵을 보고 웃음을 머금고 달려온다.

 

 “아! 안돼요!”

 

 나의 노란색 가면과는 다르게 다급한 목소리가 나왔다.

 

 진아씨가 멈춘다.

 

 차라리 내 지갑을 달라고 하면 고민을 해 보겠지만 이 커피만은 절대 줄 수 없다.

 

 “치사해!”

 

 진아씨가 준영이를 바라보고 말을 한다.

 

 진아씨를 보며 싱긋 웃는 준영이가 자신이 커피를 사 주겠다고 말을 하자 그녀는 준영이에게 다가가 팔짝팔짝 뛴다.

 

 준영이는 웃으며 강아지라도 달래듯 진아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방금 학원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났지만 이번엔 심장이 발버둥치지 않는다.

 

 그 대신 가슴 속이 무엇인가 집어넣은 것처럼 가득 찬 느낌이다.

 

 **********

 

 내 방 의자에 앉아 커피를 책상 오른쪽 위 끝 부분에 올려놓는다.

 

 지연이가 이 책상을 썼을 때 계절마다 다른 꽃을 꽂아놓는 자리였던 기억이 있다.

 

 **********

 

 “왜 거기다 그런 것을 놓는 거야?”

 

 내 말을 듣고 서류를 보던 눈빛을 내게 옮긴 그녀가 웃음을 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서류가 어질러져 있는데 그 수많은 서류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책상 구석에 투명한 물병이 올려있다.

 

 “나한텐 소중한 거야.”

 

 “이 투명한 유리병이?”

 

 마트만 가도 여러 색의 음료수가 담겨 있을법한 흔한 유리병이 소중하다고?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을 눈치 챈 듯 지연이가 다시 서류를 보며 말한다.

 

 “감정이야.”

 

 감정? 노란색의 기쁨이나 남색의 슬픔 같은 감정을 말하는 것인가?

 

 “이 투명한 술병처럼 생긴 감정이라면 무슨 색 감정인데?”

 

 나의 질문에 지연이 특유의 미간을 찌푸린 채 웃는 그 모습이 나온다.

 

 “색이 아니라 빛이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나의 반응이 재밌는지 그녀가 웃으며 나를 본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데.”

 

 나를 놀리는 기분이 들어 던지듯 말했다.

 

 “색과 빛은 다른 거야. 색은 투명하지 않아 여러 색이 섞이게 되면 결국 어두운 색으로 변하게 되지만 빛은 여러 색이 모이면 점점 밝아지며 사라지고 대신 빛이 나지. 대신 어떤 빛이든 될 수 있어. 이 물병은 나한테 그런 감정이야.”

 

 색과 빛.

 

 그녀의 웃음이 투명한 병을 바라본다.

 

 **********

 

 커피를 보고 있으니 아까 본 캐릭터 둘이 또 기어나와 커피 잔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캐릭터는 도망치고 흰 셔츠에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캐릭터는 그 캐릭터를 잡기 위해 따라간다.

 

 이 보습이 나의 뇌가 만들어낸 허구임을 알고 있다.

 

 어디서 봤을법한 캐릭터들의 이미지에 그녀와 나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거 좀 잡혀주지.’

 

 위이이잉

 

 - 하서희 ‘아저씨 나는 해장국 먹으러 왔어요! 점심 맛있게 먹어요.’

 

 하서희의 메시지를 보자 가면을 쓰지 않았지만 입 꼬리가 올라간다.

 

 - ‘맛있게 먹어요.’

 

 메시지를 보낸 후 시선이 커피 컵으로 이동한다.

 

 작은 검정색 글씨가 보인다.

 

 손을 내밀어 컵을 잡아 올리니 두 캐릭터가 잠시 멈춰 올라가는 컵을 바라보더니 코트를 입은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를 잡고 웃는다.

 

 검정색 글씨를 읽는다.

 

 ‘하서희 출근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은 휴무.’

 

 커피가 가득 담긴 컵을 뱅글뱅글 돌리며 읽는다.

 

 ‘어젠 미안했어요!’

 

 평소와는 다른 약간은 어색한 노란색 가면이 얼굴에 써진다.

 

 지금은 온기가 약해진 커피를 마신다.

 

 **********

 

 강사들을 데리고 해장국집에 가서 해장국을 시켜준다.

 

 이 주변에 해장국집은 이곳 한군데 밖에 없기 때문에 꽤 멀리 걸어왔다.

 

 강사들의 표정이 어둡다.

 

 삼겹살집에서 60만원.

 

 술을 이정도로 먹었으면 지금 속이 정상은 아닐 것이다.

 

 “오늘 불금인데 끝나고 놀 사람 있어요?”

 

 진아씨가 숟가락을 뜨기 전에 강사들을 보며 말한다.

 

 강사들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 식사를 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아씨가 사람들을 본다.

 

 “뭐야. 왜 그래. 왜 나랑 안 놀아줘!”

 

 진아씨의 투정에 막내강사가 대답한다.

 

 “언니 어제 취해서 기억 안나요?”

 

 강사들이 하나 둘 키득거리며 웃는다.

 

 ‘뭐지?’

 

 나의 의문과 같은지 진아씨가 내가 지으려던 표정과 같은 표정을 짓는다.

 

 막내강사가 말을 이어간다.

 

 “어제 언니 준영이가 화장실에서 안 나온다고 문짝 박살냈잖아요.”

 

 아... 그래서 60만원.

 

 진아씨가 놀란다.

 

 “누나가 날 화장실에서 강제로 구해냈지.”

 

 준영이가 밥을 국에 넣으며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한다.

 

 진아씨가 얼굴에 붉은 빛을 물들이며 나를 바라본다.

 

 노란색 가면을 쓰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보다 나 이제 퇴근은 5시에 할게요.”

 

 몇몇 강사들이 국을 뱉어낸다.

 

 진아씨가 살짝 인상을 쓰며 나를 훑어보더니 웃음이 가득한 채 말한다.

 

 “그래요.”

 

 해장국이 약간 맵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다.

 

 **********

 

 “어느 날 제가 좋아했던 여자아이랑 집에 가다가 솜사탕 아저씨가 있었어요. 솜사탕을 하나 사서 함께 집으로 가며 먹었는데 그 아이가 웃으며 먹는 모습이 좋아 막대기를 그 아이에게 들려주고 나는 굉장히 조금씩 먹었어요. 그 애가 집에 들어가고 솜사탕 막대기엔 아주 조금 남아 있었어요. 나중에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알았어요. 나는 그 마지막 한입을 그 친구가 먹길 바랐는데 그 아이 역시 같은 마음이었더군요. 당시엔 아까운 마음에 그 친구가 잡고 있었던 나무막대를 집에 가져가 숨겨 두었었죠.”

 

 - ‘신촌의 솜사탕’ 중

 

 **********

 

 내 방으로 돌아와 이제는 차갑지만 그래도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신다.

 

 다 마신 종이컵을 씻고 다시 책상 오른쪽 구석에 놓는다.

 

 하염없이 커피도 들어있지 않은 종이컵을 바라본다.

 

 똑똑

 

 대답도하기 전에 진아씨가 들어온다.

 

 “지환 오빠 요번에 들어오는 원생들 담당 강사들 정리한 서류!”

 

 진아씨가 휴대폰을 보며 내게 서류를 내민다.

 

 “원장님.”

 

 서류를 받아든 내가 노란색 가면을 보이며 말했다.

 

 “원장님”

 

 휴대 전화에 정신이 팔린 듯 영혼이 없이 진아씨가 대답한다.

 

 서류를 본다.

 

 강사 한 명당 오전 오후반 한명씩 나눠서 배정돼 있다.

 

 준영이 이름 옆에도 역시 오후반에 진아씨가 명시돼 있다.

 

 하서희의 이름을 찾는다.

 

 그러나 이 네모 칸들 안에 하서희의 이름이 없다.

 

 “하서희씨 이름이 없네?”

 

 “아! 그거 강사들이 실수로 요번에 15명을 뽑았더라고. 강사가 부족해서 1:1에 넣지 못했어.”

 

 진아씨가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며 이야기 한다.

 

 만약 짝수로 맞춰야 한다면 강사 한명을 급하게 데려와 16명을 만들거나 한명을 내보내야한다.

 

 아마 14명을 모두 뽑고 준영이가 진아씨의 이름을 넣은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나의 말에 휴대폰을 다 썼는지 시선을 나로 돌린 진아씨가 고개를 끄덕인다.

 

 **********

 

 머리가 다시 복잡하다.

 

 그녀를 가르칠 선생이 없다.

 

 다른 이에게 주어진 기회를 빼앗지 않고 하서희가 제대로 된 수업을 받게 하려면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도저히 사람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것이 적성에 안 맞는다며 투덜거릴 때가 있었다.

 

 그 투덜거림을 들을 때마다 지연이는 그것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라 했다.

 

 지연이가 없어진 후 나는 학생들을 만나지 않았다.

 

 물병이 놓여있던 자리에 올려있는 빈 종이컵을 바라본다.

 

 이윽고 진아씨가 준 서류 가장 아래에 두 개의 이름을 적는다.

 

 ‘정지환 – 오전 : x 오후 : 하서희’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수업이다.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4년 만에 처음으로 학생을 지도한다.

 

 그 학생이 하서희다.

 

 매일 하서희가 나를 보러 온다.

 

 **********

 

 퇴근을 하고 하서희가 있는 카페에 찾아간다.

 

 유리문너머엔 그녀가 카페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가 내 쪽을 흘깃 본다.

 

 노란색 가면을 쓰고 오른손을 살짝 들어올린다.

 

 그녀의 노란빛 웃음이 먼저 내게 온 후 그녀가 다가온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왔어요?”

 

 “그냥 오늘은 일찍 끝나서요.”

 

 노란색 가면이 그녀의 노란빛을 받아 활기를 되찾는 듯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오늘 하서희씨 담당 선생님으로 내가 배정이 됐어요.”

 

 노란색 가면이 너무나 밝은 노란빛을 만나 고장이라도 난 듯 표정이 어색하게 말을 해 버린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이 밝다.

 

 “아저씨가 이제 내 스승님이구나!”

 

 웃음과 함께 이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속에서 매듭이 한 번 더 묶인다.

 

 더 강하게 당겨지고 묶인 매듭이 생겼다.

 

 “오늘은 끝나고 뭐해요?”

 

 나의 물음에 그녀가 약간 멈춘 후 대답한다.

 

 “동생이랑 불금이라고 쇼핑하러 가는데...”

 

 “그렇구나. 그냥 밥이나 한 끼 먹으러 갈까 했죠.”

 

 노란색 가면은 얼굴에 붙어 있지만 눈썹과 눈동자가 내려갔다.

 

 오늘도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거절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애써 무시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 얼굴을 올려보던 하서희가 다시 한 번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도 그럼 같이 갈래요?”

 

 “네?”

 

 머릿속이 또 하얗게 새 페이지를 띄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같이 가자고?

 

 어제 본 하서희의 동생은 사나운 고양이와 같았다.

 

 함부로 다가가면 분명히 공격을 할 인상이었기에 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와 저녁을 함께 먹고 싶다.

 

 나의 금요일을 그렇게 장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싫어요?”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고민을 단 한마디가 정리해주었다.

 

 “아니요. 그럼 금방 집에서 차가지고 올 테니 여기 기다려요.”

 

 하서희가 웃는다.

 

 나의 걸음은 곧바로 지하철로 향했고 한 정거장이 지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뛰어가는 길에 심장은 위로 아래로 물이 담긴 풍선처럼 뛰었고 집에 도착해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차키를 꺼내 지하로 내려갔다.

 

 굳이 지하철 한 정거장을 번거롭게 차로 이동하는 것이 싫었다.

 

 도로도 막힐 때가 많았고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연이가 생일선물로 내게 사준 마지막 물건이라 아끼고 싶었다.

 

 저번 주말 세차를 한 내가 아주 기특하다,

 

 차를 몰고 카페로 향한다. 귀여운 곰이 그려진 두꺼운 흰 옷을 입은 그녀가 어제 본 그녀의 동생과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카페 앞에 잠깐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어 그녀를 부른다.

 

 “여기요.”

 

 동생은 뭔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본 표정이지만 그녀는 나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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